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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99화 (99/211)

00099  第 18 話  =========================================================================

第 18 話 “23일째”

“이 개자식들아!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물러나!”

“닥쳐! 엠페러 길드면 다냐?!”

“바닥에 떨어졌으니 주인 없는 아이템이다!”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을 하나라도 줍기 위해 달려드는 플레이어. 당연히 엠페러 길드원은 막아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일단 숫자가 워낙 많은데다 공격이라도 한다면 정당방위 시스템이 생겨났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미친 거지새끼들이! 화염 폭발!”

콰아앙!-

“씨, 씨발! 지금 공격했냐?!”

“죽여!”

“오늘 경험치 좀 먹어보자!”

‘일이 미친 듯이 꼬이네.’

공격에 적중당한 그들이 얌전히 물러날 리가 없다. 예상대로 그들은 엠페러 길드를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고, 이내 이리저리 엉켜 개싸움이 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캉-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플레이어 '무적검'에게서 공격을 받았습니다!]

[정당방위가 성립됩니다.]

그때 내 옆구리를 툭 건들인 정도의 느낌이 났던 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어색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게, 시, 실수였어요.”

“방패 치기.”

콰앙!-

[플레이어 '무적검'을 죽였습니다.]

[정당방위 경험치…….]

“나도 실수였어.”

영혼 상태가 되더라도 내 목소리는 들릴 테니 그렇게 말을 남긴다. 어디서 실수인 척하고 지랄이야? 가뜩이나 짜증난 상태에서 이런 일까지 겪으니 기분은 더럽기 짝이 없었다.

“젠장, 덤벼드는 새끼들 모두 죽여!”

덧붙여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밀릴 엠페러 길드도 아니다. 처음에야 공격을 허용했지만 이내 반격에 나선 엠페러 길드는 무서운 속도로 일반 플레이어를 학살했고, 그 기세에 밀린 일반 플레이어들은 차츰 물러서고 있는 추세였다.

“빌어먹을 엠페러 길드!”

“내가 다른 길드에 들어가서라도 복수할 테다!”

‘어쨌든 정리는 된 건가?’

덤벼든 일반 플레이어로 인해 내가 상대하고 있었던 적대 길드가 죄다 도망쳤지만 그래도 시작 지점을 점령했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그 S랭크 플레이어도 도망간 거 같은데…….’

이렇게 가만히 있는데도 공격이 들어오지 않는 걸 보면 도망간 게 확실한 듯하다. 그냥 화끈하게 덤비면 안 되나? 아님 한 대 때리자마자 숨었으니 어지간히 나와 싸우기 싫었던 모양이다.

하긴, 자신이 질 수 있는 상대하고는 싸우기 싫겠지.

“적이다! 적이 접근하고 있다!”

“……?”

순간 길드원의 외침에 고개를 돌려보니 이쪽으로 수백 명의 인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또 그들의 머리 위에는 붉은 칼날 표시가 뚜렷하게 나타나 있었기에 여기 있는 모든 엠페러 길드원이 긴장했다.

“저거 너무 많지 않아?”

“인원이란 인원은 죄다 긁어모았나…….”

“아니, 우리 쪽은 부길마님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던전에 간 인원은 대체 언제 돌아와.”

수군거리는 엠페러 길드원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천천히 그들에게로 향한다. 여기서 내가 도망친다면 결과는 볼 것도 없이 패배하겠지만, 이 많은 인원이 보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보아하니 각 길드가 모든 인원을 이끌고 오는 거 같았다. 따라서 저들만 없앤다면 이 전쟁도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더 도망칠 수 없었다.

“부길마님!”

“모두 부길마님을 따라가!”

그리고 내가 앞장서서 걸으니 남은 엠페러 길드원도 내 뒤를 천천히 뒤쫓았다.

저벅-

‘당장 싸울 생각이 없나?’

어느 정도 다가오자 걸음을 멈춘 적대 길드를 보고는 나 또한 걸음을 멈췄다. 그와 함께 상대편에서는 누군가 몇 걸음 나오더니 내게 외쳤다.

“네 녀석이 루딘이냐?”

날카로운 눈매와 한 성질 할 거 같은 인상의 사내를 본 나는 그저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싸울 건데 이런 이야기를 해서 뭐하겠는가? 단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할 뿐이다.

“난 잿빛 길드의 마스터 데드릭이라고 한다. 네게 한 가지 제안을 하지.”

“제안?”

