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8 第 27 話 =========================================================================
第 27 話 “39일째”
촤아아아악!!-
“……!?”
전투 시작 메시지와 함께 바닷속에서는 총 세 개의 오징어 다리가 튀어나왔다. 못해도 50~60미터의 길이는 될법한 크라켄의 다리. 그 다리는 단순히 튀어나오는 것만으로도 거센 물보라를 일으켰고, 덕분에 크기가 작은 배들은 그대로 뒤집히는 광경까지 볼 수 있었다.
‘어? 내가 잘못 봤나?’
아직 내가 타고 있는 배와 저 크라켄 다리와의 거리는 몇백 미터. 물보라의 영향으로 뒤늦게 배가 흔들리긴 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다만 바닷속에서 나온 크라켄 다리 길이가 날 의아하게 했다.
‘영상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긴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지금 크라켄의 다리 길이는 20층짜리 아파트 높이쯤 되는 듯했다. 단지 저 다리만으로도 내가 지금까지 상대한 그 어떤 보스보다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라켄 위치 파악!”
“우회해서 돌아! 대포로 선제공격한다!”
예상대로 먼저 출발한 작은 배들은 미끼였는지 크기를 갖춘 대부분의 배는 크라켄이 있는 위치에서 양쪽으로 나눠 서서히 포위하기 시작했다. 또 당연하지만 미끼 역할을 맡은 작은 배는 크라켄 다리에 학살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쾅!!- 콰쾅!!-
‘이건 뭐…….’
상대도 안 되는군.
수면 위로 드러난 크라켄의 다리가 이리저리 휘저을 때마다 작은 배는 그대로 부서지고 있었다. 배 자체에 내구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크라켄의 다리에 닿을 때마다 부서지고 있는 배들을 보니 뭔가 현실성이 떨어졌다.
그래도 미끼 역할을 맡은 작은 배의 숫자가 많아 그럭저럭 시간은 벌고 있었고, 또 그러는 사이에 크라켄을 포위한 배에서도 반응을 보였다.
“지금이다! 쏴!”
곧이어 포위한 배들 중, 대포를 장착한 모든 배에서는 포탄을 쏘아댔다. 어떤 포탄인지는 모르겠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크라켄 다리가 있는 부분에 떨어진 그 포탄은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콰쾅!-
‘아직 아군이 남아있는데도 쏘다니.’
이것도 사전에 말한 건가? 결과야 둘째 치더라도 그걸 실행한다는 자체가 놀랍기 그지없다. 결국 쏘아진 포탄의 폭발로 인해 헤엄치고 있던 아군들까지 회색으로 변한 것을 본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일단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계속 쏴! 여기서 최대한 피를 줄여야 돼!”
“아끼지 말고 쏴란 말이야!”
“녀석들의 희생을 헛수고로 만들지 마!”
희생은 지들이 내놓고 뭐라는 거야?
어쨌든 준비한 포탄의 양도 상당한지 공격은 끊이질 않았다. 지금까지 쏜 것만 몇백 발은 넘어설 정도. 그리고 그 포탄의 폭발로 인해 수면 위에 드러난 크라켄의 다리 세 개가 끊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효율은 별로 좋지 못하네.’
포탄 수백 발을 써서 다리 세 개를 끊어내는 정도로 끝나다니? 어쨌거나 끊어진 다리 세 개는 다시 수면 아래로 잠기는가 싶더니 이내 엄청나게 큰 오징어 머리가 등장했다.
본체인 것이다.
동시에 그 크라켄 주변으로는 아까 본 다리 일곱 개가 솟아올랐다.
“됐다! 이제부터 전투 시작이다! 접근해!”
‘접근?’
아니, 포탄을 계속 쏘면 되지 무슨 접근을 해? 하지만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크라켄에게 포탄을 쏘지 않으며 서서히 접근만 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모르는 뭔가의 이유가 있는 듯하다.
‘하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그래도 쉽게 공략하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그게 궁금했던 나는 나와 같이 옆에서 구경 중인 플레이어에게 물어보았다.
“왜 포탄을 안 쓰는 거죠?”
“예? 그야 본체가 드러났을 때 대포를 쏘면 헤일장벽이라는 이상한 스킬로 반격하거든요. 그게 50% 확률로 배를 가라앉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못 쏘는 거예요.”
“50%?”
“딱 절반의 확률이죠. 게다가 범위도 장난 아니게 넓어서 쓰면 배 수십 척은 가라앉을 걸요?”
‘그냥 대포로 못 잡게 막아둔 거군.’
