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07화 (107/211)

00107  第 21 話  =========================================================================

第 21 話 “33일째”

결론만 말하자면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때 시나와 나눴던 대화로 인해 유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키지가 않았다. 애초에 난 현실 기피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야 취업이니 뭐니 하며 바쁜 탓에 연락을 하지 못한 것이고, 밥이야 늘 챙겨 먹고 있었다. 황혼도 돈을 벌기 위해 필수적으로 접속해야만 했으니 현재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근데 며칠 동안 접속을 못한 거야?”

5일 동안 접속하지 못한 건가? 이 5일이라면 못해도 100만 원 이상 벌 수 있었을 텐데. 그 생각을 하니 내심 시간이 아까웠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된 것도 유니크 아이템 탓이니 말이다.

“후, 그냥 주사위 팔고 몇 달간 쉴까.”

아님 강화를 해주는 걸로 돈을 벌어도 될 듯하다.

현재 내 행운은 321. 여기서 수호방패까지 쓰면 376으로 올라간다. 그 정도 행운이라면 강화를 대신해줘도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내 캐릭이 너무 알려진 상태였기에 포기하기로 했다.

무력과 더불어 행운까지 높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

‘쯧, 내가 어쩌다 다른 사람들까지 신경 쓰는 신세가 됐는지.’

몇 년간 게임을 했지만 이런 걱정은 난생 처음이었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할까? 그런 걸 보면 아이젠 녀석은 대단했다. 그런 위치에 있으면서도 태연하게 행동하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쨌든 해야 될 건…….’

두 개 정도?

그 두 개의 일을 떠올린 난 오랜만에 황혼으로 접속했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접속한 내가 있는 장소는 로우튼 마을. 도박 퀘스트를 끝내고 이곳에서 접속을 종료한 만큼 지금의 장소도 당연히 이곳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귀환 스크롤이 있는 내겐 돌아가는 거야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일단…….”

소지금부터 확인해본다.

[685골드 99실버 57코퍼]

‘엄청나군.’

무려 600골드가 넘어가는 금액. 물론 명품관 상자를 구매하면 500골드가 사라지지만 상관은 없다. 그 상자로 유니크 아이템을 뽑을 수 있으니까. 난 그렇게 생각하며 귀환 스크롤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친구 '라즈'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응?”

막상 돌아가려던 찰나, 라즈에게서 온 대화 요청을 본 나는 귀환 스크롤을 꺼내다 말고 대화를 수락했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아마도 며칠 간 접속하지 않은 탓에 연락한 거라 생각한 난 이내 예상했던 말을 외치는 라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접속을 왜 안 한 거야?!

‘어째서 화난 거지?’

그런 의문을 느끼며 간단하게 대답한다.

“병원에 입원해 있었거든.”

-병원? 어쩌다가?

“그…….”

뭐라고 대답해야 되지? 병원에서는 굶어서 쓰러진 거라 했으니 그대로 말할까? 사실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내 직감에 대해서도 말해야 되는데, 그건 내가 싫었다.

그렇다고 굶어서 병원에 실려 갔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때도 그 이유 때문에 현실 기피증인지 뭔지 하면서 떠들었는데 말이다.

“아, 계단에서 굴렀어.”

내가 생각해도 참 형편없는 대답이라 느껴졌지만 다행히도 라즈는 이런 내 말을 믿는 듯했다.

-계단? 조심 좀 하지 그랬어. 어디 다친 데는 없어?

“괜찮으니 접속했지.”

-앞으로 조심하도록 해.

그나저나 내가 왜 라즈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되지?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졌지만 그래도 걱정해주는 거니 뭐라 말하기도 그랬다.

“조심해야지.”

-응. 아, 맞다. 던전 하나 찾았는데 같이 갈래?

“던전?”

내가 병원에 입원한 사이 던전 하나를 더 찾은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던전으로 갈 수는 없었다.

“오늘은 좀 힘들고, 내일 갈게.”

-내일? 그래, 알았어.

그렇게 라즈와 던전 약속을 잡은 난 이번에야 말로 귀환 스크롤을 사용해 내 집으로…….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아, 진짜. 수락.”

집으로 좀 가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방해하는 사람이 많아?! 어쨌든 아이젠의 초대까지 수락한 난 곧이어 아이젠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며칠 간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접속 때문에? 오늘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었거든.”

-병원? 어디 다치신 모양이군요.

“아…… 계단에서 굴렀어.”

