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00화 (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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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8 話 “23일째”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이대로 있다가는 S랭크 플레이어뿐만이 아니라, 곰탱이의 몸통 박치기에도 당하겠다고 생각한 난 잽싸게 환영이동으로 빠져나갔다. 당연하지만 원래 자리에 만들어진 환영은 그대로 곰탱이 머리에 부딪치는가 싶더니 이내 뒤쪽 건물로 쭉 밀려났다.

‘비겁한 새끼들.’

뭐, 따지고 보면 비겁한 일도 아니다. 데드릭과의 결투가 끝났으니 다음 전투를 시작하는 건 자연스런 일이었으니 말이다. 또 서로 죽고 죽이는 전투 중에 미리 예고하는 것도 웃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감히 부길마님을 기습하다니! 전부 공격해!”

“지금이다! 루딘을 죽일 수 있는 기회다!”

“다 죽여 버려!”

“비겁한 자식들!”

그리고 내가 갑작스레 공격당한 것을 목격한 엠페러 길드원은 분노를 담아 상대편 길드에게 달려들었고, 상대편도 이번만은 질 수 없다는 듯이 맞서 싸웠다.

콰아앙!- 콰콰쾅!!-

‘S랭크 플레이어는 어디에 있지?’

또 숨었다면 골치 아프지만 녀석을 상대하지 않아도 이 전투에서 이길 방법은 여러 존재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이 내가 바라본 시선 정면에는 카타르를 든 플레이어가 있었다.

‘어? 근데 지금의 난 은신 상태잖아?’

탓-

생각할 여유도 없이 플레이어는 따라잡기도 힘들 만큼 빠르게 접근하더니 손에 든 카타르를 휘둘렀고, 나 역시 급한 대로 검을 휘둘렀다.

휙-

‘더럽게 잘 피하네.’

대각선으로 휘두른 검. 그러나 상대방은 여유롭게 자세를 낮추는 것으로 피하며 내 다리 부분을 베어냈다.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그래, 관통 데미지만 조심하면 돼.’

공격을 하고, 공격을 받은 탓에 은신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덧붙여 내 공격을 아주 완벽히 피한 걸로 봐서 은신을 간파하는 뭔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기 루딘이 있다!”

“재빨리 루딘만 죽여! 그럼 우리들의 승리다!”

“……빌어먹을.”

이내 은신으로 다시 숨은 S랭크 플레이어와 나를 향해 공격하는 적대 플레이어들. 솔직히 말하자면 정신없을 정도다. 애초에 숫자부터 밀리니 내게도 공격이 들어오는 상황인데다, 엠페러 길드원 역시 여지없이 밀리고 있었으니 이대로는 이기기 힘들지도 몰랐다.

‘저 곰탱이도 어떻게 해야 되는데.’

참고로 곰탱이는 양떼 속에 풀어놓은 늑대마냥 엠페러 길드원을 학살하고 있었다. 행여나 엠페러 길드원이 곰탱이를 죽인다고 해도 소용없다. 새벽의 여명 마스터는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곰탱이를 소환했기 때문인데, 문제는…….

촤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871.]

나도 한눈팔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소모전으로 해버려?’

S랭크 플레이어를 무시하고 적대 플레이어만 죽인다면? 아마 S랭크 플레이어는 도망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후에 엠페러 길드원만 골라 죽인다면 그 또한 곤란하기 때문에 여기서 어떻게든 끝을 보기로 했다.

문제는 은신 때문에 들어오는 타이밍이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점.

“쿠어엉!”

“젠장! 누가 곰탱이 좀 막아봐!”

“어차피 죽여도 다시 살아나니까 플레이어부터 죽여!”

“씨발, 이 곰탱이 공격력이 장난 아니야!”

카앙!-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회전 치기!”

‘아니면 나를 붙잡아 두는 게 목적인가?’

몇 번 들어오는 공격이 묘하게 적극적이다. 더군다나 공격과 동시에 계속해서 은신을 사용하는 걸로 봐서 지구력 계산은 전혀 하지 않는 듯했다. 그에 비해 내가 녀석을 상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죽어나가는 엠페러 길드원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나 혼자 상대해도 문제는 없지만…….’

시작 지점을 점령할 인원은 무조건 필요했기에 어떤 식이든 돕는 편이 좋을 듯했다.

“칭호 교체. 영혼의 계약. 소환.”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를 소환합니다.]

[소환수의 레벨이 8 상승합니다.]

