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5 第 26 話 =========================================================================
第 26 話 “38일째”
“역동. 거신의 질주.”
콰아앙!!-
땅을 내찍는 충격음과 함께 내 몸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붉은 기류. 동시에 재차 공격을 시도하는 악마의 몸이 일순간 정지된 것을 확인한 난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는 튕기듯이 몸을 날렸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1,185.]
[스킬 데미지! 3,209.]
[생명력이…….]
“크아아악!”
순식간에 5천의 데미지를 입은 중급 악마. 분명 보스라는 단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죽지 않았다. 하긴, 문지기로 이곳을 지키는 녀석의 생명력이 고작 5천일 리가 없지. 그렇게 스스로 납득하는 사이, 악마는 양팔을 어지럽게 휘둘렀다.
“도발의 외침. 굳건한 방어.”
촤악!-
‘손톱?’
애당초 피하기에는 너무 가까이 붙은 상태였다. 때문에 방어력이 올라가는 스킬을 사용해 데미지라도 줄이려고 했으나 이번 공격은 특이하게도 삐죽한 손톱으로 내 몸을 긁고 지나갔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724.]
[악마의 피에 중독되었습니다.]
[팔찌의 힘으로 무효화 됩니다.]
‘10레벨 이하의 독이었나.’
메시지를 보니 아마 레어 팔찌에 있는 효과. '레벨 10 이하의 모든 독은 무효화'가 발동된 거 같았다. 따라서 지금의 난 손톱에 발려져 있는 듯한 독도 통하지 않은 상태. 또 들어온 데미지를 봐도 내가 유리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파밧!-
‘음?’
그때 뒤쪽에서 뭔가 번쩍인 거 같은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우스트가 소환한 나무뿌리가 죽음의 나무로 진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됐군.
“녀석에게 보내!”
“건방진!”
내 명령에 곧장 달려오는 죽음의 나무들. 악마도 뭔가 대비하려는 행동을 보였지만 그보다 내 행동이 더 빨랐다.
“영혼의 족쇄!”
촤르르륵!-
“크악! 뭐냐, 이 사슬은?!”
영혼의 족쇄의 사슬은 순식간에 악마를 묶어 말뚝으로 끌어당겼고, 그걸 본 나는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악마를 향해 달려가는 20여 개의 죽음의 나무들. 묶은 상태에서도 공격은 가능했는지 악마는 기다란 팔을 열심히 휘둘렀으나 죽음의 나무들은 그냥 없어지지 않았다.
콰아아앙!!- 콰콰쾅!!-
[소환 스킬 데미지! 648.]
[소환 스킬 데미지…….]
‘이래도 안 죽어?’
진짜 생명력이 보스급은 되는 건가? 못해도 1만이 훌쩍 넘어가는 데미지를 받았음에도 죽지 않은 악마를 의아하게 바라본 나였지만 이내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뭐, 죽을 때까지 패면 되겠지.’
“암흑 광선!”
“크아아아! 갈가리 찢어버리겠다!”
우스트에게 암흑 광선을 명령하자마자 격분에 찬 목소리로 외치는 악마. 그리고 그런 악마의 팔에서는 검은 연기 같은 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죽어랏!”
내 수호방패처럼 보조 마법인가? 어쨌든 휘둘러지는 팔을 막은 뒤, 다시 공격하려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콰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817.]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725.]
“큭, 응?”
놀랍게도 악마의 팔을 막아내자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나며 나를 뒤로 밀어냈다. 두 번의 공격이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게다가 추가로 들어온 데미지도 만만치 않았다.
‘일단 데미지가 두 배 올라간 걸로 생각해야 되나?’
문제는 나를 밀어내는 폭발이었다. 폭발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뒤로 밀어내고 있었다. 이러면 접근전을 펼치는 내게 불리했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뇌룡의 포효를 휘둘러 다시 날아오는 팔을 쳐내고는 접근. 하지만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는 반대쪽 팔은 미처 피해내지 못했다.
콰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까다롭네.’
한 2미터 정도 뒤로 밀려난 난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저 팔에 부딪치니 답이 없다고 할까? 뒤로 밀려나기만 하니 접근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거신의 질주로 밀어붙여?’
거신의 질주는 외부 충격을 무시하니 저 폭발로 인해 뒤로 밀려나는 것도 무시할 수 있을 듯했다. 아님 환영이동을 사용해도 된다. 폭발이 까다롭긴 했지만 해결 방법이 전혀 없는 게 아닌 것이다.
또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휘두르는 팔을 피해내는 순간.
