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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14화 (114/211)

00114  第 23 話  =========================================================================

第 23 話 “35일째”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유아를 안아버리다니.

황혼에 접속한 지금도 현실감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았다. 덕분에 기쁨과 걱정이 반반씩 섞인 그런 기분이었던 난 일단 귀환 스크롤을 사용해 길드성으로 이동했다.

파밧!-

‘후, 하필이면 이럴 때 일이 있어서.’

여기서 일이란 길드원의 도전을 받아주는 것이었다. 별거 아닌 일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더 열 받기도 했다. 그것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도전하는 거야? 오늘이야말로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밟아버리기로 작정하며 길드성에 있다는 대련장을 찾았다.

‘대련장은…… 저쪽인가?’

1층으로 내려오니 몇 명의 길드원이 무리지어 어디론가 들어가는 것을 본 나는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콰쾅!- 콰아아앙!-

“명심해! 지면 죽여 버릴 테다!”

“야, 임마! 거기서 그 스킬을 쓰면 어떻게 해!”

“미친, 저런 멍청한 자식을 봤나!”

“나가 뒤져라!”

‘오.’

제대로 찾아온 듯하다. 대련장에 들어서니 수백 명의 엠페러 길드원이 있었고, 그 엠페러 길드원은 대련장 위에 올라가 싸우고 있는 누군가를 응원하고 있었다.

‘근데 엄청 넓네.’

넓이로 따지면 길드성보다 더 넓은 거 같다. 건물 크기에 이리도 맞지 않는 공간이라니. 내가 황당한 눈으로 대련장을 살펴보고 있을 때, 문득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더니 말을 건넸다.

“부길마님. 오셨습니까.”

“……예.”

“이쪽으로 오시죠. 길마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름도 모르는 길드원은 그 말을 하며 나를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그냥 어디 있는지 가르쳐주면 서로가 편할 텐데 왜 안내까지 해주는 걸까? 어쨌거나 그런 길드원을 따라가니 길드원은 딱 계단까지만 나를 안내했다.

“이 위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아, 예. 고마워요.”

짧은 인사와 함께 계단으로 올라가보니 아이젠이 말없이 대련장을 구경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음? 아, 오셨습니까. 루딘 님.”

“응. 그보다 열기가 대단하던데?”

“아무래도 간부를 뽑는 거니 열기가 대단할 수밖에 없겠죠. 괜찮다면 이쪽으로 오셔서 구경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이젠은 자신의 옆을 가리켰고, 난 그 옆으로 이동해 대련장을 내려다보았다. 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바닥에 설치된 8개의 대련장에서 열심히 싸우는 길드원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으아싸! 이겼다아앗!”

“으하하핫! 개자식! 정말 잘했어!”

“이걸로 나도 간부다!”

“…….”

문득 이긴 길드원을 보니 가관이 따로 없었다. 두 주먹 불끈 쥐고 포효하는 길드원. 난데없이 들어와 때리면서 축하해주는 길드원. 그걸 좋다고 웃으며 맞아주는 길드원까지.

기쁜 거야 이해가 되지만 저 정도 반응을 보일 정도는 아니지 않나?

“아, 맞다. 내 차례는 언제야?”

잠깐 정신을 놓고 길드원을 바라보던 나는 그제야 여기 온 사실을 되새기며 물었다. 내가 이런 광경을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런 걸 구경할 바에 제작 스킬이나 올리는 편이 좋았다.

“저쪽 대결이 마지막입니다. 저기서 승리하는 사람이 간부가 되는 거죠.”

“간부로 뽑는 기준이 그냥 싸워 이기는 거?”

“테스트는 합니다. 일정 공격력과 능력치 이상이 되는 길드원만 저기서 싸울 수 있죠. 그래도 나름 편의성을 생각해 근접 인원과 원거리 인원. 마법 인원으로 나눴습니다.”

“흐음.”

하기야 상성이라는 게 있을 수밖에 없다. 생명력이 비교적 낮은 마법 계열 플레이어는 근접 플레이어를 이길 가능성이 꽤 낮을 테니 말이다.

‘보니까 곧 내 차례가 되겠군.’

이제 싸우고 있는 인원도 두 팀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게 도전하려는 길드원은?”

“저쪽에서 대기 중입니다.”

돌아보니 대련장 한쪽 구석에 대략 여섯 명의 길드원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근데 왠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도 눈에 보이는 거 같았다.

“어? 저 사람, 전에 나한테 덤볐던 사람 아냐?”

“맞습니다.”

