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5 第 19 話 =========================================================================
第 19 話 “28일째”
내가 직감을 사용한지 얼마나 됐지? 20분? 고작 그 정도인데도 머리가 아파왔다. 처음 사용했을 때는 접속 시간 내내 사용했지만 그 대가로 온종일 기절. 두 번째는 비교적 짧게 사용했음에도 코피를 흘렸으니 지금 이 상황도 그리 좋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조금만 버티자.’
시작 금액을 10골드로 올렸기 때문에 이 게임도 금방 끝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직감으로 내가 이길 패를 알 수 있는 이상,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판은 이기겠군.’
생각하며 카드 한 장을 뒤집는다. 상대방도 카드 한 장을 뒤집었고, 이내 나온 카드는 각각 [♠A]와 [♣Q]. 내가 더 높은 카드였지만 처음부터 큰 금액으로 배팅을 하면 상대방은 포기할 게 뻔했다.
“20골드.”
“25골드.”
한 번의 배팅으로 모인 돈이 65골드. 그리고 한 장씩 오픈된 카드는 [♦7], [♥Q]. 직감으로 내가 이길 거란 확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패는 짜증날 정도로 좋았다.
“원페어. 나부터군. 이번에는 50골드를 내지.”
“후, 52골드.”
이젠 167골드가 된 배팅. 상대방은 내가 배팅까지 할 줄은 몰랐는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자신이 있나보군.”
“행운이 나를 돕고 있거든.”
대답이야 이렇게 했지만 내심 너무 노골적으로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몇 번 카드를 공개하면서 졌다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다음 카드는 [♣A]와 [♦9]. 나 또한 원페어가 만들어졌다.
“확실히 거짓말은 아닌 거 같군. 행운이 돕고 있다라…….”
‘포기할 건가?’
배팅된 금액을 생각하면 포기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상대방은 딱히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겐트도 비슷한 말을 했지. 승부는 보다 높은 행운을 가진 자가 이긴다고.”
‘겐트가? 대체 뭘 믿고 그런 말을 한 거지?’
“만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네 행운은 나보다 높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아. 행운보다는 언제 이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느낌이야.”
‘예리한데.’
정상적인 대결을 펼친다면 내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 직감을 사용한 지금도 몇 번이나 지면서 겨우 한 번씩 이기고 있는데, 그 직감마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보나마나 돈이란 돈은 죄다 털릴 게 분명했다.
“60골드.”
하지만 난 그런 상대의 말을 무시한 채 배팅을 했고,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배팅을 하며 겐트에게 말했다.
“또 행운 하니까 생각나는군. 그 물건은 아직도 가지고 있나?”
“…….”
그 물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겐트는 침묵으로 답했다.
“웃긴 녀석이군. 그 물건만 팔면 빚을 청산할 수 있을 텐데.”
“팔 수 없어. 내게 하나밖에 없는 유품이기도 하니까.”
“그게 우습다는 거다. 그깟 유품보다 자신의 앞길을 더 걱정하는 게 어떤가?”
이러나저러나 나 역시 그 말에는 찬성이었다. 아니, 애초부터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 아닌가? 뭐, 도박을 했기에 지금 내가 이곳에 앉아 있는 거지만.
아무튼 카드는 A카드로 원페어를 만든 내게 먼저 전해졌고, 배팅 또한 계속 진행되었다.
‘나야 그렇다지만 저 녀석은 왜 안 죽는 거지?’
드러난 패를 봐도 내가 유리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오픈된 4장의 카드를 본 나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A] [♦7] [♣A] [♥2]
[♣Q] [♥Q] [♦9] [♦5]
‘투페어인가?’
상대방이 계속 배팅하는 걸 보니 지금의 내 원페어보다 높은 패를 들고 있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7번째 카드를 믿고 배팅하는 미친 짓은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큭큭큭.”
그때 7번째 카드를 받고 확인한 상대방이 억지로 참는 듯한 웃음을 내기 시작했다. 물론 난 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 겉으로는 내가 말했던 대로 행운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걸로 네 녀석의 행운이 진짜인지 확인할 수 있겠군.”
“좋은 패가 들어왔나 봐?”
“암, 그렇고말고. 설마 도망치거나 하진 않겠지?”
도망은 무슨.
“전 재산 걸지.”
직감에도 변화가 없고, 상대방도 도망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내가 할 일은 최대한 많은 돈을 얻어내는 거였다. 때문에 모든 돈을 걸었고, 상대방도 이번만은 어지간히 자신이 있었는지 내 전 재산에 맞춰 돈을 걸었다.
