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20화 (120/211)

00120  第 24 話  =========================================================================

第 24 話 “36일째”

“40초 동안 묶어둘 테니 모든 걸 쏟아부어!”

“40초? 예, 알겠습니다. 전부 공격!”

다행히도 아이젠은 내가 한 말을 금세 이해하고는 모든 길드원에게 공격을 명했다. 길드원들도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곧장 정신을 차리며 보스에게 모든 스킬을 쏟아부었고, 나 또한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544.]

“멸살검!”

아이젠의 멸살검과 길드원들의 마법이 보스의 몸에 작렬한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보스를 상대로 어마어마한 공격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다른 S랭크 스킬을 습득한 다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 여자는 대체 어디서 뭐하는 거지?

“영혼의 족쇄.”

다시 바닥에 말뚝을 꽂으며 둘러보니 한쪽 구석에 서서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는 다인의 모습이 보였다. 다인뿐만이 아니라 몇몇 길드원들도 아무런 행동조차 하지 않은 채 구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가히 그 모습은 나를 당황시키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설마 속성 데미지가 없어서 저러는 건가?’

속성 데미지가 없다면 보스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다.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쓴 거신의 질주도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니 저들이 무슨 스킬을 사용하건 속성 스킬이 아니라면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경만 하는 건…….

‘후, 젠장.’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치밀어오르는 짜증은 어쩔 수 없었다.

쾅!- 콰콰쾅!!-

그나저나 이 보스의 남은 생명력은 얼마야?

적어도 내가 준 데미지만 계산해도 1만은 넘었을 거라 확신했다. 대략 20대 정도 때려도 데미지는 1만이 떴고, 지금 영혼의 족쇄로 묶을 동안 적어도 10대 이상 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생명력. 그것만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단지 생명력을 모른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만일 두 번째 직감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그걸 사용하면 보스의 생명력과 더불어 이동하는 경로까지도 파악할 수 있겠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딴 것에 의지하면 안 되지.’

“영혼의 족쇄!”

어쨌든 마지막 네 번째 영혼의 족쇄까지 사용하고, 아이젠 역시 마지막 멸살검을 펼쳤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스는 죽지 않았다.

‘진짜 사람 미칠 정도로 안 죽네.’

어쩌지? 다른 좋은 방법은 없나?

입술을 깨물며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이제 내게 남은 지구력도 4%. 탈진 상태를 각오하면 딱 하나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루딘 님. 지금은 물러나는 게 좋겠습니다.”

“물러나자고?”

“예. 재정비를 하고 다시 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쿠르르르릉!-

영혼의 족쇄 효과가 끝나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보스. 확실히 방법이 없다. 속성 데미지가 아니라면 공격 자체가 통하지 않으니 다들 속성을 맞춰 도전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정답이었다.

그나저나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도 아닌 놈이 무슨 생명력이…….

‘잠깐? 레이드 보스?’

불연 듯 인터넷에서 봤던 글이 떠오른다. 일반 보스와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의 차이점. 레이드용 보스는 속성이 워낙 높다는 글이었는데, 지금 내겐 그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가 있었다.

“아니, 아직 해볼 게 남았어.”

그 말을 하며 우스트가 그려진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칭호 교체. 영혼의 계약. 소환!”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를 소환합니다.]

[소환수의 레벨이 11 상승합니다.]

[관련 능력치 소환(230)이 보정됩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의 모든 능력치가 115. 생명력과 마나력이 1,150씩 추가됩니다.]

그오오오오!!-

[모든 지구력을 소모하셨습니다.]

[탈진 상태가…….]

마지막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찾아오는 탈진. 이제 지구력이 50% 회복될 때까지 아무런 스킬도 사용할 수 없지만 난 상관하지 않고 소환한 우스트를 바라보았다.

‘이것도 안 되면 도망쳐야지.’

소환한 우스트는 처음 봤을 때보다 꽤 달라진 모습이었다. 원래 우스트는 6~7미터의 크기를 지녔지만 지금은 훌쩍 커져 9~10미터는 되어 보였다. 단순히 크기로만 따지면 근처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보스보다 조금 작은 크기인 셈이다.

“죽여버려!”

그때 내 명령을 받은 우스트의 몸이 살짝 밑으로 향했다 다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응? 저게 지금 고개를 끄덕인 건가? 내가 놀라며 그런 우스트를 바라보는 사이, 우스트는 굴러다니고 있는 보스를 향해 나뭇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아앙!!-

[소환 적중 데미지! 2,408.]

‘……그래도 일반 공격이 속성 데미지로 들어가는 모양이군.’