“그래, 지금 이 전쟁에서 빠져라. 그럼 엠페러 길드를 쓰러뜨려도 널 건들지 않으마.”

“…….”

엄청 좋은 제안이라 단칼에 거절하고 싶었다. 지금 저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이런 내 표정을 봤는지 데드릭 주변에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은 망했다는 표정을 지었고, 반대로 내가 침묵하고 있으니 엠페러 길드원은 어떻게 해석했는지 다급하게 외쳤다.

“부길마님! 넘어가면 안 됩니다!”

“거짓말일 게 분명합니다!”

데드릭이라는 녀석과 엠페러 길드원으로 인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사이,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부길마님. 잿빛 길드 마스터라면 A랭크 하늘의 심판을 습득한 마법사입니다. 하늘의 심판은 위에서 빛을 떨어뜨리는 스킬인데, 그것만 조심하신다면 충분히 이기실 수 있으실 겁니다.”

누군지는 몰라도 꽤 유용한 정보였다. 저 녀석도 A랭크 스킬을 습득한 플레이어였나? 생각해보면 웬만한 길드 마스터는 대부분 A랭크 스킬을 습득하고 있는 듯했다.

‘그나저나 마법사라면…….’

새벽의 여명 마스터보다 쉽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며 다시 데드릭을 보자 왠지 익숙한 지팡이까지 보였다. 딱히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의 눈에 띄는 지팡이. 예전에 내가 경매장에 넘겨 짭짤한 수입을 거뒀던 투루의 레어 지팡이었다.

‘저 녀석도 가지고 있었나?’

뭐, 지금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공략이 널리 퍼진 투루였기에 실력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한 번씩 성공한 레이드였기 때문이다.

‘레어 지팡이와 A랭크 스킬이라면 데미지는 얼마가 뜰까.’

“왜 대답이 없지?”

“뭐, 단순히 건들지 않겠다는 제안은 부족하지 않아? 현금으로 1억 가져와. 그럼 이 전쟁에서 빠져주지.”

“…….”

한마디로 거절이었다. 누가 1억을 주겠는가? 이런 내 뜻을 잘 알아들은 데드릭은 한층 더 험악해진 인상으로 내게 말했다.

“애초에 받아드릴 생각이 없었군.”

“그쪽이야 말로 농담하러 온 게 아닐 텐데?”

“좋다. 그럼 네 녀석에게 결투를 신청하지.”

응?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결투?”

“너도 남자라면 이 승부를 받아드려라!”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데드릭 주변에 있는 모든 길드원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만큼 데드릭을 믿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결투를 받아드린다고 해서 내게 손해될 건 없었다.

‘근데 무슨 의도로 결투를 하자는 거지?’

잠깐 고민한 난 이내 고개를 저었다.

‘뭐가 어찌 됐든 모조리 없애버리면 돼.’

더군다나 결투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보여주면 엠페러 길드원도 그럭저럭 활약할지도 몰랐다. 난 거기까지만 생각하고는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덤벼. 결투고 뭐고 상대해주지.”

“크큭, 좋다! 플레이어 의뢰 사용! 대상자 루딘!”

‘음?’

플레이어 의뢰?

분명 첫날 튜토리얼에서 노아가 해줬던 설명 중에 플레이어 의뢰라는 게 있지 않았나?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겪은 적도 없어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가까스로 그런 게 있다는 것을 떠올린 난 내 앞에 생겨난 하나의 창을 바라봤다.

[플레이어 '데드릭'의 의뢰가 생겨났습니다.]

설명:현 시간부로 30분간 데드릭과 루딘. 둘 중 누구라도 죽는다면 그 대상은 현실 시간으로 3일간 접속을 금지한다.

완료 보상:1골드.

*의뢰에 실패 시, 24시간 동안 능력치 30% 감소.

‘의뢰 패널티가 능력치 감소?’

아마 의뢰 스크롤에 따라 패널티가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래도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여기서 내가 이긴다면 저 녀석이 3일간 접속하지 못한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제 싸우는 일만 남았다고 판단한 난 레어 검과 방패를 고쳐 잡았다.

“수락.”

[플레이어 '데드릭'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하하핫! 받았구나! 나무줄기의 속박!”

“……!?”

의뢰를 수락한 순간, 데드릭은 곧장 스킬부터 사용했다. 분명 나무줄기의 속박은 지팡이에 있는 스킬이었지? 그걸 깨달은 난 곧장 앞으로 달려 나갔다.

