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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32화 (132/211)

00132  第 28 話  =========================================================================

第 28 話 “40일째”

“헤헤, 설마 네가 먼저 의뢰를 하자고 할 줄은 몰랐어.”

의뢰를 하자는 내 제의에 흔쾌히 승낙한 라즈와 함께 의뢰 길드로 향하던 도중, 왠지 기분이 좋은 듯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먼저 의뢰를 하자고 한 적이 없었나?

“아, 무슨 의뢰를 할 거야? 역시 D랭크가 좋겠지?”

“응?”

나 혼자서도 C랭크 의뢰가 가능한데 무슨 D랭크야?

애당초 라즈를 데리고 의뢰를 하는 이유도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난이도가 높은 의뢰를 받는 편이 좋았다. 물론 B랭크는 시작 비용만 100골드였으니 그녀에게도 무리가 있겠지만 C랭크를 할 수 있는 돈은 가지고 있을 거라 믿었다.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유아, 혹은 아이젠과 의뢰를 해야겠지만.

“아니, C랭크 의뢰로 하자.”

“C랭크? 내가 전에 활을 잃어버린 것도 C랭크 의뢰를 하던 도중에 죽어 그런 건데…….”

내가 첫 번째로 만들어준 활은 C랭크 의뢰 도중에 잃어버린 듯하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C랭크 의뢰를 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좋은 활을 들고 있잖아?”

“그래도 죽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 다른 사람을 의지하는 것도 웃기고. 아무튼 난 죽을 가능성이 적은 D랭크 의뢰를 주로 하고 있어.”

‘설마 다른 플레이어도 그러는 건가?’

예상이지만 지금의 라즈는 그럭저럭 적당한 파티에만 들어가도 C랭크 의뢰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반대로 엉뚱한 파티를 만나면 위험하겠지만 말이다.

또 그걸 생각하면 라즈는 혹시나 죽을 경우를 대비해 일부러 D랭크 의뢰를 하는 듯했다.

“나하고 의뢰할 때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하긴, 그것도 그렇겠네. 너라면 혼자서도 깰 수 있지?”

“못 깨지는 않아. 아, 대신 시작 비용만 내줘.”

“시작 비용? 알았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의뢰 길드에 도착한 나와 라즈는 그대로 접수처에 있는 NPC에게 다가갔다.

“C랭크 의뢰를 보여주세요.”

“예, 여기 있습니다.”

받은 종이를 살펴보니 총 세 가지의 의뢰가 적혀져 있었다. 그중에서 전투 의뢰는 하나. 다른 건 채집과 관련된 의뢰와 물건을 훔쳐 달아난 사람을 추적하는 의뢰였다.

“추적도 괜찮을 거 같지 않아?”

“난 추적과 관련된 스킬이 아무것도 없어.”

“그럼 전투 의뢰로 받아야겠다.”

채집이나 추적은 나와 맞지 않았다. 라즈도 그걸 알았는지 전투 의뢰로 결정했고, 난 곧이어 내 앞으로 생겨난 메시지 창을 읽어보았다.

[C랭크 의뢰. '마을 인근 숲에 나타난 트롤을 잡아라'를 받으셨습니다.]

“의뢰 확인.”

[마을 인근 숲에 나타난 트롤을 잡아라.] (C랭크)

내용:하르페 제국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는 주민 전원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이유는 인근 숲에서 트롤이 나타났기 때문.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밖으로 나갈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집안에만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그 트롤을 죽여 주민들을 안심시켜라.

*자동으로 인근 숲으로 이동.

보상:명성(100), 금화(12골드)

적정 인원:3명

‘이런 간단한 의뢰도 오랜만이네.’

그냥 숲으로 가서 트롤만 잡으면 된다. 다만 지금과 같이 간단한 의뢰는 보스가 생각보다 강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봐야 C랭크 의뢰라고 생각한 난 별다른 걱정조차 하지 않으며 의뢰를 시작하기로 했다.

“의뢰 시작.”

[의뢰 장소로 이동합니다.]

파밧!-

의뢰 장소는 내용에 적혀진 대로 어느 숲. 이 숲에 트롤이 있단 말이지? 둘러보니 잡는 것보다 찾는 것에서 시간이 더 걸릴 듯했다. 또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내 옆으로는 라즈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럼 갈까?”

“응.”

이미 내 실력을 알고 있는 라즈였지만 그래도 긴장되는지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전에 C랭크 의뢰에서 죽어 그런 거겠지? 아무튼 그런 라즈도 나와 같이 트롤을 찾아다니면서 천천히 긴장이 풀렸는지 슬슬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크라켄은 왜 잡은 거야? 들어보니 네가 크라켄을 잡아서 이오트 왕국이 난리 났다던데.”

