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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13화 (113/211)

00113  第 22 話  =========================================================================

第 22 話 “34일째”

난 아주 멋진 대답을 해준 보답으로 시나를 노려보았지만 시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그런데 궁금하긴 해요. 왜 혼자 사시는 거예요?”

“……혼자가 편해서요.”

“우와~ 최악의 대답이네요.”

뭐가 최악의 대답인지 이해하지 못한 난 시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런 시나를 대신해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유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저희가 불편하세요?”

“…….”

이게 또 이렇게 되는 건가? 뭘 해도 외통수가 되는 이 상황에 일이 어째서 이렇게 됐는지 떠올렸으나 역시 짐작 가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유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었기에 난 잠깐의 고민을 한 뒤,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싫지는 않아요.”

그리고 내 대답을 들은 시나는 그럭저럭 만족했다는 듯이 끄덕였다.

“좋은 변화네요. 그치?”

“응.”

‘좋은 변화?’

이 여자들은 대체 날 가지고 뭐하려는 걸까.

어찌 됐든 덕분에 내가 혼자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넘어간 듯했다. 이것만은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잠깐 이야기가 샜네요.”

“무슨 이야기가 새요?”

“오늘 라즈 님 반응을 보고 생각했거든요. 혹시 두 분 사귀고 계세요?”

“딱히 사귀는 사이는 아니에요.”

“그런 것 치고는 오늘 반응이 수상하던데…….”

시나는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거짓말은 아니었으니까. 정작 라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도 사귀는 사이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반대로 라즈 님이 기원 씨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죠?”

“게임에서의 절 좋아할 뿐이죠.”

웬만한 플레이어보다 강하고, 나름 뛰어난 제작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니 친하게 지내서 나쁠 게 없는 것이 아닐까? 나만 하더라도 처음 라즈를 봤을 때 탐색 스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무기까지 만들어줬다.

“……혹시 지금 사귀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아뇨, 지금은 없어요.”

“예전에는 있었다는 말이네요.”

“뭐, 예.”

2년 좀 더 됐나?

나도 모르게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사이, 내 대답이 전혀 의외라는 듯이 쳐다보던 시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어떤 여자였어요?”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아요?”

“그럼 기원 씨도 궁금한 거 물어보세요. 아니, 한 번씩 물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유아, 너도 할래?”

“그, 그럴까?”

‘아니, 잠깐.’

유아까지 참여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유아가 시나에게 질문을 던질 리가 없다. 더군다나 시나도 계속 내게 물어보고 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난 질문을 두 개씩 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냥 하는 것도 그러니…… 질문에 세 번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지는 걸로 해요.”

“……지면 어쩌려고요?”

“음, 어제처럼 밥이라도 사주면 되지 않을까요?”

그냥 대놓고 사달라고 하지?

다행스럽게도 오늘 만든 철검을 죄다 현금 거래창에 올려놓았기에 내일이면 어느 정도 돈이 입금되어 있을 듯했다.

“어렵게 생각하실 거 없어요. 솔직하게 대답하기만 하면 되잖아요.”

‘그게 더 어려울 거 같은데.’

어쨌거나 시나의 질문이 이어졌다.

“어떤 여자였어요?”

“후, 대학 때 만난 선배였어요.”

“근데 어쩌다 헤어지신 거예요?”

“질문이 두 개에요.”

“아, 그러네요. 그럼 물어보세요.”

“…….”

문제는 내가 딱히 물어볼 게 없는 거였다. 유아와 시나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걸까? 아님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싫어서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떠오르는 질문이 없었기에 대충 아무런 질문이나 던지기로 했다.

“평소에는 뭐하세요?”

“저요? 집에서 쉬고 있죠. 가끔씩 일도 하고요.”

마치 누구와는 다르다고 말하는 시나였다. 어쨌든 대답했으니 다음은 유아 차례였다. 덧붙여 유아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는 평범한 질문을 던진 것에 비해 시나는 참으로 속물적인 질문만 하고 있었다.

