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17화 (117/211)

00117  第 24 話  =========================================================================

第 24 話 “36일째”

“아이젠 녀석이 잘 처리했을까.”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서 중얼거린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어이없게도 하르페 황제 놈은 퀘스트를 받자마자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채 나를 식당에서 쫓아냈고, 난 갑자기 돌변한 황제의 태도에 적잖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냥 확 마물을 세상 밖으로 꺼내버려?

홧김에 그런 생각까지 했지만 곧 정신을 차린 난 아이젠에게 연락했고, 아이젠은 퀘스트를 도와달라는 내 말에 의아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루딘 님의 부탁은 난생 처음인 듯하군요.’

‘아…… 그랬나?’

‘예. 무슨 퀘스트입니까?’

그 질문에 하르페 황제에게 받은 퀘스트라는 것부터 시작해, 보상까지 전부 말해주었다. 어차피 퀘스트를 공유하면 전부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젠은 퀘스트 내용보다는 보상 부분에서 관심을 보였다.

‘왕성 직책이라…… 알겠습니다. 해볼 가치가 있겠군요.’

그리고는 자기가 직접 인원을 모으겠다는 말을 남기며 대화를 끊었다. 직책이 좋은 건가? 어쨌든 인원 문제는 아이젠에게 맡긴 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지금보다 조금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거리로 나가 강화석을 구매하기로 했다.

문제는 내게 남은 돈이 72골드밖에 없다는 점.

예전부터 검푸른 수호자 세트를 생각하고 있었던 나였기에 푸른 돌 갑옷의 강화는 제외했다. 남은 건 레어 신발과 망토. 강화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레어급에다 강화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이유로 한참을 고민하고 있던 도중, 문득 누군가가 랜덤 스킬북을 18골드에 판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랜덤 스킬북이 원래 18골드인가요?’

‘아뇨, 원래는 19~20골드죠. 빨리 팔고 사냥이나 가려고 이렇게 내놓은 거예요.’

‘……주세요.’

원래 20골드에 판다는 랜덤 스킬북을 18골드에 판다는 말에 넘어간 나는 총 36골드를 지불하고 두 권의 랜덤 스킬북을 구매했다.

직감을 가진 나였기에 절대 손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득이었다.

다만 두 권의 랜덤 스킬북을 구매해 방어구 강화석을 구매하기가 애매해졌다는 게 문제였다. 사람들이 파는 방어구 강화석은 4골드가 넘는 금액. 그에 비해 내가 가진 돈은 36골드. 그걸 깨달은 나는 하는 수 없이 장신구 강화석 10개를 구매하는 걸로 끝내며 집에서 작업을 시도했다.

‘제발…… 나도 S랭크 공격 스킬 좀 얻자!’

멸살검이 아니라도 괜찮다. 내가 가진 유니크 무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공격 스킬! 그걸 원했던 난 대략 10시간의 작업 끝에 S랭크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S랭크 스킬을 얻을 수 있었는데…….

[S랭크 스킬. '로거츠의 분해강화'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을 습득함에 따라,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마력이 5 상승합니다.]

[기술이 5 상승합니다.]

[행운이 5 상승합니다.]

아무리 봐도 공격 스킬이 아닌 거 같았다.

[S랭크 로거츠의 분해강화 효과] (LV1)

-장비 분해 시, 강화석 조각 1~1 획득.

-장비 등급에 따라 강화석 조각 추가 획득.

-강화 성공 확률 2% 상승.

-강화 실패 효과 2% 감소.

-강화 성공 시, 50% 확률로 내구력 1~5 상승.

-단 한 번. 강화 실패에 의한 장비 파괴를 막아줌.

*사용 시, 마나력 소모 45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15%.

‘빌어먹을…….’

스킬을 보니 예전에 튜토리얼에서 만난 노아의 말이 떠오르는 듯했다. 황혼에는 강화도 있고, 강화와 관련된 스킬도 있다고. 일단 노아가 말한 대로 그 스킬을 무려 S랭크로 얻었지만 딱히 기쁘거나 하진 않았다.

이딴 스킬이 없어도 100% 확률로 강화하고 있는 나였다.

뭐, 이젠 스킬까지 있으니 보다 쉽게 강화는 할 수 있겠지만 공격 스킬이 간절했던 나로서는 깊은 좌절감에 빠지고 말았다.

‘아니,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지.’

