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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98화 (98/211)

00098  第 18 話  =========================================================================

第 18 話 “23일째”

[길드 채팅을 종료합니다.]

“후우.”

아이젠이 제시한 보상은 골드와 아이템이었다. 뭐, 게임에서 그보다 더 큰 보상도 없겠지만 왠지 내키지 않는다고 할까? 결국 보상을 거절한 난 대충 도와주는 걸로 합의를 본 뒤, 채팅을 종료했다.

‘그나저나 S랭크를 어떻게 상대하지?’

한순간에 몇 천이 깎여버린 공격. 분명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대책을 세우지 않고 싸우면 이기기가 힘들 거란 생각에 곰곰이 고민도 했지만 역시나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대화는 끝났어요?”

“예. 아무래도 마을로 가서 한바탕 싸워야 될 거 같아요.”

“전투쯤이야 루딘 님에게는 식은 죽 먹기잖아요.”

“…….”

나를 믿어주는 건 고맙지만 이번만큼은 장담할 수 없었다.

“응? 표정이 왜 그래요?”

“상대편에 S랭크 플레이어가 있거든요. 그게 걸려서요.”

“아, 그 이야기는 옆에서 들었어요. 결투장에 나타났다는 그 플레이어 맞죠?”

‘결투장? 그건 또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예전부터 느꼈지만 시나는 집에만 있는 나보다도 황혼에 대해 잘 아는 듯했다. 진짜 집에서 뭐하는 걸까? 어쨌거나 시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난 짤막하게 답했다.

“아무튼 만만치 않은 상대라 좀 그러네요.”

물론 실제로 싸운다면 결과는 극명하게 갈리지 않을까 싶다. 대지의 역동으로 묶어버린다면 내가 이길 것이고, 묶을 수 없다면 내가 패배하는 식의 싸움이 벌어질 테니 말이다.

그걸 생각하면 대지의 역동이 내 승리의 열쇠가 될…….

음? 대지의 역동?

‘아니, 차라리 그 방법을 사용해볼까?’

이미 나와 붙어본 상대이기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을 떠올린 난 승산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방법이라도 찾았어요?”

“그럭저럭 괜찮은 방법이 떠오르긴 했죠.”

그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아이템 창을 열어 지금까지 획득한 아이템을 전부 바닥에 버렸다. 그 숫자만 해도 몇십 개는 되는지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시나도 놀란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와~ 이건 다 뭐예요?”

“오늘 얻은 아이템이요. 그럼 전 다시 가볼게요.”

아이템을 바닥에 버렸으니 시나도 가져갈 수 있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비록 시나와 함께한 시간이 길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런 아이템을 허락도 없이 가져가지 않을 거란 믿음 정도는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시려고요?”

“예. 혹시 도와줄 일이 있다면 다음에 도와드릴게요.”

“괜찮아요. 그보다 테이블 위에 물약 놔뒀으니 챙겨가세요.”

‘물약이라…….’

그러고 보면 시나에게 받은 물약 개수만 해도 상당했다. 나도 그에 맞게 도와주고 있으니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고맙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번번이 신세지네요.”

“신세라면 제가 많이 졌죠. 아, 대신 질문 하나만 해도 돼요?”

“예, 하세요.”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유아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

뭐랄까? 듣고 보니 정말 뜬금없는 질문이긴 했다.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던진 건지 궁금했던 난 대답 대신 거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유아는 왜요?”

“옆에서 보고 있으니 답답해서요. 분명 둘 다 좋아하는 거 같긴 한데 거리를 둔다고 해야 되나? 뭐, 제 착각일 수도 있으니 이참에 물어보려고요.”

덕분에 대충이나마 시나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던 난 간단하게 대답했다.

“유아야…… 친구나 혹은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거의 고민조차 하지 않고 말한 거였으니 내 본심에 가까운 대답일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시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날 빤히 바라보다 이내 다른 질문을 던졌다.

“친구라면 여자 친구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친구를 말하는 거죠?”

“예.”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몰라도 대답은 충분히 됐을 거라 생각한 난 이만 걸음을 옮겼다. 문득 뒤에서 작게 투덜거리는 시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긴 했으나 굳이 붙잡지는 않았다. 아마 나름대로 해석을 한 모양이다.

‘괜히 신경 쓰이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어 잡념을 털어낸다.

‘지금은 마을 점령에만 집중하자.’

