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8 第 24 話 =========================================================================
第 24 話 “36일째”
공간이동 장치를 이용해 하르페 제국 남쪽에 위치한 도시. 보센이라는 곳에 도착한 나와 엠페러 길드원들은 곧장 지도를 보고 마물이 있는 장소로 찾아가기 시작했다. 아마 지금 이 속도로 걸어간다면 못해도 1시간 안에는 도착할 거 같았다.
‘근데 나만 긴장하고 있나?’
걸음을 옮기는 도중, 주변에서 웃고 떠드는 길드원을 보니 왠지 소풍이라도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퀘스트를 완료해 보상을 받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듯했다.
‘하긴, 이 정도 인원이 모였으니 당연할지도 모르지.’
S랭크 스킬을 습득한 인원만 무려 3명. 뭐, 다른 사람은 두 명이라 생각하고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3명이다. 또 그 이외에 나머지 인원들도 나름 한가락 하는 실력자들이니 이런 분위기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퀘스트 자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떤 마물이지?”
“글쎄? 부길마님은 아시지 않을까?”
‘응?’
그때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길드원이 나를 돌아본다. 그 대화를 어렴풋이 듣고 있었던 나는 어떤 질문이 날아올지 알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대답해줄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부길마님. 혹시 어떤 마물인지…….”
“아…… 죄송하지만 저도 잘 몰라요. 퀘스트를 받자마자 황제가 쫓아냈거든요.”
결국 난 황제에게 모든 걸 떠넘기며 대답을 회피하고야 말았다. 어차피 사실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 대답에 할 말을 잃은 길드원의 모습을 본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걸음을 옮겼다.
“루딘 님.”
‘또 뭐야?’
다시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문득 화련이 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화련이 왜 다가오지?’
그래도 엠페러 길드에서 알고 지내는 몇 안 되는 사람인지라 그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난 그렇게 다가오는 화련을 보고 있을 때, 화련은 예쁜 미소를 지으며 친근하게 내 옆에 붙었다.
“설마 루딘 님이 저희들과 퀘스트를 공유하실 줄은 몰랐어요.”
“무슨 소리에요?”
“루딘 님은 길드와 연관되는 걸 싫어하시잖아요. 아니었나요?”
길드 퀘스트와 더불어 길드 던전에도 가지 않으니 자연스레 그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내가 길드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군.’
솔직히 내가 생각하기에도 길드 일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냥 일이 터졌을 때만 나서는 정도? 아이젠도 그걸 원하며 가입을 시켰기에 내게 아무런 지적조차 하지 않았고, 나 또한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 그런 것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요?”
“궁금한 거라뇨?”
“어제 대련이요. 어떻게 그런 데미지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 왜 그 질문이 안 나오나 했다.
“글쎄요.”
“그러지 말고 말해주세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대답하려면 내 무기에 대해 설명해야 된다. 그게 싫었던 난 대충 모르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했고, 이런 내 대답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말없이 날 바라보던 화련은 곧 심상치 않은 미소를 띠더니 이내 내 귓가에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르쳐주신다면…… 끝나고 좋은 거 해드릴게요.”
“…….”
속삭이는 그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끈적한 느낌이 들었다. 덧붙여 묘한 열기까지 감지한 나는 서둘러 화련을 떼어내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전 여자 친구가 있어서요.”
“어머? 그래요?”
“예.”
여자 친구가 있다는 내 대답에 화련은 의외라는 듯이 나를 바라보다 곧 아쉽다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어서 나온 화련의 말은 꽤 의외의 내용이었다.
“안타깝네요. 저희 길드 여자들 중에 루딘 님을 노리는 사람이 많던데.”
“저를 노려요?”
가만히 있는 나를 왜 노리지?
“아마 소문이 퍼진 탓이 아닐까요? 루딘 님이 벌어들이는 돈이 엄청나다고 들었거든요. 실제로 길마님에게 2천만 원도 받았고. 또 어제의 대련으로 누구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했으니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길드원이 꽤 많아요.”
“……그냥 돈 보고 온다는 거네요.”
“그걸 제외하더라도 루딘 님은 멋있으시잖아요.”
“…….”
