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4 第 26 話 =========================================================================
第 26 話 “38일째”
대항해 길드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난 수중에서 아무런 제약도 없이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검푸른 수호자 벨트에 있는 바다에 가호 때문이기도 한데, 이건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패시브 형태의 스킬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기여도에서 순위권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대항해 길드까지 무너뜨릴 방법을 떠올렸다.
대신 확인해야 될 게 두 개 정도 있지만.
‘뭐, 안 된다고 해도 상관없겠지.’
안 된다면 아쉽지만 기여도에서 순위권을 차지하면 된다. 크라켄은 분명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일 테고, 또 토벌 이벤트까지 겹쳤으니 1위만 한다면 상상 이상의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난 다시 시나에게 물어보았다.
“토벌이 언제인지 아세요?”
“설마 가시려고요?”
“도움의 손길을 차마 내칠 수 없어서요.”
진심이라고는 전혀 담기지도 않은 내 대답에 시나는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그래도 순순히 알려줬다.
“내일 2시요. 근데 출발 시간이 2시니, 가실 거라면 1시에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장소는 포트런이고요.”
1시에 포트런이라…….
거기까지 들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장소와 시간을 들었으니 내일 찾아가는 일만 남았지만 문제는 비용. 이오트 왕국은 엄연히 다른 나라였으니 공간이동 비용만 10골드가 들어갔다.
‘이럼 강화는 둘째 치고 무기도 못 만드는데.’
강화석 조각은 184개가 있으니 딱 한 개의 강화석을 만들 수 있다. 그 한 개의 강화석으로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았던 나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좀처럼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기를 만들어 파는 건 시간이 너무 걸리고…… 의뢰라도 할까?’
C랭크 의뢰를 하면 10골드 정도는 벌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 돈이라도 별로 큰 도움은 안 될 듯하다. 차라리 B랭크 의뢰라면…….
‘아, 맞다. 아이젠 녀석이 B랭크 의뢰를 하자고 했지?’
무려 100골드를 내야 받을 수 있는 B랭크 의뢰.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받을 수도 없는 그 의뢰를 하면 어떨까? 보상이 적어도 100골드는 될 거라 생각한 난 아이젠에게 연락해 B랭크 의뢰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저희는 퀘스트하러 갈 텐데…… 루딘 님은 안 되겠죠?”
“예? 아, 예. 오늘은 좀 힘들겠네요.”
“루딘 님도 준비는 하셔야 될 테니 어쩔 수 없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루딘이라는 캐릭을 응원하는 입장이라 기대되기도 하고요.”
‘응원?’
“수고하세요. 유아, 가자.”
“으, 응. 그보다 루딘 님. 괜찮다면 저녁에…….”
“그런 말하지 말고 따라오기나 해.”
지켜보고 있으니 시나는 뭔가 말하려는 유아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걸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곧 관심을 접은 난 아이젠에게 대화를 요청했고, 아이젠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요청을 수락했다.
-예, 루딘 님.
“전에 B랭크 의뢰를 하자고 했지? 지금 할 수 있어?”
-소집에 응한 간부가 있다면 가능하겠죠. 지금 하시겠습니까?
“우리 둘이서 해도 되지 않아?”
굳이 간부들까지 모을 필요가 있나?
-실패할 수는 없으니까요. 만일 루딘 님께서 B랭크 의뢰를 받으신다면 저 혼자라도 가겠습니다.
‘돈도 많은 놈이 치사하게…….’
결국 아이젠의 말대로 하기로 한 나는 먼저 의뢰 길드로 가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긴 뒤, 밖으로 나섰다. 만일 B랭크 의뢰를 해결해 100골드를 받으면 방어력이 있는 검푸른 수호자의 투구와 장갑에 강화하면 모든 준비가 끝날 거 같았다.
웅성~ 웅성~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하며 의뢰 길드에 도착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북적이는 플레이어의 모습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많아도 너무 많은데? 분명 오늘이 주말이라 많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았다.
‘의뢰 길드에서 이벤트라도 하나?’
난 주변에서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E랭크 의뢰합니다! E랭크 의뢰해요!”
“길드 구합니다! 열심히 접속할 자신 있어요!”
“의뢰 좀 도와주실 분!”
‘……이벤트가 아니었군.’
정확하게는 이제 막 황혼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인 듯했다. 그런데 지금부터 시작하면 조금 힘들지 않을까? 굳이 시작하려면 친구들과 같이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그럼 의뢰를 해도 사람을 모을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언제 오는 건지.’
한숨을 내쉬며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으니 문득 누군가가 내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툭- 툭-
“……?”