쿠와와왁!!-
뒤쪽에서 검은색 빛이 악마를 집어삼켰다. 우스트의 암흑 광선이었다. 덧붙여 그 암흑 광선은 우스트가 지닌 최강의 스킬답게 만만치 않은 데미지를 가져다줬다.
콰아아아앙!!-
[소환 스킬 데미지! 6,765.]
‘……데미지가 내 최고 스킬보다 높다니.’
그냥 소환사로 전향하고 싶은 데미지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우스트에게 걸어줄 회복 마법과 보조 마법만 몇 개 배운다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크어……어어…….”
‘응?’
잠깐 암흑 광선 데미지에 한눈을 팔았던 나는 곧장 정신 차리며 악마를 보았고, 악마는 죽지 않은 대신 온몸이 고통스러운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질긴 놈. 거신의 질주!”
왠지 슬슬 마지막을 느낀 난 마무리 일격으로 거신의 질주를 사용한 채 악마를 향해 달렸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3,198.]
[전투 경험치 6,000 획득!]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B랭크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중급 악마의 징표'를 획득하셨습니다.]
“후.”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난 승부였다.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그럭저럭 이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띠링!~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10, 체력 10 증가합니다.]
“오, 그럼 11레벨인가?”
악마를 죽인 것보다 더 기쁜 메시지 내용을 본 나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건 그렇고 스킬북이랑 징표였지? 난 아이템 창을 열어 악마를 죽이고 획득한 것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B랭크 스킬북이라…….”
참고로 말하자면 내가 배운 스킬 중에는 B랭크 스킬이 없다.
[악마의 권능(암흑 폭발)] (B랭크)
설명:일시적으로 악마의 힘을 이끌어내는 기술. 이 기술을 사용하면 악마의 권능이 깃들어 공격할 때마다 추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하지만 악마의 힘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결코 좋은 결과를 보기 힘들 것이다.
<상승 능력치:타락(10)>
“이건…… 녀석이 마지막에 썼던 스킬 같은데?”
그나저나 설명이 심상치 않다. 분명 좋은 스킬인 거 같지만 그에 따른 패널티가 있을 거 같다고 할까? 더군다나 상승 능력치가 타락이라는 것까지 본 나는 일단 습득을 보류하기로 했다.
“다음은 징표인가.”
[중급 악마의 징표] (Magic)
설명:악마를 죽여야만 획득할 수 있는 징표. 달리 말하자면 악마를 죽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일 이 징표를 모아 빛의 교단에 가져다주면 그에 따른 보상을 내릴 것이다.
“잡템이네.”
이 징표 하나로는 의미가 없을 거라 판단한 난 두 개 전부 아이템 창에 넣고는 다른 이들이 악마를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아직 메시지가 뜨지 않은 걸로 봐서 한참 싸우고 있을 듯했다.
“뭐, 그래도 생명력이 2~3만 정도인 거 같으니 다들 쉽게…….”
[파티원 '헤론' 님이 죽었습니다.]
[영혼 상태로 전환합니다.]
“응?”
헤론이 죽었다고? 헤론의 역할은 전방을 막아주는 탱커였다. 그런데 그런 헤론이 죽었다면…….
[파티원 '유크' 님이 죽었습니다.]
[파티원 '카이어스' 님이 죽었습니다.]
“이런 미친놈들!”
나는 혼자서도 잡았는데 네 명이나 기어들어가서 죽어?!
곧이어 줄줄이 죽어나가는 간부들의 이름을 본 나는 재빨리 헤론과 팀을 이룬 멤버를 떠올렸다. 네 명 들어갔으니 남은 건 다인이겠지? 하지만 다인은 S랭크 스킬을 습득한 플레이어. 잘만하면 다인 혼자서도…….
[파티원 '다인' 님이 죽었습니다.]
[영혼 상태로 전환합니다.]
“…….”
끝났군.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듯이 하나의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의뢰에 실패하셨습니다.]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이러면 내 120골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의뢰에 실패했으니 당연히 날아갔겠지만, 난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이내 실패를 인정하고는 원래 장소로 이동했고, 그렇게 의뢰 길드로 돌아가자 아이젠을 비롯한 두 명의 간부를 볼 수 있었다.
“실패했군요.”
“후, 그놈들은 대체 뭐한 거야? 네 명이 들어가서 뒈지기나 하고.”
“가서 들어보면 되겠죠. 길드성으로 돌아가 기다리면 될 거 같습니다.”
“황혼에서 2시간이나 기다려야 되는데 가서 기다리자고?”
