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9 第 24 話 =========================================================================
第 24 話 “36일째”
누군가의 외침대로 보스는 자신의 몸을 굴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크기. 높이가 10미터는 되는 듯한 바위가 굴러오니 위압감이 절로 느껴지는 듯했다.
“옆으로 피해!”
‘씨발!’
어쨌거나 재빨리 옆으로 달린다. 왠지 모르게 귓가에 들리는 돌 구르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느껴졌다. 저 돌에 깔리면 그대로 죽는 게 아닐까?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굴러오는 바위가 너무 컸다. 하지만 제작자도 머리가 있으면 이렇게 깔리는 걸로 죽게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 난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쿠르르릉!-
‘……근데 어떻게 대응하지?’
일단 저 정도 크기의 바위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바위에 짓눌려 쥐포가 될 게 뻔하니 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인원은 굴러가는 보스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회전 화살!”
“누가 저 보스 좀 멈추게 해요! 화염 폭발!”
쾅!- 콰아앙!-
말은 참 쉽게 하는군. 저 크기로 굴러다니는 바위를 어떻게 멈춰? 그리고 정면으로 굴러가던 보스는 경사가 있는 벽에 살짝 올라가는가 싶더니 이내 이전보다 훨씬 빨라진 속도로 다시 굴러오기 시작했다.
“제가 막겠습니다!”
‘헤론?’
아니, 달려가는 의욕이야 좋다. 근데 막기에는 크기가 너무 크지 않나? 어쨌든 보스의 앞을 막아서던 헤론은 그 보스를 붙잡을 스킬을 사용했다.
“도발의 외침!”
콰드득!-
“…….”
“…….”
도발의 외침을 사용한 것과 동시에 보스에게 짓눌린 헤론. 그 모습을 본 나는 보스를 바라봤지만 변함없이 굴러가는 중이었다.
‘도발 영향을 받지 않는 건가?’
“헤론 님! 공격력은 얼마입니까?!”
“크윽…… 추, 추측 공격력 4천 이상!”
“4천?!”
4천이라는 숫자에 놀라기도 전에 다시 벽을 타고 올라간 보스는 역시나 더 빨라진 속도로 굴러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보스가 직진으로 굴러오기 때문에 피하기가 쉽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처럼 원거리 공격만 한다면 언젠가는…….
쿠르르…… 쾅!-
“어?”
난감하지만 어려운 보스는 아니라고 생각할 그때, 보스는 순식간에 방향을 꺾더니 원거리 공격을 하고 있던 길드원을 향해 굴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안 돼!”
“피하기엔 늦었…….”
콰득!- 콰드득!-
방향을 꺾은 보스가 네 명의 길드원을 짓누르며 지나간다. 일단 죽은 인원은 없지만 다시 되돌아오는 보스를 보니 전혀 안심할 상황이 아니었다.
“누워 있지 말고 옆으로 피해요!”
“둔화가 걸려서 움직이기 힘들어요!”
콰드득!-
둔화에 걸려 움직이기 힘들다고 외친 그 길드원들은 그대로 보스에게 깔리며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아무리 엠페러 길드의 간부라 해도 두 번의 공격까지는 버티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공격력이 4천 이상에다 둔화까지 걸리는 건가?’
더군다나 저 보스는 벽에 올라갈 때마다 점점 빨라진다. 가면 갈수록 잡기가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굴러가기만 할 뿐이니 그것만 해결한다면 공략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지금 내게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이…….
‘……영혼의 족쇄?’
불과 어제 습득한 스킬. 써본 적은 없지만 적을 끌어당긴다고 적혀 있으니 저 보스를 잠시나마 붙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영혼의 족쇄.”
파밧!-
이미 길드원들은 보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상태다. 언제 방향을 꺾어 돌진할지 모르니 긴장하고 있는 게 여기서도 느껴졌다. 아무튼 영혼의 족쇄를 사용하니 내 손에 든 망치와 방패는 사라지고 거의 내 상반신 정도의 크기를 지닌 반투명한 말뚝이 생겼다.
‘이걸 바닥에 꽂으면 된다는 거지?’
“부길마님!”
잠깐 내 손에 나타난 말뚝을 보고 있을 때, 갑작스런 그 외침을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보스가 나를 향해 맹렬하게 굴러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미친!’
굴러오는 속도를 보니 피하기는 늦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을 사용한다고 해도 말하는 순간 바닥에 깔릴 정도로 빠른 속도. 일단 늦었다는 걸 깨달은 난 생각할 것도 없이 말뚝을 바닥에다 꽂았다.
