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3 第 17 話 =========================================================================
第 17 話 “22일째”
“저기, 여기서 뭐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응? 넌 누구…… 어엇?! 부길마님?!”
물어보는 나를 향해 누구냐는 듯이 되묻는 길드원은 순간 날 알아보더니 엄청나게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놀랄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그 길드원은 당황하며 내게 말했다.
“아, 이, 이럴 게 아니라 안쪽으로 가시죠. 부길마님이라면 충분히 안쪽으로 들어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아뇨, 그보다 뭐하는지 궁금한데요.”
“아, 그렇습니까? 이제 조금만 있으면 길마님께서…….”
파밧!-
길드원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한쪽에서는 엄청난 빛이 솟아올랐다. 한순간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은 엄청난 크기의 빛. 못해도 몇백 미터를 집어삼킬 정도의 빛을 여기 모두가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을 때, 그 빛 너머로 거대한 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축하합니다! 길드 '엠페러(Emperor)'에서 길드성을 소환시켰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엠페러(Emperor) 길드원은 길드 귀환 스크롤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보상으로 길드 귀환 스크롤 1장이 주어집니다.]
[부활 지정 장소를 길드성으로 변경시킬 수 있습니다.]
[길드성 내부에 판매 상점이 생겨납니다. 그 상점에 물건을 등록하면 오로지 같은 길드원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길드성 내부에 존재하는 방을 저택처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길드성에 장식물을 배치하시면 내부에 있는 모든 길드원이 보조 효과를 받습니다.]
[이후, 길드성 내에 추가 시설을 지을 때마다 그에 해당하는 효과가 생겨납니다.]
‘길드성?’
빛과 함께 무슨 성이 나타나더니 이내 올라오는 몇 개의 메시지 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메시지 내용을 하나씩 읽어본 나는 아이젠이 길드성을 소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와아아아아!!-
동시에 길드성을 확인한 엠페러 길드원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마 이 또한 황혼 최초로 벌어진 일이기에 모두가 기뻐하는 듯했다.
‘길드가 C랭크로 올라가면 길드성까지 지을 수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C랭크로 올라간 건 며칠 전의 일이다. 그때 곧바로 길드성을 만들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뭔가 조건이 따로 필요한 거 같았다.
‘이상하게 길드 퀘스트 이후에도 바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길드성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니.
무엇보다 길드성이 완성됨으로써 모든 길드원이 귀환 스크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는 저택이 없어도 길드만 잘 들어가면 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응?’
문득 앞에서 뭐라고 소리치자, 환호성을 지르던 엠페러 길드원들은 조금씩 진정하며 길드성으로 들어갔다. 아마 소리친 내용이 길드성 내부로 들어와 구경이라도 하라는 내용이 아닐까 싶었다.
‘나도 들어가야 되나.’
“부길마님! 부길마님도 들어가시죠.”
“……뭐, 그러죠.”
하긴, 여기까지 왔는데 구경이라도 해야지.
거기다 아이젠이 주기로 한 뭔가를 보지도 못한 난 그 길드원과 같이 길드성으로 입장했다.
“와, 여기 엄청 넓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확실히 넓긴 넓네.’
당연하지만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길드성은 저택이랑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넓었다. 지금 길드성에 들어온 인원만 6~700명쯤 되는데도 여유 공간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더군다나 이게 1층이라는 거지.’
길드성의 높이를 떠올려보면 1층에서 끝나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3층까지는 있을 듯했다.
“아, 부길마님. 저쪽도 구경하시는 게 어떨까요?”
“…….”
근데 내가 왜 모르는 남자와 구경해야 되지?
날 알아보자마자 이상하게 옆에서 찰싹 붙어 다니는 길드원이 부담스러웠던 난 슬슬 따로 떨어지기로 했다.
“죄송하지만 전 혼자서 구경할게요.”
“예? 아니, 그러지 마시고…….”
길드원은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가볍게 무시하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야기를 듣다가는 끝도 없을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이 길드성에서 구경한다는 생각은 조금 잘못된 거 같았다.
“애초에 아무것도 없으니 구경할 것도 없고.”
길드성도 저택과 마찬가지로 가구, 혹은 장식물을 따로 배치해야 되는 시스템인 모양이다. 아무튼 그런 길드성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했는데 루딘 님이시네요. 여기서 뭐하세요?”
