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4 第 29 話 =========================================================================
第 29 話 “43일째”
“쿠어어엉!”
콰콰콰콱!!-
다시 두 발로 딛고 일어선 베크샤는 하늘을 향해 포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베크샤의 몸에서는 붉은색 기류가 휘몰아쳤고, 이내 점차 흩어지는 기류 너머로 베크샤의 온몸에서는 붉은색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내 수호방패와 비슷한 느낌인가?’
혹시 몰라 뒤로 한참이나 물러선 나는 베크샤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저게 어떤 스킬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시뻘게진 걸로 봐선 광폭화와 비슷한 스킬인 듯했다.
“쿠엉!”
“제이어의 수호방패!”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파밧!-
재차 공격해오는 베크샤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난 민첩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수호방패를 사용했다. 검푸른 수호자의 세트 효과까지 더해져 2레벨이 추가된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13레벨로 발동되어 총 70의 민첩을 올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베크샤의 움직임은 빨랐다.
‘아니, 조금 느려졌나?’
덧붙여 베크샤는 공격할 때의 움직임이 크다. 즉, 한 박자 빠르게 공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었는데, 난 그 움직임에 집중해 옆으로 자세를 낮춰 공격을 피해냈다.
콰아앙!-
‘후.’
커다란 앞발이 내 옆을 스쳐 본의 아니게 느껴지는 바람과 그 뒤를 이은 굉음.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어쨌든 공격을 회피한 지금이 기회다.
“거신의 질주!”
난 비교적 녀석이 반응하기 힘든 위치라 생각되는 뒷발을 향해 달렸다. 설마 뒷발도 앞발처럼 휘둘러 공격하겠는가? 왠지 그러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곧장 그곳으로 돌진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5,853.]
‘데미지는 좋네.’
방어력과 함께 스킬 레벨까지 올라간 탓인지 꽤 괜찮은 데미지가 나왔다. 또 그런 내 거신의 질주를 이어 우스트의 암흑 광선이 다시 한 번 베크샤를 명중시켰다.
콰아아아앙!!-
[소환 스킬 데미지! 7,860.]
‘음?’
데미지가 조금 더 오른 거 같다?
우스트의 암흑 광선 데미지가 이전보다 더 들어간 것을 확인한 난 곧바로 베크샤가 사용한 광폭화를 떠올렸다. 아마도 광폭화를 써서 방어력이 내려간 듯싶다. 반대로 공격력은 올라갔겠지만 제대로 집중해 피한다면 그깟 공격력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보다 지금까지 준 데미지가 2만인가?’
물론 레이드 보스의 생명력이 2만으로 끝날 리가 없다. 투루조차 2만이 넘어가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강한 베크샤가 고작 그 정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못해도 5만, 혹은 10만 정도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역동.”
콰아앙!-
[스킬 데미지! 1,220.]
난 내게로 몸을 돌리는 베크샤의 움직임을 멈춘 뒤, 뒤로 물러나 거리를 유지했다. 이렇게 거리를 유지해야 녀석의 공격을 피할 수 있어 한 행동이었지만 베크샤에게는 여간 짜증나는 일이었는지 보다 난폭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어엉!”
어떻게든 날 죽이려는 듯이 양팔을 휘두르는 베크샤. 솔직히 말해 피하기가 힘들다. 반응이 조금만 늦어버리면 그대로 얻어맞을 정도였으니까. 다만 내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있었기에 피할 수 있었던 거 같았다.
‘이유가 뭐지? 아!’
검푸른 수호자의 신발.
물 저항력 수치에 따라 이동 속도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신발이다. 덕분에 지금 내 이동 속도는 38%가 아닌 60% 상승된 상태. 제이어의 수호방패로 모든 속성 저항력이 22% 올라갔기에 총 60% 이동 속도로 어떻게든 베크샤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아니었으면 진작에 맞고 날아갔겠지.’
움직이는 속도야 그렇게 빨라졌지만 내 민첩 자체가 상승한 건 아니다. 민첩은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 마지막으로 동체 시력까지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만 지금의 난 이동 속도만 상승되었기에 베크샤의 공격은 여전히 빠르게만 느껴졌다.
‘……근데 내가 이 정도로 잘 피했었나?’