어째서 지금까지 토벌에 실패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2차전부터 크라켄과 맨몸으로 부딪쳐야 되다니? 그래도 방법이 없지는 않았는지 각 배에서는 다음 지시가 내려왔다.
“자, 다음 미끼조! 투입!”
‘또 미끼냐?’
이번에는 어떤 미끼인지 확인해보니 각 배에 탄 전사 계열로 보이는 플레이어가 바다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근데 신기한 점은 바다에 빠지지 않고 수면 위로 착지했다고 할까? 그렇게 각각 배에서 내려온 플레이어의 숫자만 1천 명은 되는 거 같았다.
“저 사람들은 왜 바다에 안 빠져요?”
“전부 수상보행을 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별로 좋지는 않아요.”
‘좋지 않다고?’
만일 내가 수상보행을 써서 공격하면 평지에서 싸우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올 듯했다. 그런데 왜 좋지 않다는 걸까? 일단 지켜보고 있으니 크라켄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플레이어를 발견했는지 다리 네 개를 뒤로 젖혀 이내 사방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콰아아앙!!-
길이가 몇십 미터나 되는 크라켄의 다리. 그걸 채찍처럼 휘두르니 거기에 맞은 플레이어는 그대로 즉사하고 말았고, 가까스로 그 다리 공격에서 벗어난 플레이어들도 이내 덮쳐오는 물보라에 휩쓸려 그대로 바닷속으로 잠겨들고 말았다.
“…….”
“크라켄의 다리 공격을 피한다고 해서 피해가 없는 것도 아닌지라…… 어쨌든 근접 공격으로는 절대 크라켄을 잡을 수 없어요.”
“뭐…… 예.”
“그리고 처음에는 저 정도로 강하지 않았는데…….”
‘아, 플레이어를 잡아 레벨업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었나?’
흐음, 레벨업이라…….
지금 내 우스트도 스킬 효과로 레벨이 오른 탓에 처음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그 경우를 생각하면 지금 저 크라켄의 레벨이 10 정도만 올라갔다고 해도 처음보다는 훨씬 강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살아남은 플레이어가…… 200명 정도?’
아까 1천 명이 투입된 거 같았는데 단 한 번의 공격으로 800명이 죽어나갔다. 아니, 그중 절반 이상은 바닷속에 잠긴 거였으니 죽었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했다.
이오트 왕국 플레이어라면 수영과 잠수 스킬 정도는 필수적으로 배웠을 테니 어떻게든 살아있겠지.
어찌 됐든 크라켄의 공격에서 멀쩡하게 살아남은 200명의 플레이어들은 크라켄에게 붙어 어떤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마 내 생각에는 도발 스킬 같았다.
처음부터 도발을 배운 사람들만 투입시킨 거였나?
또한 200명이 외쳐대는 도발에 크라켄의 머리와 다리는 자연스레 그들에게로 향했고, 그러던 중에 어느 정도 접근에 성공한 배에서는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마법!”
“마나력이고, 지구력이고 다 쏟아부어!”
“아, 신호 왔네요. 저도 가볼게요.”
짧은 시간이지만 내게 이것저것 가르쳐준 그는 뱃머리 쪽으로 달려가 마법을 사용했다. 아직까지 남은 배는 100척 이상. 그 모든 배에서 크라켄을 향해 집중적으로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지만 크라켄의 시선은 여전히 도발을 건 플레이어를 향하고 있었다.
콰콰쾅!!-
“폭딜! 폭딜!”
“쉬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포션이라도 마셔!”
날아가는 수십, 아니, 수백 수천의 마법들. 날아가는 종류도 다양하다. 불이고, 바람이고, 번개고 날아가는 종류는 다양했지만 딱 하나. 물 속성만큼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위쪽에서 날아 공격하는 비행 소환수와 정령들. 또한 화살 공격까지. 나였다면 불과 몇 초 만에 죽었을 그런 공격을 1분 내내 받아낸 크라켄은 이내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바다의 폭군 크라켄이 물회오리를 사용합니다.]
“젠장! 스킬 쓴다!”
“도발 안 걸고 뭐하는 거야?!”
‘물회오리?’
콰콰콰콱!!-
순간, 크라켄 주위로 회오리가 갑작스레 솟아올랐다. 그 회오리는 크라켄 머리를 기준으로 솟아오른 거라 가까이 붙어 도발을 걸고 있던 플레이어를 포함해 바닷속으로 잠깐 플레이어까지 모조리 이끌어냈고, 이내 회오리에 휩쓸린 수백 명의 플레이어가 세탁기 내용물처럼 돌아가는가 싶더니 이내 회오리의 끝. 수백 미터 상공에서 사방으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휩쓸리면 데미지를 받나?’