콰드득!-

내 뒤에서 덩굴이 솟아오른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한다. 맞는다고 해서 큰 피해야 없겠지만 움직임이 봉인된다는 건 여러모로 곤란했다.

‘비겁한 새끼.’

의뢰를 받자마자 공격하다니!

“방패 치기!”

그 분노를 담아 방패를 휘두른다.

휙-

‘어?’

때린 느낌이 없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자세히 보니 데드릭의 몸 자체가 흐릿해지더니 이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그런 식으로 사라진 데드릭은 이미 한쪽에서 다른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환영까지 쓸 줄이야.’

“얼음 안개.”

스스슥-

얼음 안개라는 스킬을 쓴 데드릭의 몸 주변에는 시퍼런 안개가 자욱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안개로 인해 데드릭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괜히 결투를 받아드렸나?

시작하자마자 죽였다면 우리 쪽 사기도 엄청나게 올라갔을 테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그래도 내가 이긴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던 난 침착하게 데드릭의 위치부터 찾았다.

“나무줄기의 속박!”

오른쪽?

“거신의 질주!”

콰콰콰콱!!-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곧장 거신의 질주를 쓴다. 이게 적중만 되면 승부는 그대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난 700이 넘어가는 민첩으로 순식간에 접근했지만 아쉽게도 방패에 닿는 느낌은 아무것도 없었고, 대신 하늘에서 나를 향해 한 줄기 빛이 내리 꽂혔다.

콰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09.]

‘이게 하늘의 심판?’

언제 스킬을 사용한 건지 모르겠지만 따지고 보면 아주 작은 목소리로도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었다. 그럼 나를 일부러 유인한 뒤에 스킬로 적중시킨 건가? 안개 때문에 하늘에서 떨어진 빛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나로서는 정말 대단한 작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질 거 같진 않네.’

“하늘의 심판.”

“칫.”

동시에 몸을 옆으로 날렸음에도 떨어지는 빛줄기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콰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86.]

‘이대로 녀석의 지구력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되나?’

남은 생명력으로 따지면 녀석의 지구력이 먼저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식으로 해도 내가 이긴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여기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뭐, 솔직히 고전도 아니지만.’

그리고 냉정하게 생각하니 녀석을 잡을 만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난 무기를 내려 느긋하게 서 있는 자세로 스킬을 사용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환영이동으로 은신 상태가 된 나는 재빨리 데드릭을 찾았다. 아니, 찾지 못해도 상관없다. 지금 내 환영이 그대로 서 있으니 목소리만 들린다면…….

“하늘의 심판!”

걸렸다.

“거신의 질주!”

즉각 소리가 들려오는 위치로 달린다. 이미 데드릭의 시선은 환영에게 향하고 있을 터. 거기다 내 몸은 은신으로 숨겨져 있었기에 이 공격은 틀림없이 적중한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4,581.]

이렇게 말이다.

‘드디어 잡았군.’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죽였습니다.]

[보상 경험치 1,240 획득!]

[보상 금액 64실버 40코퍼 획득!]

[보상 아이템 '+5 고블린 족장의 주술 지팡이' 획득!]

[여유 공간이 부족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보상 아이템 '+2 숲의 장화' 획득!]

[여유 공간이 부족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어라? 주술 지팡이?’

주술 지팡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난 거의 본능적으로 주웠다. 덤으로 옆에 있는 신발까지 순식간에 주은 난 아이템 창을 열어 아무 아이템이나 바닥에 버린 뒤, 그 두 개를 집어넣었다.

‘와~ 5강까지 한 레어 지팡이라니.’

이걸 돈으로 계산하면 얼마지? 전에 벌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2천만 원은 하지 않을까? 이걸 떨어뜨린 데드릭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지만 의뢰 내용대로 3일간 접속하지 않을 테니 그 표정을 볼 일은 없을 듯했다.

“아크 베어! 제왕의 돌격!”

“쿠엉!”

“……!?”

곰탱이? 새벽의 여명도 있었나?

난 달려오는 곰탱이와 함께 의뢰 내용을 떠올렸다. 분명 30분 이내에 죽으면 3일간 접속 정지라고 했었지? 안타깝게도 아직 30분은 지나지 않았다.

그럼 그 사이에 날 죽이려는 건가?

‘의뢰 자체가 함정이었군.’

촤악!-

“큭!”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860.]

잠깐 곰탱이에게 신경을 쓰는 사이, 등에서 느껴지는 타격에 내가 진짜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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