“게임만 하면서 혼자 사실 정도니 대체 돈이 얼마나 있는 거예요?”

“……혼자 살만큼은 돼요.”

어쨌거나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슬슬 술기운이 올라오는 듯했다. 그보다 이 여자들은 언제 나가려나. 또 술을 마시면 황혼에 접속조차 되지 않으니 오늘 접속도 물 건너간 셈이다.

“으, 음.”

“……?”

문득 유아 쪽을 바라보니 술에 취한 유아가 고개를 비틀거리다 이내 옆으로 푹 숙여버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술기운에 잠든 거 같았다. 또 그런 유아를 지켜본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남의 집에서 이렇게 잠들어버리다니.

경계심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유아의 모습에 걱정부터 앞섰다. 누군가 덮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 실제로 유아의 외모는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가지고 싶을 정도였기에 이런 걱정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유아가 잠들었네요.”

“그만 마실까요?”

내 제안에 고개를 저은 시나는 유아를 편하게 눕히고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거 아세요?”

“뭘 알아요?”

“유아는 생각보다 눈빛에 엄청 민감한 거 같아요.”

“……?”

눈빛에 민감하다는 게 무슨 말일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내게 시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쉽게 말해 눈을 보고 아~ 저 사람은 짜증난 상태구나. 라는 걸 알 수 있다고 해야 되나? 덕분에 남자에게 경계심이 더 심한 유아가 기원 씨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 시나의 말에 난 바닥에 누워 잠든 유아를 보았다. 원래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일까?

“평소에도 이런 게 아니었어요?”

“무슨 소리에요. 황혼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드려요? 지금껏 유아와 같이 돌아다니면서 접근한 남자는 꽤 많았는데도 유아는 단 한 번도 그 사람들과 함께 한 적이 없었어요.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쳐다보는 눈빛이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그런가?’

생각해보니 첫날에 남자들과 파티를 맺었다는 유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후 유아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 일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또 황혼에서는 성행위가 가능한 만큼 더욱 더 그럴지도 몰랐다.

“혹시 유아를 보고 그런 생각한 적 있어요?”

“그런 생각이라뇨?”

“뭐, 껴안고 싶다던가, 혹은 덮치고 싶다던가 하는 그런 생각이요.”

껴안는 건 둘째 치더라도 덮치는 건 뭐야? 그 질문이 황당한 난 시나를 보았지만 시나는 여전히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없어요.”

“아마 그래서 기원 씨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

마지막의 그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유아는 생각보다 남자를 무서워한다는 것. 그에 비해 난 조금 예외였던 거 같았다. 이걸 좋아해야 되나? 마냥 좋아하기에는 기분이 들뜨거나 하지 않았다.

♪~

그때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내 핸드폰은 아니니 유아나 시나의 핸드폰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곧장 휴대폰을 꺼내는 시나의 모습에 핸드폰 주인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예, 예? 아, 금방 갈게요.”

‘금방 간다고?’

짧게 통화를 끝낸 시나를 향해 말했다.

“가시려고요?”

“예. 급한 일이 생겨서요. 죄송하지만 먼저 가볼게요.”

“유아는요?”

“유아요? 잘 부탁해요.”

뭘 부탁해? 난 황당한 얼굴로 시나를 보았지만 시나는 정말 급하다는 표정으로 후다닥 나가버렸다. 근데 저렇게 나가도 괜찮을까? 나가는 행동을 보니 술에 취해 몸도 못 가눌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심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조금 바래다 줘야 하나.’

그런 생각으로 자리에 일어나려던 찰나.

“……!?”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잠든 줄 알았던 유아가 눈을 뜨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일어난 거지? 그래도 유아가 일어났으니 다시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듯했다.

“아, 일어나셨어요?”

“예.”

“그럼 집으로 가요. 데려다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유아를 일으키니 유아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윗집이긴 해도 술기운에 잠까지 든 그녀였으니 직접 데려다주는 편이 여러모로 안심이었다.

하지만 유아는 미약한 저항을 보이며 내게 말했다.

