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6 第 27 話 =========================================================================
第 27 話 “39일째”
웅성~ 웅성~
‘확실히 사람들이 많긴 많군.’
결국 어제 아이젠에게서 100골드…… 아니, 정확히 110골드를 받은 난 그 돈으로 검푸른 수호자의 투구와 장갑. 벨트를 10강까지 강화했다. 왜 110골드냐고 물어본다면 난 신경도 쓰지 않았던 의뢰 실패 비용 때문이기도 했다.
길드원과 의뢰를 하는 도중, 개인의 실수로 의뢰에 실패하면 10골드를 지불해야 된다나? 또 그 10골드는 같이 의뢰를 했던 사람들끼리 나눠 가진다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어제는 네 명의 실수로 의뢰가 실패했으니 10골드씩 총 40골드. 또 원래는 10골드를 내는 것도 일주일이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었지만 아이젠은 내가 돈이 급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10골드를 먼저 지불해 도합 110골드를 받아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돈이 아슬아슬하긴 했어.’
아이젠에게 110골드를 받아 121골드. 여기서 86골드로 방어구 강화석 20개를 구매. 또 강화석 조각으로 장신구 강화석이 나온 것을 확인한 난 남은 9개의 장신구 강화석을 25골드에 구매했다.
거기다 마지막으로 이오트 왕국에 위치한 포트런으로 이동하는 비용 10골드. 덕분에 현재 남은 돈은 5실버가 고작이었다.
‘5실버라…….’
게임 첫날에도 이렇게 돈이 없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뭐, 죽어도 떨어뜨릴 돈이 없다는 건 나름대로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대신 레어급 이상의 장비가 떨어지면 울고 싶을 만큼 손해를 보겠지만 말이다.
“씨발, 대항해 길드 놈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놈들을 고용했지?”
“아무런 말도 없이 몰래 고용하지 않았습니까?”
“저희하고 해보자는 뜻인 거 같습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시끄러. 지금은 크라켄 토벌이 중요해. 이번에도 토벌하지 못하면 이오트 왕국을 떠야 될지도 모르니까.”
‘흐음.’
그때 신경질 내며 외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보니 대항해 길드에서 누군가를 고용하긴 고용한 모양이다. 그래, 500만 원 정도면 고용은 할 수 있을 테지. 다만 몇 명을 고용했는지가 궁금했다.
‘10명을 고용하면 무려 5천만 원인데…….’
의외로 대항해 길드가 돈이 많은 듯하다.
어쨌든 그들에게서 시선을 뗀 나는 저 멀리 펼쳐져 있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일단 알아볼 건 어제 다 알아봤고, 다행히 내가 생각했던 것을 문제없이 실행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럼에도 하나 불안한 게 있다면…….
‘바다에서의 움직임이지.’
이것만큼은 하르페 제국에서 확인할 수 없었기에 지금 이곳에서 확인을 끝내야만 했다. 때문에 2시에 출발한다는 것을 들었음에도 12시에 접속해 이오트 왕국으로 넘어온 난 대략 1시간 정도 헤엄칠 생각으로 바다가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못해도 1시간 정도 헤엄치면 감은 잡히지 않을까?
‘그나저나 배가 진짜 많네.’
내가 걸어간 방향은 선착장인지 수백 척의 크고 작은 배가 정박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응? 저건 뗏목인가? 크라켄 토벌에 무슨 뗏목까지 있어? 아무튼 이 모든 배가 크라켄을 잡으러 간다고 생각하니 대단하기는 했다.
‘오, 저 배는 대포까지 있네.’
또한 20~30척밖에 없는 커다란 배에는 대포까지 달려 있었는데, 저 대포와 플레이어의 마법이 합치면 내가 나설 것도 없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뭐, 그렇게 되면 10골드만 날리는 거겠지.
‘10골드라…….’
역시 하르페 제국으로 돌아가는 대로 유아나 라즈를 불러 C랭크 의뢰라도 하는 편이 좋을 거 같았다. 비용은 그녀들이 내고, 의뢰는 내가 깬다고 하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선착장에서 발걸음을 뗀 나는 옆으로 돌아 쭉 걸어가자 이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해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뭔가 이상한데?’
해변을 살펴본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해변에도 플레이어들이 있는 건 있는 거지만 대부분 수영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왜 수영복을 입고 있지? 더군다나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노출이 있는 비키니 차림인지라 절로 시선이 향하고 있었다.
