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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01화 (1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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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9 話 “28일째”

전쟁은 엠페러 길드의 승리로 끝이 났다.

던전을 점령했던 인원과 마을로 공격해온 인원마저 없애버린 탓에 적대 길드에는 주력 구성원이 없었고, 또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뭐, 듣기로는 새벽에 남은 인원들이 쳐들어오고, 그 시간에 맞춰 죽은 적대 플레이어도 대거 접속했다고는 했지만…….

어떻게 그 정보를 입수한 아이젠이 미리 선수를 쳤다.

기습이라는 것도 상대방이 모르고 있을 때나 효과가 있는 것이지,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아이젠은 역으로 기습해온 적대 길드를 깡그리 없앴고, 결국 그것으로 전쟁은 끝나버렸다.

일단 황혼에 접속하면 엠페러 길드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죽여버리니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거기서 몇몇 길드는 패배를 인정하며 적대 관계를 풀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그 또한 간단하지가 않았다.

그들이 먼저 적대 관계를 신청했던 만큼, 해제하기 위해서는 엠페러 길드의 동의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걸 깨달은 적대 길드는 제발 용서해달라고 비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아이젠은 용서해주는 대가로 특정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손해배상 1억 원.

그 1억 원을 넘겨준다면 길드와 던전. 모두 넘겨주겠다고 했지만 말이 1억이지 누가 그 돈을 내겠는가? 게다가 적대 관계를 신청한 길드 숫자는 무려 10여 개가 넘었다.

그들에게서 돈을 받는다면 10억이 넘는 금액.

결국 적대 길드들은 돈을 내지 못한 채 길드가 해체되었고, 그 길드가 보유한 던전은 모두 엠페러 길드의 소유가 되었다. 다만 의외인 건 대부분의 길드가 해체됐지만 아주 극소수의 길드는 1억이라는 돈을 내고 길드와 던전을 모두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1억이라는 돈보다 던전의 가치가 더 높다는 뜻일까?

어찌 됐든 이번 계기로 인해 엠페러 길드의 명성은 하늘을 뚫고 나갈 정도로 치솟았다.

지금껏 황혼 최초로 많은 것을 이뤄낸 길드.

거기다 이번 전쟁으로 10여 개가 넘는 길드를 홀로 상대한, 그리고 이겨낸 최강의 길드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 또 적대 길드에게서 뺏은 던전의 숫자도 상당했던 탓에 현재 엠페러 길드가 보유한 던전은 무려 38개.

하르페 제국을 벗어나 황혼 전체를 통틀어도 단연 독보적인 던전 개수가 아닐 수 없었다.

막말로 엠페러 길드의 세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난…….

“명품관 2층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명성을 1,500 이상 찍어 명품관 2층으로 오게 되었다.

‘진짜 명품관 2층에도 올 수 있네.’

오늘 접속하기 전, 인터넷에서 명성 1,500을 찍으면 명품관 2층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글을 본 나는 곧장 명품관으로 오게 되었다. 여기서 괜찮은 아이템이 있다면 구매할 생각도 있었지만, 명품관 2층은 1층과 비교해서 그리 특별한 게 없었다.

‘죄다 매직급 아이템인가?’

냉정하게 비교하자면 1층에 있는 물품보다는 좋았다. 매직급이란 게 흠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레어 아이템을 찾아보긴 했으나 역시나 레어급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

그때 한참을 돌아다니고 있는 나를 향해 NPC 사내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음, 레어급 없나요?”

“레어급이라…….”

‘어? 설마 있는 건가?’

뭔가 말끝을 흐리는 NPC를 보며 기대하고 있는 내게 그는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여줬다.

“안타깝게도 2층에는 없습니다.”

‘2층에는 없다고?’

그럼 3층에 가면 있나? 명성을 어느 정도 올려야 3층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쉽게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결국 레어 아이템은 레이드를 뛰어서 얻는 수밖에 없는 듯했다.

“대신 레어 아이템이 나오는 상자가 있습니다.”

“상자요?”

“예. 이쪽으로 오시죠.”

레어 아이템이 나오는 상자라고 하니 지금껏 두 개나 얻었던 레어 상자가 떠올랐다. 하지만 NPC를 따라가 보니 그는 중앙에 위치한 작은 상자를 가리켰다.

딱 봐도 레어 상자는 아니었다.

“여기 이 상자입니다.”