이름이 제크라고 했었나? 그때 내게 두 번이나 도전해 패배한 그 길드원이었다. 그보다 저 사람은 간부 아니었나? 덧붙여 그런 제크 옆에는 한 명의 여성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이쪽을 엄청나게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저기, 저 사람이 나를 엄청나게 노려보는데?”

“루딘 님도 아시는 분일 겁니다.”

“나도 안다고?”

난 처음 보는데?

어쨌든 그 말에 다시 한 번 살펴보니 그 여성 플레이어는 두 자루의 카타르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카타르를 보니 떠오르는 인물이 한 명 있긴 했다.

“S랭크 플레이어?”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

알아보기는 무슨. 혹시나 싶어 때려 맞춘 거구만.

길드전 때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기에 S랭크 플레이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아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

척살 명령을 내리지 않았었나? 하지만 아이젠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현실에서 제게 직접 찾아와 부탁하더군요. 그 노력이 가상해서 저희 길드에 들어오는 조건으로 척살 명령을 풀어줬습니다.”

“현실에서 찾아와?”

현실에서 어떻게 찾아오지? 아이젠 녀석이 유명한 녀석인가? 생각해보니 아이젠은 돈을 물 쓰듯이 썼다. 그렇다면 나만 모를 뿐이지, 실제로는 유명한 녀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위험하지 않을까.’

지금이야 길드에 가입되어 있다지만 나중에 배신하면 어쩌겠는가? 추측하건데 저 녀석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이 길드에서 10명조차 안 될 것이다. 때문에 내심 걱정이 들었지만, 아이젠도 생각이 있을 거라 믿은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뭐, 그건 알겠어. 근데 왜 날 노려보는데?”

“루딘 님에게 졌지 않았습니까? 아마 복수라도 하려는 거겠죠.”

‘이 새끼…….’

자기 일 아니라고 멋대로 떠드네.

‘후, 그래도 내가 이기겠지.’

S랭크 플레이어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난 그보다 더 대단하다고 자부한다. 민첩이 높은 상대라 까다롭기는 할 테지만 그렇다고 절대 못 이길 상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겼다! 내가 이겼어!”

그 소리에 대련장을 내려다보니 두 팀 모두 승부가 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려가시죠.”

“아, 응.”

아이젠도 대련이 모두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나와 같이 내려가자고 말했고, 난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젠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나와 아이젠이 내려와 대련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제야 이쪽을 발견한 길드원들이 웅성이며 떠들기 시작했다.

웅성~ 웅성~

“저 사람이 부길마 맞지?”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든 사람이라던데.”

“간부들도 몇 번 못 봤대.”

“부길마님이랑 사냥 한번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간부가 되면 부길마님이랑 사냥할 수 있겠지?”

“듣기로는 길드전의 공로로 2천만 원이나 받았대.”

“와~ 2천만 원? 진짜 부럽다.”

“…….”

근데 떠드는 내용이 심상치가 않다. 왜 나에 대해서 떠드는 거지? 그러나 일일이 반응할 수도 없었기에 그저 못들은 척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느낌이 영 어색하네.’

“이긴 8명은 앞으로 나오시길 바랍니다!”

그때 누군가가 외치니 대련을 통해 우승까지 거머쥔 8명의 길드원이 앞으로 나왔다. 또 그렇게 나온 길드원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몇 명의 간부들. 반응을 보니 저 간부들이 직접 키운 녀석들인 듯했다.

어쨌든 아이젠은 그렇게 앞으로 나온 길드원을 향해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오늘부로 여러분들은 엠페러 길드의 간부 직책을 맡게 될 겁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 이후의 말은 행동을 조심하라거나, 보다 열심히 접속하라는 평범한 말을 했고, 그런 말에도 길드원은 감격한 듯이 혹은 진지하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간부 직책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인데…….’

난 왜 실감이 안 나지? 정작 부길마인 나는 일반 길드원이 되더라도 지금 생활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거 같았다.

“루딘 님도 한 마디 하시겠습니까?”

“응? 아니, 됐어. 무슨 한 마디를 해.”

깜짝 놀라며 거절한다. 그런데 내 거절에 길드원 중 두세 명이 조금 실망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저것들은 왜 실망해? 어쨌거나 내 거절에 아이젠은 그걸로 간부 임명식을 끝냈다.

“자, 이제 두 번째 메인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두 번째 메인이벤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보고 앞으로 나오라는 아이젠의 눈짓에 그 이벤트가 나를 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후.’

이런 걸 이벤트로 만들다니.

어쨌든 앞으로 나오자, 길드원은 환호성을 질렀다.

“부길마님! 응원하겠습니다!”

“멋지십니다!”

“루딘 님! 사랑해요!”

“…….”