[관련 능력치 소환(150)이 보정됩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의 모든 능력치가 75. 생명력과 마나력이 750씩 추가됩니다.]

그오오오오!!-

“칭호 교체. 빛의 수호자.”

[칭호 '빛의 수호자'로 교체합니다. 남은 교체 횟수 1번.]

“적대 놈들을 공격!”

그냥 우스트도 아닌 칭호와 소환 능력치로 강화된 우스트다. 거기다 레이드 보스 몬스터였으니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 사이, 여기저기 감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 우와! 저건 뭐지?”

“웬 몬스터가 튀어나왔어?!”

“저거 설마 부길마님이 소환한 건가?”

“그오오오!!”

어쨌든 공격 명령을 받은 우스트는 기다란 나뭇가지를 휘둘러 적대 플레이어를 공격했다. 사방에 깔린 것이 적대 플레이어였기에 대충 휘둘러도 몇 명씩 얻어맞는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콰콱!-

[소환 적중 데미지! 2,482.]

[적대 세력의…….]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응?”

순간, 메시지와 함께 내 몸에 일렁이던 새하얀 빛이 사라진다.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풀린 것이다. 동시에 이걸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S랭크 플레이어는 은신도 사용하지 않은 채 내게 달려들었다.

“가속.”

‘젠장.’

이젠 상대의 몸이 눈으로도 쫓기 힘들 정도로 빨라진다. S랭크 스킬을 발동한 건가?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풀린 지금 나를 죽이려는 의도인지 정말 과감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서 대지의 역동을 쓰면 볼 것도 없이 피하겠지?’

처음 붙었을 때 대지의 역동을 피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나는 좀 더 확실한 기회를 노렸다. 그때 피한 게 우연이 아니라면 대지의 역동이 실패하자마자 결과는 무승부로 끝날 테지만 지금에 와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867.]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힘껏 치기!”

들고 있는 검을 내 뒤로 휘두른다. 일부러 크게 외친 내 스킬명을 들은 플레이어는 물러설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공격했지만…….

콰아앙!-

[스킬 데미지! 653.]

그것이야 말로 내가 바라던 거였다.

“윽!”

“끝이다. 거신의 질주!”

일순간 몸이 멈춰버린 플레이어. 바로 내 옆에서 그 플레이어를 찾은 난 방패를 들어 전력으로 달렸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318.]

[적대 세력의…….]

‘후, 고생시킨 것에 비해 쉽게 잡았군.’

방법은 간단했다. 대지의 역동 명령어를 '힘껏 치기'로 바꿔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명령어를 바꿔 상대방을 속인 것인데, 연속으로 사용할 방법은 안 되더라도 한 번쯤은 해볼 만한 방법이었다.

‘그나저나…….’

바닥에 있는 아이템은 어쩌지?

우스트가 계속해서 적대 플레이어를 죽여서 그런지, 내 밑으로는 수많은 아이템이 깔려 있었다. 이걸 일일이 확인해서 좋은 것만 줍기에는 지금 상황이 급박하지 않을까? 어차피 우스트가 잘 싸우고 있으니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거 같지만 나 홀로 느긋하게 아이템이나 줍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젠장! 대체 뭐야 저 소환수는?!”

“졸라 안 죽어!”

슬쩍 보니 우스트는 나무뿌리를 소환. 혹은 나뭇가지를 휘둘러 플레이어를 집어삼키거나 독 안개를 내뿜으며 적절하게 잘 싸우고 있었다. 물론 적대 플레이어의 숫자가 많으니 끝까지 버티지는 못하겠지만 저 우스트로 인해 엠페러 길드가 유리해진 건 변함이 없었다.

“어, 엇?! 지원군이다!”

“엠페러 길드의 지원군이 왔다!”

‘지원군?’

지원군이라는 말에 고개를 돌린 내 눈에는 아이젠을 선두로 몇백 명의 엠페러 길드원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의 다 끝나니 등장하는 건 또 뭐야?

내가 황당한 눈빛으로 아이젠을 보고 있을 때, 아이젠은 자신을 따라오는 길드원을 이끌고 적대 길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적대 길드는 거의 공황 상태에 빠졌다.

“아이젠이다!”

“막아!”

“숫자가 몇 명이야?!”

그리고 아이젠이 끌고 온 인원은 300~400명 정도였다. 많은 인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저 인원과 부딪친다면 결코 좋은 꼴을 보기란 힘들 게 분명했다.

