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3 第 26 話 =========================================================================
第 26 話 “38일째”
파밧!-
‘응?’
누가 왔나?
귀환 스크롤로 간단하게 집으로 돌아온 난 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거실로 나가보았다. 솔직히 말해 누군지는 정해져 있었다. 아마 유아나 시나. 혹은 라즈가 있을 테지.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며 거실로 나와 보니 예상대로 유아와 시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 루딘 님?”
“안녕하세요.”
내 인사에 시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잠깐 안 본 사이에 장비가 많이 바뀌셨네요.”
“그렇게 많이 바뀌지도 않았어요.”
훑어본 게 장비 때문이었나?
어쨌든 많이 바뀌지 않았다는 내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말하자면 투구, 장갑, 벨트. 이 세 개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나는 바뀐 내 장비. 특히나 투구 부분을 유심히 보더니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그런 투구를 쓰면 시야가 불편하지 않아요?”
“아뇨? 꽤 편해요. 제 눈에는 이 투구가 안 보이거든요.”
“아, 그래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검푸른 수호자의 투구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형태였다. 정확하게는 눈 부분만 제외한 모든 얼굴을 가리는 투구였지만 다행히도 내 시야에는 아무런 불편함을 주지 않았다.
애당초 투구가 시야를 가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전체가 투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으로 대답했지만 그런 내 대답에도 시나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끄덕이기만 했다.
“그럼 사냥하고 오신 거네요.”
“사냥은 아니고…… 그냥 잠시 길드성에 갔다 왔어요.”
“길드성이요?”
“예, 이오트 왕국에서 크라켄 토벌 좀 도와달라고 해서요.”
시나의 질문에 거기까지만 대답한 난 옆에 유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유아는 친근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평소와 같은 모습이지만 분위기만은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단하네요. 다른 나라에서 도와달라고 할 정도면. 또 그냥 도와달라고 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뭐, 100만 원 준다고 하더라고요.”
끝에는 200만 원으로 올랐지만 처음 제시한 금액이 100만 원이니 난 그 금액으로 말했다.
“100만 원? 루딘 님 명성을 생각하면 조금 작은 액수 같은데…….”
“거절했어요. 찝찝하기도 하고.”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제가 그곳으로 가봤자 뭐하겠어요. 원거리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그쪽에서 하는 말이 제 역할은 배 위에서 마법사를 지키는 거래요.”
당연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특출하게 잘 지키는 것도 아니니 굳이 현금까지 주면서 날 고용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200만 원까지 올린 것을 보면 뭔가 이유가 있을 듯한데, 안타깝게도 아이젠 그놈이 말해주지도 않고 가버린 탓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런 역할이라면 굳이 루딘 님에게 도와달라고 할 필요가 없잖아요.”
또 시나도 나와 똑같이 생각한 모양이다.
“저도 그래서 물어봤어요. 아이젠은 뭔가 알고 있는 거 같은데…… 홍보? 길드 대립? 아무튼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홍보와 길드 대립이요?”
내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린 시나는 다시 나를 보더니 이런 말을 꺼냈다.
“뭔가 짐작 가는 게 있긴 한데…… 혹시 그 길드 이름이 뭐였어요?”
“대항해 길드요.”
“괜찮다면 제가 알아볼게요.”
“아뇨, 이미 끝난 일이니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괜찮아요. 뭔가 재미있을 거 같거든요. 또 알아보는 정도라면 별거 아니기도 하고. 루딘 님도 내심 궁금하잖아요.”
“뭐…….”
시나의 말대로 궁금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아이젠 녀석에게 물어보는 것도 싫었던 난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부탁했고, 시나는 맡겨 달라는 말과 함께 순식간에 접속을 종료하고 말았다.
“금방 올게요. 접속 종료.”
‘빠르네.’
진짜 괜한 부탁을 한 건 아닌가? 시나가 먼저 나서서 알아본다고는 했지만…….
‘일단 시나가 돌아오기 전에 철괴부터 구매해놓자.’
300자루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철괴 3천 개 이상을 구매해야 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거 같았다. 아니, 그보다 내가 그 정도 철괴를 구매할 돈이 되나?