누구지? 라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돌려보니 웬 처음 보는 플레이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엠페러 길드원……은 아니네.’
“저기요, 형. 저희가 의뢰를 하려고 그러는데 같이 하시지 않을래요?”
“누가 네 형이에요?”
“어? 형 아니에요? 저 20살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후, 지금 일행을 기다리고 있어서 안 돼요.”
간소한 차림의 가죽 갑옷. 단검도 장검도 아닌 어정쩡한 길이의 검. 마지막으로 바지와 신발이 초보자 차림이라는 것을 파악한 나는 좋게 거절하려고 했다.
“에이,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도와주세요.”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난 가만히 있을 뿐인데 뭐 이런 녀석이 꼬이는 걸까. 아무리 좋게 말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녀석을 보며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는 있을 때,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딘 님.”
‘이제 왔나.’
돌아보니 아이젠을 비롯한 간부 6명이 있었다. 의외로 많이 데려왔다고 할까? 덧붙여 그들 전부 입고 있는 장비가 화려했다. 당연히 그런 그들이 모여 서 있는 모습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우, 우와.”
“부길마님. 거기 옆에 붙은 그 녀석은 누굽니까?”
“혹시 동생입니까?”
동생은 개뿔.
“아뇨, 전혀 모르는 애에요. 가죠.”
난 엠페러 길드원을 보고 감탄하는 녀석을 무시한 채 재빨리 아이젠과 파티를 맺고 의뢰 길드로 들어갔다. 서로 파티를 맺은 상태에서는 의뢰 길드의 내부 공간도 공유하기 때문에 같이 들어오는 게 가능했다.
아무튼 그렇게 먼저 의뢰 길드 안으로 들어서자, 곧이어 한 명씩 들어오는 간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재미있는 사람이 많네요.”
‘별로 재미없는데.’
그것보다 모인 인원은…….
길드원을 둘러보니 헤론과 유크. 다인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그들은 익숙하게 근처 테이블에 앉아 아이젠이 의뢰를 받아오길 기다렸고, 나 또한 그런 그들을 보며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사이, 아이젠은 한 장의 종이를 들고 다가왔다.
“할 수 있는 의뢰는 이것밖에 없더군요.”
“뭔데?”
내 물음에 아이젠은 말없이 종이를 건네주자 난 그 종이를 받아 확인했다.
[지상에 나타난 악마를 처리하라.] (B랭크)
내용:어느 순간 지상에 나타난 악마들은 그들만의 소굴을 만들어 좋은 않은 계획을 꾸미고 있었고, 그 사실을 깨달은 빛의 교단에서는 토벌대를 파견했지만 안타깝게도 악마들의 함정에 빠져 패배하고 말았다. 당시 빛의 교단에서 고용한 모험가의 말로는 세 군데 길로 동시에 들어가 악마를 잡아야 길이 열린다고 했지만 이미 토벌에 실패한 빛의 교단에서는 더는 투입할 인원이 없어 이렇게 길드에다 의뢰를 신청했다.
*자동으로 악마의 갈림길로 이동.
보상:명성(200), 금화(120골드), 아이템(랜덤 신앙 스킬북)
적정 인원:9명
‘괜찮은데?’
단순하게 세 팀으로 인원을 나눠 악마를 잡으면 되는 것이다. 거기다 보상도 만만치 않았다. 명성과 아이템은 제외하더라도 금화 120골드라니? 난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다른 의뢰가 궁금해 물어보았다.
“다른 의뢰는 어때?”
“적정 인원이 16인이더군요. 때문에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걸로 가지고 온 겁니다.”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은 건가?’
확실히 지금의 인원으로는 16인 의뢰보다 9인 의뢰가 성공 확률이 더 높았다. 괜히 16인 의뢰를 받아 죽기라도 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 않겠는가? 어쨌든 다른 길드원의 의견을 물어보니 대부분 찬성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인원이 8명밖에 안 되니…….”
“예, 이 의뢰로 하죠.”
‘생각해보니 이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네.’
여기 있는 인원 전부가 B랭크 의뢰를 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러니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젠은 굳이 모두의 의견을 듣고 나서야 움직였다.
“그럼 이 의뢰로 신청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NPC에게 다가가는 아이젠. 곧이어 내 눈앞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생겨났다.
[B랭크 의뢰. '지상에 나타난 악마를 처리하라'를 받으셨습니다.]
‘드디어 시작하는군.’
성공하면 120골드를 주는 B랭크 의뢰. 어떻게든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한 난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의뢰를 시작하기로 했다.
“의뢰 시작.”
[의뢰 장소로 이동합니다.]
파밧!-
“음, 여기가…….”
