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4 第 19 話 =========================================================================
第 19 話 “28일째”
“아, 그렇다고 너무 기죽을 건 없어. 어차피 연습 게임이니.”
능글능글하게 웃는 상대를 보니 절로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그런 상대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연습 게임이라 해도 내가 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거기다 행운이 300 이상 차이가 났기 때문에 평범한 방법으로는 이기기가 힘들지도 몰랐다.
‘아니, 이거 이길 수는 있는 건가?’
전에 인터넷에서 왜 이런 퀘스트가 난이도 1위에 선정됐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직접 해보니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내 행운도 500 정도로 맞춰야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던가? 아니, 행운을 500 맞춰도 보유한 자금에서 밀리니 대등한 싸움은 애초부터 물 건너간 셈이다.
“하지만 그 연습 게임도 끝났으니 이제 본게임으로 넘어가야겠군.”
“……좋을 대로 해.”
“멋진데? 그 자신감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시작 금액 1골드를 배팅합니다.]
[관련 능력치 행운(121)이 적용됩니다.]
[상대방의 행운과 비교해…….]
겐트는 굳은 표정으로 나와 상대방에게 3장의 카드를 건네줬다. 이번에는 좋은 카드가 들어왔을까? 행운 보정으로 그럴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말 그대로 낮아지기만 했을 뿐이다.
확률이 0% 가 되지 않는 이상, 내가 이길 가능성도 있을 거라 믿었다.
[♠Q] [♦7] [♠3]
“…….”
그냥 죽어?
이런 패로는 이길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 처음부터 원페어가 만들어졌다면 모를까, 지금의 패로는 왠지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보아하니 패가 좋지 않은 모양이군.”
“글쎄.”
일단 카드 한 장을 뒤집는다. 뒤집은 내 카드는 [♠Q]. 상대방은 [♥J]. 내가 더 높은 카드였기에 배팅도 나부터 시작되었다.
‘계속 가보자.’
참고로 배팅은 무제한이다. 내가 1골드를 내면 상대방은 1골드 이상을 내야 되는 배팅인데, 그런 식으로 한 번씩 배팅을 끝내면 다음 카드를 받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방식이었다.
‘진짜 미친 난이도.’
배팅조차 내가 불리한 게임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상대방이 100골드씩 걸면 어떻게 될까? 한 번만 지면 그대로 게임이 끝난다는 뜻이다. 배팅조차 불리한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아무튼 시작부터 끝낼 생각은 없는지 상대방도 적은 액수로 배팅을 했고, 이내 난 3장의 카드를 더 받을 수 있었다.
받은 3장의 카드는 앞면이 드러났기에 나와 상대방 모두가 어떤 카드인지 알 수 있는 상황.
‘어디보자…….’
[♥3] [♣9] [♦2]
‘또 원페어.’
하지만 연습 때보다 낮은 원페어다. 이 원페어로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드러난 상대방의 패는 [♥J] [♦10] [♣5] [♦6]. 아직 완성된 패가 없다.
‘왠지 연습 게임과 비슷한 느낌인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지막 7번째 카드를 받았다.
[♣2]
‘어?’
이건…… 투페어(Two Pair)?
투페어라면 이길 가능성이 충분했다. 역시 확률이 낮아질 뿐이었나? 어찌 됐든 자신감을 되찾은 난 마지막으로 3골드를 배팅하고는 카드를 공개했다.
[♠3] [♥3] [♦2] [♣2]
“호, 투페어. 좋은 패군.”
‘뭐지? 저 반응은?’
내 패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상대방은 자신의 패를 드러냈다.
[♣5] [♥5] [♠5]
“…….”
“아쉽게 됐군.”
[11골드가 줄어듭니다.]
설마 투페어로 질 줄은 몰랐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정신 차렸다. 이제 첫 게임인데 충격을 받아서 어쩌자는 말인가? 아직 남은 돈도 충분하다.
‘이길 방법부터 찾아보자.’
지금 근본적인 문제는 행운이었다. 행운 수치가 낮았기에 이런 결과가 일어났다고 생각한 난 행운부터 어떻게 해보기로 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10레벨이니 총 55의 능력치가 더 올라간다. 행운도 55가 올라갔기에 이로써 내 행운은 176. 상대방과 비교하면 아직도 부족한 수치지만 쓰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내 모습을 본 상대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큭큭, 아주 발악을 하는군.”
“뭐?”
“어이, 겐트. 이 녀석이 정말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믿고 데려온 건가?”
“…….”
