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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37화 (137/211)

00137  第 30 話  =========================================================================

第 30 話 “44일째”

“루딘 님. 정말 안 가르쳐주실 거예요?”

“예.”

난 오늘이 길드 퀘스트 하는 날이라 듣고는 시간에 맞춰 길드성 회의실로 오게 되었다. 이젠 간부들도 늘어 30명이 넘게 앉아 있는 회의실을 둘러보고 있던 도중, 근처에 앉은 화련이 영웅에 대해 물어봤지만 역시나 내 대답은 가르쳐줄 수 없다는 쪽으로 정했다.

‘애초에 가르쳐주면 더 난리 칠게 뻔하니.’

혼자서 보스를 세 번 잡고, 이후 레이드 보스를 한 번 더 잡는다. 말로는 쉽다. 근데 어느 누가 믿겠는가? 막말로 여기서 투루를 잡을 수 있는 플레이어가 한 명도 없을 거라는 게 현재 내 생각이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아이젠과 다인 정도?

또 투루를 잡는다고 해서 영웅을 달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레벨이 압도적으로 높은 보스를 잡아야 되니까.

때문에 투루도 안 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레이드 보스 중에서 가장 약한 축에 속하는 투루의 레벨이 100 이상일 리가 없지 않은가? 베크샤와 비교해 나오는 아이템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만일 가르쳐준다고 해도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나 또한 같은 레이드 보스인 우스트를 이용해 겨우 성공한 레이드였다. 아니, 두 번째 직감이 없었다면 우스트를 소환해도 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치사해요.”

“어쩔 수 없어요.”

아무튼 계속된 내 거절에 다들 포기했는지 더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얼굴 자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덧붙여 영웅이 되면 무슨 효과가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나도 잘 몰랐다.

지금까지 알아낸 거라고는 NPC가 조금 더 친절하다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난 거기까지만 생각하고는 옆에 아이젠에게 말했다.

“길드 퀘스트의 진행 방식부터 말해줘.”

“공성전 형식의 전쟁을 생각하시면 이해하시기 쉬우실 겁니다. 거기서 승리해야만 길드 등급이 올라가죠.”

“만일 죽으면?”

“마찬가지로 레벨을 포함한 모든 게 떨어집니다.”

“…….”

들어보니 길드 퀘스트를 할 때마다 피해가 장난이 아닐 듯싶다. 막말로 절반이 죽어도 2천 명 가까이 될 텐데, 그 인원의 레벨과 스킬 레벨. 장비까지 떨어진다는 말이 아닌가?

‘이러니 등급 올리기가 더럽다는 말이 나왔던 거군.’

참고로 지금 엠페러 길드의 등급은 C랭크다. 대부분의 길드가 C랭크조차 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리면 독보적일 수도 있지만 아이젠은 여기서 C+ 등급으로 올리려고 하고 있었다.

‘장신구 세트도 하나 더 맞췄다면 좋았을 텐데.’

참고로 어제는 강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오늘은 마지막 남은 레어 상자를 붙잡고 장신구 세트를 맞춰보려고 했지만 역시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저녁까지 시간을 보낸 난 아이젠의 연락을 받고 이곳 회의실로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네임드 플레이어인 루딘 님이 있다면 이번 퀘스트도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네임드 플레이어는 무슨.”

네임드 플레이어란 영웅으로 오른 플레이어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영웅이라는 말보다는 네임드라는 단어가 입에 붙었는지 나를 네임드 플레이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아이젠도 그들과 똑같이 부르고 있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그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귀찮았지만.

‘후, 시간이 지나면 네임드 플레이어가 늘어날까?’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 거 같았다. 레벨이 올라가면 갈수록 레이드 보스를 잡기가 점점 힘들어질 테니 말이다. 만일 레벨 100까지 올린 뒤, 120짜리 레이드 보스를 혼자 잡으라고 하면 누가 잡겠는가?

차라리 레벨 10에 투루를 잡는 게 훨씬 쉬울지도 몰랐다.

“그보다 시간이 됐으니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시작하는군.’

그래, 100골드를 받았으니 거기에 맞는 일을 해야지.

나를 포함한 간부 모두가 아이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젠은 길드 퀘스트라는 것을 신청했다.

[길드 마스터 '아이젠'님께서 길드 퀘스트를 신청하셨습니다.]

[신청한 길드 퀘스트 등급은 C+ 입니다.]

[이 메시지를 받으신 모든 엠페러 길드원은 길드 퀘스트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참여하시겠습니까?]

“참여한다.”

[길드 퀘스트 장소로 이동합니다.]

파밧!-

“응?”