악마의 갈림길인가?
이동된 장소는 한 동굴이었다. 난 동굴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세 개의 갈림길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이내 한 명씩 넘어오는 간부들까지 볼 수 있었다. 어쨌거나 의뢰 내용에 적힌 대로라면 세 팀으로 나눠 동시에 진행해야 될 거 같았다.
‘어디 보자, 세 팀으로 나눈다면…….’
그때 길드원도 나눠야 되는 인원에 대해 고민하는 듯했다.
“이제 인원을 나눠야겠군요.”
“어떻게 나누죠?”
‘별로 고민할 것도 없지 않나?’
나 하나. 그리고 남은 일곱 명이서 인원을 나누면 된다. B랭크 의뢰는 처음이라 내심 불안하기도 하지만 우스트를 소환한다면 그럭저럭 한 사람 이상의 몫은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부길마님. 괜찮으시다면 두 명이서 가시는 게…….”
하지만 간부들의 의견은 내 쪽에 두 명. 나머지는 세 명씩 짝을 지어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난 모양이었다.
“아뇨, 전 혼자서 갈게요.”
“예? 아니, 혼자서 가능하시겠습니까?”
“안 될 건 없죠.”
나름 전력을 다해 싸우면 여기 있는 세 명보다는 강하다고 자부하는 나였다. 그러니 내가 한곳을 맡고, 조금 불안하다 싶은 쪽에 네 명을 밀어 넣으면 서로가 편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지금껏 내 실력을 지켜본 간부들은 차마 반대하지 못했다.
“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내가 한곳을 맡는 걸로 결정되자, 남은 두 팀으로 이런저런 의견이 오갔는데, 결국 아이젠은 이름 모를 간부 두 명과 함께. 나머지는 헤론과 유크, 다인. 그리고 역시 이름 모를 간부 한 명을 데려가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각 팀마다 S랭크 플레이어가 있네.’
나와 아이젠. 다인. 아무튼 그 인원만 생각하면 B랭크인 이 의뢰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듯했다.
“자, 출발하죠.”
“루딘 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간부의 안부에 가볍게 대답한 난 제일 오른쪽에 있는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대략 2~3분 정도 걸어가자 꽤 널찍한 공간이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 녀석인가?’
그리고 그 공간 끝에는 뼈에 가죽만 붙어 있는 괴기한 놈이 서 있었다. 괴기하다고 한 이유는 녀석의 키가 2미터는 넘었고, 지닌 팔은 그 키를 넘어설 정도로 길었던 탓에 도무지 인간으로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중급 악마 코슈]
‘중급 악마라…….’
쿠쿠쿵!-
‘음?’
문득 뒤를 돌아보니 내가 들어왔던 길목이 닫혀버리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도망칠 수 없다는 뜻인가? 동시에 중급 악마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맛있어 보이는 인간이군.”
뭐, 진짜 내가 맛있어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벌린 악마의 입에서는 녹색의 침이 뚝뚝 떨어졌다. 게다가 상어처럼 삐죽삐죽 솟아난 이빨까지 본 나는 내심 물리면 아프겠다는 생각과 함께 뇌룡의 포효를 고쳐 잡았다.
“너랑 다른 길에 있는 악마를 없애면 길이 열리는 거겠지?”
“크큭, 없애? 인간 따위가 꽤 깜찍한 말을…….”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터져 나오는 새하얀 빛. 시작부터 전력으로 싸우기로 한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다음 행동을 취했다.
“칭호 교체. 영혼의 계약. 소환.”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를…….]
“칭호 교체. 빛의 수호자.”
순식간에 모든 준비를 끝낸 난 그대로 악마에게 달려들었다. 악마도 갑작스레 나타난 우스트와 새하얀 빛을 머금고 있는 내 상태를 보고는 잠깐 당황한 듯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난 그 틈을 노려 곧장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729.]
‘생각보다 방어력이 높은데?’
“우스트, 나무뿌리 소환!”
“캬악! 이놈!”
악마는 그 외침과 함께 내게 기다란 팔을 휘둘렀다. 휘두르는 속도는 빨랐지만 반응하지 못할 속도도 아니다. 애초에 내 민첩은 600이 넘은 상태. 난 휘두르는 팔의 방향을 보고 방패를 들었지만…….
으드득!
“……!?”
퍼억!-
놀랍게도 악마의 팔이 괴기하게 수십 번 꺾이며 이내 내 머리를 타격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959.]
‘미친, 무슨 관절이 수십 개는 되나?’
그래도 데미지 자체는 별거 아니다. 이 정도면 그냥 맞붙어도 내가 이길 거라 장담한 난 좀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