가지고 있는 장비가 아까워서라도 죽을 수는 없다. 시나로 인해 잠시나마 혼란스러웠던 기분을 정리하는데 성공한 나는 S랭크 플레이어를 이길 방법을 설정하고는 문을 열었다.

철커덕-

“엠페러 자식들을 죄다 죽여 버려!”

“지원군! 지원군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숫자가 점점 많아지잖아!”

“지구력 부족한 녀석은 방해하지 말고 꺼져!”

콰앙!!- 콰콰쾅!!-

‘근처에서 싸우고 있나?’

밖으로 나오자마자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거기에 엠페러라는 단어를 들은 난 그곳으로 향했다. 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이번 전쟁과 관계없는 플레이어들이 흥미롭다는 듯이 떠들며 관전만 하고 있었고, 좀 더 이동해보니 몇 명의 엠페러 길드원과 대략 20명 정도의 적대 플레이어가 서로 대치 중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뭐…….’

숫자에서 밀리는 탓인지 터무니없이 밀리고 있다. 적대 길드는 각종 마법과 소환수를 앞세워 엠페러 길드원을 압박하고 있는 모습을 본 나는 전력으로 달려가 제일 먼저 눈에 띈 적대 플레이어를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방패 치기!”

콰아앙!-

[스킬 데미지! 1,584.]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죽였습니다.]

[보상 경험치…….]

“누구야?!”

“어? 저, 저 자식은…….”

동시에 나를 알아본 엠페러 길드에서도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앗! 부길마님이 오셨다!”

“부길마님이다! 이제 우리가 이겼어!”

와아아아!!-

“…….”

진짜 뭐지?

내가 왔다는 말에 남은 길드원은 마치 이겼다는 듯이 환호했다. 아직 전투가 끝난 것도 아닌데 환호는 너무 이르지 않나? 아무튼 환호하는 엠페러 길드원과는 달리, 상대편은 분하다는 말투로 외쳤다.

“제, 젠장! 부길마가 나타나다니!”

“부길마가 오기 전에 남은 자식들을 정리해야 했는데!”

아직까지도 저쪽이 숫자가 많다. 그런데도 분위기는 이쪽이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너무 설쳤나?’

바무트 교단에 이어 오늘 길드성에서 있었던 전투까지.

저들의 반응을 보니 그 일이 소문처럼 퍼진 듯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덤비는 걸 주저할 리가 없다. 어쨌든 덤비지 않으니 내 쪽에서 먼저 덤벼야겠다고 생각하는 사이, 그들이 어떤 움직임을 취했다.

“일단 도망쳐!”

‘도망?’

도망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즉시 몸을 돌려 달리는 적대 길드. 당연하지만 이대로 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169.]

[스킬 데미지…….]

환영이동으로 순식간에 따라잡고는 거신의 질주를 사용해 몇 명의 플레이어를 날려버리며 몸을 돌린다. 즉, 앞에는 내가 있고, 뒤에는 엠페러 길드가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냥은 못 가지.”

“제기랄! 오냐, 한번 해보자!”

학습 능력이 없군.

방금 내 거신의 질주에 몇 명이나 뒈진 걸 확인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접근전으로 싸우려고 하는 녀석의 모습에 속으로 비웃은 난 철저하게 응징했다.

“방패 치기!”

콰앙!-

[적대 세력의…….]

‘이거 다시 집으로 가야 되나?’

벌써 몇 개나 획득한 아이템을 보니 집에 가서 비우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게 접근하는 걸 주저한 남은 플레이어들은 곧장 뒤에서 습격한 엠페러 길드원에 의해 한 명씩 죽어나갔다.

“으하하핫! 복수다!”

“감히 엠페러 길드를 공격하다니!”

‘내가 나설 것도 없군.’

적대 플레이어들은 당황해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상태다. 거기까지 확인한 난 그곳에서 시선을 떼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당연하지만 주변은 지금의 전투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플레이어밖에 없었다.

‘S랭크 플레이어는 언제 나타날까.’

그 S랭크를 죽여야만 이 마을도 완전히 점령할 수 있었기에 유난히 신경 쓰였다.

‘뭐, 시작 지점으로 가면 나타나겠지.’

이러나저러나 엠페러 길드와 적대 길드들은 시작 지점을 점령해야 되는 입장이었다. 그러니 시작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어? 부길마님! 어디 가십니까?”