길드 퀘스트 장소로 이동된 곳은 넓은 평원. 정면에는 수백 명의 말을 탄 기사와 수천 명의 병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그 뒤로 보이는 거대한 성벽. 그 성벽에 로브를 입은 마법사와 활을 든 궁수들까지 본 나는 이내 내 근처에서 한 명씩 나타나고 있는 길드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공성전 형식이라더니…….’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진짜 전쟁과도 같았다.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길드 등급이 올라간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적들의 숫자가 만만치 않게 많았다.

‘못해도 7천? 아니, 8천 명 정도?’

지금 엠페러 길드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길드원 수는 고작 4천 명이니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병력이 배치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난 내 옆에 나타난 아이젠을 보며 말했다.

“숫자가 너무 많지 않아?”

“이때까지 모든 길드 퀘스트는 저희보다 숫자가 많았습니다.”

“그래?”

“예, 어쨌든 저희 쪽도 접속을 다 한 거 같군요.”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니 상대편보다 한참이나 적은 숫자의 우리 길드원이 각자 무기를 꺼내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쪽은 몇 명인데?”

그러자 아이젠은 뭔가를 쳐다보는가 싶더니 곧 간단하게 대답해줬다.

“총 2,854명이군요.”

숫자가 어디에 적혀져 있나? 한 자리 숫자까지 정확하게 대답한 아이젠을 보니 뭔가 인원을 체크하는 창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그 숫자를 들어보니 거의 1천 명 정도가 참여하지 않은 듯했다.

‘적어도 3천 명은 될 줄 알았는데.’

근데 이런 전투에서는 빛의 수호자가 유용하려나?

지금 칭호를 현세의 영웅으로 장착한 탓에 내 방어력은 2,100 정도로 떨어진 상태다. 방어력이 떨어졌다는 말은 거신의 질주 데미지도 낮아졌다는 말인데, 내게 거신의 질주를 제외한 광범위 스킬이 없었으니 바꾸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았다.

‘아니, 강화까지 했으니 바꿀 필요는 없겠지.’

아무튼 뒤에 있는 길드원들은 각자 어디론가 이동해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고, 난 그런 길드원의 모습을 구경하는 사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아이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투석기 소환. 충차 소환.”

‘투석기?’

보니까 아이젠의 말이 끝나자마자 커다란 투석기와 성문을 부술 때 쓰는 충차. 혹은 사다리가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이야~ 공성전이라 그런가?’

이런 것도 소환이 가능하네.

“소환은 그냥 되나봐?”

“골드가 듭니다.”

“……골드?”

“예, 투석기 하나에 30골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30골드라면…….’

지금 아이젠이 소환한 투석기만 해도 10대 정도다. 그럼 300골드인가? 다시 한 번 길드 퀘스트가 쓰레기라는 생각을 하며 나 나름대로의 준비를 끝냈고, 이내 모든 아이템의 강화까지 끝낸 내 능력치를 확인해보았다.

“상태 정보창.”

[이름:루딘]

[칭호:현세의 영웅]

[레벨:72]

[명성:2439]

[길드:엠페러(Emperor)]

[생명력:20678/20678]

[마나력:18759/18759]

[지구력:100.0%]

[공격력:3763] [마법 공격력:1251]

[방어력:2176] [마법 방어력:1781]

[능력치]

근력(1866) 지능(477) 민첩(1095)

체력(1395) 마력(1371) 기술(258)

투지(192) 소환(276) 집중(148)

행운(612)

[속성 공격력:모든 속성(5%), 번개(25%)]

[속성 저항력:모든 속성(3%), 물(38%)]

[습득한 스킬:20/30]

[동료 NPC:1명]

착용하고 있는 모든 아이템을 포함해 아이템 창에 있는 보석 주사위까지 전부 10강으로 만든 능력치.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 힘들 정도의 수치가 적혀져 있었다. 반대로 이 이상 강해지기가 힘들다는 뜻도 되지만 지금 당장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직 배울 스킬이 10여 개나 남았으니까.

‘차라리 어제 레어 상자 대신에 랜덤 스킬북이나 작업할 걸 그랬나?’

“준비는 끝나셨습니까?”

“나? 나야 뭐.”

내 대답에 아이젠은 다른 간부들을 쳐다보았고, 대충 모든 이가 준비 됐다는 것을 알아챈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슬 길드 퀘스트를 시작했다.

“길드 퀘스트 시작.”

[길드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

난 길드 퀘스트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달려들 줄 알았는데, 아무도 달리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보고 있으니 다들 뭔가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고, 내가 그런 그들을 보는 사이에 상대방 진형 쪽에서는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자, 나를 상대할 자는 누구냐?!”