‘자기 얼굴, 몸매가 아니라고 저러는 건가?’
왠지 현실에서는 입어보지 못할 수영복, 여기서 입어보자는 심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실제 해수욕장에 온 것처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정작 내 복장이 신경 쓰였다.
‘갑옷을 입은 사람이 아무도 없네.’
검푸른 수호자 세트나 푸른 돌 갑옷은 중갑 계열이었다. 그런 갑옷을 입고 해변을 걸어가니 몇몇 시선들이 자연스레 내 쪽으로 향했다.
“저 녀석은 뭐야? 왜 중갑을 입고 여기로 와?”
“아, 즐길 줄 모르네. 여기 처음 왔나?”
“그래도 초보자 같지는 않은데? 아니, 그보다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보긴 어디서 봐. 처음 보는 놈이구만.”
“…….”
쩝, 어찌 됐든 그런 그들의 말을 무시한 채 바다로 다가선 난 잠시 더러움 하나 묻어 있지 않은 파란 빛깔의 바다를 보고는 곧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첨벙- 첨벙-
‘어디 보자…….’
물속에 잠긴 발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시원함. 그리고 가슴까지 잠길 정도로 들어가니 몸이 살짝 뜨는 느낌이었다. 비록 내가 지니고 있는 능력치와 스킬로 인해 현실의 바닷가와 조금 다른 듯했지만 확실히 물속에 있는 느낌은 들었다.
‘들어가 볼까.’
가슴까지 들어온 난 천천히 물속으로 머리까지 집어넣었다. 심지어 투구의 효과로 숨도 정상적으로 쉬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난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움직여보려고 했다.
[물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관련 스킬 '바다의 가호' 효과가 적용됩니다.]
[움직임이 보다 자유로워집니다.]
“호.”
이 바다의 가호가 물에 완전히 잠겨야 발동되는군.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10레벨의 바다의 가호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B랭크 바다의 가호 효과] (LV10)
-물속 저항 20% 감소.
-수심 250M 잠수 가능.
-물속에서 헤엄 시, 민첩 50 상승.
-장비로 인한 무게 효과 무효화.
대단한 건지, 아닌 건지 모를 효과들. 이오트 왕국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에게 물어본다면 금방 답이 나오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던 난 스스로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움직여볼까.’
생각과 함께 바닥을 믿고 있는 발을 박차고 앞으로 나가자.
촤아아악!-
“……!?”
내 몸은 순식간에 5~6미터 이상 나아갔다. 평지라면 기껏해야 1~2걸음 정도 나아갈 정도였지만 물속에서는 그냥 미끄러지듯이 쭉 나간 것이다.
‘이거, 적응하려면 꽤 걸리겠는데.’
어쨌든 본격적으로 헤엄을 쳐보니 단순히 발장구만 치는 걸로도 내 몸은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 내 민첩이 700 가까이 되는 게 원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발장구의 강도로 충분히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난 천천히 적응하기 시작했고, 이내 앞으로 나가다 몸을 돌려 정면으로 발을 박차는 것으로 이동 중인 내 몸을 멈출 수 있다는 것까지 깨달았다.
‘대충 알겠군.’
근데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바닷속에서 노는 것도 뭔가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현실과는 다르게 발만 살짝 움직여도 앞으로 쭉쭉 나아가니 재미가 없을 수 없다. 더군다나 여기서는 숨도 참을 필요가 없고, 지치지도 않고 말이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사냥 좀 해봤으면 좋겠는데.’
어느 정도 물속에서의 움직임이 익숙해진 난 사냥을 하면서 전투 감각을 키우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이곳에는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헤엄치고 놀기 위해 만든 공간도 아니고…….
‘하긴, 전투 감각까지는 필요 없겠지.’
크라켄과 죽자고 싸울 것도 아닌데 굳이 전투 감각까지 키울 필요가 있겠는가. 난 그렇게 생각하고는 몸을 돌려 바닷가에서 빠져나가기로 했다. 덧붙여 작정하고 헤엄치니 내 몸은 엄청난 속도로 바닷가를 가로질렀다.
촤아아악!-
“꺄악!”
“뭐, 뭐야?!”
“존나 매너 없네.”
“그것보다 속도 엄청 빠르지 않았어?”
‘아, 실수했다.’
