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2 第 19 話 =========================================================================
第 19 話 “28일째”
“어? 저기 부길마님이다!”
“루딘 님!”
“……?”
그때 1층에 있던 길드원들은 계단에서 내려오는 나를 발견하며 곧장 내게로 달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뭐지? 이게 무슨 일이지? 못해도 30~40명이나 되는 길드원은 순식간에 나를 에워싸고는 이내 영문도 모를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루딘 님! 저 좀 키워주세요!”
“정말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혹시 저 기억하십니까? 며칠 전에 루딘 님 장비를 주워 길드성까지 옮겼습니다!”
“미친, 너만 옮겼냐?!”
“도와주신다면 평생 따를게요.”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떠드는 길드원의 눈빛은 나조차 흠칫거릴 만큼 강렬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내가 느낀 감정은 딱 두 개였다.
‘더럽게 시끄럽네.’
대체 뭘 해달라는 거야?
그렇게 짜증과 의문을 느낀 난 상황파악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옆에 있는 헤론을 보았다. 헤론은 지금 이 상황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치 자신과 관계없다는 그 태도가 얄밉게 느껴졌다.
“헤론 님. 잠깐 이야기 좀 하죠.”
“응? 선택은 안 하실 겁니까?”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슨 선택을 해요.”
그 말과 함께 헤론을 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다행스럽게도 길드원은 2층까지 쫓아오지 않았기에 어찌어찌 대화할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후, 1층에 길드원이 왜 저러는 거예요?”
“보나마나 간부가 되고 싶어서겠죠.”
“간부요?”
“루딘 님은 간부를 어떻게 고른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아이젠이 말한 대로 실력으로 뽑겠죠.”
내 대답에 헤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럼 그 실력은 어디서 어떻게 나올까요?”
“…….”
질문을 했는데 되레 물어보는 건 어느 나라 법일까? 그래도 대답하기 위해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이러나저러나 황혼은 게임. 게임에서의 실력이라면 컨트롤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레벨과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기존 온라인 게임과 차이를 두고 있는 황혼은 레벨 대신 스킬이 어느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마 스킬과 아이템이겠죠.”
“맞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개를 갖추기 위해서는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게 빠르다는 것도 아시겠군요.”
“뭐, 그야 당연한 말을…….”
일반 몬스터와 달리 보스 몬스터는 아이템이나 스킬북을 떨어뜨릴 확률이 높다. 게다가 보스 몬스터에게서 얻은 아이템은 대부분 좋은 것들만 나오기에 거의 필수적으로 잡아야 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루딘 님은 던전에서 본 기억이 없군요. 혹시 던전에 관한 규칙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규칙?
“아뇨, 모르는데요?”
“먼저 그 규칙에 대해 알려드려야겠군요. 던전에 들어가는 규칙이야 둘째 치더라도 던전 보스는 일반 길드원이 잡을 수 없습니다.”
“보스를 못 잡아요?”
“예, 잡을 수 있는 대상은 간부 이상의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죠. 물론 일반 길드원도 가능은 합니다. 파티를 맺는다면요.”
거기까지 들으니 어렴풋이 이해가 갈 것도 같았다. 만일 나와 파티를 맺는다면 일반 길드원도 보스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럼 1층에 내게 몰려온 길드원은…….
“저보고 보스를 잡아달라고 몰려든 거예요?”
“정확하게는 간부가 될 정도의 스펙을 쌓게 도와달라는 뜻이죠. 대충 던전에 있는 모든 보스를 잡고, 그 보스에게서 나오는 아이템을 몰아두면 될 거 같습니다.”
“미친.”
이게 무슨 자원봉사냐?
분명 헤론의 말대로 실행하면 길드원 한두 명은 간부급 실력으로 올릴 수 있을 듯했다. 대충 엠페러 길드가 보유하고 있는 던전 10개만 쓸어버린다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과 스킬북을 전부 몰아준다면 딱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실력이야 결투장에 가면 될 테고.
‘근데 그렇게 해주면 내가 얻는 이득이 뭐지?’
아무것도 없다면 도와줄 이유도 없다.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었다.