‘응?’

혹시 이거 일기토인가? 병력도 저쪽이 많은데 무슨 일기토를 해? 하지만 이내 내 앞으로는 메시지가 생겨났다.

[1:1 대결에서 승리 시, 이번 전투에 한해 생명력이 10% 상승합니다.]

[이는 상대 진형에도 적용이 됩니다.]

“생명력 10% 상승?”

“보조 효과입니다. 1:1 승부에서 이기면 데미지가 10% 올라가는 거죠. 반대로 패배하면 저쪽이 올라갑니다.”

“어쨌든 이기는 게 유리하다는 말이네.”

“예, 그렇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단한 거였다. 덕분에 쉽게 이해한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각했다.

그럼 누가 나가지?

아무래도 간부가 나가는 편이 좋을 듯하다. 저쪽도 자신 있게 나왔으니 기본 이상은 할 거 아닌가? 그러니 일반 길드원보다 실력 있는 간부가 나서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둘러봤지만 모든 간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분위기를 보니 내가 나가야 될 거 같긴 한데…….

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간부를 무시한 채 아이젠에게 말했다.

“저 녀석 강해?”

“대부분 1:1 승부에서 나오는 적은 강합니다.”

“하긴.”

너무 당연한 걸 물어본 듯하다.

“제 생각에는 아직 루딘 님이 참여했다는 걸 모르는 길드원도 많습니다. 이 기회에 그 사실을 알려 사기를 높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나보고 나가라고?”

“예. 다만 루딘 님은 처음이실 테니 제가 먼저 나가겠습니다.”

“응?”

아이젠은 그 말을 하더니 자기가 먼저 앞으로 걸어 나갔다. 또 그런 아이젠의 모습에 길드원은 거의 이겼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 길마님이 먼저 나가시는 건가?”

“길마님이면 충분히 이기겠네.”

“아니, 그보다 다음 전투가 문제일 수도 있어.”

‘다음 전투?’

아무래도 전투는 저게 끝이 아닌 거 같았다. 어쨌든 아이젠을 보고 있으니 조용히 검을 꺼내들었고, 기사는 말을 탄 그대로 기다란 랜스를 아이젠에게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우리 쪽에는 말을 탄 인원이 없네.’

아니, 찾아보면 있긴 있다. 아주 극소수. 아마 소환수인 듯한데, 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은 그냥 두 다리로 서 있었다.

‘그에 비해 저쪽은 대부분이 말을 탔고…….’

언뜻 보면 기마병과 보병의 싸움이었다. 단순하게 보면 기마병이 유리하겠지만 이곳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 그렇게까지 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채앵!-

순간, 쇠와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젠과 기사가 맞붙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당연하지만 무기가 지닌 거리로 보면 기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기사, 은근히 빠른데?’

지금까지 말을 탄 상대와 싸워본 적도, 구경한 적도 없었기에 유심히 지켜본 나는 예상보다 빠르게 랜스를 찌르는 기사를 보며 감탄했다. 아이젠은 그런 기사의 공격을 피해 옆으로 돌아 빈틈을 노리는 거 같았지만 기사가 탄 말조차 빠르게 옆으로 움직이며 거리를 벌렸고, 그렇게 벌린 거리를 향해 기사는 재차 공격을 시도했다.

챙! 챙! 채앵!-

‘역시 잘 싸우는군.’

거리와 위치. 그것만 보자면 기사가 유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이젠에게 허용된 공격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을 깨달은 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최근까지 아이젠의 실력을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 아이젠 또한 남 못지않게 실력을 쌓았던 것이다.

“광폭한 칼날.”

촤악!-

‘원거리 스킬?’

동시에 아이젠은 거리가 닿지 않은 곳에서 검을 휘둘렀고, 이내 검붉은 색깔의 칼날이 쏘아져 기사를 명중시켰다. 하지만 아이젠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이 계속해 스킬을 사용했다.

“바람의 상급 정령 소환.”

휘이이잉!!-

곧이어 바람이 뭉쳐 사람 형상을 갖춘 정령. 그 정령을 소환한 아이젠은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보조 발동.”

파파팟!-

순간, 아이젠의 검이 검붉은 색으로 번뜩였고, 그 위로는 새하얀 칼날 모양이 감싼다. 또한 공격하는 바람의 정령 역시 아이젠의 검에 흡수되었고, 마지막으로 아이젠의 몸 역시 각종 색깔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못해도 다섯 개 이상의 스킬을 동시에 사용한 아이젠은 이제 끝내려는 듯이 그가 지닌 최강의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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