그 말에는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멋지다고? 물론 루딘이라는 캐릭은 멋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난 아니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현실에서 만날 일은 없을 테니 게임에서라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그나저나 돈이라…….’
“그런 거라면 저보다 아이젠이 훨씬 낫죠.”
대답하면서 내심 아이젠이 뭐하는 놈인지 궁금했다. 처음에 랜덤 스킬북으로 8억을 썼다고 했나? 남들은 가지지도 못할 돈을 게임에 쏟아붓는 걸로 봐서 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다만 내 대답에 화련은 고개를 저었다.
“음, 솔직히 길마님은 접근하기가 힘든 분위기랄까요? 그에 비해 루딘 님은 좀 평범한 거 같아요. 아무튼 접근한다고 치면 루딘 님이 훨씬 편한 건 사실이고요.”
“…….”
내가 접근하기가 편해? 화련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니 뭔가 새롭게 들리는 듯했다. 길드원에게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았지만 말이다.
“근데 정말 안 가르쳐주실 거예요?”
“뭘요?”
“에이, 됐어요.”
‘삐친 건가?’
토라져서 떠나는 그녀를 보니 미안한 감정보다는 해방됐다는 감정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난 그렇게 돌아선 화련을 보며 다행이라 생각하는 사이, 그런 내게 다가오는 한 명의 인물이 더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힐러 역할을 맡고 있는 에리스였다.
“루딘 님.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안 될 건 없죠.”
후, 오늘 무슨 날인가?
남몰래 한숨을 내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에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하더니 이내 이상한 말을 던졌다.
“루딘 님이 차고 계신 그 벨트…… 바무트 교황의 벨트 맞죠?”
“예, 맞아요.”
토벌 이벤트에서 기여도 6위를 차지하고 얻은 아이템. 난 에리스의 질문에 답하면서 문득 그녀가 입고 있는 복장이 어딘가 익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옷은 바무트 교황의 옷이었나?’
지금 에리스의 복장은 전에 싸웠던 바무트 교황과 똑같았다. 그리고 그 복장을 보니 그녀는 바무트 교황 세트를 모을 생각으로 내게 말을 걸었던 거 같았다.
“혹시 그 벨트 팔 수 없을까요?”
‘역시.’
참고로 바무트 교황은 토벌 의뢰에서 나온 이벤트 식의 보스 몬스터였다. 그런 녀석의 세트 아이템을 모으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토벌 의뢰가 생겨야 되는데 언제 생기겠는가? 아무튼 에리스의 복장을 보니 벨트를 제외한 모든 세트를 모은 모양이었다.
‘솔직히 대단하긴 하네.’
어떻게 저 세트를 모을 생각을 했지?
더군다나 그때 기여도 1위는 아이젠이었다. 6위인 나도 세트 아이템을 한 개 얻었을 정도니 아이젠이 못 얻을 리가 없었다. 그걸 해석하면 아이젠이 에리스에게 교황 아이템을 줬다는 것인데, 그게 돈을 받고 판 건지 아님 그냥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에리스 손에 있다는 게 중요했다.
“벨트를 팔면 전 뭐 쓰고요?”
“제가 더 좋은 거 사드릴게요.”
“좋은 거라…….”
어떻게 할까? 내가 만일 길드원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넘기는 게 좋았다. 특히나 벨트 하나로는 세트 효과도 받을 수 없으니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아이템이기도 했지만…….
“그럼 그 아이템을 보고 결정할게요.”
“…….”
역시나 그냥 넘기기는 싫었다.
결국 에리스는 알겠다는 대답만 한 뒤 돌아섰고, 난 현재 에리스에게 벨트와 바꿀만한 아이템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고 그냥 넘겨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벨트가 마지막이면…… 지배의 권능을 쓸 수 있겠네.’
-6부위 장착 효과:B랭크 스킬 '지배의 권능(LV15)' 사용 가능.
지배의 권능이라면 능력치가 깎이는 그 능력이겠지?
“부길마님도 냉정하시네.”
“그러게. 먼저 줄 수도 있을 텐데.”
“나였다면 그냥 그 벨트를 대가로…….”
