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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03화 (103/211)

00103  第 19 話  =========================================================================

第 19 話 “28일째”

‘후, 미치겠네.’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이리도 힘들 줄이야.

가는 길마다 달라붙는 길드원을 향해 '따라오면 전원 추방하겠다!' 라고 말한 뒤에야 겨우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던 난 한숨부터 내쉬었다. 물론 그렇게 말을 해도 따라올 길드원은 여전히 따라왔다.

다만 내게 접근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는 정도였기에 나 또한 그들에게서 신경을 끊고 행운 능력치를 주는 책을 찾기 시작했다.

[내 손으로 만드는 예술품.]

내용:F랭크 스킬 '기초 조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가격:4실버.

[적을 향해 날아가는 한줄기 불꽃.]

내용:F랭크 스킬 '불꽃 화살'을 배울 수 있습니다.

가격:11실버 50코퍼.

‘쯧, 이런 방법으로는 평생 못 찾겠군.’

몇 권의 스킬북을 살펴본 결과, 일일이 찾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그냥 NPC에게 물어볼까?

NPC에게 물어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카운터로 다가갔다. 동시에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옆으로 비켜주는 길드원의 행동이 거슬릴 정도로 짜증났지만 겉으로 티내지는 않았다.

‘나중에 갑옷을 싹 바꾸던가 해야지.’

황혼에서의 플레이어는 아이디가 머리 위로 뜨거나 하진 않는다. 몬스터의 경우와는 좀 다른데, 그걸 이용하면 내가 부길마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을 듯했다.

“찾으시는 책이라도 있으신가요?”

“행운과 관련된 책이요.”

“아, 그 책이라면 저쪽으로 가시면 돼요.”

예상대로 간단하게 위치를 알아낸 나는 NPC가 가르쳐준 곳으로 갔고, 이내 행운 능력치와 관련된 책을 찾아냈다.

[그대의 행운을 시험하라.]

내용:F랭크 스킬 '동전 튕기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가격:25실버.

‘생각보다 비싼데?’

행운이라는 특별한 능력치를 줘서 그런지 몰라도 스킬북의 가격은 다른 것에 비해 두 배 정도 비쌌다. 그래봐야 내게는 푼돈에 불과했기에 주저 없이 돈을 주고 구매해 습득까지 끝냈다.

[F랭크 스킬. '동전 튕기기'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을 습득함에 따라,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띠링!~ 새로운 능력치 '행운'이 생겨났습니다. 행운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이로운 일입니다. 행운이 높아질수록 확률과 관련된 모든 스킬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행운이 1 상승합니다.]

이걸로 됐겠지?

“상태 정보창.”

동전 튕기기로 행운 능력치가 생겨났다는 메시지를 본 나는 상태 정보창을 열어 내 능력치를 확인했다.

[이름:루딘]

[칭호:빛의 수호자]

[레벨:65]

[명성:1809]

[길드:엠페러(Emperor)]

[생명력:11609/11609]

[마나력:5000/5000]

[지구력:100.0%]

[공격력:876] [마법 공격력:301]

[방어력:1560] [마법 방어력:1342]

[능력치]

근력(646) 지능(180) 민첩(368)

체력(518) 마력(405) 기술(69)

투지(92) 소환(130) 집중(24)

행운(21)

[습득한 스킬:19/30]

[동료 NPC:1명]

‘지금 행운이 21이니…….’

레어 망토로 인해 20 더 상승한 행운 능력치. 그러나 행운 관련 칭호까지 합치면 최종적으로 121이 된다. 또 그 정도 행운이라면 할만하다고 생각한 난 도박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로우튼으로 향했다.

“루딘 님이 또 어디로 가시는 거지?”

“나도 모르지. 그보다 이렇게 쫓아다니기만 해서 어떻게 할 거야?”

“그래, 적어도 눈도장은 찍어야 될 거 아냐.”

“…….”

눈도장?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아무래도 저들은 내가 길드 일에 관심이 없다는 걸 모르는 듯했다. 나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길드에 대해 흥미가 없다는 것도 알 텐데 말이다.

‘어디까지 따라오나 보자.’

다행히도 길드원은 공간이동 장치를 이용하자마자 떨어뜨릴 수 있었다. 1골드가 없는 건지, 아님 더는 따라올 마음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조금은 후련해진 기분이었다.

엠페러 길드에 들어온 것을 후회한 적은 없지만 오늘로 그 생각이 바뀔 뻔했다고 할까?

어쨌든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칭호 교체와 새로 배운 스킬을 확인했다.

“칭호 교체. 행운이 깃든 자.”

[칭호 '행운이 깃든 자'로 교체…….]

그리고.

“상세 정보. 동전 튕기기.”

[F랭크 동전 튕기기 효과] (LV1)

-50% 확률로 생명력 10 회복.

-50% 확률로 생명력 10 감소.

*사용 시, 마나력 소모 1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0.5%.