“멸살검.”

파밧!-

‘응?’

멸살검? 왜 시작부터 멸살검을 쓰고 난리야?

멸살검을 쓰면 30초 정도 탈진 상태로 변한다. 능력치가 감소되고,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인데, 아이젠은 주저 없이 그 스킬을 사용하고는 앞에 막아서는 적대 플레이어 세 명을 베어냈다.

촤악!-

당연한 것일 수도 있으나 멸살검을 맞은 세 명은 그대로 즉사. 멸살검의 데미지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플레이어의 생명력을 한참 벗어난 수치인 듯했다.

‘근데 탈진 상태가 안 됐나?’

멸살검을 쓴 아이젠은 아직까지도 쌩쌩하게 날아다녔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탈진 상태에서 벗어난 아이젠은 계속해서 플레이어를 학살했고, 뒤따라오던 길드원들도 그런 아이젠을 따라 적대 길드를 몰아내고 있었다.

‘뭐, 대충 끝난 조짐이 보이는군.’

보고 있으니 질 거 같지가 않았다. 거기다 S랭크 플레이어까지 죽였으니 이 전쟁은 승리로 장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 난 느긋하게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을 확인하는 것으로 전투를 끝낼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루딘 님.”

예상대로 손쉽게 적대 길드를 없앤 아이젠은 대략 100명의 인원을 시작 지점에 배치한 뒤, 남은 인원을 마을에 있는 잔당을 처리하라 지시하며 이내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수고는 무슨. 그보다 전쟁은 끝난 거지?”

“주력 인원은 다 없앴으니 끝났다고 해도 되겠군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녀석이 끝났다고 했으니 난 이만 빠져도 문제는 없을 듯했다. 어차피 내가 생각하기에도 더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 거 같지만 혹시 모를 일이 아니겠는가? 만일 다시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때는 참여하지 않을 셈이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내 할 일은 하고도 남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S랭크 플레이어는 만나셨습니까?”

“S랭크? 만난 건 둘째 치고 싸워서 이겼어.”

“오, 그렇습니까?”

오는 무슨.

“아무튼 죽였으니 시작 지점에 나타나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렇겠죠. 솔직히 S랭크 플레이어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루딘 님 덕분에 그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내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대충 그런 식으로 말을 한 난 옆에 있는 시작 지점을 바라봤다. 시작 지점에는 엠페러 길드원이 원형을 이뤄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선 모습이 보였다.

“아싸! 또 한 놈 접속!”

“잡아 죽여!”

그리고 그 원형 안에는 10~20명의 길드원이 들어가 접속한 적대 플레이어가 보이는 즉시 죽이는 광경을 보고는 웬만한 플레이어라도 접속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저거. S랭크 플레이어라면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S랭크 플레이어의 스킬을 모르군요. 혹시 아십니까?”

“일단 싸워봤으니까. 민첩이 엄청나게 높아지는 스킬 같던데?”

“민첩이라…….”

민첩이 높아지니 엠페러 길드원의 공격을 죄다 피하고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젠은 별다른 걱정이 없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민첩뿐이라면 여러 방법이 존재하니까요.”

“……?”

그 방법이 궁금했지만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알아서 하겠지. 어쨌거나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실감한 나는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을 보았고, 그런 내 행동에서 뭔가 눈치 챘는지 아이젠이 말했다.

“아이템은 제가 길드원에게 말해 길드성까지 옮겨놓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응? 그래도 돼?”

“물론입니다. 루딘 님은 이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우지 않았습니까.”

그 공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아마 S랭크 플레이어를 잡았다는 것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었다.

“미안한데.”

“괜찮습니다.”

조금 전에 아이젠이 싸우는 동안 나름 선별 작업을 걸쳐 괜찮은 아이템만 챙기긴 했다. 그래도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이 아까웠던 내게 아이젠의 말은 여러모로 고맙기 그지없었다.

‘일단 내게는 좋은 방향으로 끝나서 다행이긴 한데…….’

“으하하핫! 이거 엄청 꿀인데?!”

“여기서 가만히 있어도 돈이랑 경험치가 굴러온다는 거 아냐?”

“던전 사냥보다 백배는 좋다.”

“이것들 빨리 접속 안 하나? 아이템 맞춰야 되는데.”

“빨리 죽이고 나와! 기다리는 사람 많아!”

상대편에게는 최악의 방향으로 흘러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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