같은 거짓말을 계속하려니 이것도 할 짓이 못 된다. 하지만 역시 굶어서 입원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으니 계단에 굴렀다고 하는 게 여러모로 속편할 거 같았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으니 접속했지. 이젠 다 나았어.”

-알겠습니다. 아, 이틀 뒤에 간부 심사가 있는데 루딘 님도 오시지 않겠습니까?

“내가? 나까지 갈 필요가 있나?”

-심사와 더불어 루딘 님에게 도전하려고 하는 길드원이 몇 명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모두 끝내고 싶어 그렇습니다.

“……나한테 도전?”

도전한다는 녀석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차라리 아이젠이 나와 싸우자고 말하면 그건 이해가 된다. 근데 길드원이라니?

-최근에 접속을 못하신 영향이 컸던 거 같습니다. 그 사이에 실력을 올린 길드원이 도전할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미친.”

뭐, 대충 내가 5일 정도 쉬었고, 그 사이에 길드원은 강해졌으니 도전할만하다는 건가? 솔직히 도전하는 거야 아무렇지 않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짜증났다.

“이틀 뒤라고 했지?”

-예.

“알았어. 그때 가도록 할게.”

-길드성으로 오시면 될 겁니다.

“아아.”

[길드 채팅을 종료합니다.]

오랜만에 접속했더니 이상한 일도 다 겪는군. 아니, 당연한가? 황혼을 하는 플레이어의 실력과 레벨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만 봐도 미친 듯이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황혼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았기에 굳이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쯧.”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파밧!-

이번에는 내게 연락하는 사람이 없어 곧장 저택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저택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유아와 시나는 오늘 접속하지 않은 듯했다. 혹시 몰라 친구 목록창을 열어보니 역시나 그 둘은 접속을 하지 않았다.

“거절해서 기분 상한 건 아니겠지?”

단언컨대 결코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지금 이대로 지내고 싶을 뿐이다.

아니, 진짜 내 솔직한 속마음은…….

‘어울리지 않는 거겠지.’

현실에서의 유아는 다가서기 힘든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는 무의식중에 유아를 밀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후.’

어쨌거나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떨친 난 명품관으로 향했다.

저벅-

명품관으로 향하는 도중,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플레이어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때처럼 달라붙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무사히 명품관으로 향할 수 있었다. 다만 명품관은 의뢰 길드 안에 있다. 또 의뢰 길드 앞에는 의뢰를 같이 하려는 플레이어가 많았는데, 그 모든 플레이어의 시선이 내게 꽂히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명품관 2층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무튼 명품관 2층으로 들어온 나는 곧장 중앙으로 다가가 그때 본 명품관 상자를 구매했다.

[띠링!~ 명품관 상자를 구매하셨습니다.]

[현재 남은 금액은 185골드 99실버 57코퍼입니다.]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격이 500골드인 상자를 구매한 난 절로 느껴지는 감동에 살짝 눈을 감았다. 이제 한 번 더 유니크 아이템을 뽑을 수 있겠구나. 아직 황혼에 등장한 유니크 아이템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가진 주사위를 제외하고 말이다.

게다가 이번 상자로 뽑으면 유니크 아이템은 두 개가 된다.

‘일단 집으로 가서 작업해볼까?’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작업하는 게 편하지 않겠는가? 막말로 길거리에 쭈그려 앉아 작업하면 그게 무슨 꼴인가.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신경 쓰였던 난 다시 귀환 스크롤을 사용해 집으로 돌아왔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파밧!-

“자, 그럼.”

유니크, 유니크, 유…….

“……?!”

뭐, 뭐야?

직감을 사용하자마자 온몸에서 오싹한 느낌이 든다. 설마 그때 죽을 뻔한 후유증인가? 하지만 그건 두 번째 직감을 썼을 때였다. 난 다시 침착하게 직감을 사용했고, 역시나 방금 내가 느낀 건 착각이었는지 익숙한 불안감만 느껴질 뿐이다.

‘괜히 놀라게 하고 있어.’

어쨌든 명품관 상자를 붙잡고 계속해서 작업을 시도한다. 생각보다 유니크가 나올 확률이 높은지, 몇십 번 정도에 유니크가 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확률이 대략 3~5% 정도는 되는 듯했다.

‘뭐, 500골드 상자인데 그 정도 확률은 돼야지.’

아무튼 유니크가 나온다는 걸 깨달은 난 주저 없이 상자를 열었다.