700의 민첩으로 전력으로 헤엄치니 그야 말로 엄청난 속도였다. 덕분에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친 난 잠깐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끝내며 물가에서 걸어 나왔고, 그런 나를 보며 몇몇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저 사람 중갑 입고 헤엄친 건가?”
“아니겠지. 중갑을 입으면 민첩이 90% 감소되잖아.”
“그렇지?”
“헤엄치는 도중에 장비를 바꾼 거겠지.”
입은 장비마다 물속에서 감소되는 민첩이 다른 듯했다. 바다의 가호 효과 중에 무게 효과 무효화가 이런 걸 말하는 건가? 중갑을 입은 상태에서도 내 민첩은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기만 했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스킬인 거 같았다.
‘그보다 집결 장소부터 찾아야 되나?’
아니면 대항해 길드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문제는 그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어차피 집결 장소로 가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만 미리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했다.
‘저쪽 사람들에게 물어볼까?’
주변을 둘러보니 대략 20~30명의 인원이 모여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입고 있는 장비를 보니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아닌 거 같았고, 또 그런 사람들이라면 대항해 길드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난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저기, 물어볼 게 있…….”
“이 새끼는 또 뭐야?”
“어디서 눈치 없이 끼어들고 지랄이야?”
“당장 안 꺼져?!”
“…….”
하…… 씨발.
단순히 물어보려고 했을 뿐인데 돌아오는 반응은 살벌하기 그지없다. 그냥 붙어? 인원이야 몇십 명 된다지만 내가 질 거 같지는 않았다.
“야야, 너희가 그리 몰아붙이니까 애가 겁먹잖아.”
그때 나이가 30대 중반 정도는 되어 보이는 한 남자가 나섰다. 이들의 대표라도 되는지 그가 나서자마자 나를 향해 뭐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입을 다물며 옆으로 비켜섰고, 그는 내게 몇 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그래, 물어볼 게 있다고 했지? 말해봐.”
“……대항해 길드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서요.”
대답을 하면서 새삼스레 느낀 것은 내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어차피 저쪽에서 먼저 덤벼들지 않는 이상 나도 싸울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런 내 대답에 그는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이며 다시 말했다.
“대항해 길드? 그 길드는 왜?”
“크라켄 토벌 좀 도와주려고요.”
“토벌?”
“잠깐? 너 누구야?”
크라켄의 토벌을 돕는다. 단지 이 대답으로도 그들은 뭔가 눈치를 챘는지 내 이름부터 물어보았다.
“루딘이요.”
“루딘? 루딘이라면…….”
“루딘은 엠페러 길드의 부길마잖아?”
“설마 저런 녀석까지 고용했나?”
의외로 내 아이디를 말하니 다들 살짝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씩 했다. 내가 온 게 이상한가? 어쨌거나 처음에 보였던 살벌한 반응이 없어진 거 같아 나름 편하기는 했다.
“야, 이 녀석 좀 데려다줘. 녀석들이 있는 아지트로 가면 될 거다.”
“제가 말입니까?”
“그래, 너 아님 누구?”
“아, 예. 따라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옆에 있는 누군가를 시켜 나를 대항해 길드원이 있는 아지트로 안내했고, 난 날 안내하는 그를 따라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차라리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걸 그랬나.’
아까 반응을 떠올려보면 뭔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누구에게 물어보든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어찌 됐든 10분 정도 계속 길을 걷던 플레이어는 한쪽에 위치한 저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보이는 저 집이 대항해 길드 녀석들이 이용하는 아지트다. 저 집으로 가면 될 거야.”
딱 거기까지만 말한 플레이어는 짧게 욕을 내뱉으며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대충 씨발, 내가 왜 안내해야 돼? 라고 말하는 듯했다. 아무튼 난 그가 가르쳐준 저택으로 향했고, 이내 입구 쪽을 지키고 있는 한 명의 플레이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누구십니까?”
후, 그럼 시작해볼까.
여기서부터는 내가 대항해 길드의 부탁으로 왔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게 다른 길드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지도록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엠페러 길드의 루딘입니다. 어제 도움을 요청하셔서 이렇게 찾아오게 됐습니다.”
“엠페러 길드…… 루딘? 아, 잠시만요.”
내 소개에 기다려달라고 말을 한 그는 대화 요청을 시도하는지 혼잣말로 떠들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말했다.
“예, 죄송합니다. 출입 설정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네요. 자, 들어가세요.”
“예, 감사합니다.”
난 그렇게 대답함과 동시에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