죽음의 패널티는 현실 시간으로 1시간 동안 접속 금지다. 그리고 황혼에서의 시간은 1:2였으니 총 2시간을 기다려야 된다는 말인데, 이런 내 물음에 아이젠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
그래, 나도 이런데 100골드를 날린 넌 오죽하겠냐. 난 고개를 끄덕이며 길드성으로 가서 기다리기로 했고, 곧 귀환 스크롤을 사용해 길드성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계단에 앉은 난 아이젠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루딘 님은 악마를 잡으셨습니까?”
“응? 아, 잡았지. 스킬북이랑 징표 하나 주던데? 넌?”
“저도 잡았습니다. 징표만 나오더군요.”
‘흐음.’
이쯤 되면 아이젠이 대단한 건지, 다인이 쓸모없는 건지 헷갈렸다. 그러고 보니 다인은 황제가 준 퀘스트에서도 아무 도움도 안 됐지? 그걸 생각하면 다인은 몬스터를 상대로 도움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았다.
‘뭐가 문제지? 장비가 안 좋나?’
어쨌든 한참 동안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죽었던 헤론과 그 이외에 사람들이 접속하는 게 보였다. 죽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들 장비 하나씩 빠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접속한 헤론은 나와 아이젠을 발견하고는 죄송하다는 얼굴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의뢰에 실패하게 돼서.”
“그것보다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합니다.”
끄덕이며 설명하는 헤론의 말을 들어보니 그곳에 있었던 악마는 덩치가 있는 녀석이었던 거 같았다. 처음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상대했지만 어느 순간 이상한 스킬을 사용하면서부터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나?
몸에 보호막 같은 것이 생겨나는 스킬이라던데, 그 보호막을 공격하면 데미지의 절반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데미지를 반사한다는 말이네.’
나였다면 그냥 우스트로 밀고 나갔을 테지만 이들은 소환수가 없었다. 맞아도 데미지가 들어오고, 공격해도 데미지가 들어오니 다들 적극적인 공격을 펼칠 수 없었고, 그러다 갑작스레 보호막이 폭발해 전방을 맡은 헤론이 쓰러지면서 나머지 인원들도 추풍낙엽으로 쓰러졌다는 게 설명의 끝이었다.
“에리스 님만 있었다면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아님 저희 쪽만 특별히 어려웠던 게 아닐까요?”
“…….”
저건 또 무슨 헛소리일까? 확실히 데미지 반사는 거슬리는 능력이다. 아마 내가 상대한 놈보다는 조금 더 까다롭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도 난 혼자서 맡았고, 이들은 네 명이서 맡지 않았는가?
아무리 변명을 해봐야 받아드릴 수 없었다.
“루딘 님이 맡은 악마는 무슨 능력을 썼습니까?”
“맞으면 폭발이 일어나면서 뒤로 밀리는 능력.”
“제가 맡은 악마는 세 마리로 늘어나는 분신을 쓰더군요. 확실히 그쪽이 어렵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 네 명이지 않습니까?”
“그건…… 예,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의뢰 실패 비용과 함께 당분간 던전의 보스 공략까지 금지하도록 하죠. 이만 돌아가도록 하십시오.”
“……예.”
의뢰 실패 비용? 보스 공략 금지? 뒤에 보스 공략 금지는 뭔지 짐작이 갔지만 의뢰 실패 비용은 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무거운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는 걸 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게 아닐까 싶었다.
‘아님 보스 공략이 좀 그런가?’
간부 직책으로 보스를 못 잡으니 일반 길드원과 동일한 취급이 아닌가? 난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이내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난 던전에도 들어가지 않으니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나버린 의뢰를 생각하니 한숨만 세어 나왔다.
“하아…….”
그보다 B랭크 의뢰도 실패했으니 돈은 어떻게 벌어야 되지? 문득 이런 내 모습을 본 아이젠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 골드가 좀 필요해서. 레어 상자라도 팔아야 되나.”
아직도 결투장 승점으로 얻은 레어 상자가 내 아이템 창에 있었다. 이걸 팔면 150골드는 나오지 않을까? 검푸른 수호자 세트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일단 팔고 그 돈으로 강화를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골드라…… 그럼 제가 100골드 드리겠습니다.”
“응? 진짜? 아니, 그냥 준다고?”
100골드라는 말에 반색하며 되묻다가 이내 그냥 준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은 난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아이젠을 보았다. 하지만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참 별거 아닌 듯한 말투로 말했다.
“예. 다음 주에 계획을 잡은 길드 퀘스트만 도와주신다면요.”
“…….”
그렇게 조건을 제시한 아이젠의 모습은 아까 상대한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