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7 第 27 話 =========================================================================
第 27 話 “39일째”
철커덕-
저택 안으로 들어선 나는 자연스레 내부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아지트로 사용할 만큼 내 집보다는 좋았지만 반대로 아이젠이 사용했던 예전의 그 집보다는 좋지 않았다. 어쨌든 장식물이 몇 개 없어 비교적 깔끔한 느낌의 내부 공간을 둘러보는 사이, 누군가가 1층에 위치한 문을 열고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루딘 님. 여기까지 어쩐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도와드리려고요.”
나타난 인물은 어제 길드성에서 본 나피엘이었다. 그는 내가 이렇게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는지 내심 놀란 표정으로 말했지만 반대로 기뻐하는 기색은 감추지 못했다.
“아…… 도움은 감사하지만 이제 루딘 님을 고용할 비용이…….”
“괜찮아요. 그냥 도와드릴게요.”
“엇?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내가 생각해도 파격적이다. 100만 원. 아니, 200만 원을 거절하고 그냥 공짜로 도와주겠다니? 하지만 애당초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으니 거기에 관해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이쪽으로 오시죠. 다들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내가 올 줄도 몰랐으면서 뭘 기다려?
어쨌든 나피엘을 따라 어느 방으로 들어가니 대략 20명 정도의 플레이어들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특이한 거라면 방에 소파밖에 없다는 정도? 다른 그 어떤 가구도 없이 소파만 주구장창 있는 방을 보니 어제 급하게 설치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인원이 많은데?’
20명인가? 이 인원 전부 고용한 건 아닐 테고, 아마 대항해 길드 사람들까지 섞여 있는 모양이었다.
“나피엘 님. 저 분은 누구십니까?”
“엠페러 길드의 부길마이신 루딘 님입니다.”
“뭣?! 루딘?”
순간 누군가가 내 아이디에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알 것도 같았는데, 아마 잿빛 길드의 마스터인 데드릭 같았다.
‘결국 저놈도 참여하는 건가?’
“이 개자식! 감히 내 지팡이를 팔아넘겨?!”
“뭔 지팡이?”
“투루 지팡이를 말하는 거다!”
“아, 그거?”
기억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재산을 부풀리는데 지대한 공을 이루게 해준 지팡이였으니까. 그걸 두 번 팔아서 3천만 원 이상 벌었지? 솔직히 말해 황혼에서 벌었던 금액 중 절반은 투루 지팡이로 채운 거나 다름없었다.
다만 이미 지나간 일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데드릭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치사한 방법으로 그를 죽여 투루 지팡이를 얻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정정당당한 대결이지 않은가? 아니, 마지막에 내게 협공한 그녀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불리했던 대결이었다.
그렇기에 내 반응 또한 불친절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뭐 어쩌라고?”
“이 미친놈!”
“데드릭 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데드릭이 내게 달려들려고 하자, 주변에 있던 몇 명의 플레이어가 급하게 일어나 데드릭을 붙잡았다. 붙잡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아니면 그동안 실력 좀 키웠나? 뭘 믿고 내게 덤벼드는지 모르겠지만 온다면 피할 생각은 없었다.
“뭐, 내구력이 감소돼서 아쉽긴 했어. 그것만 아니면 더 비싸게 팔았을 텐데.”
“루딘 님도 그만하십시오!”
“…….”
하긴, 나도 데드릭과 싸우기 위해 이곳에 온 건 아니다. 나피엘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인 난 대충 근처 소파에 앉았고, 몇 사람에게 붙잡힌 데드릭도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씨발, 난 저 녀석이 온다는 이야긴 듣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오늘 같이 싸울 동료가 아닙니까.”
동료 같은 소리하네.
덕분에 이곳 분위기가 험악해진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난 이런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나피엘에게 말했다.
“여기 용병으로 온 사람이 몇 명이죠?”
“루딘 님까지 합치면 총 7명입니다.”
‘7명?’
7명 중에서 날 제외한 나머지 6명은 최소 A랭크 스킬을 습득한 플레이어라는 소리다. 지금도 A랭크 스킬을 습득할 방법이 랜덤 스킬북밖에 없었으니 지금 이 여섯 명이란 인원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임이 확실했다.
