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5 第 29 話 =========================================================================
第 29 話 “43일째”
‘한 5시 넘어 전화하면 되겠지.’
솔직한 심정으로는 5시도 불안하다. 못해도 7시에 전화해야 녀석이 일을 끝내고 받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가 3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기에 그냥 5시에 전화하기로 하며 컴퓨터를 켰다.
물론 이러는 와중에도 내 머릿속은 어떤 아이템이 나왔는지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분명 레어 아이템도 나왔을 텐데.’
언뜻 본 기억으로는 가죽 갑옷이 나온 거 같았다. 다만 레이드 보스에게서 나온 아이템이었으니 그걸 실시간 경매장에 넘기면 그럭저럭 돈을 벌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무기를 팔아넘긴 것 외에는 수입이 없었으니.’
대략 1주일 조금 넘어 버는 돈인 듯싶다. 어쨌든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황혼 홈페이지에 들어갔고, 이내 게시판으로 들어가자 한 페이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떤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웅?”
웬 영웅이야?
일단 눈에 보이는 제목은 이렇다.
[황혼에 영웅 등장.]
[이번에도 엠페러 길드가 일 하나 저질렀구나.]
[눈팅만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소식.]
[존나 부럽다. 영웅이라니.]
[하르페 제국에서 탄생한 영웅.]
‘이게 뭔데 이러지?’
궁금했던 난 제일 위에 있는 글을 클릭했다.
딸각-
[황혼에 영웅 등장.]
[내용:오늘 황혼에 영웅이 등장했다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알아보니 엠페러 길드의 부길마더군요. 메시지 내용은 누구도 이루지 못할 업적으로 영웅이 됐다고 하던데, 그 방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엠페러 길드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묻고 있다고 하니 조간만 그 해답이 나올 듯합니다. 그리고 밑에는 조금 전에 뜬 메시지를 캡처한 겁니다.]
밑으로 내려보니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어떤 글이 적혀져 있었다.
[하르페 제국에서 영웅이 탄생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쉽게 이루지 못할 업적으로 영웅이 된 그의 이름은 루딘입니다.]
“……이거 내 이야기였나?”
보니까 그때 접속 중인 모든 플레이어에게 메시지가 뜬 모양이었다. 황당하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직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지금껏 황혼에서 무슨 짓을 해도 전체 메시지가 뜬 적은 없었는데 그게 오늘 나로 인해 깨진 거였으니 말이다.
‘쯧, 보나마나 접속하는 순간 시달리게 생겼군.’
뭐, 그렇다고 해도 내게 연락할 인물은 아이젠이랑 라즈밖에 없다. 거기서 라즈는 연락을 하지 않을 거 같으니 아이젠밖에 없을지도 몰랐다. 난 거기까지만 생각하고는 영웅과 관련된 글을 제외한 다른 글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회복 계열 플레이어에게 추천하는 동료 NPC.]
[내용:회복 계열의 플레이어도 혼자서 사냥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은 동료 NPC를 영입하는 겁니다. 특정 NPC의 호감도를 100 채우면 동료 NPC로 영입이 가능한데, 그 동료 NPC의 재능에 따라 스킬 습득 개수가 정해지는 듯합니다. 제가 동료 NPC 3명 정도 영입을 해보니 대략 6~8개의 스킬을 습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동료 NPC는 죽어도 장비를 떨어뜨리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소환이 가능하니 회복 계열의 플레이어라면 꼭 NPC부터 영입하세요.]
“레이안이 스킬 14개를 습득할 수 있었나?”
3명의 NPC를 영입했는데도 스킬 6~8개라면 레이안은 비교적 뛰어난 편인 듯했다. 지금은 그런 레이안보다 내가 훨씬 강해 소환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근데 이제는 동료 NPC도 영입하는 사람이 있네.”
내가 레이안을 영입했을 때만 하더라도 동료 NPC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동료 NPC를 얻을 수 있는 공략까지 나오고 있으니 뭔가 새삼스럽기도 했다.
[레어 강화석 획득!]
[내용:진짜 힘들게 결투장을 뛰어 드디어 레어 상자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그 레어 상자를 개봉해보니 황당하게도 레어 강화석이 나오더군요. 허무하긴 했지만 레어 강화석의 옵션을 보고 그 생각을 바꿨습니다. 아직 사진을 찍지 못해 올리지는 않았지만 레어 강화석은 10강 이상의 아이템도 강화가 가능하다고 적혀져 있었습니다. 이로써 황혼의 있는 아이템은 10강 이상 강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10강 이상이 가능하다라…….”