“왜 거짓말을 하셨어요?”

“응?”

그 저항을 느끼며 유아를 돌아본다. 술기운 탓인지 살짝 풀린 눈이었지만 시선만큼은 정확히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다만 지금 유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던 나는 의아하게 되물었다.

“거짓말이라뇨?”

“하셨잖아요.”

내 시선을 응시하며 아주 천천히 밀착하는 유아. 그런 유아의 분위기에 압도된 나는 그저 의아하게 유아를 쳐다보았고, 유아는 마치 속마음을 털어놓듯이 말했다.

“딱 한 번. 절 보고 그런 생각 하셨잖아요.”

곧이어 유아는 기습적으로 내게 입을 맞춰왔다. 단순히 입술끼리만 닿은 키스. 유아는 대략 1~2초 만에 입술을 떼고는 내게 말했다.

“아님 제가 라즈 님보다 매력이 없나요.”

“그건…….”

왜 라즈의 이름이 나오는 걸까? 길게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유아는 나와 라즈의 관계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때는 황혼이라 그런 거예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괜찮아요.”

“예?”

“기원 씨라면 전 괜찮아요.”

그 대답에 말없이 유아를 보니 간절하게 주시하는 눈빛과 살짝 떨리는 듯한 입술이 가장 먼저 보였다. 또 그것만 보더라도 유아가 불안하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이후 상황에 대해 불안한 건지, 아님 내가 거절할 거 같아 불안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가까스로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후, 진정하자.’

만일 이대로 술에 취한 유아를 덮친다면 그녀가 싫어하는 다른 남자들과 똑같아지지 않을까? 내심 유아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내가 유아에게 미움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절로 섬뜩해졌다.

“……역시 전 안 되나 보네요.”

가까스로 지킨 이성이 무색하게도 유아는 거절한 의미로 받아드렸는지 살짝 비틀거리는 몸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아…….”

나도 모르게 그런 유아를 붙잡아 세운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유아를 놓친다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행동에 다시 나를 돌아보는 유아.

다시 유아의 얼굴을 바라보니 눈가에는 작게나마 눈물이 맺혀있었다.

“기원…… 읍.”

그 눈물을 본 나는 대답 대신 입을 맞췄다. 더는 유지할 이성이 없다. 나는 반쯤 벌어진 유아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으며 천천히 옆에 있는 내 방으로 이동했고, 유아 역시 그런 내 행동에 저항하지 않았다.

“으응, 읏.”

결국 내 방까지 온 나는 유아를 침대에 눕히고는 입술을 떨어뜨렸다. 유아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는데, 그 모습조차 치명적일 만큼 아름다웠다.

또한 그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닌 유아가 나를 간절히 원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소유욕을 불러 일으켰다.

“예, 그 눈이었어요.”

지금 내 눈빛이 어떤지는 몰라도 다른 남자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유아는 그제야 안심한 듯한, 혹은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전 기원 씨가…… 그런 눈으로 절 보길 원했어요.”

“……!?”

그 말을 계기로 난 유아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유아를 내 것으로 하고 싶었다. 나로 인해 내는 신음소리가 듣고 싶었다. 유아의 입으로 직접 자신이 내 것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아음, 음, 쪽.”

적극적으로 유아의 입술과 입안을 탐하며 손으로 바지 안으로 파고든다. 그 행동에 유아는 크게 움찔거리긴 했으나 이내 다리 사이를 조금 더 벌려 나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본능적인 저항감은 있었는지 유아는 내 양팔을 붙잡은 채 미약하게나마 떨고 있었다.

난 그런 유아에게서 다시 입술을 떼며 말했다.

“이제 유아는 내 거예요.”

“하아, 하아…… 예?”

“알았죠?”

집요한 키스로 거친 숨을 고르고 있는 유아에게 대답을 재촉하자 유아는 이내 미소 지으며 끄덕였다.

“예, 전 기원 씨 거예요.”

유아의 입에서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들으니 가슴속이 벅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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