‘아…… 돈이 부족하다.’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 그 사실로 인해 잠깐 그 자리에 서서 굳어버린 내게 문득 유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딘 님. 혹시 점심 드셨어요?”
“점심이요? 아뇨, 아직.”
그러고 보니 지금 시간이 점심시간인가? 아침에 돌아오자마자 접속했기 때문에 밥을 먹지 못한 상태였다. 덧붙여 그 질문을 한 유아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알아낸 나는 곧바로 유아에게 물어보았다.
“유아 님은요?”
“저도 아직…….”
“그럼 나가서 같이 먹을까요?”
“예!”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유아.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잠깐 철괴에 대한 생각을 접고 유아와 같이 나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유아와 단 둘이서 밥을 먹는 건 처음인가?
‘뭐, 괜찮겠지.’
“먼저 나가서 기다릴게요.”
난 유아에게 그 말을 남기며 접속을 종료한 뒤, 캡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간단하게 준비를 끝내며 밖으로 나와 유아를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아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뇨, 금방 나오셨는데요 뭐.”
대답하며 나도 모르게 유아를 바라보았다. 긴팔의 롱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간편한 복장. 별로 꾸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절로 눈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원 씨?”
“아, 어떤 걸 드시고 싶으세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아는 황혼에서의 모습보다는 현실에서의 모습이 눈길을 더 사로잡았다. 외모는 똑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난 그 질문부터 했고, 유아는 고민조차 하지 않으며 말했다.
“아무거나요.”
“…….”
가장 어려운 대답이 나왔군.
난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몇 가지 메뉴를 떠올리며 걸음을 옮겼고, 유아는 그런 내 옆에 서서 같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원래는 집에서 만들어드리고 싶었는데 마땅히 할 음식이 없어서요.”
“아, 그래요?”
잠깐 유아가 해준 음식은 어떨지 궁금한 나였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예.”
그나저나 주말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늘이 토요일이었나? 또한 그중에는 몇몇 소수의 사람들이 유아와 옆에 있는 나를 쳐다봤는데, 단지 그 시선만으로도 미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는 건가?’
아님 지금까지 이런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유아를 보았다. 의외로 그녀는 나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표정이 살짝 굳어진 상태였는데 내심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차라리 집에서 먹을까요?”
“네? 어째서요?”
“……아뇨, 잘못 말했어요.”
내가 잘못 봤나?
나를 바라보며 되물어보는 그녀의 표정은 평소 그대로였다. 덕분에 괜히 민망해진 난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했고, 유아도 그런 내 말을 흘러넘기며 어디로 가는지 묻기 시작했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유아와 함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 난 황혼에 접속했다. 시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유아의 의견도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황혼에 접속해 내 집으로 들어오니 앞에는 아까 접속을 종료한 시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체 어디 갔다 이제 온 거예요?”
“유아와 점심 먹고 왔어요.”
“아,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그보다 알아냈어요.”
유아라는 말에 단숨에 넘어가는 시나.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자주 써먹어도 될 거 같았다. 아무튼 시나가 알아냈다는 건 아이젠이 가르쳐주지 않았던 그 이유일 것이다.
‘근데 생각보다 빨리 알아냈는데.’
내심 대단하다고 생각한 나는 시나에게 그 이유를 듣기로 했다.
“먼저 이오트 왕국에 대해 아실 필요가 있어요. 이오트 왕국에는 제일 큰 길드가 세 개 있는데…….”
들어보니 시나의 설명은 이랬다.
이오트 왕국에는 세 개의 길드가 거의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크라켄으로 인해 그 세 개의 길드 모두가 망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되었다.
일단 크라켄으로 인해 사냥 불가능. 몇 차례나 되는 토벌 실패. 게다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크라켄의 모습에 더는 이 나라에 가망이 없다고 여긴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게 된다.