시간이 부족한 탓에 S랭크 스킬은 무리지만 A랭크 스킬은 어떻게든 될 거 같았다. 내일 당장 싸워야 되는데 언제 나올지 모르는 S랭크를 한 번 더 뽑는 것보다 A랭크 스킬이라도 뽑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난 곧장 A랭크 스킬에 도전했고, 대략 접속 종료 메시지가 뜬 시점에서 A랭크 스킬을 뽑을 수 있었다.

[A랭크 스킬. '영혼의 족쇄'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을 습득함에 따라,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마력이 10 상승합니다.]

‘…….’

이름을 보니 이번에도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침착하게 마음을 먹고 확인을 했다.

[A랭크 영혼의 족쇄 효과] (LV1)

-사용 시, 영혼의 말뚝을 소환.

-말뚝을 적에게 꽂을 시, 봉인 효과 적용.

-말뚝을 바닥에 꽂을 시, 반경 10M 이내에 모든 적을 끌어당김.

-초당 고정 데미지 20.

-지속 시간 5초.

-자신의 마력보다 낮은 적은 지속 시간 두 배 적용.

*사용 시, 마나력 소모 10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7%.

‘하아…….’

어쩌면 이게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어떻게 내가 원하는 스킬만 나오겠는가? 그래도 직감으로 랭크에 맞게 뽑았다는 것에서 만족한 난 다시 한 번 스킬을 천천히 살펴보고는 곧 F랭크 스킬인 동전 튕기기를 삭제했다.

[F랭크 스킬. '동전 튕기기'를 삭제하셨습니다.]

[행운이 1 감소합니다.]

[스킬 삭제 경험치 10 획득.]

행운이 감소되더라도 고작 1. 거기다 새로 배운 S랭크 스킬에 행운 능력치가 올라가니 삭제해도 문제는 없다. 아니, 오히려 이런 스킬이 있으니 환영이 동전이나 튕기는 것이다. 대련하면서 그 장면을 목격한 나는 과감하게 동전 튕기기를 삭제하고는 마지막인 강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띠링!~ '검푸른 수호자의 망토'에 강화를 시도합니다.]

[관련 능력치 행운(225)이 보정됩니다.]

[관련 스킬 '로거츠의 분해강화' 효과가 적용됩니다.]

[강화 확률…… 62.2%.]

[취소하시려면 강화석을 떨어뜨려 주십시오.]

[3…… 2…… 1…….]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무슨 옵션이 생겼을까…… 응?’

강화 성공이야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 성공으로 인해 생겨난 강화 옵션을 본 나는 작게나마 감탄하고는 마저 10강으로 만든 뒤, 접속을 종료할 수 있었다.

딸각- 딸각-

“후, 슬슬 접속해볼까.”

간락하게 어제 일을 떠올리며 황혼 게시판을 둘러보던 난 슬슬 시간이 된 것을 확인하며 황혼으로 접속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황제가 준 퀘스트에는 시간제한이 없다. 그럼 지금보다 훨씬 강해진 뒤에 도전해도 괜찮지 않을까? 문제는 그 사실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아이젠에게도 이미 다 말했으니…… 게임 시작.”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그렇게 황혼에 접속한 난 이전과 다르게 조금은 가벼워진 몸을 느낄 수 있었다. 민첩을 포함한 모든 능력치가 상승했기 때문인데, 그 원인은 어제 강화한 망토에 있었다.

[+10 검푸른 수호자의 망토] (Rare)

<근력(20+31), 민첩(20+29), 체력(20+28), 마력(50+32)>

*강화 옵션:모든 능력치 100 상승.

한 번씩 강화할 때마다 모든 능력치가 10씩 상승하는 옵션. 10번 강화하니 총 100씩 상승하는 능력치로 인해 이전보다 강해졌다고 자부했다. 단순히 근력과 지능뿐만이 아니라, 투지와 소환 능력치도 100씩 올라갔으니 말이다.

‘이 망토도 팔면 몇천만 원은 하겠지?’

더군다나 모든 세트를 모아 10강까지 강화한다면 10억까지 가지 않을까? 난 잠깐 10억이라는 돈의 액수를 상기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10억은 너무했지.’

한 7~8억이라면 모를까.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엄청 빠르네.”

설마 내가 접속하길 기다리고 있었나?

난 접속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길드 채팅에 초대하는 아이젠을 보고는 곧 초대에 수락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짜 기다리고 있었어?’

어쨌든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다.

“아, 인원은 어때?”

-2~3명의 간부만 제외하고 모두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고르는데 신경을 좀 썼습니다.