“그보다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길드에서 여러분들을 고용했다는 사실을 토벌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허락이라…….’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들의 반응을 본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야 그럴 생각이지만 다른 이들도 그럴 줄은 몰랐다고 할까? 또 고민도 없이 끄덕이는 모습을 보니 사전에 이야기가 끝난 듯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만 쉬고 계십시오.”
나피엘은 뭔가 할 일이 있는지 그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고, 그로 인해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어제 강화한 장비 쪽으로 눈을 돌렸다.
[+10 검푸른 수호자의 투구] (Rare)
<근력(35+32), 민첩(20+29), 체력(40+31), 마력(20+32)>
방어력:271(+166) 마법 방어력:193(+118)
*강화 옵션:관통으로 받은 데미지 20% 감소.
[+10 검푸른 수호자의 장갑] (Rare)
<근력(30+30), 민첩(15+28), 체력(40+31), 마력(25+30)>
방어력:259(+159) 마법 방어력:181(+111)
*강화 옵션:근력 200 상승.
[+10 검푸른 수호자의 벨트] (Rare)
<근력(20+34), 민첩(15+32), 체력(30+33), 마력(30+33)>
*강화 옵션:60초마다 C랭크 스킬 '물의 축복(LV10)' 발동.
일단 변한 것만 보자면 이 정도다. 덕분에 내 모든 돈을 쏟아붓긴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애초에 실패도 없이 10강까지 만들었는데 어느 누가 후회할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지.’
라는 생각으로 대략 1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밖으로 나갔던 나피엘이 다시 들어오더니 우리 모두에게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슬슬 시간이 된 거 같으니 일어나도록 하죠.”
“거참, 더럽게 기다리게 하네.”
“그냥 돌아갈까 고민 중이었는데 말야.”
기다린 게 나만 지루했던 건 아니었는지 다들 한마디씩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안내하는 나피엘을 따라 아지트에서 나가자마자 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웅성~ 웅성~
“저 사람이 루딘이야?”
“와, 나 실제로 처음 봐.”
“듣기로는 이번 토벌에 대항해 길드에서 쓴 돈이 3~4천만 원은 된대.”
“3~4천? 진짜 미쳤네.”
“그보다 저 사람 아니스 왕국에 노젠트 아니야? 엄청난 실력자라던데.”
뭐, 뭐야? 이 사람들은?
저택 밖에는 수백 명의 플레이어가 웅성이며 이쪽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당황한 내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문득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나피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시하시고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놈이 아까 1시간 동안 사라진 게 이것 때문이었나?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문 한번 빠르게 퍼트린 거 같았다. 아무튼 그런 나피엘을 따라 한참이나 걸어가니 선착장으로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또 슬슬 시간이 됐는지 근처에는 몇천 명의 플레이어가 배에 올라타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보니 인원도 엄청나게 많네.’
엠페러 길드에서 바무트 교단을 처리할 때만 해도 2천 명 정도였는데, 여기는 훨씬 더 심했다. 진짜 1만 명이 모였나? 아무래도 이오트 왕국에 있는 길드란 길드는 전부 집결한 모양이었다.
“장관이군.”
“이렇게까지 모였는데도 실패하면 다시는 못 일어설 텐데.”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은 거겠지.”
나피엘이 고용한 플레이어의 대화. 그 대화를 들어보니 거의 제삼자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었다. 뭐, 반대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나도 이오트 왕국이 망하든 말든 상관없었으니까.
저벅-
그리고 우리가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선착장 근처. 대략 30~40명의 인원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특이하게도 그 인원을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은 일절 접근조차 하지 않았는데, 나피엘도 나와 나머지 인원을 데리고 그 근처까지만 걸어갔다.
“여기서 기다리시면 될 거 같습니다.”
“왜? 저들이 누군데?”
“이오트 왕국에 각 길드 마스터입니다.”
‘마스터?’
누군가 했더니 길드 마스터였나? 그 말인즉슨 저기에 있는 인원이 30~40명이니 참여한 길드 숫자도 30~40개가 된다는 뜻이다.
‘아, 저 사람도 길드 마스터였나?’
그때 난 조금 전에 날 대항해 길드 아지트로 안내하라고 했던 플레이어를 찾을 수 있었다. 저곳에 있다면 당연히 길드 마스터일 테고, 그렇다면 아까 다른 이에게 한 행동도 그럭저럭 이해가 갔다.
또한 나피엘이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 길드 마스터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이봐, 보니까 꽤 재미난 일을 벌였던데?”