저 녀석은 왜 대답을 안 해?!
정작 내게 퀘스트를 주고 데려온 겐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긍정이라고 했나? 내가 보기에도 침묵하는 겐트의 모습은 상대방의 말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복수에 눈이 먼 네 녀석이 그런 걸 생각할 리가 없지.”
‘복수?’
아마 도박에서 진 복수를 말하는 듯하다.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겐트 본인은 말없이 카드를 섞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되었다.
[시작 금액 1골드를 배팅합니다.]
[관련 능력치 행운(176)이 적용됩니다.]
[상대방의 행운과 비교해…….]
‘젠장, 메시지는 그대로군.’
압도적으로 부족한 수치. 이전과 전혀 변함이 없는 그 메시지를 본 나는 내게 들어온 3장의 카드를 확인했다.
[♥2] [♠5] [♥9]
‘이 패로 계속해야 되나?’
잠깐 고민한 나는 별로 가망이 없다고 느끼고는 주저 없이 포기했다.
“죽지.”
[1골드가 줄어듭니다.]
“음? 재미없는 짓을 하는군.”
‘재미는 개뿔.’
이기는 게 중요하지, 재미가 중요한가? 하지만 상대방은 정말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카드를 겐트에게 던졌고, 겐트는 상대방과 내 카드를 받고는 다시 섞기 시작했다.
‘근데 이 짓을 해도 이기기가 힘들겠는데.’
좋은 패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대략 5번 정도 기다리니 이번에야 말로 좋은 패가 들어와 배팅을 시작했지만,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었는지 상대방은 웃으며 게임을 포기했다.
“이번에는 좋은 패가 들어왔나 보군. 포기하지.”
‘역시 안 되나?’
좋은 패가 들어오는 확률을 보니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내 패배였다. 5골드를 잃고 1골드를 얻으니 당연한 결과. 이 방법도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사이,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겐트가 왜 이러는지 알고 있나?”
“……아니.”
“큭큭, 간단해. 저 녀석은 나와 한 도박으로 모든 걸 잃었거든. 아니, 내가 뺏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겠군. 어쨌든 그 계기로 나도 자신과 똑같이 만들어주겠다는 지껄이며 여기저기 빚까지 졌지.”
말하는 상대방은 겐트를 바라봤지만, 겐트는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 빚이 500골드였던가? 그런 녀석이 이번에는 자신을 대신할 다른 누군가를 데려오다니.”
“…….”
“이봐, 겐트. 너도 한마디 해야 되지 않나? 널 위해 여기까지 온 녀석에게 말야.”
“할 말은 없다. 못하면 그걸로 끝일 뿐.”
‘저놈이?’
이쯤 되니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들이 서로 짜고 게임하는 거 아냐? 하지만 현실이 아닌 게임에서의 일이니 그럴 일이 없다고 믿으며 다시 카드에 집중했다.
‘어쨌거나 이겨야 된다는 목적은 변함이 없군.’
다만 지금 내 상황을 보면 그것도 힘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얻은 골드라고 해봐야 1골드. 특별한 방법 없이는 내가 패배할 게 분명했다.
‘좋은 패가 나와도 상대방이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
솔직히 말하자면 딱 하나 있다.
그 방법을 쓰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만 막상 쓰기가 껄끄러운 방법. 하지만 이대로 패배해 100골드를 날릴 수는 없었다.
‘젠장, 두고 보자.’
뼛속까지 발라내주마!
이를 악 물며 정신을 집중한다. 오로지 황혼에서만 사용 가능한 직감.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황혼에서는 내 직감이 증폭되었고, 또 증폭되는 탓에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직감이 있었다.
거의 2주 전에 부서진 신전에서 사용한 두 번째 직감.
그것을 발동시킨 난 여지없이 느껴지는 두통을 무릅쓰고 내 앞에 놓인 카드를 보았다.
‘……씨발.’
카드에 대한 모든 정보가 애매하다. 지금 내 카드로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도 직감을 확인하기 위해 카드 한 장을 뒤집었다.
[♥8]
“다른 카드는 안 보는 건가?”
“볼 필요도 없지.”
“이제 완전히 포기했나보군.”
큭큭거리며 웃는 상대방 역시 카드 한 장을 뒤집었다.
[♠9]
‘응?’
그때 직감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변했다. 이대로 쭉 나가면 이길 수 있을 듯했다.
‘갑자기 왜 바뀐 거지?’