“이 상자에서 레어 아이템이 나온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

혹시 몰라 살펴보았다.

[명품관 상자] (Special)

설명:명품관에서 제작한 특별한 상자. 어떤 물품이 들어있는지, 혹은 어떤 등급이 나오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게 특징이지만 대부분 명품관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품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대신 등급은 최소 매직(Magic)부터 시작해 최대 유니크(Unique)까지 나올 수 있다.

-랜덤으로 물품 1개 획득.

(가격 500골드)

어? 어?

‘스페셜? 아니, 유니크까지 뜬다고?’

그런데 가격이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500골드라니? 이걸 누가 돈 주고 사? 아니, 돈이 엄청나게 많은 아이젠이라면 살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힘들었다.

‘지금 내가 가진 돈이 200골드도 안 될 텐데.’

[187골드 24실버 57코퍼]

‘쯧, 한참 부족하군.’

나름 적대 플레이어를 죽이고, 그들에게서 얻은 아이템 중에 쓸만한 걸 제외한 모든 아이템을 길드 판매 상점으로 넘겼음에도 돈은 한참이나 부족했다.

‘집에 있는 아이템을 다 팔아도 320골드는 안 될 테고…….’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던 5강 투루 지팡이는 현금 1,900만 원에 팔아버렸으니 골드를 버는 건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도 될 듯했다.

“비록 한 사람에 한 번밖에 구매하지 못하는 아이템이지만 어떻습니까? 손님께서 운이 좋으시다면 레어 아이템도 무난하게 얻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한 번밖에 구매하지 못해요?”

“예, 그렇습니다. 뭔가 문제라도?”

“아뇨, 문제는 없죠.”

이걸 한 번밖에 구매하지 못한다면 골드를 현금으로 살 수 없다. 유니크 아이템을 무조건 판다는 전제라면 모를까, 내가 쓴다면 현금으로 유니크 아이템을 구매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또 320골드를 현금으로 구매한다면 대체 얼마를 써야 될지 알 수 없었다.

후, 어쩔 수 없나.

“다음에 올게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난 다음에 온다는 말을 남기며 명품관에서 벗어났다.

‘350골드를 어떻게 벌지?’

솔직히 말해 지금껏 황혼을 하면서 모은 돈도 320골드가 안 될 거 같았다. 그냥 의뢰나 하면서 천천히 모을까? 보통 C랭크 의뢰를 잘 고른다면 10골드씩 벌 수 있으니 잘하면 한 달쯤에 모을 거 같기도 했다.

‘한 달이라…….’

근데 한 달도 너무 오래 걸리는데.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

고민하던 사이, 아이젠에게 연락이 왔다. 전쟁도 끝난 마당에 무슨 일로 연락했지? 하지만 전쟁이 끝났으니 특별한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한 난 부담 없이 길드 채팅에 수락했다.

“무슨 일이야?”

-이제 곧 길드 회의와 전쟁에서 얻은 성과를 정산할 생각입니다. 괜찮다면 오시지 않겠습니까?

“정산?”

회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산은 예상지 못한 말이었다.

-예. 다른 길드에게서 얻은 돈을 나눠 가질 겁니다.

‘그 1억을 말하는 건가?’

대부분의 길드는 해체됐지만 딱 하나의 길드만은 1억을 내고 해체하지 않았다. 그리고 설마 그 돈을 나누겠다고 말할 줄은 몰랐기에 내심 놀라긴 했지만, 주겠다는 돈을 거절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알았어. 금방 갈게.”

-회의실은 길드성 2층에 있습니다.

“아아, 알았어.”

[길드 채팅을 종료합니다.]

다행스럽게도 길드성을 소환해 얻은 스크롤이 아직도 내 아이템 창에 남아 있었다. 때문에 명품관을 벗어나 의뢰 길드에서 나온 난 그대로 귀환 스크롤을 사용해 길드성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이내 2층으로 올라가 회의실을 찾았다.

‘이곳인가?’

문에 회의실이라고 적힌 글자를 읽은 난 그곳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이내 길쭉한 테이블과 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수십 명의 플레이어를 볼 수 있었다. 여기 있는 모든 인원이 간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겠지? 그래서인지 모두 한 번씩은 본 얼굴이었다.

“아, 루딘 님도 오셨습니까?”

그때 나도 잘 알고 있는 헤론이 일어나 내게 말했다.

“오라고 해서 왔죠.”