‘이번에 이긴다면…….’
906골드가 들어오는 건가?
대놓고 말해 그 돈만 받고 게임을 끝내고 싶을 정도다. 900골드라니? 그 돈만 있어도 명품관 상자를 더불어, 레어 아이템은 모두 강화하고도 남는 돈이었지만, 퀘스트 특성상 그럴 일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내가 유리해지는 걸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배팅이 끝났군.”
그 말과 함께 드러난 상대방의 패.
[♣Q] [♥Q] [♦6] [♠6] [♥6]
“풀하우스(Full House)다.”
‘풀하우스?’
원페어와 트리플이 합쳐진 카드. 아마도 처음에 받은 3장의 카드 중, 2장은 6 원페어 같았다. 그러다 마지막 7번째 카드에서 또 6이 뜬 거겠지? 어쨌거나 상당히 높은 카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씨발, 그럼 내 패는 뭐야?’
풀하우스를 이길 패라니? 난 뒷면의 카드 3장을 모두 열어보았다.
[♦A] [♥3] [♥A]
‘이건…….’
순간 내 머릿속에 그려진 하나의 패. 난 그 패를 만들기 위해 [A] 카드를 모두 뽑아 이내 하나의 패를 만들어냈다.
[♠A] [♦A] [♥A] [♣A]
“뭐, 뭣?”
[906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이겼다.’
일명 포카드(Four of a Kind). 풀하우스를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패 중 하나였다. 그리고 회심의 풀하우스로 패배한 상대는 이내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는 곧 양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이건 사기야!”
‘뻔한 반응이군.’
이건 사기다. 있을 수 없다. 너희들이 짜고 하는 거다. 무효다 등등. 멋대로 지껄이는 상대를 본 나는 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앉아. 아직 게임 안 끝났어.”
“뭐라고?”
“남은 194골드도 뱉어야 될 거 아냐.”
덧붙여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안함이 엄습했다. 이 퀘스트가 끝나면 접속부터 종료해야 되지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상대방은 더는 발광(?)하지 않으며 자리에 앉았다.
“조, 좋아. 이제부터 제대로 상대해주지.”
‘미친.’
언제는 장난으로 상대했냐?
하지만 이후 게임은 엄청나게 쉬웠다. 내 행운을 경계한 탓인지, 배팅을 조금만 시도해도 상대방은 금세 포기했기 때문에 난 남은 돈을 전부 긁어모을 수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처음부터 일찌감치 포기했던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116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후.”
끝났군.
결국 상대방의 모든 돈을 쓸어 담은 난 겐트를 보았다. 부탁한 대로 녀석을 이긴 탓인지 겐트의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모든 돈을 잃은 상대방은 테이블에 엎드리며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내가 지다니.”
‘뭐, 살다보면 질 수도 있는 거지.’
그렇다고 해도 난이도 1위에 걸맞은 퀘스트가 아닐 수 없었다. 아마 2위가 바무트 신전이었나? 그것보다 몇 배는 어려웠다고 생각한 난 지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고, 겐트 역시 그런 나를 따라 밖으로 나와 말했다.
“수고했네. 멋진 승부였어.”
[의뢰 경험치 500,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특수 선택지가 발동되었습니다.]
‘특수 선택지?’
이건 또 뭐야?
[현재 겐트에게는 500골드의 빚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500골드를 건네준다면 겐트는 보상으로 '아이템(?)'을 줄 것입니다.]
“…….”
그냥 주는 게 아니었나? 분명 보상에는 '아이템(?)'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얻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여러모로 당황스러웠다.
‘이걸 줘야 돼, 말아야 돼?’
준다면 500골드와 아이템을 받는다. 그 정도 돈이라도 명품관 상자를 구매할 수 있지만, 힘들게 번 500골드가 날아가는 셈이다.
다만 어떤 아이템을 줄지는 짐작이 갔다.
‘아마 하나밖에 없다는 유품이겠지?’
도박으로 모든 걸 잃은 겐트가 가진 거라고는 그 유품밖에 없었다. 그러니 아이템도 자연스레 유품이라는 것을 추측한 나는 500골드와 유품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분명…….’
문득 도박하면서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또 행운 하니까 생각나는군. 그 물건은 아직도 가지고 있나?’
‘웃긴 녀석이군. 그 물건만 팔면 빚을 청산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우습다는 거다. 그깟 유품보다 자신의 앞길을 더 걱정하는 게 어떤가?’