의아할 틈도 없이 겐트는 패가 높은 상대방부터 카드를 넘겨주었고, 난 내 직감이 가르쳐주는 대로 배팅을 계속했다. 내가 계속 배팅을 하니 상대방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지금 뒤집어놓은 내 카드는 나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8] [♥6] [♣8] [♥K]
[♠9] [♦Q] [♣5] [♥9]
‘벌써 원페어를 만들다니.’
상대방의 드러난 패는 벌써 원페어가 만들어졌지만 내 직감은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또 마지막 7번째 카드까지 확인하지 않고 끝내자, 상대방은 곧 흥미를 잃은 표정으로 말했다.
“할 생각이 없나보군. 지금 네가 남은 돈이 78골드인가?”
“그렇다면?”
“78골드를 걸지.”
“…….”
후, 여기서 지면 끝나는 건가? 물론 마지막 카드를 받을 때까지 내 직감은 여지없이 이길 거라는 확신을 주고 있었다. 지금껏 직감을 믿지 않은 적이 없었던 난 상대의 배팅을 받으며 내 모든 돈을 걸었다.
“이제 끝났군. 패를 보도록 할까?”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처음부터 받은 패를 하나씩 열어보았다.
[♥8] [♠J] [♥2] [♥6] [♣8] [♥K] [♥4]
동시에 상대방의 패를 보았다.
[♠9] [♥9] [♦Q] [♠Q]
‘졌나?’
원페어도, 투페어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 그에 비해 상대방의 패는 투페어였다. 하지만 떠오른 메시지 창은 그 반대를 말해주었다.
[17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내가 이겼다고?’
그 메시지에 놀라며 다시 한 번 내 패를 보는 사이, 상대방의 입에서는 신음과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플러시(Flush)…….”
플러시라면…… 아, 같은 모양이 5개였군.
지금 내 패를 살펴보면 [♥] 카드가 5장이었다. 그래서 이긴 거였나? 그리고 마지막까지 카드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은 내 금액에 맞춰 배팅을 했고, 그로 인해 총 85골드의 돈을 얻을 수 있었던 거 같았다.
‘이제 대충이나마 알겠군.’
만일 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퀘스트고 뭐고 집으로 돌아가야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직감이 어떤 식으로 정보를 주는지 파악이 끝난 난 이번에야 말로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지만…….
“목숨만은 건졌군.”
이후 게임은 예상과 다르게 쉽지만은 않았다.
애당초 행운이 낮은 탓에 내가 이길만한 패가 들어오지 않는 게 그 이유였다. 직감이고 뭐고 일단 패가 들어와야 이길 거 아닌가? 다만 직감을 발동한 이후에 계속해서 카드를 확인하지 않는 내 모습이 의외로 거슬렸는지 상대방의 표정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그나마 알아낸 거라고는 직감에 대한 건가?’
처음 카드 3장을 받을 때는 애매하거나, 혹은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애매한 상황에서는 순서에 따라 내가 이기거나 진다는 것이 느껴졌는데, 그 순서까지도 직감으로 해결이 가능한 만큼 거의 팽팽한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14골드가 줄어듭니다.]
‘후, 씨발.’
여기서 팽팽한 승부란, 내가 한 번을 이긴다고 해도 상대방은 5~6번 이겼기 때문이다. 거기다 혹시라도 내가 모든 돈을 걸면 상대방은 주저 없이 죽었기에 게임은 쉽사리 끝나지가 않았다.
[453골드]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될 거 같은데.’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응?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겐트! 저 녀석과 짜고 치는 건 아니겠지?”
“바보 같은 질문이군. 내가 그런 짓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건 알 텐데?”
“젠장, 근데 카드도 안 보고 어떻게!”
짜증이 섞인 말투로 외친다. 하긴, 지금껏 카드도 안 보고 끝까지 한 배팅에서는 무조건 이기고 있으니 짜증이 날만도 하다. 게다가 녀석이 잃은 돈도 상당한 탓에 이전과 같이 많은 금액을 배팅하거나 하는 일은 보기 힘들었다.
‘내 행운이 300 정도만 됐어도.’
“이제부터 시작 금액을 올리도록 하지. 10골드로.”
‘응? 10골드?’
단숨에 10배로 올라간 시작 금액. 시작 금액이 10골드라면 최소 배팅하는 금액도 10골드 이상이야만 한다. 보다 빠르게 끝낼 수 있다는 뜻인데, 지금 이 상황이 내게 유리한 만큼 반갑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시작 금액 10골드를 배팅합니다.]
[관련 능력치 행운(176)이 적용됩니다.]
‘근데 머리가 점점 아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