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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36화 (136/211)

00136  第 29 話  =========================================================================

第 29 話 “43일째”

-축하드립니다. 루딘 님.

“축하는 무슨.”

아마 영웅이 된 것을 축하하는 듯하다. 하지만 되고 싶어 된 게 아닌지라 순수하게 축하를 받을 수 받을 수 없었던 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근데 그 말 하려고 연락했어?”

-아닙니다. 다시 B랭크 의뢰를 도전하기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B랭크…….”

B랭크라면 전에 어처구니없이 실패한 의뢰였기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내 복장과 영웅에 대한 질문이 분명 나올 거 같았기에 쉽게 결정하지를 못했다.

‘아, 맞다. 지금 내가 얼마 있지?’

혹시나 돈이 부족하다 싶으면 귀찮음을 무릅쓰고 B랭크 의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나는 내 소지금부터 확인했고, 이내 엄청난 금액이 들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83골드 12실버 81코퍼]

‘응? 베크샤가 250골드나 줬나?’

아니, 이 돈이면 강화를 몇 개나 할 수 있지?

계산해보니 갑옷, 바지, 신발을 포함해 레어 장신구 4개를 전부 강화하고도 남을 돈이었다. 현금으로 팔아도 1천만 원이 넘는 골드가 한 번에 들어온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럼 거절해야지.’

설마 내가 없다고 해서 B랭크 의뢰 하나 못 깨겠는가? 더군다나 난 조만간 길드 퀘스트에도 참여해야만 했다. 그때 미친 듯이 싸워야 될 테니 지금은 쉬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늘은 피곤해서. 난 다음에 할게.”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길드 채팅을 종료합니다.]

의외로 영웅에 관한 건 물어보지 않으며 채팅을 종료하는 아이젠이었다. 덕분에 귀찮은 일은 피할 수 있었지만 왠지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뭐, 일단 돌아가도록 하자.’

어쨌든 아이젠과 길드 채팅을 종료한 나는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하며 귀환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그보다…….’

베크샤에게서 얻은 가죽 갑옷은 역시 실시간 경매장으로 넘기는 게 좋을 듯했다. 레어 갑옷에다 세트까지 맞춰져 있으니 못해도 5천만 원 이상 나올 거라 생각한 난 갑옷 외에 팔릴만한 물품 몇 개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경매장이 어디에 있을까.”

경매장은 각 나라 수도마다 있다고 했으니 내가 있는 이곳도 경매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치까지는 알지 못했던 난 대충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플레이어를 붙잡고 물어보았다.

“저기, 실시간 경매장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경매장이요?”

평범하게 경매장을 물어봤을 뿐인데도 그 플레이어는 내가 입고 있는 복장을 훑어보더니 곧 감탄한 표정을 보이며 대답했다.

“동쪽 성문 근처에서 위로 쭉 올라가면 있어요.”

“예, 감사합니다.”

“근데 그 갑옷 어디서 구했어요?”

“돈 주고 샀어요.”

“돈 주고요? 그럼 얼마나…….”

나는 뭔가 더 물어보려는 플레이어를 피해 동쪽 성문으로 향했다. 다행히 플레이어는 따라오지 않았고, 또 투구로 내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비교적 안심하고 경매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방해가 들어왔다.

“엇?! 부길마님!”

“루딘 님이다!”

‘뭐야?’

순간, 같은 길드원으로 추정되는 플레이어들이 내 가슴 쪽에 그려진 길드 문양을 보고는 곧장 내 정체를 밝혀냈다. 게다가 나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치는 그 소리는 주변에 있던 다른 플레이어까지 반응하게 만들었다.

‘저 미친 새끼가!’

“루딘이라고?”

“루딘 님!”

“어떻게 영웅 되셨어요?!”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저 황혼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둘러보니 족히 몰려오고 있는 플레이어만 몇십 명이다. 빠져나가는 게 좋겠지? 고민할 것도 없이 그렇게 결론지은 난 대충 사람들이 없는 공간을 주시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젠장할.’

나인 줄 알았으면 조용히 접근해 물어볼 것이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드원이 외치지만 않았어도 그냥 평범하게 갔을 것이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몰래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난 환영이동으로 은신 상태가 되자마자 곧바로 경매장을 향해 달렸다.