전에 트롤을 상대했을 때에는 트롤의 움직임이 너무 느렸다. 그래서 쉽게 회피할 수 있었지만 베크샤는 그런 트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회피하고 있는 나.
뭐랄까? 처음과는 다르게 점점 베크샤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였다.
“……?”
어?
순간,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공격하고 있는 베크샤의 움직임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듯했다. 이게 뭐지? 아니, 생각할 것도 없이 두 번째 직감이 발동된 것이다.
‘씨발, 이게 왜 발동돼?!’
대체 언제부터 발동된 거야!
그리고 두 번째 직감을 인식하자마자 베크샤의 움직임은 점점 뚜렷하게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난 일단 직감대로 미리 움직여 베크샤의 공격을 피해내 곧장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856.]
‘어떻게 해야 되지?’
두 번째 직감은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이번에도 입원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의 내 상태라면 이 레이드 보스도 잡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기긱!”
문득, 우스트가 소환한 나무뿌리가 죽음의 나무로 진화되어 다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저게 달려와도 또 죽을 게 뻔한데.’
더군다나 베크샤의 연속 대지 치기는 범위가 넓어 나까지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영혼의 족쇄로 막을 방법이 있지만 지구력이 아깝다고 할까? 행여나 장기전이 될지도 모르는 이 전투에서는 쓰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거신의 질주를 한 번 더 쓰고 말지.
또한 죽음의 나무들이 베크샤를 향해 달려들자마자 내 머릿속에서는 베크샤가 연속 대지 치기를 사용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포의 상징 베크샤가 연속 대지 치기를 사용합니다.]
‘역시.’
이젠 의심할 여지도 없다. 그보다 이걸 어떻게 피하지? 남은 수호의 갑옷을 추측해보니 맞으면 깨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떻게든 피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난 베크샤를 주시했고, 이내 바닥을 내리치려는 베크샤를 향해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환영이동으로 이동된 곳은 베크샤의 등. 거기로 이동한 난 재빨리 베크샤의 털을 붙잡고는 있는 힘껏 뇌룡의 포효를 내리쳤다.
[적중 데미지! 854.]
[적중 데미지…….]
“쿠엉! 쿠엉!”
베크샤도 스킬을 사용한 도중에는 취소할 수 없는지 계속해서 바닥만 내리쳤고, 그러는 사이에 난 몇 대를 더 때리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설마 이대로 등에 붙어 있으면…….’
“쿠어엉!”
‘그래, 그럴 리가 없지.’
혹시나 등에 매달리고 있으면 공격받지 않고도 베크샤를 공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베크샤는 앞으로 한 바퀴 구르며 나를 짓누르려고 했다. 그 행동을 감지한 난 어쩔 수 없이 뛰어내렸고, 이내 우스트의 암흑 광선이 구르고 있는 베크샤를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아앙!!-
[소환 스킬 데미지! 7,852.]
‘믿을 게 암흑 광선밖에 없다니.’
그러고 보니 암흑 광선을 몇 번이나 날려야 베크샤가 죽을까?
계산은 금방 나왔다. 20번. 20번의 암흑 광선을 맞으면 이 베크샤를 죽일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몇 번의 공격을 더 한다면 20번 이하로 줄어들 테니 나름대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진짜 고민되네.’
우스트의 암흑 광선은 거의 1분도 안 되는 시간마다 날아오고 있다. 그러니 무조건 20분 이내에 끝난다는 소리다.
‘20분 이내라…….’
만일 베크샤를 잡는다면 보상으로는 어떤 게 나올까? 자그마치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다. 못해도 레어 아이템이 하나 이상은 나올 게 분명했다. 게다가 베크샤를 잡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닌지라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쿠어엉!”
“제기랄!”
결국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을 짧은 욕으로 표출한 난 도망친다는 선택지를 버린 채,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소환 스킬 데미지! 7,388.]
정확히 18번째 암흑 광선이 베크샤의 몸에 적중하자마자 난 거리를 벌려 결과를 지켜보았다. 예상대로라면 이 공격에 베크샤는 죽는다. 또 이런 내 예상대로 베크샤는 그 커다란 덩치를 서서히 무너뜨렸다.
쿠웅!-
“후, 드디어 잡았다.”
더럽게 질긴 놈.