쾅!- 콰득!-
‘큭!’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934.]
[엄청난 무게로 인한 고통이 전신을 둔화시킵니다.]
[민첩이 90% 하락합니다.]
촤르르륵!-
‘씨, 씨발…….’
말뚝을 바닥에 꽂는 건 좋았으나 너무 늦은 탓인지 보스에게 깔려 움직이지도 못한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데미지가 한 번만 들어왔으니 망정이지 지속적으로 들어왔다면 아무리 나라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스가 안 움직이는 걸로 봐서 묶인 거 같은데…….’
어디 볼 수가 있어야지.
“부길마님이 보스를 묶었다!”
“지금이다!”
콰앙!- 콰콰쾅!-
바닥에 깔린 상태라 소리만 들렸지만 묶여있는 보스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듯했다. 다만 이어서 들려오는 소리는 결코 좋지만은 않았다.
“대체 방어력이 얼마야?!”
“데미지가 안 들어가!”
“속성 데미지밖에 안 들어가요!”
……그냥 포기해?
기껏 내 몸을 희생해 보스를 묶어놨더니 들려오는 소리는 비참하기 그지없다. 데미지가 안 들어가다니? 그럼 퀘스트를 공유해 여기까지 데려온 보람이 없지 않은가?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길드원들은 되지도 않는 공격을 퍼붓고 있는 듯했다.
[원래 상태로 돌아옵니다.]
쿠르르릉!-
‘드디어 풀려났군.’
아마 둔화가 지속되는 시간은 10초 정도? 버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보스에게 깔린 상태에서도 그 시간이 지나니 둔화가 풀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묶였던 보스도 풀려났는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보스가 떠나고 나서야 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근데 10초라도 위험한데.’
그 10초 안에 다시 한 번 깔린다면 도망치지도 못한 채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야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지만 다른 이들은…….
“루딘 님. 죄송하지만 다시 묶어주십시오.”
“……왜? 멸살검이라도 날리게?”
난 내 옆에서 말을 거는 아이젠을 보며 대답했다.
“예. 지금으로썬 들어가는 데미지가 속성 데미지밖에 없습니다.”
‘방어력이 얼마나 높은 거야?’
그래도 100% 확률로 관통 효과를 발휘하는 멸살검이라면 속성 데미지가 아니더라도 데미지를 띄울 수 있을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아이젠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속성 데미지밖에 줄 수 없다는 거지만.
쿠르르르릉!-
“옵니다.”
“알고 있어. 영혼의 족쇄.”
다시 반투명한 말뚝을 소환한 나는 굴러오는 보스를 보며 옆으로 살짝 비켜섰다. 정면에서 말뚝을 꽂으면 이전처럼 바닥에 깔릴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처럼 옆에서 꽂는다면…….
쾅!- 촤르르륵!-
아무런 피해도 없이 보스를 묶을 수 있었다.
‘오, 이게 영혼의 족쇄인가?’
바닥에 꽂은 말뚝에서는 총 다섯 개의 반투명한 사슬이 순식간에 쏘아지며 보스의 몸을 묶었다. 그리고는 보스를 말뚝이 있는 방향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몸집이 너무 커 실제로 끌려오는 거리는 몇 걸음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충분하지.’
난 이전에 깔린 것까지 포함해 전부 되돌려주기로 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거신의 질주!”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나조차 얼마가 뜰지 예상할 수 없는 최강의 스킬! 녀석의 방어력이 아무리 높더라도 이 공격이라면!
콰아아앙!!-
[데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어라?’
“루딘 님! 속성 데미지로 때려야 됩니다!”
“지구력 낭비하지 마시고 묶어만 주세요!”
“…….”
아까 길드원을 욕할 게 아니었나? 제이어의 수호방패까지 쓴 거신의 질주가 데미지조차 뜨지 않을 줄은 몰랐던 난 일단 길드원의 말대로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544.]
‘속성 데미지는 그대로 들어가는 거 같군.’
참고로 내 번개 속성은 21%. 뇌룡의 포효는 물리 공격력을 전격 데미지로 바꿔주는 효과가 있었기에 속성 데미지까지 적용되었다. 하지만 고작 500 데미지로 언제 보스를 죽이겠는가?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가 아니니 생명력은 비교적 낮겠지만 덩치를 보면 못해도 만 단위 이상일 거 같았다.
“회전 치기!”
[스킬 데미지! 690.]
‘그냥 때리는 게 낫겠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아이젠 또한 움직였다.
“멸살검!”
촤아악!-
정확하게 보스를 향해 휘둘러지는 황금빛의 검. 보나마나 데미지가 들어갔을 게 분명했다.