“하하, 그렇습니까? 아마 루딘 님 자리는 저쪽일 겁니다.”

헤론이 가리킨 자리는 중앙 맞은편 자리에 있는 바로 옆자리였다. 아마 중앙 자리는 아이젠의 자리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헤론이 가리킨 자리로 앉자마자 아이젠은 문을 열고 나타났다.

“모두 모이셨습니까?”

“아마 그런 거 같네요.”

“그렇군요.”

짧게 고개를 끄덕인 아이젠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중앙에 위치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회의를 시작하려는 듯했지만 딱히 길드에 무관심한 나로서는 별다른 흥미조차 생기지 않았다.

하긴, 돈 받으러 온 건데 무슨 회의까지 참여할까.

“먼저 잿빛 길드에게서 얻은 1억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감탄하는 길드원들. 그에 비해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1억을 나누면 얼마씩 돌아가지?’

여기 있는 인원은 대충 20명이 조금 넘는다. 나눈다면 400만 원씩 받지 않을까? 물론 400만 원이라도 감사하게 받을 수 있다. 솔직히 400만 원이라면 웬만한 직장인 월급보다도 많지 않던가?

그런데 아이젠은 나조차 놀랄 만한 말을 꺼냈다.

“먼저 루딘 님에게는 2천만 원.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300만 원씩 나누겠습니다.”

‘응?’

2천만 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2천만 원이라고?”

“예, 적습니까?”

“아니, 반대로 너무 많지 않아?”

“단순히 성과에 따라 나눈 겁니다. 루딘 님은 길드성을 지키셨고, 적은 인원으로 수도 시작 지점까지 점령하지 않았습니까. 거기다 S랭크 플레이어까지 잡았으니 누구도 반론하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 2천만 원은 너무 많지 않나?’

2천만 원이라면 엄청난 금액이다. 그 정도의 금액을 준다고 하니 나야 좋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걸 인정할지 의문이었다.

“혹시 이의를 제기하실 분 계십니까?”

“…….”

“…….”

‘어라?’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게 신기했던 난 새삼스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무리를 지었다.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뭐, 그래도 거절할 이유가 없지.’

1,2백만 원도 아닌 2천만 원이다. 싫은 사람이 있을까? 2천만 원이라면 직감을 가진 나라고 해도 쉽게 벌 수 없는 금액이기도 하고, 며칠 전에 팔았던 레어 지팡이보다 비싼 가격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바보가 거절하겠는가? 최소한 난 그런 짓을 할 수 없었다.

“이번 전쟁으로 저희 길드가 보유한 던전 개수가 38개가 되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늘어난 상태죠. 따라서 간부를 좀 더 뽑겠습니다.”

“간부 말입니까?”

“하긴, 이제 뽑을 때도 됐죠.”

뭔지는 모르겠지만 돈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침묵하고 있던 그들이 간부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떠들썩하게 됐다. 간부를 몇 명 더 뽑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아무것도 모르는 나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간부는 이전처럼 실력으로 뽑을 건가요?”

“예. 그리고 일주일 뒤에 그 실력을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햐~ 이거 바쁘겠는데.”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죠.”

이후 아이젠은 여러 회의 주제를 꺼냈지만 들을 가치도 없었다. 대충 길드성에 어떤 시설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 던전에 인원을 몇 명 배치해야 되냐는 시답지 않은 이야기만 나누며 회의를 끝냈고, 난 그 회의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회의실에서 나왔다.

‘어쨌거나 운이 좋군.’

생각지도 못한 돈이 굴러들어온 탓에 기분이 좋았다. 아니, 좋을 수밖에 없다. 투루 지팡이를 팔아 1,900만 원을 벌었고, 추가로 2천만 원을 더 벌어들이다니. 왠지 모르게 들뜬 기분은 가라안지 않았고, 또 그런 내게 헤론이 다가왔다.

“루딘 님. 루딘 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응? 뭘 어떻게 해요?”

“간부 말입니다. 보니까 회의를 끝내자마자 공지에 올린 거 같은데 루딘 님은 누구를 간부로 고를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글쎄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아, 그렇습니까? 아쉽네요. 루딘 님이 제대로 지원하신다면 간부 한두 명도 충분히 만드실 텐데.”

뭔가 이야기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헤론은 간부에 관한 의미를 아는 거 같은데 난 그걸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길드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나였기에 애써 무시하고는 헤론과 함께 길드성 1층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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