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1 第 22 話 =========================================================================
第 22 話 “34일째”
팟-
“……!?”
여지없이 적중했을 거라 생각한 내 예상과는 다르게 방패에 닿은 서큐버스의 몸은 검은 연기로 변했고, 난 그대로 서큐버스의 몸을 지나치고 말았다. 이건 무슨 스킬이지? 어찌 됐든 공격에 실패한 건 분명한 사실. 나는 다시 몸을 돌려 내 뒤에 위치한 서큐버스를 보았다.
“후훗, 놀란 표정도 귀엽네.”
검은 연기로 흩어졌던 서큐버스는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서큐버스가 검은 파도를 사용합니다.]
‘스킬 메시지?’
동시에 내게 뻗은 서큐버스의 손에서는 방금 전에 본 검은 연기가 퍼져 나왔다. 이딴 공격이야 맞아도 죽지 않겠지만…….
“엘시크의 환영이동.”
괜히 맞아줄 필요도 없다. 간단하게 서큐버스의 뒤로 이동해 공격을 피해내고는 곧장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힘껏 치기!”
파치칙!-
[스킬 데미지! 1,582.]
“꺄악!”
‘……이상한데?’
거신의 질주는 연기로 흩어져 피했으면서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기습으로 행한 공격이기 때문인가? 어쨌거나 내 공격으로 인해 비틀거린 서큐버스를 목표로 라즈의 지원 사격이 이어졌고, 유아 역시 내 옆으로 돌아 서큐버스를 공격했다.
‘일단 싸우자.’
지금은 어떻게 된 일인지 고민하는 것보다 공격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난 계속해서 서큐버스에게 붙어 망치를 휘둘렀고, 이내 다시 한 번 서큐버스의 몸이 검은 안개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곧장 다음 공격을 허용하는 서큐버스.
뜬금없이 안개로 변했다가 이후 공격을 계속 허용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머릿속에서 번뜩하며 떠올랐다.
‘아, 이제 대충 알겠군.’
아마 10초? 그 시간이 될 때마다 한 번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스킬이 있는 듯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당황했지만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별거 아니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냥 지금처럼 때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거신의 질주 같은 걸 피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일반 공격이야 한 번쯤 피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너…… 생각보다 강하구나?”
다만 세 명이 붙어 공격하고 있음에도 서큐버스는 특유의 민첩으로 웬만한 공격을 피해내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그때, 그 말을 꺼낸 서큐버스의 붉은 눈동자가 빛이 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서큐버스가 꿈의 쾌락을 사용합니다.]
[관련 능력치 '투지'로 저항을 시도합니다.]
[서큐버스의 꿈의 쾌락이 성별에 따른 추가 보정에 들어갑니다.]
[결코 저항할 수 없습니다.]
‘어?’
팟-
떠오른 메시지를 미처 다 읽기도 전에 내 시야는 어둠으로 뒤덮이며 이내 이상한 장소로 이동되었다.
‘여긴 어디야?’
감옥인가? 이동된 곳은 희미한 빛이 비춰지고 있어 대충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지만,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낡은 벽돌로 쌓아진 좁은 방을 둘러보던 난 곧이어 온몸이 의자에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내가 왜 묶여 있어?”
거기다 장비도 없다. 완벽하게 알몸이 된 상태에서 의자에 묶인 것이다. 당황한 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지만 의자는 어떻게 된 건지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끼이익-
순간 내 정면에 있는 문이 열리더니 곧이어 조금 전까지 싸우고 있었던 서큐버스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묶어 있는 나와 느긋하게 들어오는 서큐버스.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마저 드는 상황이었다.
“아주 괘씸한 침입자야. 이렇게 공격받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
“응? 왜 그렇게 노려봐?”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공간에 끌어들인 거지. 그럼 시작해볼까.”
시작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 서큐버스는 곧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물건을 빨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입에 넣기만 했는데도 사정감이 밀려왔다. 뭐라고 해야 될까? 과정은 없이 결과만 바로 진행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전혀 흥분하지도 못한 채 곧장 사정감이 밀려오는 느낌은 결코 좋지만은 않았다.
‘설마 게임 시스템이라 그런가?’
“큭.”
어쨌든 그런 식으로 서큐버스 입안에다 사정한 내 시야는 다시 어둠으로 뒤덮였다.
“루딘!”
“씨발.”
신성한 전투 중에 이게 무슨 짓이야?! 덕분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 난 곧이어 올라오는 몇 개의 메시지 창을 확인했다.
[서큐버스에게 정기를 빼앗겼습니다.]