“대항해 길드가 도와달라고 했거든.”

“대항해 길드가? 그냥 도와달라고 하진 않았을 테고…… 뭐 받았어?”

“받기는. 그냥 도와줬어.”

실제로는 200만 원을 받을 뻔했지만 결국 받지 않았으니 그냥 도와줬다는 내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냥? 토벌 의뢰인데도 그냥 도와줬어?”

“대신 레어 상자를 얻었으니까.”

“아, 맞다. 너 레어 상자 세 개 받았지?”

그 레어 상자라는 말에 라즈는 부럽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지만 그것 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팔아도 몇백만 원이나 하는 레어 상자였으니 부럽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이제 이오트 왕국은 어떻게 될까?”

“뭐, 어떻게든 해결하겠지. 애초에 난 이오트 왕국 소속도 아니니 거기까지 신경 써줄 이유도 없지만.”

내 말에 같은 하르페 제국 소속인 라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주제로 넘어가려는 듯했다.

“저기, 루딘…….”

“……잠깐.”

뭔가 말하려는 라즈의 말을 끊은 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분명 무슨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그런 생각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고 있는 큰 바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미친.”

콰앙!-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뭐, 뭐야?”

깜짝 놀라는 라즈의 반응을 무시한 채, 바위를 막기 위해 들어 올린 방패를 내린 내 시선은 한 녀석에게 고정되었다.

크르르…….

‘이런 식으로 몰래 기습할 줄은 몰랐는데.’

어찌 됐든 트롤은 발견한 거 같았다. 녹색의 피부와 못해도 2미터는 넘어가는 덩치. 어제까지만 해도 크라켄과 싸워서 그런가? 별로 크다는 느낌은 없었다. 무리하게 공격한다면 무기가 머리에 닿을 정도이기도 했고 말이다.

“트롤이다!”

“지원 사격 부탁해.”

“아, 알았어!”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원 사격도 필요 없다. 방금 던졌던 바위에도 데미지를 입지 않았으니 결과야 뻔한 일. 거의 예의상 한 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트롤을 발견한 난 곧장 그 트롤을 향해 달렸다.

“쿠어어!”

“느리네.”

아무것도 없는 손을 내게 뻗는 트롤. 하지만 전투에 돌입하고 나니 민첩이 적용되어 상당할 만큼 느리게 느껴졌다. 난 여유롭게 옆으로 돌아 그 뻗은 트롤의 손을 피해내고는 옆구리에다 뇌룡의 포효를 꽂아넣었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2,394.]

‘근력도 떨어지는군.’

데미지를 보니 분명 두 배로 들어간 수치다. 민첩은 물론, 근력도 나보다 낮다는 뜻. 이런 상대로 내가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침착하게 상대했고, 그러는 사이에 라즈의 지원 사격이 이어졌다.

“집중 사격!”

푸욱!-

‘오, 관통 데미지?’

활을 만들어준 보람이 있는 광경. 문제는 관통 데미지로 인해 트롤의 시선이 라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쿠어어어!”

“어딜 가? 도발의 외침!”

콰아앙!-

게다가 지능까지도 나보다 떨어졌는지 라즈에게 향하던 시선이 다시 내게로 고정되는 트롤이었다. 트롤은 다시 내게 팔을 뻗어 어떻게든 붙잡으려는 행동을 취했으나 난 그보다 빨리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뻗어오는 팔을 후려쳤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2,256.]

또한 그렇게 느려터진 트롤을 상대로 빈틈을 보일 때마다 재차 공격을 시도하자 트롤의 인상은 점점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쿠어어어어!!”

[트롤의 포효를 들었습니다.]

[관련 능력치 '투지'로 인해 완벽하게 저항합니다.]

“뭐하냐?”

“쿠어?”

“역동.”

콰앙!-

[스킬 데미지! 1,462.]

역동으로 움직임을 묶자마자 뇌룡의 포효를 휘두른다. 거기서 트롤의 생명력은 끝인지 트롤은 마치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쓰러졌다.

“쿠어, 어…….”

쿠웅-

[띠링!~ A랭크 스킬 '대지의 역동'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10 증가합니다.]

‘오, 마지막에 쓴 보람이 있네.’

메시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으며 몇 개 더 올라왔다.

[보스 몬스터 '숲 트롤'이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9,000 획득!]

[띠링!~ 1골드 25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라즈 님께서 '숲 트롤의 가죽 허리띠'를 획득하셨습니다.]

‘응? 뭐야?’

난 왜 아무것도 안 줘?

이런 몬스터에게서 얻을 아이템이라 해봐야 분명 매직급일 테지만 그거라도 판다면 나름대로의 수입은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닦달한다고 해서 나오지 않은 아이템이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 난 한숨과 함께 라즈를 보자 라즈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루딘, 언제 이렇게 강해졌어?”