내게 다가온 사람은 화련이었다. 전에 레시아의 의뢰에서 도움을 준 그녀였기에 나 역시 나름대로 반갑게 맞이해줬다.
“안녕하세요. 화련 님.”
“인사는 됐어요. 그보다 퀘스트는 잘 해결했나요?”
“뭐, 덕분에요.”
“역시 대단하네요. 레이드 퀘스트는 보통 난이도가 아니라던데.”
분명 쉽지는 않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로즈 길드가 아닌 엠페러 길드와 갔다면 쉽게 잡았을 것이다. 특히 베크샤와 비교하면 우스트는 레이드 보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아, 저기 길마님도 오시네요.”
‘아이젠이?’
고개를 돌려보니 화련의 말대로 아이젠이 다가오고 있었다.
“길드성은 어떻습니까?”
“길드성? 괜찮던데. 설마 황혼에 길드성까지 있을 줄은 몰랐지만.”
“C랭크로 올라가니 생기더군요. 그보다 따라오십시오.”
“어딜?”
“그냥 따라가세요. 아마도 뭔가 줄 거 같은데요?”
화련까지 그렇게 말하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어디론가 향하는 아이젠을 따라 걸었고, 화련 또한 그런 내 옆에 붙어 같이 이동했다. 그나저나 어디로 가는 거지? 2층? 뭔가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아이젠이 최종적으로 향한 곳은 4층에 있는 어느 방이었다.
‘설마 4층까지 올라오다니.’
“이곳입니다.”
“의외로 구조를 잘 알고 있다?”
이 길드성 방금 만들지 않았었나?
“구조야 길드성을 소환하기 전에 충분히 숙지했습니다. 소환하고 싶은 길드성에 미리 입장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봤다는 말이네.”
“예, 그렇습니다.”
짤막하게 대답한 아이젠은 앞에 있는 문을 열었다.
“어쨌든 들어가 보십시오.”
그 말에 따라 문을 연 그곳에 들어가 보니 널찍한 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꽤 넓네요.”
“근데 이 방은 왜?”
“길드성에 있는 방은 저택처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방은 루딘 님께서 쓰십시오.”
“응?”
“와~ 잘 됐네요.”
그런 아이젠의 말에 다시 한 번 방을 둘러보았다. 아직 가구가 없어 휑한 느낌이 들었지만 화사한 벽의 색깔과 깔끔한 바닥으로 인해 전체적인 분위기는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저택보다 좋아보였다.
“이 방을 나보고 쓰라고?”
“싫습니까?”
“싫은 것보다…… 난 저택이 있는데.”
“그럼 하나 더 가지시는 것도 괜찮겠군요.”
“…….”
어? 그런가?
저택을 몇 개나 들고 있던 내겐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세금을 내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그런 식으로 생각할 무렵, 아이젠은 작게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용자 설정. 사용자…….”
[띠링!~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성 4층, 2호실에 대한 이용권한을 주셨습니다.]
[가택 정보창의 내용이 갱신됩니다.]
“어?”
“받으셨습니까?”
“뭐, 내용을 보니 받은 거 같긴 한데.”
이용권한을 내게 준거면 영원히 내 것인가? 아님 다시 뺏을 수도 있나? 그게 조금 애매했지만 이 길드성의 주인은 아이젠이니 다시 뺏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딘 님에게 드리는 선물이니 부담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길마님! 저는요? 저도 있나요?”
“예. 간부 직책에 있는 모든 인원들에게 방이 배정될 겁니다.”
“꺄!~”
말을 들어보니 간부에게도 방을 줄 생각인 듯하다. 간부가 몇 명이었지?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택을 구매하지 않아도 공짜로 방을 얻을 수 있었으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운이 좋은 거 같았다.
“천천히 구경하십시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가려고?”
“다른 간부에게도 방을 배정해줘야 되니 조금 바쁠 거 같군요.”
아이젠은 그 말을 하며 화련과 같이 방에서 벗어났고, 난 아이젠이 준 방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 방도 꾸며야 되나?”
뭔가 휑한 공간을 보니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이미 저택도 있는 마당에 이것까지 꾸며야 되는지 의문이 들었고, 또 마음이 바뀐 아이젠이 도로 뺏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보류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냥 방치하는 건 그러니.”
