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31화 (131/211)

00131  第 28 話  =========================================================================

第 28 話 “40일째”

“레어 아이템이 도대체 몇 개나 되기에…….”

크라켄에게서 얻은 레어 상자로 검푸른 세트를 뽑아보려고 했으나 여지없이 실패한 난 레어 아이템의 개수부터 추측해보았다. 레어 상자에서는 단순히 장비만 나오는 게 아니라, 소모품. 레시피. 재료까지 튀어나오니 그 종류만 다 합쳐도 몇천 개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몇천 개 중에서 검푸른 세트만 뽑으려고 하니 안 나오는 건가?’

차라리 전에 레어 상자를 뽑았을 때처럼 방패나 망토. 이렇게 넓은 범위로 잡았다면 비교적 쉬웠을 테지만 딱 한 개만 골라 뽑으려고 하니 생각보다 난감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쯧, 며칠 해보고 짜증나면 팔아버리던가 해야지.”

딸각-

[실시간 경매장이 추가됩니다.]

[내용:각 나라 수도마다 경매장 건물이 들어섭니다. 경매는 현실 시간으로 매주 토요일 저녁 8시에 열리며, 등록할 물품에는 제한이 없으나 그중 딱 50여 개의 상위 물품들만 소개됩니다. 몇백, 혹은 몇천 개의 물품이 등록되더라도 시스템이 선별해 상위 50여 개의 물품만 소개되는 겁니다.

선별하는 기준은 등급과 선호도가 되겠습니다. 만일 등급과 능력치가 똑같은 무기인 검과 망치가 있다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검이 우선적으로 등록되는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실시간 경매장은 같은 종류의 물품을 동시에 등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세트 아이템을 전부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며, 랭크는 다르지만 같은 속성을 지닌 스킬북도 동시에 등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50여 개의 물품에 등록하는데 성공한 플레이어는 특정한 방으로 이동해 경매 진행 상황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시간 경매장의 수수료는 5%니 부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어? 패치 됐네?”

황혼 홈페이지에 접속한 나는 곧바로 오늘 패치 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시간 경매장? 자세히 읽어보니 등록된 물품 중에서 상위 50여 개만 경매로 진행하는 거 같았다.

“그보다 수수료가 대박인데.”

실시간 경매장의 수수료는 5%. 현금 거래 시스템으로 20%의 수수료를 떼는 것과 엄청난 차이였다. 100만 원에 물건을 팔면 80만 원이 아닌, 95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이러다 현금 거래창에 레어 아이템이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같은 물건이라도 조금 더 비싸게 팔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심리다. 그걸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실시간 경매장을 이용할 사람들이 많을 것도 같지만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확인할 길이 없었다.

‘토요일이라면…….’

5일 남았나?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하지만 날짜를 알아도 내가 이 실시간 경매장에 올릴 물품은 몇 개 없었다.

“대부분 매직급 아이템이라 50여 개의 물품에는 들어가지 못할 거 같긴 한데.”

그나마 하나 가능성이 있다면 하르페 황제가 준 레어 검 정도다. 그거라면 분명 상위 50여 개의 물품으로 등록될 수도 있겠지만 그 검은 명성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어 팔기가 싫었다.

“아님 투루의 장신구 세트를 넘겨?”

목걸이와 반지가 있으니 그 두 개를 넘기면 되려나? 다만 지금의 투루는 심심하면 잡히는 호구 레이드로 전락한지 오래라 장신구도 별다른 가치가 없을 듯했다.

어쨌든 시간이 남았으니 그 사이에 아이템을 직접 구해서 등록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많은 돈을 벌어 느긋하게 지낸 감이 없잖아 있고 말이다.

그러니 한번쯤은 참여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 난 다음 패치 내용을 살펴보았다.

‘다른 패치는 뭘까.’

[자신의 머리 위에 아이디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내용:몇몇 분들이 정체를 숨기고 사칭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이렇게 패치를 하게 됐습니다. 만일 아이디를 표시하시면 몬스터의 머리 위에 뜬 이름처럼 자신의 아이디가 표시됩니다. 또한 원한다면 장착하고 있는 칭호까지도 표시할 수 있으니 특별한 칭호를 장착하고 있다면 모두에게 자랑하십시오.]

“아이디 표시?”

근데 황혼에 사칭도 있었나? 그래도 아이디를 표시하는 건 자신의 자유였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참고로 말하자면 난 절대 공개할 생각이 없다. 안 그래도 달려드는 길드원으로 인해 짜증나는 일을 겪었는데, 대놓고 '나 루딘이오!' 하며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결국 내게는 쓸데없는 패치였다.