싸우는 도중에 제이어의 수호방패로 소모되는 지구력이 걸렸으나 다행히 녀석의 광폭화도 계속 지속되지는 않았다. 광폭화가 사라지면 나 역시 수호방패를 쓰지 않은 채로 지구력을 아꼈고, 그렇게 시간을 끈 결과 베크샤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보다 나 혼자서 레이드 보스를 잡을 줄이야.’
제멋대로 발동된 직감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 어찌 됐든 가까스로 베크샤를 잡은 난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의 끈이 풀렸다.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공포의 상징 베크샤가 쓰러졌습니다.]
또 그런 내게 고생했다는 듯이 보상이 쏟아졌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사망한 플레이어는 지금의 기여도에서 제외됩니다.]
[루딘 님의 기여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데미지 267,338 회복 0. 보조 0. 도합 267,338. 결과…… 1위입니다.]
[경험치 1,800,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25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공포를 부르는 가죽 투구'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공포를 부르는 가죽…….]
[띠링!~ '공포를…….]
[띠링…….]
“……몇 개가 올라오는 거야?”
올라오는 메시지는 얼추 10여 개가 넘어갔다. 원래는 모두가 나눠가질 보상을 나 혼자 독차지한 듯싶다. 아무튼 메시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으며 몇 개가 더 올라왔고, 난 그렇게 올라오는 메시지를 하나씩 확인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레이드에서 기여도 1위를 차지했기에 원하는 스킬의 레벨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습니다.]
[레벨을 올릴 스킬 하나를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올릴 스킬?”
기여도 1위 보상이다. 올릴 스킬을 결정하라고 하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일단 생각나는 건 제이어의 수호방패와 카르젤의 카드소환이었다.
뭘 올리지?
“역시…… 제이어의 수호방패.”
[띠링!~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10, 체력 10 증가합니다.]
아무래도 카드소환보다는 수호방패가 더 올리기 힘든 스킬인 거 같아 그걸로 선택한 나는 곧이어 다시 올라오는 메시지로 눈을 돌렸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자신이 가진 레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보스. 그것도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를 홀로 쓰러뜨린 믿지 못할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이 일은 어느 누구도 달성하지 못할 위대한 업적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이 업적은 지금 위치한 하르페 제국을 넘어 다른 나라까지 울려 퍼질 것입니다.]
[칭호 '무명의 영웅'이 '현세의 영웅'으로 교체됩니다.]
[전투 중 사용했던 스킬의 수련치가 다시 한 번 적용됩니다!]
[띠링!~ A랭크 스킬 '거신의 질주'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6, 민첩 6 증가합니다.]
[위대한 업적으로 '랜덤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진짜 정신없네.”
뭐가 이렇게 많이 올라와?
그래도 메시지는 이게 끝인지 더는 올라오는 게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일일이 확인하고 싶었지만 직감 때문에 불안해진 난 급하게 접속부터 종료하기로 했다.
확인이야 나중에 접속해서 하면 될 테니 말이다.
“접속 종료.”
[접속을 종료합니다.]
[다시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참고로 두 번째 직감은 나 스스로 멈출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접속을 종료하는 것뿐. 그렇게 접속을 종료하고 현실로 돌아온 나는 재빨리 손가락부터 움직였다.
괜찮나? 괜찮겠지? 괜찮으려나?
다행히 조금 어지러운 것만 제외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 같았다. 정신도 뚜렷하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그 아찔한 감각도 없었다.
“후우.”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난 천천히 캡슐에서 나와 몸을 한번 움직여보고는 이내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존 직감은 괜찮은데 이젠 두 번째 직감이 이러네.”
설마 몸이 적응한 건가? 알 수 없는 현상에 의문만 생겨났으나 이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 난 욕실로 들어가 젖은 땀을 씻어낸 뒤,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컴퓨터 앞에 앉으니 휴대폰의 빛이 껌뻑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응? 재훈이네.”
확인해보니 재훈이가 내게 연락했던 거 같았다. 시간은…… 점심시간 때 전화한 건가? 내가 직장을 다닌다고 생각한 녀석이었기에 일부러 점심시간에 전화한 듯했다.
‘지금 시간이…….’
시계를 보니 4시가 넘는 시간. 레어 상자를 붙들고 있었던 게 생각보다 길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전화하는 것보다 퇴근할 시간쯤에 전화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난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