[현재 지니고 있는 생명력과 마나력이 50% 줄어듭니다.]
[생명력과 마나력이 6066/1810 줄어듭니다.]
[서큐버스의 생명력이 15,752 회복합니다.]
[서큐버스의 레벨이 올라갑니다.]
“어? 서큐버스 레벨이 왜 올라가지?”
당황한 라즈의 외침. 반응을 보니 레벨이 올라갔다는 메시지만 생긴 듯하다. 그에 비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는 난 조금 뒤늦게 나타난 서큐버스를 노려보았다.
“아아~ 역시 굉장해.”
“루딘, 어떻게 된 거야?”
“잡기나 해.”
짧은 대답과 함께 달려든다. 예상지도 못한 공격에 당하기는 했지만 아직 이쪽이 유리하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달려들었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여유롭게 공격을 피해내는 서큐버스를 보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1레벨이 상승한 능력치가 아닌데.’
“고마웠어. 대가로 넌 제일 나중에 죽여줄게.”
‘응?’
갑작스레 그 말을 한 서큐버스는 유아를 목표로 잡았는지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레벨이 상승한 서큐버스가 유아를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는다면!
“도발의 외침!”
쾅!-
급한 대로 도발부터 시전한다. 그리고 퍼져 나가는 붉은 기류. 또한 그 기류에 닿은 서큐버스는 다시 내게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아니, 역시 너부터 상대하는 게 좋겠어.”
‘먹혔나?’
도발의 외침은 나보다 지능이 높은 대상에게 10% 정도의 확률로 도발에 걸리는데, 반응을 보니 그 10%가 터진 듯했다. 물론 도발의 외침도 레벨이 올랐으니 10% 보다는 높은 확률이겠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린 서큐버스를 상대했지만 이게 또 쉽지만은 않았다.
“아하하핫! 그 정도 움직임으로 날 잡을 수 있겠어?!”
“큭, 피하기만 하는 주제에.”
“아니, 단순히 놀고 있을 뿐이야.”
그리고는 손을 번쩍 드는 서큐버스. 그 행동에 맞춰 천장에는 회색의 창이 생겨나 밑으로 내리 꽂혔고, 난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 그 창을 피해냈다.
덥석-
“잡았다~”
“……!?”
위에서 내리꽂히는 창을 피하기 위해 잠깐 시선을 위로 올린 나를 향해 서큐버스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그와 함께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
[서큐버스가 꿈의 쾌락을 사용합니다.]
[관련 능력치 '투지'로 저항을…….]
팟-
‘이런 미친!’
이동된 장소는 역시나 조금 전에 그 낡은 방이다. 근데 이번에는 의자에 묶인 게 아니라 바닥에 눕혀졌다는 게 달랐다. 그것만 제외하면 온몸이 벗겨져 묶여 있는 사실까지 똑같아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끼이익-
“씨발, 당장 안 풀어?!”
“어머~ 입이 험해졌네?”
또 하나 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상체를 훤히 드러낸 서큐버스다. 서큐버스는 그렇게 훤히 드러낸 가슴을 출렁이며 바닥에 누워 있는 내게 다가오더니 이내 커다랗게 변한 내 물건을 향해 자세를 낮췄다.
“이번에는 이쪽으로 해줄게.”
자세를 낮춘 서큐버스는 자신의 가슴 사이로 내 물건을 끼우더니 살짝 문질렀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사정감이 밀려왔다. 게임 시스템으로 인해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사정감이 밀려오니 미칠 것만 같았다. 차라리 행위라도 했으면 좋았겠지만 이건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아악!”
어쨌거나 사정이 끝나자마자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큐버스에게 정기를 빼앗겼…….]
“…….”
오냐, 죽여주마.
메시지 창은 보이지도 않았다. 오로지 서큐버스를 죽일 생각으로 가득했던 난 아이템 창에서 한 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칭호 교체. 영혼의 계약.”
[칭호 '영혼의 계약'으로 교체합니다. 남은 교체 횟수 2번.]
“소환.”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를 소환합니다.]
[소환수의 레벨이 11 상승합니다.]
[관련 능력치…….]
그오오오오!!-
‘진작 이러는 건데.’
유니크 무기를 가졌다고 너무 방심한 걸까? 이러나저러나 지금의 나로서는 서큐버스를 이기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난 우스트를 소환했다. 애초에 민첩도 나보다 높은데다 눈만 마주치면 생명력과 마나력이 퍼센트로 깎여버리니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인 우스트를 소환한다면 다르다.
“공격.”