‘후, 나도 멸살검 같은 걸 얻고 싶었는데.’
아무리 탈진 상태가 된다지만 저 멸살검의 성능은 압도적이었다. 일단 맞추기만 하면 데미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멸살검을 맞은 보스는 갑작스런 데미지가 들어온 탓인지 몸을 옆으로 까딱까딱 움직였다.
‘슬슬 시간인가?’
“영혼의 족쇄!”
난 대충 영혼의 족쇄가 풀릴 시간을 계산하고는 다시 말뚝을 소환해 바닥에 꽂은 뒤, 계속해서 망치를 휘둘렀다. 다른 길드원 역시 각자 가지고 있는 속성 스킬을 이용해 보스를 공격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사냥이 이뤄지는 듯했다.
콰아앙!- 쾅!!-
‘음?’
그보다 이대로 쭉 진행하면 잡을 것도 같은데?
의외로 쉽게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혼의 족쇄로 소모되는 지구력과 아이젠의 멸살검 재사용 시간을 계산하면 앞으로 두 번 정도 멸살검을 날릴 수 있다. 그때 동안 이렇게 공격한다면 아무리 보스라 해도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아르나탄이 공간이동을 사용합니다.]
‘공간이동?’
번쩍-
순간, 눈부신 빛과 함께 쇠사슬에 묶였던 보스가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디로 간 거지? 덩치가 워낙 커서 쉽게 찾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 어?! 위쪽이다!”
‘위쪽?’
동시에 고개를 올려다보니 미친 듯이 커다란 바위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저건 깔리는 것보다 데미지가 더 나오겠지? 다행히 보스가 떨어지는 위치는 다른 길드원이 있는 쪽이었다.
“으아악!”
콰아아아앙!!!-
위치를 알아차리는 게 늦은 탓인지 길드원 한 명이 미처 피하지 못한 채 보스의 몸에 찍혔고, 이내 다시 움직인 보스 너머로 회색으로 된 그 길드원을 볼 수 있었다.
그냥 깔리는 것과 다르게 데미지가 엄청났던 모양이다.
‘벌써 다섯 명 죽었나?’
“후, 미치겠네.”
이제 공략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공간이동을 쓰는 보스를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보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레이드 보스도 아니고 그냥 보스 주제에 뭐가 이리 어려워?
‘저걸 다시 묶을 수도 없고.’
묶은 다음, 지속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근데 공간이동으로 빠져나가면 그냥 내 지구력만 소모하는 게 아닌가? 차라리 가만히 앉아 지구력을 회복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아니, 아니지?’
보스를 묶는다는 것에 초점을 둬 떠올리지 못했지만 영혼의 족쇄 효과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대상에게 꽂으면 봉인 효과가 적용된다고 했나?”
“무슨 말입니까?”
“음, 한 번 더 보스를 묶어보자고.”
대답하며 보스가 움직이는 방향을 예측해 그곳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 방법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 쓸 때마다 지구력이 14%씩 빠져나가기 때문인데, 지금 내 지구력이 60% 정도 남았으니 딱 4번 사용할 수 있었다.
아니면 영혼의 족쇄를 사용한 뒤,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역시 그건 힘들 거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휴식을 취해봐야 고작 10초다. 그 10초 동안 앉아봐야 지구력은 제대로 채워지지도 않았다.
‘보니까 저 보스는 마력이 낮아. 그래서 영혼의 족쇄가 10초 동안 유지되는 거고. 또 그 10초라면…….’
“멸살검 남은 시간은 얼마야?”
“대략 10초입니다.”
“좋아, 영혼의 족쇄.”
난 처음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진 보스를 보며 길게 숨을 내쉬고는 곧장 옆으로 달려가 말뚝을 바닥에 꽂았다.
촤르르르륵!-
“영혼의 족쇄!”
바닥에 꽂은 말뚝에서 쇠사슬이 튀어나가 보스의 몸을 묶었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난 다시 한 번 말뚝을 소환해 보스의 몸에 꽂았고, 그와 함께 어떤 메시지가 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봉인 효과가 적용됩니다.]
‘이 봉인 효과가 스킬 봉인을 말하는 거겠지?’
스킬 봉인이 아니라면 그냥 포기하고 도망치는 게 낫다. 더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뭐, 아이젠이 목숨을 걸고 멸살검을 휘두르는 방법도 있지만 그 방법은 아이젠 본인이 결정할 일. 내가 강요할 수는 없었다.
일단 지금은 40초 동안 아이젠이 쓸 두 번의 멸살검에 모든 걸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