절대 익숙해질 거 같지 않은 길드원의 반응에 질색하던 사이, 나와 상대하기로 한 여섯 명의 플레이어도 걸어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노려보고 있는 S랭크 플레이어를 보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저렇게 노려보면 눈은 안 아픈가? 뭐, 가상이라 안 아플 수도 있겠지만.

“너를 이기기 위해 지금까지 사냥만 했다.”

‘응?’

내게 말을 건 사람은 제크였다. 제크는 도전적인 눈빛으로 자신이 게임 폐인이라는 것을 고백했고, 그 말을 들은 난 어처구니없었다.

그래, 자랑이다. 사냥만 한 게.

“그거 참 고생 많았겠네.”

“이번에야 말로 널 죽여주마.”

살벌하군. 대련인데 뭘 죽여? 그렇지 않아도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살짝 짜증났던 나는 그 말이 계기가 되어 기분이 점차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이제 슬슬 대련을 시작하도록 하죠. 루딘 님.”

“……왜?”

“누구와 싸우시겠습니까?”

“뭐, 솔직히 다 싸워도 상관이 없긴 한데…….”

여섯 명 전원과 싸워도 상관없다는 내 말. 당연히 그 말을 들은 여섯 명의 길드원은 나를 노려보았고, 이미 날 노려보고 있었던 S랭크 플레이어는 뭐라 말하기도 힘들 만큼 더 심하게 날 노려보았다.

“그럼 여섯 명과 싸우시겠습니까?”

“그래도 되고.”

……아니, 잠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여섯 명과 싸워서 지면 어떻게 되지? 저 여섯 명 중에 한 명이 부길마 자리로 올라가는 건가? 다른 누구보다 제크와 S랭크 플레이어만큼은 올려주기 싫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가 졌을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지만.

“길마님! 저희들도 자존심이 있습니다!”

“여섯 명 전원이서 덤비라뇨?!”

“저희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닙니까?”

다만 아이젠은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 한 명씩 싸운 뒤에, 루딘 님이 전원 이긴다면 여섯 명 동시에 싸우는 것도 괜찮겠군요.”

1:1로 싸워 내게 진다면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여섯 명이서 싸워 진다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별로 좋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 길마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런 길드원의 외침에도 아이젠은 단호했다.

“그럼 아무런 대가도 없이 부길마 자리에 도전한 겁니까?”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하시면 됩니다.”

“…….”

“…….”

의외로 포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포기를 하지 않다니. 아무튼 난 대련장 위로 올라섰고, 그와 함께 나를 지켜보는 수백 명의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부담되네.’

“처음에는 누가 나가시겠습니까?”

“내가 나가지.”

‘제크인가?’

지금껏 던전에서 사냥만 했다고 했으니 나름 레벨은 높을지도 몰랐다. 또 던전에는 세트 아이템이 나오는 만큼 장비도 그럭저럭 맞추지 않았을까? 어쨌든 제크는 대련장 위로 올라오며 내게 말했다.

“장비 몇 개를 제외하면 그때 그대로군.”

“그렇다면?”

“더군다나 망치 따위를 들고 있다니.”

무기야 넘어가더라도 제크가 말한 대로 지금의 난 아직도 푸른 돌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냥 씨크랩트 갑옷이라도 입을 걸 그랬나? 현재 씨크랩트 갑옷은 내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 중이었다.

장비 색상 변경권이 3만 원이나 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던전에서 사냥하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가.”

“덤비기나 해.”

“좋다, 대련 시작!”

“대련 시작.”

[대련이 시작됩니다.]

파밧!-

당연하지만 오래 끌 생각 따위는 없다. 최대한 압도적으로. 다시는 덤벼들지 못하게 밟아버릴 생각으로 이곳에 찾아온 이상, 적당히 싸우는 건 용납하지 못했다.

“종합 버프! 순간 돌진!”

탓-

선빵필승이라는 건가? 대련이 시작하자마자 각종 보조 마법을 시전한 제크는 꽤 빠른 속도로 내게 접근했고, 난 그런 제크를 보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스킬을 사용했다.

“역동.”

콰아앙!-

[스킬 데미지! 933.]

“큭! 뭐, 뭐야?!”

대지의 역동으로 묶어버린 것과 동시에 뇌룡의 포효를 휘두른다. 이미 움직임이 멈춰버린 상태이었기에 피하고 말고도 없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3,204.]

“……!?”

‘오? 안 죽어?’

내 뇌룡의 포효를 맞았음에도 죽지 않는 제크를 보며 감탄한다. 정작 제크는 믿기지 않은 데미지로 인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다시 한 번 뇌룡의 포효를 휘두르는 것으로 제크를 끝낼 수 있었다.

[대련에서 승리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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