녀석이 했던 말을 떠올려보면 유품은 500골드의 가치를 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명품관 상자가 500골드라는 사실을 떠올린 난 마음의 결정을 내려고는 겐트에게 말했다.
“빚이 500골드라고 했죠?”
“음? 아, 그렇지.”
“제가 드리죠. 그 500골드.”
[500골드를 지불합니다.]
“…….”
동시에 겐트의 손에서 생겨난 묵직한 주머니. 보고 있자니 참 현실성이 없는 광경이었다. 갑작스레 돈 주머니가 생겨나다니? 아무튼 내게서 돈을 받은 겐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저, 정말 주는 건가?”
응?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내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지 멋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예, 다시는 도박하지 마세요.”
“하, 아하하핫! 자네 참 멍청하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빚을 갚아주다니 말야.”
“…….”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참 멍청하다는 생각이 든다.
“후, 좋네. 자네 말대로 더는 도박하지 않겠네. 덕분에 웃을 수 있었어.”
뭐랄까? 겐트는 뭔가 후련해진 표정으로 말하더니 품속에서 네모난 보석 같은 걸 꺼냈다.
“받아주게나. 이건 내가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증거이기도 하니.”
[띠링!~ '행운의 보석 주사위'를 얻었습니다.]
‘주사위?’
“그리고 자네는 내가 본 최고의 도박꾼이었네.”
[도박꾼 겐트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칭호 '최고의 도박꾼'을 획득하셨습니다.]
덩달아 딸려오는 칭호. 칭호를 얻는 건 좋지만 이름이 이상했다. 그나저나 겐트에게 인정을 받으니 칭호를 주는군. 예전에 특정 NPC에게 인정을 받으면 칭호를 준다는 글을 읽었는데, 겐트도 그와 같은 NPC인 모양이었다.
“자네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하길 빌겠네.”
그리고 겐트가 떠나자 내 몸은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놈의 이벤트는 몸이 안 움직여져서 별로다. 어쨌거나 500골드를 준다는 선택지를 고른 나는 그에게서 받은 주사위를 확인해보았다.
[행운의 보석 주사위] (Unique)
설명:도박꾼 겐트의 일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주사위. 행운을 상징하는 각종 보석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주사위는 대를 물려가며 전해진 탓에 수많은 사람의 신념이 담겨졌고, 그 신념으로 인해 주사위 자체에는 실로 엄청난 수준의 행운이 깃들게 되었다. 덧붙여 주사위는 특별한 장비가 아닌 만큼, 단순히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행운(200)>
<모든 속성 1%>
내구력:250/250
*행운 계열 스킬 레벨 +2 적용.
*행운 계열 스킬 효과 20% 상승.
*강화에 성공할 때마다 내구력 1 상승.
“유니크?”
역시 500골드의 가치를 하는 아이템이었다. 그래, 유니크라면 500골드의 가치가 있지. 아니, 실제로 이 아이템을 판매한다면 500골드 이상 받을 수 있을 듯했다. 행운이 이 정도로 상승한다면 강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현금으로 팔아도 5천만 원은 우습겠는데?’
또 설명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본 나는 주사위를 아이템 창에 넣고는 상태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행운(321)
‘오.’
예상했던 대로 아이템 창에 넣어도 능력치가 적용된다. 일종의 부적 아이템인 것이다. 원래 부족 아이템은 그림이나 조각과 같은 것을 아이템 창에 넣으면 그에 따른 능력치가 적용되는 건데, 이 주사위도 그것과 같은 종류의 아이템이었다.
‘5천만 원? 아니, 그보다 훨씬 비싼 아이템이잖아?’
적어도 8천만 원은 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며 기분 좋게 접속을 종료했다.
[접속을 종료합니다.]
[다시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어…… 어, 어?”
접속을 종료하고 현실로 돌아온 난 갑작스레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듯이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이내 시야마저 흐릿해지고 있었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태가 되었고, 시야와 더불어 정신마저 흐릿해지고 있었다.
‘큭, 부, 분명 설명서에…….’
그런 와중에 가까스로 예전에 읽었던 캡슐 설명서를 떠올린 난 겨우 한 마디의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기, 긴급…… 호, 출…….”
긴급 호출은 혹시나 로그아웃을 하면서 무슨 문제점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만든 시스템이었다. 그 말을 하면 자연스레 119와 연결이 되기 때문에 난 그 말을 내뱉었지만…….
-예, 119입니다.
‘제……길…….’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