“그래?”

생각보다 호응도가 높다. 거의 모든 간부가 하겠다고 해서 인원을 고르는 상황까지 가다니? 보상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은 나와 다르게 다른 이들은 어떤 건지 짐작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단 내가 그쪽으로 갈게. 길드성으로 가면 되지?”

-예. 회의실로 오시면 됩니다.

난 대충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길드 채팅을 종료하며 곧바로 귀환 스크롤로 4층에 있는 길드성 내 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2층에 위치한 회의실로 들어가보니 대략 20명 정도의 간부들이 모여 있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시간에 맞춰 접속했는데 내가 왜 제일 늦었지?

“오셨습니까.”

“아, 응. 먼저 퀘스트 공유부터 하는 게 좋겠지?”

“예.”

그렇다고 해도 이 퀘스트가 파트너 공유까지 될 수 있을지 몰랐기에 제일 먼저 아이젠에게 공유했고, 아이젠은 화련과 파트너를 맺었는지 그녀와 공유를 시도했다.

“음, 되는군요.”

‘오.’

그럼 20명이서 갈 수 있다는 건가? 단순하게 계산하면 난이도가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그걸 깨달은 나는 남은 인원에게도 공유를 해줬고, 이내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만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 공유 안 해주세요?”

“…….”

근데 왜 남은 사람이 다인일까? 아니, 다인도 간부였나? S랭크 스킬이 있으니 간부가 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만 당당하게 간부 자리에 있으니 내심 당황스럽기도 했다.

“……파트너 신청.”

하지만 다인의 실력은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기에 파트너를 신청해 퀘스트까지 공유해주었고, 그제야 다인은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그래, 지금은 퀘스트가 중요하니까.’

“오, 정말 왕성 직책을 주는군요.”

문득 보상 부분을 보고 감탄한 듯이 말하는 헤론. 그 모습을 보니 왠지 이 참여율에 대한 원인을 그가 알고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상이 대단한가 봐요?”

“음? 당연하지 않습니까. 만일 제가 기사단에 들어간다면 그 기사단에 있는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겁니다. 또 기사단에는 최고 B랭크 스킬까지 배울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는…… 아니, 엄청 좋은 보상이죠.”

‘스킬? 아, 그렇군.’

그 말을 곰곰이 되새겨본 나는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내가 랜덤 스킬북으로 S랭크. A랭크 스킬을 배웠지만, 다른 이들은 그런 식으로 스킬을 습득하는 게 불가능했다. 보스 몬스터를 잡더라도 고작 C랭크 정도? 또 여기 있는 인원이 나처럼 보스를 혼자서 잡는 것도 아니었으니 스킬북을 획득하기란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사단에 들어간다면 거기에 해당하는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지?’

헤론의 말을 들어보면 최대 B랭크 스킬까지 배울 수 있다는 듯했다. 또 그렇게 생각하면 이들의 스킬 랭크는 평균 D~C랭크밖에 되지 않을 거 같기도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난다면 이들도 A랭크 스킬도 배우기는 하겠지만…….

‘의외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겠군.’

냉정하게 간부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사이, 퀘스트를 받고 지도를 확인해본 아이젠과 다른 이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니까 남쪽 도시에 위치한 보센으로 가야겠군요.”

“예, 그러는 편이 빠르겠어요.”

“이야~ 황실 무구 창고라면 레어급도 있겠죠?”

“레어급이요? 유니크도 있을지 모르죠.”

“유니크라면 황혼 최초 아니야?”

‘응, 아니야.’

지금 내가 유니크 아이템을 두 개나 들고 있는데 무슨 최초야? 하지만 혹시라도 이 퀘스트로 유니크 아이템을 얻는다면 보나마나 홈페이지에 황혼 최초로 획득한 유니크! 라며 올릴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상관없겠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주목받는 걸 좋아했다면 내가 먼저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겠을까? S랭크 스킬부터 시작해 유니크 아이템까지. 원한다면 황혼을 하는 모든 플레이어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는 나였다.

“다들 준비는 어떻습니까?”

“준비요? 저희들이야 진작에 끝냈죠.”

그러면서 나를 향해 돌아보는 몇몇 시선. 누군 준비를 안 했을 줄 아나? 스킬부터 시작해, 장비 강화. 또 시나가 준 물약까지 전부 챙겨 이곳에 온 나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내 모습에 아이젠은 퀘스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출발하도록 하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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