“시작 지점으로요.”

“그럼 저희도 함께 하겠습니다.”

어느새 적대 플레이어를 처리한 몇 명의 엠페러 길드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따라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들이 따라온다고 해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몇 명이 따로 움직이더라도 그 또한 도움이 안 될 거 같은지라 고개를 끄덕였다.

“방해만 하지 마세요.”

“예!”

그렇게 길드원을 이끌고 시작 지점에 도착하니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콰앙!- 콰콰쾅!!-

“엠페러 길드를 몰아내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자리를 지켜!”

“뚫리면 그냥 끝난다고 생각해!”

“…….”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뒤섞여 들려오는 고함 소리와 가까이 가기도 꺼림칙할 만큼 치열한 전투. 기존 플레이어는 다가가자마자 죽어버릴 거 같은 치열한 전투는 뭔가 색다른 광경이기도 했다.

‘못해도 200~300명?’

적대 길드가 그 정도 숫자였으니 엠페러 길드도 당연 많았다. 못해도 적대 길드와 비슷한 숫자이지 않을까? 하지만 지켜보고 있으니 엠페러 길드가 눈에 띌 정도로 밀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숫자가 비슷하면 엠페러 길드가 유리할 텐데.’

그래도 내가 돕는다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에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다.

저벅-

“제이어의 수호방패.”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어? 잠깐, 저기 좀 봐!”

“루딘이다!”

솟아오른 빛은 모두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내 얼굴도 이젠 널리 알려졌는지 알아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당황하지 마! 저딴 녀석이야 내가 죽이면 돼!”

‘저건 뭔 자신감이야?’

그때 나를 향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외친 플레이어가 보였다. 덧붙여 그 플레이어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내게 달려들어 육중한 도끼를 휘둘렀다.

“맹렬한 일격!”

“방패 치기.”

콰앙!-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스킬 데미지! 2,642.]

“뭐, 뭣?! 잠깐!”

“방패 치기.”

콰앙!-

[적대 세력의…….]

그렇다고 해도 제이어의 수호방패까지 쓴 내게 덤비다니. 간단하게 그 플레이어를 없애버린 난 다음 상대를 찾았고, 자신 있게 나선 플레이어가 죽으니 상대편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뭐, 뭐야? 겨우 두 방에 죽은 거야?”

“저걸 어떻게 이겨?! 도, 도망가야 돼!”

실제로 몇 명은 도망가기 시작했다. 또 몇 명이 도망간 탓에 거기에 동조한 다른 길드원들도 도망가기 시작했지만 이대로 놓칠 수 없었던 나로서는 망설이지 않고 스킬을 사용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거신의 질주로 녀석들을 따라잡은 난 그야말로 학살이 뭔지 보여주려고 했으나 미처 그러기도 전에 내 등에서 어떤 타격이 느껴졌다.

촤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885.]

큭, 설마?

재빨리 뒤쪽으로 검을 휘두르며 거리를 유지한다. 하지만 뒤를 돌아봐도 내가 찾던 플레이어는 없었다. 또 은신으로 숨은 건가? 위치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대지의 역동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때다! 저딴 녀석들을 죄다 없애버려!”

“부길마님을 도와라!”

“다신 엠페러 길드에 덤비지 못하게 해주마!”

그리고 멋대로 떠드는 엠페러 길드원은 이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했다. S랭크가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냥 싸운 거였나? 어쩐지 이상하게 밀린다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의문은 풀리긴 했다.

‘어디냐.’

길드성에서 나와 한번 싸워본 탓인지 상대방도 신중했다. 하긴, 공격 한두 번에 죽을 내가 아니니 신중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오지 않는다면 내게도 생각이 있었다.

‘근처에 있는 녀석들 죄다 죽여주지.’

“거신의 질주!”

적대 길드를 전부 죽인다면 튀어나올 거란 생각으로 목표를 바꾼 난 적대 길드를 향해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당연하지만 지금의 거신의 질주를 맞고 버티는 플레이어가 없었기에 그 숫자는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콰아아앙!!-

“저기 바닥에 아이템이다!”

“아싸! 저 아이템은 내꺼다!”

‘응?’

열심히 적대 길드를 죽인 것까진 좋았다. 좋았지만 아이템 창의 한계로 바닥에는 아이템들이 한 개씩 떨어졌고, 그걸 본 일반 플레이어는 눈이 뒤집혀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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