떨어지는 플레이어는 대부분 회색이었다. 난 그렇게 비처럼 떨어지는 회색의 플레이어를 보는 사이, 크라켄은 또 다른 반응을 보였다.
우어어어어!-
[바다의 폭군 크라켄이 먹물안개를 사용합니다.]
“미친, 도발이 완전히 풀렸다!”
“마법 중지! 크라켄은 저기에 없어!”
“지구력 아껴!”
쿠와왁!-
동시에 크라켄은 시꺼먼 안개를 내뿜었다. 내 투구가 어둠속에서 시야를 보는 기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크라켄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아마 어둠과는 다른 속성인 듯하다.
“씨발, 완벽했는데!”
‘크라켄이 저기에 없다면 어디에 있는 거지?’
뭐, 이런 내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 수 있었다.
촤아아악!-
“크라켄이다!”
“뭐하고 있어?! 움직여! 다리부터 공격해!”
다시 나타난 크라켄은 배들이 집결한 부분이었다. 다행히 내가 탄 배와는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그곳 사람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콰드득!- 콰득!-
“다리를 하나라도 끊어내야 돼! 그래야 머리가 나온다!”
“가만히 있지 말고 공격하라고!”
현재 크라켄은 머리를 보이지 않은 채, 일곱 개의 다리만을 이용해 근처에 있는 모든 배를 통째로 휘감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 배에 올라탄 플레이어들은 필사적으로 크라켄의 다리를 공격. 하지만 포탄 수백 발을 쏘아 겨우 다리 세 개를 절단한 크라켄의 그 다리가 플레이어의 공격으로 쉽게 끊어질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내가 타고 있는 배도 저쪽을 돕지 못한다. 거리가 안 되는 것이다.
콰아앙!-
“아, 안 돼!”
“배가 부서진다!”
‘처음에 마법을 너무 사용했던 게 약점이 됐군.’
1분. 그 시간은 플레이어 한 명이 모든 지구력을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F랭크 스킬이라면 모를까, D랭크 스킬만 돼도 지구력이 2%씩 소모된다. 그걸 50번 날린다고 생각하면 1분이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지구력이 남은 플레이어들은 나름대로 스킬을 써가며 크라켄의 다리를 공격했지만 역시나 배가 부서지는 게 빨랐다.
“씨발, 이쪽으로 온다!”
“막아야 돼!”
그리고 배를 부순 크라켄의 다리는 다시 근처에 있는 배를 휘감기 시작했고, 그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다급하게 크라켄 다리를 공격하고 있었다.
“쓰레기 자식들! 도발만 제대로 걸었어도!”
‘근데 이제 도발 걸 사람이 없지 않나?’
도발을 걸 사람이 없다면 차라리 물속에서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플레이어를 붙잡아 물어보았다.
“이렇게 되면 물속에서 싸우는 게 낫지 않아요?”
“무슨 소리에요? 물속에서 크라켄이 다리 한번 휘저으면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또 회오리라도 쓰면 빠져나올 수 없어요.”
“…….”
아무래도 물속에서 싸우는 게 더 힘든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난 이제 배 10척을 부수고 있는 크라켄의 다리를 보았다. 다리마다 한 척의 배를 휘감고 있으니 부수는 속도도 환상적이다.
‘저걸 언제 끊을 수 있을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하늘에서는 한줄기 빛이 떨어졌다.
콰아아앙!!-
‘저건…… 하늘의 심판?’
데드릭이 보유한 스킬이다. 지금까지 공격도 안 하고 뭐한 거야? 나피엘의 지시였나? 아무튼 그 하늘의 심판은 계속해 떨어지고 있었고, 또 그 스킬과는 별개로 크라켄의 다리에는 검은색 불꽃까지 피어올랐다.
그 외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든 녹색의 투창이 크라켄의 다리에 꽂혀 반경 2~3미터의 폭풍을 일으켰는데, 아마 지금 본 모든 스킬이 A랭크 스킬인 듯했다.
‘스킬은 저 세 개가 끝인가?’
그래도 A랭크 스킬답게 데미지는 상당한지 크라켄의 다리 하나가 얼마 지나지 않아 끊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덧붙여 그 광경은 지금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를 환호하게 만들었다.
와아아아아!!-
“드디어 개 같은 다리를 끊었다!”
“그보다 방금 그 스킬은 뭐야?!”
“대항해 길드에서 고용한 사람들 스킬 같던데?”
어쨌든 그 다리 한 개가 끊어지자마자 배를 휘감아 부수던 모든 다리가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크라켄의 머리가 등장했다. 이제 남은 다리는 여섯 개로 줄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