가택 정보창을 연다. 열어보니 집이 두 개로 표시되어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특별히 다른 게 없었는데, 난 설정을 이 방으로 잡고는 밑에 가구에서 제일 싼 침대 하나만 구매해 설치했다.
“대충 이 정도면 됐지.”
침대도 비쌌다. 무려 15실버나 했으니까.
어쨌거나 넓고 넓은 방에 침대 하나만 있는 완벽한(?) 방을 바라본 나는 밖으로 나왔다.
‘구경도 대충 끝난 거 같으니 의뢰 길드로 가야겠군.’
또 거리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걸어서 가기로 했다.
웅성~ 웅성~
“명령어는 대체 뭐야?”
“판매 상점 등록! 이렇게 외치면 돼.”
“이야~ 여기에 올려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팔린다 이거지?”
“이제부터 길거리에 죽치고 앉아 있을 필요가 없겠군!”
“으하하핫! 길드성 최고다!”
“……?”
1층으로 내려오니 묘한 주제로 떠들고 있는 길드원의 대화가 들렸다. 판매 상점 등록은 뭐야? 궁금했던 난 그들을 따라 명령어를 외웠다.
“판매 상점 등록.”
[판매할 물품과 가격을 설정하여 주십시오.]
‘아아, 이런 거였군.’
명령어를 말하자마자 내 앞에 생겨난 하나의 창.
그제야 난 길드성을 소환했을 때 나타난 메시지 내용이 떠올렸다. 아마 은행에서 물품을 등록하는 것과 똑같이 여기에 물건을 넣고, 가격을 설정하면 엠페러 길드원이 알아서 구매하는 시스템인 듯싶었다.
‘그럼 구매할 때의 명령어는 뭘까.’
“판매 상점 목록!”
“와~ 이건 누가 올려놓은 거야? 1골드나 적어놨네?”
문득 들리는 또 하나의 명령어를 들은 난 그대로 말해보았다.
팟-
‘호오?’
명령어가 맞는지 곧장 생겨나는 창. 맨 위에는 길드 귀환 스크롤이 있었는데 가격은 무려 20실버였다. 원래 이렇게 비싼가? 저택을 구매하면 10실버에 이용할 수 있지만 단순히 길드로 이동하려면 20실버인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물건은 많네.’
뭐랄까? 길드성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물건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나마 제대로 살펴볼 수 있게 종류별로 나열이 되어 있지만 제대로 살펴보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했다.
‘그래도 괜찮긴 괜찮군.’
나중에 골드가 필요하면 철검이라도 만든 뒤에 여기로 등록하면 될 거 같았다. 그럼 내가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물건이 팔리지 않겠는가? 여러모로 좋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파밧!-
“길드장님! 길드장님!”
‘응?’
그때 누군가가 귀환 스크롤을 사용했는지 작은 빛과 함께 나타나더니 이내 아이젠을 애타게 찾기 시작했다.
“잠깐, 길마님은 왜 찾는 거야?”
“길마님은 아까 위쪽으로 올라갔던데?”
위로 올라갔다는 말에 길드원은 곧장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계단 근처에 있는 다른 길드원의 의해 방해되었다.
“이봐! 일반 길드원은 2층으로 갈 수 없다는 거 몰라?!”
“이거 놔! 급하다고! 길드장님!”
다행스럽게도 아이젠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얼마 되지도 않아 2층에서 내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길드장님! 그게, 던전을 찾았는데 어떤 길드에게 뺏기고 말았습니다.”
“뺏겼다고 했습니까?”
“예. 순식간에 몇십 명이 몰려와서. 그나마 전 오늘 받은 귀환 스크롤을 사용해 피신했지만 나머지 인원은 전부 죽었습니다.”
‘쯧, 난감하군.’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정하고 뺏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던전을 찾는데 몇십 명이 몰려다닐 필요가 없지 않은가. 아무튼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곳으로 사람을 보내죠.”
“에, 예. 감사합니다.”
“그보다 어떤 길드인지 아십니까?”
“그게 잘…… 처음 보는 문양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뭐,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겠지.’
지금 이 길드성에 있는 인원만 몇백 명이다. 그런데 굳이 나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아니, 없다. 아이젠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낸다고 하지 않았을까?
‘가자.’
아무튼 난 누군지 몰라도 던전을 뺏은 그 길드에게 명복을 빌며 길드성에서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