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4 第 18 話 =========================================================================
第 18 話 “23일째”
‘그러고 보니 뺏긴 던전은 어떻게 됐을까?’
어제도 의뢰 길드와 결투장으로 하루를 보낸 나는 길드성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예상이지만 아무런 어려움 없이 되찾지 않았을까? 엠페러의 인원이 몇 명인데 고작 뺏긴 던전 하나 되찾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엠페러 길드! 최초로 길드성을 소환하다!]
[길드성으로 인한 그 특권!]
[다음 길드성을 소환할 길드는 누가 될 것인가?!]
[모든 길드가 길드 퀘스트를 도전하는 중.]
그리고 길드성의 여파는 인터넷까지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따지고 보면 S랭크부터 시작해 바무트 교단, 길드 퀘스트, 길드성까지. 이 모든 게 엠페러 길드가 최초로 이뤄낸 만큼 매일 같이 게시판에는 엠페러 길드의 관련 글만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잘 나가긴 잘 나가네.’
뭐, 그중에서 내가 도운 거라고는 바무트 교단밖에 없지만 나름 같은 길드였으니 응원 정도는 하고 있었다.
딸각-
[선전포고! 엠페러 길드에게 전쟁을 신청한다!]
“전쟁?”
이건 또 무슨 글이야? 호기심에 그 글을 클릭해봤다.
[선전포고! 엠페러 길드에게 전쟁을 신청한다!]
[내용:바로 어제 엠페러 길드에게 던전을 뺏겼습니다. 분명 저희 길드원이 찾은 던전임에도 불구하고 엠페러 길드는 자기들 던전이라 주장하며 공격까지 감행하더군요. 그 과정에서 저희 길드원이 전원 사망하고, 던전까지 뺏기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더는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기에 다른 길드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엠페러 길드를 처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많은 분들의 응원 부탁드립니다.]
“……?”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그러니까…… 이 글을 쓴 사람은 어제 던전을 뺏은 놈 같았다. 다만 읽어보니 던전을 뺏은 건 자기들이 아니라 엠페러 길드라고 적혀져 있었다. 대체 뭐가 맞는 걸까? 만일 길드성으로 도망친 길드원이 거짓말을 했을 경우에는 이 글이 맞고, 반대로 길드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글이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이길 가능성이 없을 텐데.’
C랭크로 진입한 엠페러 길드는 총 4천 명의 길드원을 받을 수 있었고, 또 지금은 3,000명의 길드원이 있었다. 보통 다른 길드의 인원이 많아봤자 평균 4~500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압도적인 숫자다.
‘아니, 다른 길드까지 참전한다고 했으니 또 모르나?’
설마 이들도 그걸 모르고 전쟁을 신청하지는 않았을 테니 뭔가 믿고 있는 구석이 있는 거 같았다.
‘잘하면 나도 도와야 될지 모르겠는데.’
애초에 아이젠이 날 가입시킨 것도 이런 일을 대비해서다. 아이젠은 한 달 정도 지나면 던전을 뺏고 뺏는 전쟁이 일어날 거라 했고, 그때를 대비해서 날 가입시킨 거였으니 어쩌면 도와야 되는 상황일지도 몰랐다.
‘싸우는 거야 문제도 아니긴 한데.’
나야 플레이어 몇 명이 달려들든 별다른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깟 플레이어야 시간만 걸릴 뿐이지 충분히 없애버리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몇백 명이 몰려온다면 그 또한 말이 달랐다.
속성 데미지를 포함해 관통 데미지까지. 내가 막을 수 없는 종류의 데미지가 계속 들어온다면 나도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아~ 도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냥 이틀 정도 접속하지 말까?
혹시 몰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살펴보았다.
[미친 길드네. 엠페러에게 전쟁을 신청했어?]
[길드성까지 지은 엠페러 길드를 어떻게 이기겠다는 거지?]
[길드성보다 아이젠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임.]
[멸살검이면 죄다 쓸려버릴 것들이 ㅋㅋㅋ.]
[ㄴㄴ. 모름. 소문으로는 10여 개 길드가 연합했다던데요?]
[이야~ 10개 길드가 연합? 그럼 모르겠네. 숫자로 거의 압도적이지 않나?]
[압도적은 아닐 거라고 봄. 그래도 엇비슷하겠네요.]
[숫자가 비슷하면 뭐함? 그때 바무트 교단 쓸어버리는 거 못 봤음? 아마 길드 연합도 그 꼴이 날 거임. 아이젠이랑 부길마였나? 그 녀석들을 막을 사람이 없으면 절대 못 이김.]
[길드 연합에서도 S랭크 플레이어가 있다면 해볼 만하겠다.]