지금까지 상대한 모든 대상에게 상당한 데미지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럴 거라는 추측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 확실히 레이드 보스다웠다. 어쨌든 우스트에게 한 대 맞은 보스는 곧장 방향을 틀어 그 우스트에게 돌진했고, 우스트는 재차 나뭇가지를 휘둘러 공격을 시도했지만…….

콰아앙!!- 콰드드득!!-

“저건 또 무슨 몹이야?”

“몹이 아니라 부길마님이 소환하신 소환수 같은데?”

“어? 어? 소환수가 깔린다!”

왠지 밀리는 거 같았다.

난 굴러오는 바위를 차마 받아내지 못한 채 지면에 깔려버린 우스트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보스에게 깔리면 민첩이 하락되잖아!’

콰드드득!!-

아니나 다를까, 어떻게든 다시 일어난 우스트는 이전보다 훨씬 느려진 속도로 나뭇가지를 휘둘렀고, 그 나뭇가지가 보스에게 닿기도 전에 한 번 더 지면에 깔리는 우스트를 볼 수 있었다.

아마 민첩보다는 일어나는데 시간을 너무 소모한 게 원인이었던 거 같았다.

‘후, 씨발.’

진짜 돌아가야 되나? 한없이 느려진 우스트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스트는 나무뿌리까지 소환하며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그 나무뿌리도 다시 돌진하는 보스에게 깔려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

잠자코 보고 있으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야! 그거 말고 암흑 광선을 써!”

예전에 우스트가 암흑 광선을 쏘면 플레이어는 무조건 한 명씩 죽었다. 그 정도로 빠르고 강한 공격이 있는데 무슨 나무뿌리를 소환하고 지랄이야?! 아무튼 내 외침을 들었는지 우스트는 입을 쩍 벌리며 검은색 기류를 모으기 시작했다.

‘어? 진짜 내 말을 알아듣는 건가?’

원래도 공격 명령 같은 건 듣긴 했지만 지금은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어쨌든 우스트는 보스를 향해 암흑 광선을 쏘았고, 순식간에 쏘아진 그 광선은 그대로 보스에게 명중시켰다. 어차피 덩치도 워낙 큰 탓에 빗나가기도 힘들겠지만 말이다.

다만 그 암흑 광선을 맞은 보스는 여전히 죽지 않고 굴러다녔다.

그래, 어디 해보자.

“다시 한 번 암흑 광선!”

“그오오오!!”

의외로 내 말을 착실히 듣고 있는 우스트였다. 진작 이렇게 싸울 걸 그랬나? 어찌 됐든 우스트는 다시 기류를 모았고, 그 기류를 모으는 사이에 두 번 정도 더 깔렸지만 꿋꿋하게 일어선 우스트는 다시 암흑 광선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대체 언제 죽는 거지.’

그렇다고 해도 보스가 계속 우스트를 노리고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덕분에 다른 길드원은 안전하지 않은가? 뭐, 그중에는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되는 몇 명도 있지만.

‘응?’

쿠쿵- 쿠쿵-

그때 굴러가던 보스의 몸이 점차 느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혹시나 싶어 자세히 바라보니 점차 느려지던 보스는 이내 움직임을 멈추더니 중앙에 있던 보라색 눈마저 점차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마지막을 알리는 메시지까지.

[보스 '아르나탄'이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30,665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3골드 66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잡았나?’

아직도 의아하게 생각한 나와는 달리, 주변에서는 이곳이 떠나도록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잡았다아앗!”

“마지막에 그런 숨겨진 비장의 카드가 있었을 줄이야!”

“역시 부길마님!”

‘아니, 잡긴 했는데…….’

왜 아이템을 안 줘? 메시지 창을 아무리 봐도 아이템을 획득했다는 내용은 적혀져 있지 않았다. 대신 다른 내용의 메시지 창이 올라왔지만 말이다.

[NPC 의뢰를 완료했습니다.]

[의뢰 경험치 650,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후.”

순식간의 2레벨이 올라가는군. 그럼 68레벨인가? 어쨌든 보스가 죽었다는 걸 확인한 나는 우스트를 역소환했고, 그와 함께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모든 길드원에 내게 다가왔다.

“루딘 님! 방금 그 소환수는 뭐였어요?”

“와, 있었으면 진작 쓰시지.”

“그래도 의뢰를 깼으니 다행이네요.”

“뭐, 예.”

떠드는 소리가 워낙 많아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난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이어 지금까지 잘도 구경한 다인과 그 외에 세 명을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도움이 못 돼서.”

모두 합쳐 네 명의 길드원은 이런 시선에 곧장 사과를 했지만 그때 느꼈던 짜증을 떠올린 난 조금 냉정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예? 아, 예. 그렇죠. 죄송하죠. 도움이 못 됐는데.”