“제가 얻는 이득은요?”
“그거야 루딘 님이 정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정하라고?
그 말에 잠깐 생각한 난 대충 떠오르는 조건부터 말했다.
“제가 대가로 1천만 원 정도 달라고 하면요?”
“원하는 사람은 주겠죠. 실제로 다른 간부에게 돈을 바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짜요?”
설마 돈까지 바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던 나로서는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간부가 뭔데 돈까지 바치는 거지? 아무튼 나의 놀란 물음에 헤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 이외에 매주 골드를 달라는 사람도 있고, 이런저런 채집을 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몸까지 달라는 사람도 있죠.”
“……간부가 된 뒤에 거절하면요?”
“아마 길드에서 추방된 뒤, 척살 명령을 내려 다시는 황혼에 접속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지 않겠습니까?”
“…….”
척살 명령이라…….
그 말을 들으니 문득 떠오른 누군가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헤론도 나와 같은 인물을 떠올렸는지 새삼스레 기억났다는 듯이 말했다.
“간단하게 지금의 S랭크 플레이어와 같은 꼴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더럽게 무섭군.’
S랭크 플레이어.
전쟁이 끝난 지금, 모든 길드와 적대 관계를 해제한 아이젠이지만 단 한 명만은 계속해서 척살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게 바로 S랭크 플레이어였는데, 원래 아이젠은 그 S랭크 플레이어를 포함해 그녀가 있는 길드까지도 적대 관계를 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S랭크 플레이어를 데리고 있던 블랙 크로스 길드에서는 단순히 고용한 용병일 뿐, 우리 길드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말을 했고, 그 말에 아이젠은 S랭크 플레이어의 이름만 알아내고는 블랙 크로스 길드와 적대 관계를 해제해주었다.
덧붙여 적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 길드를 해체해도 소용없다. 적대 표시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인데, 그걸 깨달은 블랙 크로스 길드는 결국 S랭크 플레이어를 팔아넘겨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길드 자체는 해체됐지만.
어쨌든 S랭크 플레이어의 이름을 알아낸 아이젠은 아직도 그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척살 명령을 내렸고, 시작 지점에는 20명의 인원이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는 실정이었다.
‘생각해보니 S랭크 플레이어도 불쌍하네.’
단순히 S랭크 스킬을 지녔다는 이유로 접속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그녀는 이 전쟁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용병이지 않은가? 정작 그녀를 고용한 블랙 크로스 길드는 무난하게 빠져나갔는데 말이다.
“아무튼 루딘 님이 조건만 미리 말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것보다 간부가 되려는 이유가 뭔데요?”
이런 내 질문이 의외였을까? 헤론은 잠깐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 이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루딘 님은 던전에 가신 적이 없으셨죠. 깜빡했습니다.”
“괜찮아요.”
“간부가 되면 던전 보스를 잡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보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이득만 해도 상당할 겁니다. 거기다 던전 이용에도 제한이 없죠.”
“일반 길드원은 던전에 들어가는 것도 제한받나 보네요.”
“예.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던전에 길드원만 북적이지 않겠습니까? 적절히 조절하는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지금은 던전이 늘어나 좀 더 많은 인원이 들어가겠지만요.”
‘그런 거였나?’
던전이 아무리 많다지만 엠페러 길드원은 3천 명이 넘는다. 그 인원이 모두 던전으로 향하면 몬스터 한 마리조차 잡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으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부길마이신 루딘 님에게는 상관없는 말이군요. 어디까지나 일반 길드원에게 적용되는 말이니.”
일반 길드원이라…….
“제가 파티를 맺은 길드원도 던전 이용에 제한이 없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
이로써 대충 상황파악은 끝난 듯하다. 길드원이 내게 모여든 이유와 간부라는 직책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아낸 내가 내린 결론은 역시나 귀찮다는 거였다.
“그런데 루딘 님은 간부를 키우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글쎄요? 딱히 없네요. 귀찮기만 할 거 같고.”
“아쉽군요.”
“뭐가 아쉬워요?”
“실은 제가 잘 아는 동생이 있는데, 루딘 님만 괜찮으시다면 그 동생을 추천하려고 했습니다.”