“…….”

확인해보니 가격은 기존 책에 비해 2배나 비싼 주제에 능력치 자체는 별로였다. F랭크 스킬이라 그런가? 솔직히 말하자면 이 스킬을 사용하느니 방패 치기로 생명력을 회복하는 편이 더 좋을 거 같았다.

‘어차피 행운 능력치가 목적이었으니 아무래도 좋지만.’

더군다나 이 스킬을 현재 한계 레벨인 20까지 올린다고 해도 상승하는 행운은 고작 20에 불과하다. 아직 20레벨까지 올린 스킬이 한 개도 없는 나로서는 투자할 시간조차 아깝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나저나 이 NPC는 어디 있지?”

스킬 정보창에서 눈을 뗀 나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로우튼 거리를 둘러보았다. 로우튼에도 꽤 많은 플레이어와 NPC가 보였지만 그중에서 내가 찾는 사람은 없었다.

“좀 더 돌아다녀야 되나.”

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돌아다니자, 전에 인터넷에서 읽었던 내용대로 길거리에 앉아 있는 한 NPC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음, 저 녀석인가?’

길거리에 앉아 있는 NPC가 저 녀석 하나뿐이니 맞을 듯했다. 그리고 지금의 난 100골드와 행운 능력치도 가지고 있으니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셈이다. 그렇기에 망설임도 없이 그 NPC에게 다가갔고, 그 NPC는 다가오는 내 기척을 느꼈는지 반쯤 죽은 눈으로 날 올려다봤다.

“자네 뭔가?”

근데 시작을 어떻게 하더라?

퀘스트를 받는 조건만 알지, 발생시키는 조건에 대해 알 수 없었던 나는 일단 평범하게 이야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왜 길거리에 앉아 계시나 해서요.”

“뻔한 걸 물어보는군. 그야 운이 없어서지.”

‘운이 없기는 개뿔.’

그냥 도박했다고 말하면 되지, 운이 없다는 건 뭐야? 그래도 내심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이, 그 NPC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보다 자네에게도 행운이 느껴지는군.”

“행운이요?”

“그래, 자네는 자신의 행운이 얼마나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가?”

‘설마 이게 발동 조건인가?’

여기서 긍정적인 대답을 하면 퀘스트가 튀어나올 거 같았다.

“뭐, 남들보다는 뛰어나죠.”

대놓고 말해 다른 사람이 본다면 내 행운은 하늘을 뚫고 우주까지 날아갈 정도다. S랭크 스킬이 4개. A랭크 스킬이 2개. 거기다 현금으로 6천만 원 이상 벌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직감으로 이뤄낸 거지만, 이 결과만 놓고 보자면 우주라는 표현도 전혀 과장된 게 아니었다.

“호, 자신의 행운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군.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없겠나?”

“……그러죠.”

“크크, 시원해서 좋군. 내 부탁이 뭔지도 모르고 승낙하다니 말야.”

[NPC 의뢰가 생겨났습니다.]

드디어 생겨났군.

부탁이야 뭔지 알고 있었다. 대신 도박해달라는 거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며 의뢰를 확인했다.

[도박꾼 겐트의 부탁.]

설명:도박으로 모든 걸 잃은 겐트는 자신을 대신해 복수해줄 대상을 찾고 있습니다. 그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으시다면 의뢰를 승낙하세요.

<퀘스트 수락:겐트의 호감도 5 상승. 비밀의 장소로 이동.>

<퀘스트 거절:없음.>

<퀘스트 완료:경험치 500,000. 판돈의 10배. 아이템(?)>

<퀘스트 실패:모든 판돈. 겐트의 호감도 20 감소.>

‘와~ 보상이 화려한데?’

이기면 판돈의 10배를 주는 건가? 지금 내가 가진 골드만 185골드다. 이 돈을 전부 걸면 총 1,850골드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경험치 부분과 아이템이 '?'로 되어 있는 것이 이상했다.

‘경험치 50만이라…….’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경험치였다. 경험치를 50만이나 줄 정도로 퀘스트가 어렵다는 걸까? 어쨌거나 여기까지 왔으니 거절하고 다시 돌아가기도 그랬다.

“부탁은 간단하네. 날 패배시킨 녀석을 대신해 이겨달라는 것이지. 어떻게 하겠는가?”

“이미 승낙했으니 해야죠.”

[의뢰를 받았습니다. '도박꾼 겐트의 부탁.']

“결정됐군. 따라오게.”

고개를 끄덕이며 겐트를 따라간다. 그는 골목길로 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가 싶더니 이내 어느 지하로 향했다.

“바로 이곳이네.”

끼이익-

“음.”

문을 열고 들어서니 결코 깔끔하다고 말할 수 없는 공간이 드러났다. 지하라 그런지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고, 그런 햇빛을 대신해 벽에는 랜턴 같이 생긴 뭔가가 빛을 내고 있었지만 지하의 어둠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오, 이게 누군가? 겐트 아닌가? 또 도전하러 왔나?”