“…….”

그냥 넘어갈까? 같은 길드원이기도 하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 그냥 넘어가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런 말없이 가만히 서 있는 다인을 보고는 곧 그 생각을 바꿔 말했다.

“그럼 보상의 일부분 내놔요.”

“보상의 일부분이라뇨?”

“설마…….”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황실 무구 창고에서 두 개씩 받기로 했죠? 그중 한 개만 내놔요.”

“…….”

이런 내 요구에 다인을 포함한 그들 모두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으하하핫!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보지 않았군. 잘했네. 정말 수고했어.”

의뢰를 끝내고 길드성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그대로 황제가 있는 왕성으로 향했다. 다들 왕성에는 처음 가보는 건지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감탄한 얼굴로 이리저리 둘러보기 바빴고, 그런 우리를 향해 다가온 어떤 하녀의 안내로 인해 황제가 있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황제는 의뢰를 완료한 탓인지 우릴 격하게 반겨줬는데, 반대로 의뢰에 실패했다면 얼굴조차 보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아, 그렇지. 자네들의 일처리 능력이라면 우리 제국에서도 큰 도움이 되겠군. 혹시 제국을 위해 일 해볼 생각이 없는가?”

‘이게 직책 관련 보상이겠지?’

그런 황제의 물음에 다들 원하는 직책을 말했다. 기사단, 마법사단, 혹은 레인저 부대까지. 이런저런 직책이 나왔지만 정작 내 차례가 되자 난 잠깐 생각하고는 황제에게 말했다.

“나중에 말해도 될까요?”

“흐음, 안 될 건 없네.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줘야지. 그래, 혹시라도 제국을 위해 일하고 싶다면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게나.”

“예.”

내가 알기로는 왕성에서 일하면 일주일마다 퀘스트를 완료해야 된다. 왠지 귀찮을 거 같았던 나로서는 나중으로 미뤘고, 황제는 다음 보상을 꺼냈다.

“어쨌든 자네들을 위해 포상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겠군. 보아하니 다들 모험가 같은데…… 역시 그게 좋겠군. 자네들에게 필요한 유용한 장비를 내리도록 하겠네.”

그리고는 누군가를 불러 우릴 황실 무구 창고로 안내했다. 안내한 NPC는 그 무구 창고의 입구까지 안내하더니 이내 이런 말을 꺼냈다.

“여기가 황실 무구 창고입니다. 죄송하지만 여기서부터는 한 사람씩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어째서요?”

“폐하께서 내리신 무구는 두 개뿐. 행여나 그 이상의 무구를 가져가지 않도록 제가 직접 감독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졸지에 도둑 취급을 당한 우리들은 그 NPC를 향해 작게나마 불평을 터트렸지만 곧 몇 명의 길드원이 가장 먼저 내게 말했다.

“그럼 루딘 님이 먼저 들어가세요.”

“저요?”

“루딘 님이 먼저 들어가셔서 물품을 보고 오셔야 저희들도 가져올 수 있잖아요.”

“아, 예.”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난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먼저 황실 무구 창고로 들어갔고, 곧이어 엄청난 숫자와 화려한 장비가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명품관이랑 비교도 안 되는데?’

“천천히 둘러보셔도 됩니다.”

“그래도 돼요?”

“어차피 기다리는 건 그쪽 동료지 않습니까.”

‘……성격 참 멋지군.’

일단 주변에 있는 장비를 둘러본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유니크 장비는 없나요?”

“예. 그런 희귀한 물품은 이곳에 없습니다. 있다면 폐하만 이용하실 수 있는 보물 창고에 있겠죠.”

“보물 창고?”

“참고로 괜한 욕심은 부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곳은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누가 들어간대?

난 그 NPC에게서 시선을 떼며 천천히 장비를 훑어보았다. 대부분이 매직급 장비였지만 간간히 레어급도 섞여 있는 게 확실히 눈요기는 됐다. 지금까지 황혼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레어 아이템을 보는 건 처음이니 말이다.

‘응?’

그러다 왠지 모르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검푸른 색깔의 투구가 있었다.

‘저 투구는…….’

[검푸른 수호자의 투구] (Rare)

역시 검푸른 수호자의 투구! 색깔만 보고 혹시나 했는데 검푸른 세트 중 하나였다. 이게 이런 곳에 있다니? 난 생각할 것도 없이 투구를 집었다. 때마침 내가 필요로 하고 있었던 세트였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고르셨군요. 바다의 수호자가 사용했다는 장비 중 하나죠. 그걸로 하시겠습니까?”

“예. 근데 이 투구 말고 다른 세트는 없나요?”

내 물음에 NPC는 잠깐 생각하는가 싶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개가 더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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