“강해졌다고?”

“응, 서큐버스 때보다 훨씬 강해진 거 같던데?”

그야 10강까지 한 레어 아이템이 세 개가 있고, 장신구도 레어로 네 개를 착용하고 있으니 강해질 수밖에. 또 서큐버스를 상대했을 당시에는 검푸른 세트를 모으지 못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민첩도 엄청나게 늘어난 상황이니 라즈가 갑자기 강해졌다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아이템을 맞췄으니까.”

“아이템? 그 상반신만 멋진 그거?”

“…….”

내가 빨리 바지와 신발을 구하던가 해야지. 라즈의 말대로 상반신은 검푸른 색으로 된 멋진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바지는 푸른색 돌로 덮어진 갑옷이었고, 신발은 가죽 신발이었다.

[의뢰를 완료했습니다.]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후, 일단 돌아가기나 하자.”

“응? 아, 그래.”

난 아이템 창을 열어 뇌룡의 포효를 집어넣고는 황제가 준 검을 꺼내 의뢰 길드로 돌아갔다. 라즈는 간단하게 의뢰를 끝내서 그런지 즐거운 표정으로 의뢰를 완료했고, 곧이어 나와 라즈는 의뢰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의뢰 완료 보상 12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관련 아이템 '하르페 황제가 하사한 검' 효과가 발동됩니다.]

[명성이 150 올랐습니다.]

‘어디보자…… 그럼 13골드를 모은 건가?’

10골드 이상 벌었으니 이제부터 나 혼자 의뢰를 해도 될 정도다. 의뢰 완료 보상과 보스에게서 나오는 골드까지 합치면 한번에 10골드 이상도 벌 수 있으니…….

“루딘, 이제 뭐할 거야?”

어느새 의뢰를 완료하고 돌아온 라즈가 물어왔다.

“나? 아마 길드성으로 가지 않을까?”

“아쉽네. 모처럼이니 더 놀고 싶었는데…….”

“던전은 어쩌고?”

“던전? 말도 하지 마. 이미 이 주변은 엠페러 길드가 다 찾았을 걸? 그러니 다른 마을에서 찾아야 되는데, 거기도 다른 길드들이 눈에 불을 키고 찾고 있어서 힘들어.”

아무래도 길드 단위로 찾는 것과 개인이 찾는 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듯했다. 그럼에도 라즈는 혼자서 세 개의 던전을 찾았으니 어떻게 보면 대단하기까지 했다.

“아무튼 길드성으로 돌아갈 거지?”

“의뢰도 끝났으니까. 혹시 곤란한 일 있으면 연락하던가 해.”

“으, 응. 그보다 루딘.”

막상 길드성으로 가려던 찰나에 라즈는 다급히 날 불러세웠다. 그런 라즈를 보니 뭔가 주저하는 모습이랄까? 그런 라즈의 모습에 난 재촉하지 않으며 천천히 기다렸다.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

‘사귀는 사람?’

예상치도 못한 라즈의 질문에 잠시 당황하긴 했으나 곧 솔직하게 대답했다.

“응, 있어.”

“어? 있다고?”

놀라 되묻는 라즈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라즈의 얼굴에는 아주 잠깐이나마 실망한 기색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뒤로는 평소 그대로의 모습을 보인 라즈는 내심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아쉽네. 없다면 내가 확 낚아채고 싶었는데.”

“아쉬울 거 없어.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음, 그건 그래. 어쨌든 난 가볼게.”

내 말에 쉽게 긍정한 라즈는 수고하라는 말까지 남긴 뒤, 의뢰 길드 밖으로 나섰다. 난 그런 라즈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지만 역시 이러는 편이 낫다고 결론지었다.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뭐지?”

오늘이 길드 퀘스트 날인가? 길드 퀘스트를 떠올리니 이 메시지는 그냥 확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약속한 게 있으니 수락하기로 했다.

“설마 오늘이 길드 퀘스트 하는 날이야?”

-아닙니다. 루딘 님을 뵙고 싶다는 분이 찾아왔습니다.

“미친.”

이오트 왕국에서도 날 찾더니 이번에도 날 찾아? 무슨 일로 날 찾는지는 모르겠으나 더는 귀찮아서 가기 싫었다.

“다시 돌아가라고 해.”

-루딘 님을 볼 때까지 못 돌아간다더군요.

“아님 게임 접었다고 말하던가.”

-……예, 알겠습니다.

아이젠도 이렇게 완곡하게 거절하는 내 모습은 처음이었는지 곧바로 길드 채팅을 종료했다. 난 그렇게 채팅이 종료되자마자 귀환 스크롤을 꺼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길드성의 내 방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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