그때 위기를 느낀 길드들은 서로 힘을 합쳐 크라켄을 잡기로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길드고 뭐고 이오트 왕국 자체가 망해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따라서 이오트 왕국에서 가장 크다는 세 개의 길드가 주축으로 각종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대항해 길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잘하면 이번 기회에 다른 길드를 앞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크라켄은 문제가 아니다. 크라켄 이후가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대항해 길드는 토벌 하루 전날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이름이 알려진 플레이어를 섭외하기로 했다.
크라켄 토벌에 실패한다면 의미가 없으나, 성공한다면 다른 누구보다도 큰 공을 세웠다고 주장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고작 그거 때문에요?”
“고작이라뇨? 만일 제가 크라켄을 토벌한 건 각 나라에 있는 A랭크 마법사를 10명이나 고용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다른 길드는 이 토벌에서 기여한 게 무엇인가? 라고 외치면 어떨 거 같아요?”
‘A랭크 마법사 10명이라…….’
그 정도면 기여고 뭐고 분명 도움이 되는 전력이었다. 만일 실제로 그 인원을 고용했다면 크라켄 토벌에 큰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근데 그렇게 해서 뭘 얻어요?”
“아마 홍보나 인지도를 얻겠죠. 다른 두 개의 길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인식 때문에 이미지가 나빠질 테고. 또 원래 그 세 개의 길드는 인원이 2~3천 명이지만 지금은 1500명 정도로 확 줄었어요. 당연하지만 그게 전부 크라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토벌에 성공하기만 하면 다시 원래의 인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요?”
“단순하게 말하면 자기들만 길드원을 모집하려는 거네요.”
“혹시 모르죠. 그 길드원으로 다른 두 개의 길드를 집어삼킬지.”
대충 알 거 같았다. 토벌이 끝나자마자 누구보다 빠르게 길드원을 모아 다른 두 개의 길드를 없애버릴 생각이었나?
“아, 그렇다고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단순히 제 추측이니까.”
“……예.”
“아님 아이젠 님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나요?”
“차라리 모르고 있는 편이 나아요.”
그나저나 내가 크라켄 토벌을 수락했다면 나중에 내 이름까지 거론되는 건가? 우리 길드는 엠페러 길드의 루딘까지 고용했다! 라고 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이용당하는 거 같아 기분이 확 나빠졌다.
‘이것들이 나하고 해보자는 건가.’
크라켄 토벌을 돕고, 홍보까지 돕는 비용이 100만 원이라니? 로즈 길드의 레시아도 그것보다 많은 보상을 줬다. 심지어 크라켄보다 훨씬 약한 우스트를 상대로 말이다. 또 그렇게 생각하니 좀처럼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팟-
“……?”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나와 같이 집으로 돌아온 유아가 접속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접속한 건가? 어쨌든 유아는 나를 한번 보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 시나에게 말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대항해 길드에 대해 생각하는 거겠지. 그보다 루딘 님과 점심 먹었다며? 뭐 먹었어?”
‘응? 잠깐?’
만일 시나의 이야기가 맞다면 대항해 길드는 다른 길드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근데 친구 녀석은 어떻게 알았지? 잠깐 고민한 나는 어렵지 않게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녀석…… 대항해 길드 소속이었군.’
덧붙여 자세한 사실은 모르고 고용한다는 사실만 아는 걸 보니 일반 길드원일 듯했다. 하긴, 직장에 다니는 녀석이 무슨 간부를 달겠는가. 그래도 오늘은 주말이니 황혼에 접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저기, 시나 님. 이번 토벌에도 실패하면 어떻게 될 거 같아요?”
“그야 망하는 거죠. 배 한 척 만드는데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지금 준비된 배만 200척 이상이에요. 거기에 투자한 돈만 해도 엄청날 걸요? 게다가 토벌에 실패하면 사냥은 영영 못가는 거잖아요.”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친구 녀석도 이번 토벌에 실패하면 망한다고 했나? 녀석을 생각하면 도와주고 싶지만 반대로 날 홍보에 이용하려고 한 대항해 길드는 도와주기 싫었다.
“…….”
잠시간의 고민. 다행히 그 고민이 무색하지 않게 난 가까스로 하나의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분명 크라켄 토벌만 도와달라고 했지?’
좋아, 도와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