[상태 정보창에 속성 부분이 추가됩니다.]

[내용:많은 분들이 자신의 속성을 상태 정보창에 기입하라고 문의하셨습니다. 그 의견에 따라 이제부터는 속성 공격력과 속성 저항력 부분이 상태 정보창에 기입됩니다. 자신의 속성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고 싶으신 분은 간단하게 상태 정보창을 확인해주세요.]

[이제부터는 날씨에 따라 지구력이 소모됩니다.]

[내용:더운 지역이나 추운 지역에서 활동 시, 그 온도에 따라 지구력이 소모됩니다. 그리고 그런 온도에 노출된 상태에서 지구력이 탈진되면 생명력이 소모되니 다들 주의 깊게 활동하시길 바랍니다.]

[캐쉬샵(Cash Shop)에 새로운 물품이 추가됩니다.]

“대충 이게 끝인 거 같네.”

마지막 캐쉬샵은 별거 없었다. 원격 은행 이용권 정도? 그러니까 은행에 가지 않고도 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인데, 만일 아이템 창이 가득 찬다면 무엇보다 필요한 아이템일 거 같았다.

그래, 가격이 1회 1만 원이라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더럽게 비싸네.’

상태 정보창에 속성이 기입되는 거야 아무래도 좋았고, 날씨에 따라 지구력이 감소되는 것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하르페 제국에서는 날씨가 무덥거나 추운 지역이 없었으니까.

뭐, 저~쪽 북쪽에 위치한 아니스 왕국이라면 또 몰라도.

‘그나저나 볼 게 실시간 경매장밖에 없네.’

나머지는 나와 상관없는 것들이라 그런지 관심조차 가지 않았다. 난 실시간 경매장의 날짜와 시간만 다시 확인하고는 이내 플레이어들이 적어놓은 기사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이오트 왕국. 드디어 크라켄 토벌에 성공하다.]

[크라켄 토벌에 성공한 이오트 왕국. 하지만 잡은 이는 하르페 제국.]

[배 가격의 인상. 앞으로의 전망은?]

[대항해 길드에 대한 원망이 끊임없이 높아지는 중.]

[이 기회를 틈타 절대자 길드와 은하수 길드를 포함한 모든 길드들이 길드원 모집 중.]

“난리 났군.”

돈은 돈대로 쓰고, 얻은 건 원망밖에 없는 대항해 길드였다. 이대로 무너지려나? 무너지든 말든 상관이야 없지만 친구 녀석이 이 길드에 가입되어 있으니 결과가 어떨지 궁금했다.

‘만일 내게도 500만 원을 제시했다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그 500만 원 대신에 레어 상자 세 개를 얻었으니 나름대로 이득이라면 이득이었다. 그냥 단순하게 팔아도 400~500만 원인 레어 상자였으니 말이다. 만일 이 레어 상자에서 장비만 나왔다면 가격은 좀 더 비쌌을 것이다.

하지만 레어 상자를 뽑아 쓰레기 같은 재료만 나왔다는 글이 게시판에 쏟아져 가격이 이 정도로 낮춰진 거 같기도 했다. 그것도 레어 상자의 물량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증거겠지만.

[엠페러 길드의 루딘. 두 번째 토벌 퀘스트에도 활약하다.]

[황혼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 플레이어 1,2위는 아이젠과 루딘.]

[머지않은 미래에 하르페 제국 모든 땅이 엠페러 길드 손에…….]

“내가 2위라고?”

지금까지 너무 날뛰었나? 나 스스로는 순위에 여념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게 신경 쓰였다. 이러다가 앞으로 더 귀찮은 일만 생기는 거 아닐까? 뭐, 그래도 일주일 정도 얌전하게 있으면 금방 잊힐 거라 생각한 난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접속이나 하자.’

검푸른 수호자 세트를 뽑아야 되니.

난 이놈의 검푸른 수호자 세트를 맞춰보기 위해 며칠 간 레어 상자와 씨름한 기억을 떠올리고는 이내 접속을 시도했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황혼에 접속하자 침대 하나만 달랑 있는 휑한 공간이 날 반겨줬다. 길드성에 있는 내 방이다. 집은 유아나 시나. 라즈가 이용하는 반면, 이 방은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기에 어제는 접속하고 있는 내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레어 상자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아마 며칠 더 신세 지겠지.’

못해도 검푸른 수호자 세트를 다 구할 때까지 이곳에 있지 않을까?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레어 상자를 꺼내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띠링!~ 황혼의 패치가 적용되었습니다.]

[적용된 패치에 따라 새로운 명령어가 생겼습니다.]

[아이디 표시 전환.]

“간단하네.”