[S랭크? 전에 결투장에서 반짝 나타났던 그 여자를 말하는 건가?]
[한번 싸워보니 완전 암살 계열이던데.]
“S랭크 플레이어?”
지금껏 결투장에 죽치고 있었지만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소문의 플레이어다. 덕분에 생각난 나는 그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고, 이내 결투장이 열린 이틀까지만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러니 만날 수 없었지.’
근데 그럼 결투장에는 왜 들어간 거지? 승점 때문은 아닌 거 같은데.
‘S랭크 스킬을 테스트하고 싶어서 결투장에 갔던 건가?’
같은 S랭크 스킬을 습득한 플레이어니 붙어보고는 싶었지만 이래서야 힘들 거 같았다. 그래도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만날 거라 생각한 난 현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캡슐로 들어갔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황혼에 접속했어도 주변은 늘 보아오던 일상과도 같은 광경이다. 전쟁을 신청했다지만 아직까지는 안전…….
[경고! '은빛 파도' 길드에서 적대 관계를 신청했습니다.]
[경고! '노을' 길드에서 적대 관계를 신청했습니다.]
[경고! '흑색 십자가' 길드에서 적대 관계를 신청했습니다.]
[경고! '새벽의 여명' 길드에서 적대 관계를 신청했습니다.]
[경고! '붉은 날개' 길드에서 적대 관계를 신청했습니다.]
[…………]
[……]
“……꽤 많네?”
살펴보니 인터넷에 올라왔던 글처럼 거의 10여 개가 넘어가는 길드들이 적대 관계를 신청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많은 길드들이 손을 잡았다고? 아주 작정하고 엠페러 길드를 무너뜨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당황스럽긴 하군.’
설마 엠페러 길드가 지는 건 아니겠지?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도 다른 길드와 동맹을 맺으면 되는 일이다. 또 머리를 굴리는 쪽에서는 나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아이젠이니 뭔가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정도 숫자라면 사냥도 제대로 못하는 게 아닐까?
“뭐, 그거야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길드성부터 가야 되나? 라고 생각했을 무렵.
“찾았다! 저기 엠페러 길드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놈이 있다니!”
“…….”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수상한 소리가 내 귀를 강타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대략 10여 명의 플레이어가 내게 달려오고 있었는데, 그들의 머리 위에는 두 개의 붉은 칼이 교차된 적대 관계의 표시가 있었다.
‘그럼 저것들이 적대 관계를 신청한 길드란 뜻인데…….’
얌전히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제일 앞에서 달려오던 누군가가 내게 공격을 해왔다.
“죽어랏! 연속 베기!”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정작 공격당한 내가 가만히 있는 반면, 공격한 녀석이 당황하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뭐, 뭐야, 이 방어력은?!”
“뭐긴? 이제 네가 뒈질 차례라는 거지.”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준 나는 방패를 휘둘렀다.
“방패 치기!”
콰앙!-
[스킬 데미지! 1,228.]
F랭크 스킬인 방패 치기. 단순히 방어력과 방패 방어력이 합쳐진 수치였으나 그것도 내가 사용하니 엄청난 데미지로 전환되었다.
“무슨 이런 미친 데미지가!”
‘그야 내 능력치가 뛰어나서지.’
참고로 내 능력치는 다음과 같다.
[이름:루딘]
[칭호:빛의 수호자]
[레벨:58]
[명성:984]
[길드:엠페러(Emperor)]
[생명력:11271/11271]
[마나력:4510/4530]
[지구력:99.5%]
[공격력:830] [마법 공격력:291]
[방어력:1557] [마법 방어력:1341]
[능력치]
근력(600) 지능(170) 민첩(351)
체력(499) 마력(355) 기술(69)
투지(92) 소환(100) 집중(24)
[습득한 스킬:18/30]
[동료 NPC:1명]
이런 능력치를 가진 내가 쉽게 죽겠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레이드 보스급이 아니라면 단독으로 날 죽일 수 있는 녀석은 없을 거라 생각한 나는 지금껏 결투장에서 쌓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로 했다.
“역동.”
콰아앙!-
[스킬 데미지! 620.]
“큭, 몸이!”
‘그래, 못 움직이겠지.’
내게 달려드는 다른 녀석들을 포함해 전원 시간이 정지된 듯이 멈춘다. 이것이 씨크랩트를 잡고 획득한 랜덤 스킬북으로 얻은 스킬.
바로 A랭크 스킬인 대지의 역동이었다.
우스트와 싸우면서 거신의 질주 하나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낀 내가 다른 형태의 공격 수단을 얻기 위해 S랭크가 아닌 A랭크로 작업한 결과이기도 하다.
‘뭐, 그럭저럭 쓸만은 하지만.’