내 명령에 따라 서큐버스를 공격하는 우스트. 원래라면 내 공격도 쉽게 피해낸 서큐버스가 우스트의 공격을 피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콰아앙!-
[소환 적중 데미지! 1,950.]
그러나 지금 소환된 우스트는 칭호와 능력치 보정. 거기다 레벨까지 11 상승한 상태다. 그로 인해 예전에 로즈 길드와 상대했던 때보다 훨씬 빨라진 공격으로 서큐버스를 타격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우스트가 이길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오오오!”
“아윽! 대체 뭐야?! 이 나무는?!”
뭐긴 뭐야?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지.
콰드드득!-
덧붙여 20여 개에 달하는 나무뿌리까지 소환하니 전세는 확연하게 역전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내가 이런 방법으로 싸우게 될 줄이야.’
C랭크 의뢰를 하면서 자주 사용한 방법이기는 했지만 그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그때는 싸우기가 귀찮아 우스트를 소환한 거지만 지금은 이기기가 힘들다고 판단해 소환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서큐버스를 잡기 위해서는 눈을 감고 싸워야 되지 않을까?
눈이 마주치면 그 이상한 공간으로 이동되는 거 같으니 반대로 눈을 감으면 그것만은 피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문제는 어느 누가 눈을 감고 싸울 수 있겠는가?
‘아니, 만일 두 번째 직감을 쓸 수 있다면…….’
눈을 감고도 충분히 싸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두 번 다시는 그 직감을 사용하지 않을 셈이다. 병원까지 실려 간 마당에 무슨 직감을 사용한단 말인가? 그럴 바에는 캐릭이 죽는 편이 낫다.
나 자신이 죽을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이대로 있어도 괜찮을까요?”
“충분해요.”
보니까 나무뿌리는 죽음의 나무로 진화했고, 그 죽음의 나무가 달려들자마자 다시 나무뿌리를 소환하는 우스트다. 거기다 독 연기를 내뿜으며 서큐버스를 압박했고, 그런 서큐버스를 향해 라즈는 신들린 듯이 활을 쏘고 있었다.
어딜 봐도 서큐버스가 이길 거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집중 사격!”
콰앙!-
[보스 몬스터 '서큐버스'가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24,000 획득!]
[띠링!~ 5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띠링!~ 파티원…….]
“봤지?! 내가 잡았어!”
마치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쓰러진 서큐버스와 한없이 기뻐하는 라즈. 난 메시지 창을 보고 서큐버스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우스트를 역소환 시켰다.
“루딘, 이런 소환은 언제 배운 거야?”
“예전에.”
아무튼 순수하게 기뻐하는 라즈와는 다르게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시나는 의아하다는 말투로 물어왔다.
“그런데 루딘 님. 아까 서큐버스랑 어디로 가신 거예요?”
“아, 맞다. 너 어디로 간 거야?”
“…….”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이 나오는 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지 않아요? 서큐버스랑 같이 사라지고 나타났는데 그 서큐버스는 레벨까지 올라갔잖아요.”
그런 시나의 말에 아까까지만 해도 기뻐하고 있었던 라즈가 묘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말해. 서큐버스랑 뭐한 거야?”
“글쎄. 그보다 아이템은 뭐 나왔어?”
“그러고 보니 서큐버스잖아. 야한 짓이라도 한 거 아냐?”
라즈는 서큐버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그런 식으로 물어왔다. 그에 비해 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유아는 그게 사실이냐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고, 이 주제에 원인을 제공한 시나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구경하고 있었다.
“불가항력이었어. 내 의지가 아니야.”
“하지만 두 번이나 걸릴 필요는 없잖아.”
“에이~ 두 번째는 아주 그냥 달려들던데요?”
“……좋을 대로 생각해요.”
한숨을 내쉰 난 그렇게 대답하고는 내가 획득한 아이템이나 확인하려고 했다.
“그런데 루딘, 서큐버스랑 했을 때 어땠어?”
왜 굳이 그런 걸 물어보는 걸까? 난 그 질문을 한 라즈를 보았고, 라즈는 뭔가 원하는 대답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째서 내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대답은 해야 지금의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았기에 라즈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기로 했다.
“별로 안 좋았어.”
“헤에~ 그래?”
내 대답에 만족했다는 표정을 짓는 라즈. 난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이 던전에 대해 말했다.
“그것보다 여기 보스를 잡아 아이템을 파는 건 조금 힘들지 않을까?”
“아, 상관없어.”
“응?”
상관없다는 건 무슨 뜻이지? 라즈의 실력으로는 서큐버스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상관없다고 대답한 라즈는 곧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이 던전은 팔아버릴 생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