“……?”

문득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본다. 그곳에는 양옆에 여자를 낀 뚱뚱한 중년이 겐트를 향해 비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이번에는 이 친구가 도전할 거야.”

“큭큭, 하긴. 네 녀석이 돈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지.”

“…….”

뚱뚱한 중년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소리 내 웃더니 이내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쪽이 나와 붙을 건가?”

“뭐, 그렇지.”

“겐트 녀석이 데려왔으니 실력도 보잘것없겠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상대하지 않을 수가 없군. 그래, 판돈은 얼마나 가지고 있지?”

“판돈은…….”

이기면 10배로 돌려받으니 당연히 전 재산이 아니겠는가? 난 내 모든 돈 185골드를 말하려고 했지만, 그런 나의 말보다 먼저 메시지 창이 튀어나왔다.

[띠링!~ 걸 수 있는 최소 금액은 100골드입니다. 그 이상의 판돈을 걸면 상대방의 자금과 더불어 행운에도 추가 보정이 붙습니다.]

[현재 상대방의 행운은 500.]

‘어? 이게 뭐야?’

다시 한 번 메시지 내용을 읽어본다. 읽어보니 내가 100골드 이상 부르면 녀석의 행운이 더 올라간다는 뜻인 듯하다.

‘인터넷에는 이런 말이 없었는데.’

어쩌지?

현재 내 행운은 칭호까지 합쳐져 121. 그에 비해 상대방의 행운은 500이었다. 무려 379의 차이가 나는 이 시점에서 판돈을 더 올리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행운을 더 늘리면 힘들겠지?’

이기면 10배로 돌려받으니 아쉽긴 했으나 1천 골드를 얻더라도 내가 원하는 목적은 다 이룰 수 있었다.

“100골드.”

“딱 최소 금액에 맞춰왔군. 어이, 내가 가진 돈은 얼마지?”

뚱뚱한 중년이 옆에 여자를 걷어차며 물어보자 그 여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예. 1천 골드입니다.”

“좋아, 충분하군.”

그리고는 테이블에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난 그 손짓에 따라 맞은편 자리에 앉았고, 겐트는 그런 나와 상대방 중앙에 자리를 차지하며 말했다.

“카드는 내가 섞겠어.”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나? 이봐, 룰은 알고 있겠지?”

“처음 왔는데 무슨 룰이야?”

“역시. 룰부터 가르쳐야겠군. 아무리 그래도 저런 초보자를 데려오다니.”

뭔가 한심하다는 듯이 겐트를 바라본 그는 이내 룰을 알려줬다. 룰을 듣다보니 뭔가 연상되는 게 있었는데, 예전에 친구와 장난삼아 했던 포커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뭐야? 포커로 승부를 보자는 건가?’

“이해했겠지?”

“아아, 대충.”

“그래도 난 친절하니 첫판은 연습으로 해주지.”

“…….”

쓸데없는 친절이군.

하지만 연습 게임을 한다고 해서 내게 손해가 될 건 없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중년이 겐트에게 눈짓을 하니 겐트는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관련 능력치 행운(121)이 적용됩니다.]

[상대방의 행운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부족한 수치입니다. 좋은 카드가 들어올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씨발, 이거 괜히 온 거 아냐?’

내가 메시지 창을 보며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카드를 섞은 겐트는 나와 상대방에게 3장의 카드를 줬다. 그리고 들어온 세 장의 카드를 하나씩 확인해보니 메시지 내용대로 그리 좋다고는 볼 수 없는 카드가 들어온 것을 알 수 있었다.

[♣8] [♣5] [♥4]

‘애매하군.’

“세 장의 카드 중에서 한 장을 뒤집어라. 높은 카드가 나오면 그 사람부터 카드를 받는다.”

‘높은 카드라…….’

일단 [♣8] 카드를 뒤집어놓는다. 상대방은 [♠K].

“이럼 나부터군.”

“…….”

이후 카드 3장을 더 받았다. 원래는 받을 때마다 배팅을 한다는데, 이번은 연습이라 넘어갔고, 이내 내가 받은 3장의 카드는 다음과 같았다.

[♦4] [♠10] [♥7]

‘원페어(One Pair)인가?’

[♥4]와 [♦4]가 있으니 원페어다. 그에 비해 상대방이 드러난 패에는 아직 완성된 게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마지막 7번째 패는 뒷면이 나오도록 나와 상대방에게 한 장씩 주었다.

[♥3]

‘후, 씨발.’

“자, 모든 패를 받았군. 한번 열어볼까?”

그래도 원페어라면 괜찮다고 생각한 난 고개를 끄덕이며 카드를 오픈했다.

당연하지만 난 4 원페어.

그러나 상대방은…….

[♠K] [♣K]

“큭큭, 내가 이겼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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