문제는 레어 강화석이다. 어디서 레어 강화석을 구하겠는가? 레이드를 뛰면 나올까? 아님 레어 상자를 통해 강화석을 뽑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상자가 아까웠다.
아무래도 강화석보다는 장비 계열이 비쌀 테니 말이다.
‘어쩌면 10강이랑 11강의 가격 차이가 상당할지도 모르겠네.’
10강까지야 그냥 강화석으로도 강화할 수 있는 반면, 11강은 레어 강화석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 강화석 비용과 성공 확률을 따지면 분명 가격 차이가 상당할 거라 생각한 난 다음 글을 읽어보았고, 또 그렇게 시간은 지나 5시를 넘게 가리키고 있었다.
“후, 재훈이 녀석이 전화를 받을까.”
대충 한 시간 조금 넘게 게시판을 뒤져본 난 슬슬 재훈이에게 연락하기로 하며 전화를 걸었다. 만일 받지 않는다면 그대로 황혼에 접속할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재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았다.
-어, 기원아.
“아까 무슨 일로 전화했어?”
-그냥 이야기나 하려고 했지. 근데 일부러 점심시간에 걸었는데 안 받더라?
그야 그 시간에는 내가 황혼에서 레어 상자를 붙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대답할 수 없었던 나는 돌려서 말했다.
“핸드폰을 책상 위에 놔두고 갔거든.”
-그래?
“응. 아, 토벌에 성공했다며? 축하해.”
축하한다는 내 말에도 재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토벌에는 성공했지만…… 길드가 망하기 직전이라서. 젠장, 이게 다 루딘 그 개자식 때문에!
“…….”
녀석이야 아무것도 모르고 내뱉은 말이겠지만 당사자인 내 입장에서는 쉽게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대놓고 개자식이라니? 그래도 그 말에 반응할 수 없었던 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다.
“들어보니 대항해 길드에서 고용한 거라며?”
-그건 맞아. 근데 고용됐으면 얌전히 있을 것이지, 괜히 나서서 일만 크게 만들고. 넌 모르겠지만 루딘이 배를 지키려고 크라켄의 공격을 막아낸 적이 있었거든? 그걸 보고 내 여자 친구가 멋있다고 해서 한바탕 싸우기까지 했잖아.
“아…… 그거 참 힘들었겠네.”
-그렇지? 그깟 게임 폐인 자식이 뭐가 멋있다고. 나도 회사만 안 다녔으면 그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을 텐데.
“으, 응.”
그런 일까지 있었나? 차라리 녀석이 탔던 배가 아닌 다른 배에 탔다면 조금은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아무튼 루딘 그 망할 놈 때문에 길드는 길드대로 무너지고, 여자 친구랑 싸우고. 후, 진짜 만나기만 하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라니까.
“…….”
-아, 맞다. 근데 너 황혼에서의 아이디 뭐야?
“응?”
아이디? 설마 내 아이디를 물어보는 건가?
-전에 만났을 때 황혼 한다며? 생각해보니 아이디도 안 물어봤잖아. 혹시나 길드가 망하면 하르페 제국으로 가게 될 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알아두려고.
“아, 그게…… 헤론.”
뭔가 생각나는 아이디가 없어 급하게 나와 친분이 있다고 생각되는 남자 아이디를 떠올렸다. 문제는 두 명밖에 없다는 것. 남은 하나는 아이젠이었는데, 그놈은 너무 유명해서 부르기가 힘들었고, 남은 한 명은 헤론밖에 없었다.
-헤론? 그래, 알았어. 지금은 잠깐 시간 내서 전화한 거니까 다음에 또 연락할게.
“……그래.”
그렇게 통화를 끝낸 난 핸드폰을 책상 위에 던져두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한 거짓말이 이렇게 돌아오는구나. 녀석이 진짜 하르페 제국으로 넘어오면 어쩌지? 뭐, 빠져나갈 방법이야 많다. 오늘은 접속하기가 힘들다며 빠지면 되니 말이다.
다만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닌지라 다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냥 루딘이라고 말할 걸 그랬나.”
한동안 거기에 대해 고민한 나는 이내 아무 의미가 없는 고민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황혼으로 접속을 시도했다. 이미 접속을 종료한 지 1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다시 6시간 동안 접속할 수 있었다.
또 그렇게 11시에 접속을 종료해 잠들면 될 거 같았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접속을 하자마자 나타난 배경은 조금 전 베크샤와 싸웠던 공터. 난 바닥에 반짝이는 약초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 공터를 한번 둘러보고는 곧 획득한 아이템을 확인하기로 했다.
“물품 보관창.”