그나저나 패치라…….

난 오늘 패치 된 내용 중, 상태 정보창에 속성이 기입됐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한번 내 상태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상태 정보창.”

[이름:루딘]

[칭호:빛의 수호자]

[레벨:68]

[명성:1809]

[길드:엠페러(Emperor)]

[생명력:17355/17355]

[마나력:9900/9900]

[지구력:100.0%]

[공격력:3201] [마법 공격력:1056]

[방어력:2200] [마법 방어력:1804]

[능력치]

근력(1356) 지능(282) 민첩(692)

체력(957) 마력(832) 기술(215)

투지(160) 소환(230) 집중(124)

행운(360)

[속성 공격력:모든 속성(5%), 번개(25%)]

[속성 저항력:모든 속성(3%), 물(16%), 바람(5%), 대지(5%)]

[습득한 스킬:20/30]

[동료 NPC:1명]

“번개 속성 25%에…… 물 속성 저항이 16%.”

보나마나 뇌룡의 포효와 검푸른 수호자 세트로 이뤄진 수치다. 원래 뇌룡의 포효는 20% 번개 속성을 지녔는데, 표시는 25%로 되어 있는 것을 보니 모든 속성 5%까지 더한 수치인 듯하다.

어쨌든 내 속성 수치를 확인한 난 상태 정보창을 닫고는 아이템 창에서 어제 지겹도록 본 레어 상자를 꺼내 직감을 사용했다.

‘생각해보면 직감도 이상해.’

전에 도박 승부에서 두 번째 직감을 사용해 병원에 입원한 뒤로 기존 직감을 사용하니 땀도 별로 흘리지 않았다. 어제도 살짝 젖은 정도에서 끝나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어 포기했지만 말이다.

아니, 어쩌면 땀을 흘렸다는 게 이상할 수 있다. 그냥 직감만 사용했을 뿐인데 왜 땀을 흘릴까? 그래도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자, 시작해보자.”

[레어 상자를 개봉하시겠습니까?]

검푸른 수호자의 갑옷 나와라. 갑옷.

“……응?”

순간, 어제 온종일 느껴졌던 감각이 아닌 정반대의 감각에 난 생각할 것도 없이 레어 상자를 개봉했다.

[띠링!~ '검푸른 수호자의 갑옷'을 획득하셨습니다.]

“…….”

지금까지 나와 달라고 사정을 해도 안 나오더니 이번에는 바로 나오네.

[검푸른 수호자의 갑옷] (Rare)

설명:검푸른 색으로 변해버린 갑옷. 이젠 사라져버린 바다의 수호자가 착용한 장비 중 하나다. 바다에 서식하는 용의 비늘을 몇 겹으로 겹쳐 만들어진 이 갑옷은 가공하던 도중, 강대한 마력의 주입으로 색이 바래버렸다. 그럼에도 원래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갑옷이 지닌 장점이기도 하다.

<근력(40), 민첩(20), 체력(50), 마력(30)>

<물 속성 저항력 5%>

방어력:120  마법 방어력:110

내구력:150/150

*생명력 10% 증가.

*물속에서 받는 데미지 30% 감소.

황당하기는 했지만 일단 얻었으니 다행이었다. 난 그 갑옷을 곧장 장착하며 창문에 비춰지는 모습을 보았고, 이내 머리부터 상반신까지는 아주 멋들어진 갑옷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트 효과가 발동됩니다.]

[물 속성 저항력 10% 상승.]

‘이제 하의와 신발만 구한다면…….’

모든 세트를 구하는 것이다. 왠지 오늘은 일이 잘 풀릴 거 같은 느낌이 든 난 다시 레어 상자를 꺼내 도전하려고 했지만…….

[친구 '라즈'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라즈에게서 온 연락에 잠시 행동을 멈추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잘 됐나?’

웬일인지 어제는 라즈가 없어 의뢰를 하지 못했지만 오늘 같이 하면 될 듯했다. 아무래도 돈은 있는 편이 좋았으니 말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라즈의 대화 요청을 수락했다.

-인터넷에서 봤어. 혼자 크라켄 잡았다며?

수락하자마자 들뜬 라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반대로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혼자서 잡았다고? 누가 그래? 그때 크라켄의 다리가 다섯 개만 남아 우스트가 그나마 버틴 거지, 열 개 다 있었다면 봉인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우스트도 죽고 나도 죽었을 것이다.

‘인터넷에 그렇게 적혀 있었나?’

대충 훑어본 터라 그런 내용을 발견하지 못한 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본론부터 꺼냈다.

“지금 시간 돼?”

-시간? 그건 왜?

“괜찮으면 같이 의뢰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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