이 대지의 역동은 내가 원했던 범위 스킬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스킬이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A랭크 대지의 역동 효과] (LV1)
-사용 시, 근력 20 상승.
-사용 시, 근력 고정 데미지.
-사용 시, 반경 2M 효과.
-적중 당한 적은 1초간 정지.
-자신의 근력보다 낮은 적은 1초간 추가 정지.
*사용 시, 마나력 소모 10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7%.
바로 고정 데미지였으니까.
상대방의 방어력이 얼마가 됐든 내 근력과 비례해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내 근력이라고 해봐야 고작(?) 600 밖에 되지 않으니 단순히 데미지로 따지자면 방패 치기보다 떨어졌던 것이다.
그렇다고 쓸모없는 스킬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대지의 역동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대상을 1초. 혹은 2초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건데, 이건 말 그대로 정지였기에 공격하는 행동까지도 멈춰버렸다.
‘덕분에 결투장에서 재미 좀 봤지.’
대지의 역동을 쓰면 상대방은 지금과 같이 굳어버린다. 연달아 멈추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멈춘 뒤에 거신의 질주를 쓰면 어떻게 될까? 이제 2만 점이 넘어가는 내 승점 중에 패배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 대신해 말해주고 있었다.
“방패 치기.”
어쨌든 난 완벽히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녀석을 향해 다시 방패를 휘둘렀다.
콰앙!-
[스킬 데미지! 1,251.]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죽였습니다.]
[보상 경험치 520 획득!]
[보상 금액 22실버 38코퍼 획득!]
[보상 아이템 '철제 장갑' 획득!]
‘짭짤하군.’
애초에 적대 관계라 그런지 먼저 공격을 당했음에도 정당방위 시스템이 뜨지 않았지만 보상을 보면 별로 차이도 없는 듯했다. 더군다나 사람을 잡는 게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훨씬 좋았으니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이, 이럴 수가…… 순식간에 죽어버리다니.”
“당황하면 안 돼! 일단 떨어져서…….”
“역동. 거신의 질주.”
콰아앙!-
내게서 떨어지려는 녀석들을 향해 다시 대지의 역동으로 붙잡은 뒤,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순식간에 739까지 상승한 내 민첩은 그야말로 바람과 같이 녀석들에게 부딪쳤고, 또 거신의 질주 효과로 멋지게 날아가기까지 했다.
콰아아앙!!-
“크아아악!”
“대체 무슨 스킬이!”
[스킬 데미지! 2,053.]
[스킬 데미지…….]
‘죽은 녀석들이 몇 명 없군.’
마법사나 궁수로 보이는 녀석들이야 단번에 죽었지만 나머지 녀석들은 거의 죽지 않았다. 뭐, 최소한 실력은 그럭저럭 갖췄다는 말이겠지.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내 상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역동. 회전 치기!”
콰아앙!-
[스킬 데미지! 620.]
“큭, 씨, 발!”
날아간 녀석들 중에 한 명을 골라 재빨리 거리를 좁히고는 다시 대지의 역동과 회전 치기를 연달아 사용. 쓰러진 녀석은 별다른 저항도 못하며 내 검에 베어졌다.
촤악!-
[스킬 데미지! 737.]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이제 남은 숫자는 네 명인가?
어느 정도 죽였다고 생각했으나 그래도 남은 숫자는 네 명. 대지의 역동도 A랭크 스킬이기에 지구력 소모가 좀 있었지만 네 명이라면 상대하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다.
“엇?! 저, 저거 봐! 저 녀석 엠페러 길드의 부길마야!”
“부길마? 그 바무트 교단의 부길마?!”
“젠장, 그럼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아!”
‘어째 내 이름보다는 부길마로 더 알려진 모양이군.’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바무트 교단과 싸웠을 때 나라는 존재가 확실히 각인된 듯하다.
‘뭐, 어쨌든…….’
“뭐해? 계속 덤벼야지?”
“도, 도망쳐!”
도망?
하지만 내 정체를 파악한 녀석들은 상대하기보다 도망치는 걸 선택했고, 난 그런 녀석들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다가 이내 쫓아가기 시작했다.
멋대로 덤벼놓고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지!
“역동!”
콰아앙!-
“크악! 젠장!”
간신히 한 명 쫓아가 대지의 역동으로 발을 묶은 난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
“방패 치기!”
콰앙!-
[스킬 데미지! 1,220.]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후, 나머지는 놓쳤나?’
도망치는 녀석들 중에 한 명을 붙잡아 죽이긴 했지만 그 사이에 다른 녀석들은 죄다 도망간 뒤였다. 무슨 스킬이라도 써서 도망쳤는지 지금은 보이지도 않는 녀석들을 떠올린 난 아쉬움에 한숨부터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