“대가로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다행이라면 그 뒤로 내게 다가오는 길드원이 없다는 정도일 듯하다. 덕분에 편하게 이동을 한 나는 점차 목표지점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조금만 가면 도착하겠군요.”
“근데 이런 산위에 무슨 마물이 있을까요?”
“가보면 알겠죠.”
조금 의외인 건 산위로 올라가고 있다는 정도? 어제 황제가 절벽 밑에 커다란 구멍으로 빠뜨렸다고 했으니 가보면 절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도착해보니 황제가 말한 대로 절벽이 있긴 있었다.
‘아니, 절벽이 이런 형태였나?’
“제대로 온 거 맞나요?”
“지도를 보면 여기가 맞습니다. 아마 이 구멍 밑으로 내려가야 될 거 같군요.”
난 분화구처럼 커다란 원형 형태의 절벽을 둘러보다 이내 밑으로 시선을 내려보았다. 내려다보니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깊이의 구멍이 있었다.
“밑으로는 어떻게 내려가죠?”
“아, 맞다. 화련 님에게 비행 스킬이 있지 않아요?”
“저보고 이 인원을 전부 데리고 왔다 갔다 하라고요?”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싸늘하기 그지없는 화련의 말투에 당황한 길드원과 달리, 제대로 된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경사를 보니 조심해서 내려가면 될 것도 같은데요?”
‘흐음.’
그 말대로 절벽을 보니 완전 직각으로 된 것이 아닌 경사가 있는 형태의 절벽이었다. 근데 이런 경사라도 발을 헛디디는 순간 굴러떨어져 죽지 않을까? 그래도 조심만 한다면 어떻게든 갈 수 있다고 판단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몇몇 인원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굴러 떨어지는 거니 낙하 데미지는 입지 않겠지만……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럴 때 비행용 소환수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중에는 없죠?”
“다시 마을로 가서 로프라도 사올까요?”
언제까지 이야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아이젠이 제일 먼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려가도록 하죠. 저부터 가겠습니다.”
‘오.’
그 말을 한 아이젠은 몸을 눕혀 조심스레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길드원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아이젠을 따라 천천히 절벽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나 또한 마땅한 스킬이 없었기에 다른 이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내려갔다.
“에리스, 와요. 비행 스킬로 내려갈 테니.”
‘쯧, 부럽네.’
어쨌든 30분 쯤 내려가니 슬슬 바닥이 보였다. 화련은 에리스를 업어 비행 스킬로 내려가 진작에 도착한 상태. 이러나저러나 바닥까지 내려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별거 없었다.
“커다란 바위밖에 없네요.”
“예.”
‘지도를 보면 여기가 분명한데…….’
보이는 거라고는 조금 각진 모양의 둥근 바위밖에 없었다. 거의 아파트 3~4층 높이를 지닌 그 바위를 쳐다본 나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둘러보죠.”
“예.”
일단 아이젠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길드원들. 나 또한 움직이기는 했지만 이 넓디넓은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설마 저 바위로 뭔가를 하는 건가?’
다시 시선을 돌려 커다란 바위를 바라보고 있을 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는지 길드원 한 명이 바위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이내 신경질을 내며 그 바위를 후려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 미친! 보스 어디 있어?!”
콰앙!-
그리고는 놀란 표정을 짓는 길드원.
“어?”
“왜 그래?”
그 반응에 근처에 있던 누군가가 물어보자, 바위를 때린 길드원이 말했다.
“메, 메시지가 떴어. 데미지를 줄 수 없다고.”
‘데미지?’
보통 지형을 때려도 데미지와 관련된 메시지는 절대 뜨지 않는다. 데미지 관련 메시지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대상에게만 뜨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쿠쿠쿵!-
[보스 몬스터 '아르나탄'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잠에서 깨어납니다.]
순간, 그 커다란 바위가 부들부들 떠는가 싶더니 이내 중앙에 위치한 바위가 움푹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곧이어 그곳에서는 보라색의 외눈이 튀어나오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찾았다! 보스야!”
“대형 유지!”
[아르나탄과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쿠르르르릉!-
‘뭐야? 저건?’
전투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아르나탄이라 불린 보스는 정면을 향해 몸을 굴리기 시작했다.
“돌 굴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