타닷!-

칭호를 현세의 영웅으로 교체해서 그럴까? 민첩이 860. 아니, 이동 속도 38%까지 더해져 1200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내 발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동쪽 성문에 도착. 그리고는 북쪽으로 방향을 꺾어 달렸다.

‘민첩이 높으니 이럴 때 좋긴 좋군.’

막말로 어느 누가 민첩 1200의 속도를 따라잡겠는가? 엠페러 길드의 다인을 제외한다면 거의 없을지도 몰랐다.

“후, 도착한 건가?”

경매장 위치를 가르쳐준 플레이어의 지시대로 위로 올라왔는데도 경매장으로 보이는 건물은 없었다. 덧붙여 주위를 둘러보며 찾는 사이에 은신 지속 시간마저 끝나 은신이 풀렸지만 다행히 이곳에서는 날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설마 속은 건 아니겠…… 응?’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하던 도중, 문득 유난히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가 경매장인가? 수도에 세워진 경매장답지 않게 2층으로 된 평범한 건물이었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철커덕-

‘흐음.’

여기도 의뢰 길드와 똑같은 시스템인가? 분명 사람들이 들어간 것을 봤는데도 안쪽 내부의 플레이어는 나 하나밖에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골든 상회가 주최하는 경매장에.”

그때 NPC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붉은색 머리카락을 뒤로 한데 모아 묶은 것과 깔끔한 옷차림. 척 보기에도 단정하다는 느낌이 드는 여성이었다.

“여기가 실시간 경매장 맞죠?”

“예, 그렇게도 불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찾아온 듯싶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경매를 하나? 난 의아한 마음에 혹시나 명품관처럼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뭘 찾으십니까?”

“아뇨, 경매를 이런 곳에서 하나 해서요.”

“입장석을 따로 팔고 있습니다. 혹시 입장석을 구매하러 오신 거라면 1골드입니다.”

‘1골드?’

엄청 비싸네.

단순히 입장하는데 1골드라니?

“물건을 등록하려면요?”

“제게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난 NPC에게 다가가 이 경매장에 등록할 물건을 꺼내려고 했지만, NPC는 그런 날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혹시 루딘 님이십니까?”

응?

“아, 예. 맞는데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마 하르페 제국의 영웅이라 불리시는 루딘 님께서 찾아오실 줄은 예상치도 못했습니다.”

[아델라와의 호감도가 5 상승합니다.]

‘내가 뭐했다고 호감도가 상승해?’

아무튼 호감도가 오른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다. 난 먼저 아이템 창에서 베크샤의 가죽 갑옷 세트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고, 그녀는 그 가죽 갑옷을 감정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한 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물건을…… 역시 루딘 님이시군요.”

[경매장을 들썩일만한 물품으로 인해 아델라가 감탄합니다.]

[아델라와의 호감도가 2 상승합니다.]

“루딘 님. 괜찮으시다면 저희 지점장님과 만나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지점장이요?”

“예. 물론 제 소관으로 이 물건을 올려드릴 수 있지만 지점장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신다면 보다 더 좋은 조언을 해드릴지도 모릅니다.”

그냥 물건만 올리면 되지 무슨 지점장까지 만날까? 하지만 간곡하게 부탁하는 그녀의 표정을 본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고, 아델라는 그런 내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루딘 님.”

[아델라와의 호감도가 1 상승합니다.]

호감도 한번 쭉쭉 올라가는군.

단순히 경매장에 물건을 등록하러 왔을 뿐인데도 호감도는 8이 올랐다. 아마 레어 세트 때문이겠지? 어쨌거나 그녀는 무슨 구슬을 꾹 눌려 누군가와 대화를 시도했고, 그 대화가 끝나자마자 2층 계단에서는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나마나 지점장이겠지만.

“오오! 설마 했는데 정말 루딘 님이셨군요.”

‘저 녀석이 지점장인가?’

난 지점장이라 추측되는 중년의 뚱뚱한 남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나를 발견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반갑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아주 귀한 물건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일단 올라가서 이야기라도 나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뭐, 그러죠.”

대답과 함께 지점장의 안내로 2층 어느 방으로 들어간 나는 앉으라는 권유에 중앙에 위치한 소파에 앉았고, 지점장 역시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아, 죄송하지만 제가 말로만 들어 어떤 물건인지는 모릅니다. 한번 보여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예.”