[띠링!~ '뇌룡의 포효'를 획득하셨습니다!]

“뇌룡의 포효인가?”

아이템 창을 열어 꺼내보니 조금 신기한 형태의 무기였다. 이건 뭐야? 망치야? 뇌룡의 포효는 원뿔 형태를 지닌 이 무기는 옆면 중심에다 막대기를 꽂아 마치 망치처럼 보이는 그런 무기였다.

……설마 망치는 아니겠지?

[뇌룡의 포효] (Unique)

설명:번개의 힘을 간직하고 있는 뇌룡의 뿔로 만들어진 망치. 단단함이 그 어느 금속보다 뛰어난 뇌룡의 뿔은 가공조차 불가능했던 탓에 그 형태 그대로 쓸 수 있는 망치로 만들어졌다. 또한 가공을 하지 않은 탓에 뿔에 지닌 번개의 힘이 전혀 손실되지 않았고, 그 번개의 힘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이 망치는 여타 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무기가 되었다.

<근력(150), 민첩(10), 체력(100)>

<번개 속성 10%>

공격력:600  마법 공격력:300

내구력:200/200

*망치로 적중 시, 물리 공격력이 전격 데미지로 적용.

*망치로 적중 시, 자신의 근력보다 낮은 적에게 2배 데미지.

*바닥을 내리칠 때마다 '뇌룡의 포효' 발동.

“씨발, 망치잖아!”

참고로 망치와 같은 둔기는 관통 확률이 전혀 없다. 대신 공격력이 높은 게 특징이었는데, 이 뇌룡의 포효도 그와 비슷한 무기였던 거 같았다.

플레이어 중에서도 망치를 쓰는 사람이 없거늘.

“뭐, 상관은 없나.”

따지고 보면 관통 데미지가 없더라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내가 관통 데미지를 이용해 싸우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또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망치도 나쁜 무기만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처음 망치라는 충격에 보지 못한 밑에 특수 능력들. 그걸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공격력이야 둔기니 당연히 높았고, 근력도 나보다 낮은 대상에게 2배 데미지가 적용되니 역시 유니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이 무기에다 강화까지 해버린다면?’

실로 엄청난 무기가 탄생하지 않을까? 아니, 공격력이 지금의 내 방어력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결투장에서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고 망치만 휘둘러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길드원이 불쌍하네.”

이런 무기까지 든 내게 도전하다니. 그리고 이런 무기라면 강화할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한 난 강화석도 구매하고, 무기를 만들 재료도 구매할 겸 플레이어들이 모인 거리로 나갔다.

‘유아가 쓰던 무기가…….’

창이었나?

유아의 제의를 거절한 것을 포함해 많은 신세를 졌던 난 뭐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가진 것 중에 제일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게 제작 스킬이 아니던가? 재료만 좋으면 웬만한 매직급 무기보다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무기를 만들 수 있었기에 부디 이 선택이 맞길 빌며 걸음을 옮겼다.

웅성~ 웅성~

‘강화석밖에 안 보이는군.’

어차피 강화석도 살 생각이었던 나는 눈에 보이는 대로 냅다 고르기 시작했다.

“4골드 80실버입니다.”

‘드릅게 비싸네.’

아무튼 강화석을 구매하면서 재료 아이템도 찾아보니 딱히 눈에 띄는 재료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레어 아이템 팝니다! 단돈 20골드!”

‘레어 아이템?’

레어 아이템이란 말에 그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꽤 많은 플레이어가 모여 있었다. 레어 아이템을 20골드에 판다는 말에 모여든 건가? 보통 레어 아이템의 가격은 100골드를 넘어섰기에 이렇게 모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자, 여기 레어 아이템이 있습니다! 보시고 구매하세요!”

“장비가 아니잖아?!”

“누가 이런 걸 사?”

“……?”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니 무슨 주괴 같은 게 있었다.

“잠깐만요.”

난 마치 속았다는 듯이 외치고 있는 플레이어 사이로 들어가 레어 아이템이라 소개한 주괴를 확인했다.

[미스릴괴] (Rare)

설명:강철보다도 단단하고 가벼운 희귀한 금속. 미스릴 그 자체에는 마나력을 보다 쉽게 흐르게 하는 성질이 있어 마법 물품 제작에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제작에 포함된 미스릴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성질은 더욱 더 강해지는 효과가 있다.

*재료 가치 5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