“…….”
뭐지? 이게 말로만 듣던 인맥인가? 이 황혼에서도 인맥이 적용될 줄 몰랐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거야 헤론 님이 직접 하시면 되잖아요.”
“하핫, 전 방어 계열 스킬만 습득해서 누군가를 키워주는 건 힘듭니다. 대놓고 말해 제가 보스까지 데리고 간다고 하더라도 누가 그 보스를 잡겠습니까?”
“사람 좀 모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야 다른 간부에게 밀리고 말겠죠. 그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요.”
“음.”
헤론의 말대로 다른 간부들이 놀고만 있을 리가 없다. 다르게 말하자면 다른 간부를 제칠 정도로 빠르게 키워야 되는데, 그건 탱커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헤론에게는 힘들지도 몰랐다.
“그나저나 정말 생각 없으십니까? 제가 아는 동생이라 하는 말이 아니지만 정말 예쁘고 착합니다.”
‘착하다면서 왜 간부가 되려고 해?’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말이지만 일단 고개만 끄덕여줬다. 지금까지 내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준 대가이기도 했다.
“마음이 바뀌면요. 어쨌든 전 가볼게요.”
“음? 어떻게 가실 생각이십니까?”
“제 집으로 가면 되죠. 저택도 있는데.”
“아, 저택까지 가지고 계셨습니까?”
“우연찮게 얻었거든요. 그럼 다음에 봬요.”
“예, 다음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난 헤론의 그 말까지 듣고는 내 저택으로 가는 귀환 스크롤을 사용했다. 이렇게 하면 길드성을 지나치지 않고 바로 내 집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마찰도 피할 수 있었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파밧!-
그렇게 내 집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생각했다.
‘간부 육성은…… 역시 의미가 없을 거 같네.’
애초에 내가 알고 있는 길드원도 3명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젠, 헤론, 화련. 이 세 명을 제외하면 딱히 친한 사람도 없었고, 그나마 알고 있는 세 명도 길드 마스터와 간부였다.
혹시나 친하게 지내는 길드원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사람이 없는 내게는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긴, 누가 간부가 되던 상관은 없지.”
금세 간부에 대한 생각을 접은 난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일단 급한 건…….”
돈이겠지?
320골드. 아니, 정확하게는 313골드를 모으면 명품관에서 상자를 구매할 수 있다. 그 상자에서 유니크 아이템이 나온다고 하니 무조건 구매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돈이 없었다.
어디 한번에 300골드 이상 버는 퀘스트가 없나?
“어?”
왠지 그런 퀘스트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그게…… 아, 도박 퀘스트!”
정확한 명칭은 도박꾼 겐트의 부탁.
예전에 봤던 거라 곧바로 떠올리지 못했지만 그 도박 퀘스트에 성공하면 1천 골드를 주는 듯했다. 아직 그 퀘스트를 깬 사람이 없었기에 100% 확신은 할 수 없지만 1천 골드를 주는 가능성이 있는 건 확실했다.
“진짜 도박밖에 없나?”
실패하면 내 돈 100골드가 날아가는 퀘스트. 성공한다면 그 이상을 얻을 수 있으니 말 그대로 도박이었다.
“실패하면 100골드…….”
반대로 성공하면 1천 골드가 들어온다. 그 1천 골드로 명품관 상자를 구매해도 500골드가 남는 상황. 그 500골드와 내가 가지고 있는 골드를 합친다면 착용한 모든 장비를 강화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엄청 끌리네.”
또 고민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실패해도 87골드가 남나?”
결국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 난 몸을 일으킨 뒤, 행운 능력치를 습득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행여나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그 상자가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러나저러나 시간만 걸릴 뿐이지 언젠가는 명품관 상자를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철커덕-
‘근데 도서관에 행운 능력치를 주는 스킬이 있던가?’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도 첫날에만 가고 그 뒤로는 간 적이 없다.
“뭐, 가보면 알겠지.”
도서관에 없다면 현금 거래로 구매하면 되지 않겠는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방해가 들어왔다.
“어? 루딘 님이다!!”
“부길마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