어려울 건 없었다. 난 조금 전 아델라에게 보여줬던 레어 가죽 세트를 그대로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오, 이건 베크샤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갑옷이군요. 그것도 모든 세트가 있다니. 대단합니다.”

‘응? NPC가 그런 것도 알고 있나?’

베크샤라는 레이드 보스와 더불어 세트 아이템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는 듯했다. 경매를 주관하는 NPC라 그런가? 의아한 마음에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그는 조금 아쉽다는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아쉽습니다. 이 갑옷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위압을 지녀야 되는데 이게 상당히 희귀한 능력이라 제대로 쓸 사람이 몇 명 없을 거 같습니다.”

심지어 계산까지 하고 있다.

‘아, 그때 시스템이 물건의 순위를 결정한다고 했나?’

어쩌면 저 지점장이라는 NPC가 패치에서 말한 시스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걸 얼마에 파실 생각이십니까?”

“현금으로요?”

“예, 물론이죠. 이런 물건을 골드로 구매한다면 1천 골드는 필요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 정도의 골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 없으니 현금으로 거래하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그 설명을 들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평범한 NPC가 아니었군.’

생각해보면 이 녀석은 호감도 같은 게 뜨지 않았다. 나를 본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경매장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을 꺼냈는데도 호감도가 1조차 올라가지 않은 걸 보면 아마 기존 NPC와 다른 특별한 녀석인 듯했다.

“제가 보기에는 시작 가격을 5천만으로 해도 될 거 같군요.”

“시작 가격도 결정할 수 있나 봐요?”

“물건을 등록할 사람의 마음이죠. 다만 아이템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은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매직급 아이템 하나를 내놓고 시작 가격을 1억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말이죠.”

“그럼 제 물건의 시작 가격은 최대 얼마죠?”

“6천만 원. 그 이상은 올릴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만일 이 세트 갑옷과 함께 위압 능력치를 주는 스킬북까지 있다면 7천만 원으로도 할 수 있겠죠.”

“스킬북?”

“예, 혹시 가지고 계십니까?”

저놈은 NPC 주제에 눈치도 빨랐다. 난 대답하는 대신 아이템 창에서 공포의 일격 스킬북을 꺼내 보여주었다.

“호오, B랭크 스킬북이군요. 이 가죽 세트와 스킬북을 동시에 판매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만일 파시겠다면 시작 가격을 7천만 원으로 올려드리겠습니다.”

“잠깐만요. 생각 좀 하고요.”

7천만 원. 분명 엄청난 금액이다. 여기서 내가 7천만 원을 벌면 얼마가 생기는 거지? 3억 3천? 아니, 베크샤의 가죽 갑옷은 레어 세트다. 이제 레어 아이템이 하나씩 풀리고 있는 와중에 세트 갑옷이 등장하면 그 가격은 7천만 원에서 끝날 리가 없으니 보다 비싸게 팔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녀석의 말은 이왕 팔 거면 스킬북까지 더해서 비싸게 팔라는 말이겠지?’

그 잠깐의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난 고개를 끄덕였다.

“팔죠.”

“감사합니다. 분명 후회하시지 않을 겁니다.”

그거야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7천만 원 이상에 팔릴 거 같았다. 아님 딱 7천만 원에 팔아도 내겐 별다른 손해가 없었다.

“덧붙여 루딘 님께서 이 물건을 등록하신 이상, 등록 물품 1순위는 결정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현재로도 1위이니까요.”

“1위가 되면 좋은 거라도 있어요?”

“지금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하지만 그때가 되면 아실 겁니다.”

애매한 대답으로 인해 알 수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지점장의 미소가 음흉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베크샤에게서 얻은 가죽 갑옷과 스킬북. 또 혹시 몰라 투루의 장신구와 레시아에게서 받은 신발 등등을 전부 경매에 등록한 난 그곳에서 나오며 다음 할 일을 떠올렸다.

‘강화도 해야 되고, 제작도 해야 되고, 랜덤 스킬북 작업도 해야 되네.’

다르게 생각하면 뭐가 이리 할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또 이 모든 것을 하루 만에 끝낼 수는 없었기에 하나를 정해야만 했고, 난 그중에서 강화 쪽을 하기로 했다.

강화를 해야 내 능력치가 보다 강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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