어디보자…….
‘오, 이게 몇 개야?’
생각보다 많이 들어왔네.
못 보던 아이템이 대략 10여 개 정도 들어와 있었다. 전부 베크샤에게서 나온 아이템이라 생각하니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 난 그중 가죽으로 된 투구부터 꺼내 확인했다.
[공포를 부르는 가죽 투구] (Rare)
설명:공포의 상징이라 불리는 베크샤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투구. 적갈색으로 이뤄진 이 가죽은 베크샤의 채취가 묻어 있어 웬만한 대상에게 정체모를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베크샤가 지닌 고유의 힘마저 깃들어 있어 착용자의 힘을 올려주는 효과마저 있다.
<근력(20), 민첩(30), 체력(25), 위압(30)>
<대지 속성 저항력 3%>
방어력:80 마법 방어력:65
내구력:125/125
*근력 50 상승.
*공격 속도 20% 상승.
*세트 효과(1/5)
-2부위 장착 효과:근력 5% 상승.
-3부위 장착 효과:근력 10% 상승.
-4부위 장착 효과:대지 속성 10% 상승.
-5부위 장착 효과:B랭크 스킬 '공포의 오라(LV20)' 적용.
“어? 레어 세트?!”
혹시 몰라 아이템 창을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모든 세트가 들어 있었다. 내가 며칠 간 개고생을 하며 검푸른 세트를 겨우 모았는데, 이 세트는 그냥 나온 것이다.
다만 내가 사용하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지금의 난 위압 능력치도 없는데.’
또한 검푸른 세트 마지막 효과인 수호의 갑옷이 너무 좋았다. 만일 내가 입고 있는 세트 중 하나라도 제외한다면 수호의 갑옷은 사용하지 못하니 역시나 내가 쓸 아이템은 아닌 듯싶다.
“그리고 공포의 오라가 적용이라…….”
여기서 적용이라는 말은 패시브 형태의 스킬이라는 뜻이다. 즉, 착용만 하면 공포의 오라가 계속 사용된다는 말인데, B랭크 스킬이라 그런지 별로 끌리지는 않았다.
“스킬북은 두 권…… 아니, 한 권 나왔네.”
여기서 다른 한 권은 랜덤 스킬북일 테니, 남은 한 권이 베크샤가 준 스킬북일 가능성이 높았다.
[공포의 일격] (B랭크)
설명:상대방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일격 기술. 이 기술을 사용하면 확률적으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공포에 걸려든 상대방은 공격력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상승 능력치:근력(5) 위압(5)>
“……이러면 말이 다른데.”
얼떨결에 위압 능력치를 주는 스킬북마저 생겼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고민은 나중으로 미룬 난 획득한 다른 아이템을 살펴보았고, 각각 베크샤의 이빨과 발톱. 그리고 가죽이라는 레어 재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빨과 발톱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죽은 쓸모가 없고.”
또 내가 얻은 게 뭐가 있더라?
“아, 칭호.”
베크샤에게서 얻은 아이템을 전부 확인한 나는 칭호가 현세의 영웅으로 바뀌었다는 걸 떠올리고는 그 칭호의 옵션을 확인하기로 했다.
[현세의 영웅] (칭호)
설명:홀로 자신보다 강한 보스를 몇 번이나 쓰러뜨리고,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마저 쓰러뜨렸다.
-생명력 20% 증가.
-마나력 20% 증가.
-모든 능력치 20% 증가.
-NPC가 함부로 무시하지 않음(상시 적용).
“이건 진짜 애매하다.”
생명력과 마나력은 넘어가더라도 모든 능력치 20%는 상당히 끌렸다. 방어력을 유지하느냐, 아님 능력치를 올리느냐의 차이이기도 한데 난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칭호 교체. 현세의 영웅.”
[칭호 '현세의 영웅'으로 교체합니다. 남은 교체 횟수 0번.]
‘방어력이야 수호의 갑옷으로 때우면 되니까.’
아무튼 칭호 문제를 해결한 난 레어 세트에 대해 생각했다. 이걸 실시간 경매장으로 넘길까? 일단 내가 쓴다는 선택지는 포기하기로 했다. 세트 효과야 둘째 치더라도 검푸른 세트 중에 4개를 10강까지 강화했기 때문이었다.
검푸른 세트에 들어간 골드만 해도 100골드가 넘어가는데 이 가죽 갑옷으로 바꿔 끼라고?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그래, 연락이 안 올 리가 없지.”
대충 아이템의 확인을 끝낸 나는 다시 아이템 창에 집어넣고는 길드 채팅을 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