“뭘 말입니까?”
“크라켄 토벌은 이오트 왕국의 일이지 않나? 그런데 왜 다른 나라까지 가서 저딴 녀석들을 불러오는 거야?!”
거리가 있어 그 뒤에 말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나피엘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듯했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몰라도 각 길드 마스터는 나피엘을 향해 어처구니없다는 말투로 소리쳤고, 또 그런 식으로 대화가 이어지는 거 같았다.
‘후, 저래서 언제 출발해?’
영원히 이어질 거 같은 대화도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각 길드 마스터는 결국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돌아갔고, 나피엘 역시 다시 이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짧게 말했다.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드디어 출발인가.”
“기다리다 지치는 줄 알았다고.”
“죄송합니다. 일단 가시죠.”
곧이어 나피엘은 근처 길드원을 불러 나와 다른 인원들을 지정된 배로 안내시켰다. 당연하지만 나 또한 어느 길드원을 따라 대항해 길드에서 준비한 배로 올라탔는데, 이게 그럭저럭 커다란 배인지라 인원이 백명 정도 올라타도 넉넉하게 남을 정도였다.
‘근데 좀 의외인데.’
올라타면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나만 다른 배에 타고 있었다. 나머지 인원은 전부 이보다 더 큰 배에 모아서 태운 것에 비해 나만 이렇게 따로 다른 배에 올라탄 것이다.
한 가지 예상가는 게 있다면 나와 데드릭의 관계 정도일까?
아마 같이 붙이면 서로 싸울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딱히 나쁘지가 않았다.
‘아, 맞다.’
그런데 난 여기서 뭘 해야 되지?
나피엘 이 자식은 날 배까지만 안내하고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수영도 못할 테니 알아서 싸우라는 건가? 왠지 모르게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당한 거 같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게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오빠, 봐봐! 저 사람이 루딘이래!”
“……?”
문득 내 이름이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한곳에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 있는 누군가를 볼 수 있었다.
“으, 응. 그래.”
“와~ 영상에서 보고 완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가서 사인이라도 해달라면 해줄까?”
“황혼에 사인 따위가 어디 있어?!”
‘어라? 저 녀석 설마…….’
재훈인가? 현실과 조금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얼굴형이나 전체적인 느낌이 재훈과 비슷하다는 걸 깨달은 난 곧장 옆에 여성 플레이어를 보았다. 역시나 그 여자도 얼굴이 조금 달랐지만 그때 재훈이 소개시켜준 주연이라는 여성과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항해 길드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아니, 오히려 잘된 거 같았다. 나와 같이 이 배에 있다면 친구 녀석도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어차피 내게 지시한 사항도 없었으니 마음대로 행동해도 될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는 재훈과 주연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만 살펴보았고, 그러던 중에 배는 서서히 출발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자,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굳이 외치지 않아도 외각 쪽에 위치한 작은 배 수십 척이 먼저 출발하고 있었다. 저런 배와 그 배에 올라탄 10여 명의 사람들이 크라켄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마 미끼겠지? 크라켄이 저 배를 먼저 공격하면 이쪽에서 화력을 쏟아부어 잡으려는 계획인 듯했다.
‘불쌍하긴 하네.’
저 녀석들은 뭔 죄를 지었다고 미끼 역할을 하는 걸까? 아무튼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배를 바라오는 사이, 내가 탄 배도 서서히 출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모든 배들도 움직이며 사방으로 천천히 퍼지는 것까지 본 나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느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 수중전이야 처음이지만.’
연습도 했으니 어떻게 되겠지. 아무튼 10분 정도 배를 타고 나아가자 내 앞에는 몇 개의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띠링!~ 당신은 '바다의 폭군 크라켄'의 영역으로 들어섰습니다.]
[경고! 크라켄은 자신의 영역에 침입자가 들어서는 걸 싫어합니다. 지금 당장 도망치지 않는다면 크라켄의 분노를 사게 될 것입니다.]
당연하지만 도망치는 배는 단 한 척도 없었다. 애초에 크라켄을 잡기 위해 모인 인원들인데 여기서 도망갈 리가 없지 않겠는가. 대신 각자 간격을 벌려 피해를 최소화 시키려는 움직임은 보였다.
[아직도 크라켄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해 크라켄이 분노하였습니다.]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바다의 폭군 크라켄과의 전투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