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92화 (9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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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7 話 “22일째”

딸각- 딸각-

“이제 조금만 더하면 레어 상자도 얻을 수 있겠다.”

라즈에게 무기를 만들어준 이틀 전부터 계속 의뢰 길드와 결투장에만 있었던 나는 1만 점이 훌쩍 넘어가는 승점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이 기세로 쭉 달린다면 며칠 안에 얻지 않을까? 그리고 그 레어 상자에서 검푸른 수호자 세트를 뽑는다면 보다 강해질 수 있을 듯했다.

“그보다 황혼이 대단하긴 하네.”

각종 팬사이트와 더불어 이런저런 카페의 숫자 또한 상당했다. 숫자가 많다는 건 인기도 많다는 뜻이었고, 그 인기를 생각하면 쉽게 망하지는 않을 거 같았다.

‘그래, 망하면 안 되지.’

지금껏 황혼에서 쌓아온 것이 얼만데, 망하면 되겠는가?

막말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골드. 아이템. 집. 이것만 팔아도 몇천만 원은 우습게 넘어갔다. 아니, 못해도 1억은 넘는다. 10강 방패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가격일 테니 말이다.

딸각-

[캐쉬샵(Cash Shop) 오픈!]

“응? 캐쉬샵?”

그때 황혼 홈페이지에 접속한 난 정문에 적혀 있는 캐쉬샵이란 단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무슨 말이지? 게임에서의 캐쉬샵은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을 뜻했다.

‘뭐, 나야 캐쉬샵이 나오더라도 상관없지만.’

직감을 가진 나로서는 캐쉬샵으로 인해 더 빨리 강해질 수 있었다. 대부분의 캐쉬샵은 확률이 붙은 아이템인 탓이다. 하지만 그 글을 클릭해본 난 내가 알던 캐쉬샵과 조금 다른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캐쉬샵(Cash Shop) 오픈!]

[내용:황혼에 캐쉬샵이 오픈됩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했지만 굳이 고칠 필요가 없는 부분만 캐쉬샵을 통해 팔기로 했습니다.

현재 오픈된 캐쉬샵에는 세 가지 물품이 존재합니다.

[머리 길이 변경.]

[머리 색상 변경.]

[장비 색상 변경.]

이후에도 물품을 추가할 때마다 공지에 올리겠습니다.]

“별거 없네.”

밸런스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아이템밖에 없었다. 머리 길이나 색깔 같은 걸 변경한다고 해서 능력치가 더 올라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낀 난 한숨을 내쉬며 제일 밑에 장비 색상을 바라보았다.

“장비 색상 변경이라…….”

이걸로 내 씨크랩트 갑옷 색깔이나 바꿀까?

빨간색과 주황색이 알록달록 섞인 씨크랩트 갑옷. 그 색깔을 바꾼다면 어떻게 입고 다닐 수도 있을 듯했다.

문제가 있다면 가격.

장비 색상을 변경하는데 몇만 원씩 한다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뭐, 나중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면 되겠지.”

딱 거기까지만 생각한 나는 캐쉬샵에서 눈을 떼고는 게시판으로 들어갔다.

딸각-

“음.”

게시판으로 들어가긴 했으나 대부분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나 혹은 잡담들이다. 뭔가 새로운 건 없나? 그렇게 살펴보던 도중, 특이한 제목의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황혼에서 가장 어려운 퀘스트 순위.]

[내용:황혼에는 이걸 깨라고 만든 건지 의심될 정도로 어려운 퀘스트가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어렵다고 소문난 퀘스트만 골라 순위를 매겼습니다. 혹시나 밑에 나열된 퀘스트 중에 공략법을 아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제게 알려주세요. 작게나마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밑으로는 몇 개의 퀘스트가 적혀져 있었다.

[3위. 이오트 왕성 잠입 퀘스트.]

[내용:이오트 왕국 수도에서 받을 수 있는 잠입 퀘스트입니다. 수도 구석으로 가면 낡아빠진 집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는 모종의 이유로 자격을 박탈당한 기사가 있습니다. 말을 걸면 그 기사는 왕성에 누군가가 다른 나라와 내통하고 있다면서 그 증거를 찾아달라고 하지만 사실상 깼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일단 왕성에는 기사가 수두룩한데다 일정 범위 안에 들어가면 즉각 들키고 맙니다. 시야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정 범위입니다. 또 기사들을 피해 잠입한다고 해도 누가 내통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여기저기 다 뒤져봐야 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더군다나 기사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 자리에서 싸워야 되지만 기사는 그냥 싸우지도 않습니다. 주변에 동료란 동료는 죄다 불러들이는 탓에 걸리면 그대로 끝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맨몸으로 부딪쳐야 되는 퀘스트이기에 3위로 선정했습니다.]

“왕성 잠입 퀘스트?”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상하게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공간이동과 은신만 있다면 어떻게 깰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는 불가능했다. 공간이동과 은신이 가능한 환영이동이 있다지만 정작 환영이 남아버리니 잠입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환영이동을 나눠서 이동과 은신. 환영을 전부 따로 쓸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2위나 보자.’

[2위. 바무트 신전 퀘스트.]

[내용:하르페 제국에서 받을 수 있는 바무트 신전 퀘스트입니다. 수도 동남쪽으로 가다보면 어떤 숲이 나오는데, 그 숲에는 레이안이라는 기사가 쓰러져 있습니다. 그 레이안에게 물과 식량을 주면 바무트 신전으로 향하는 퀘스트를 줍니다.

문제는 바무트 신전에서 진행하는 그 과정이 극악합니다.

왕성에 가면 기사 5명. 병사 10명을 붙여주지만 길이 좁아서 아무런 쓸모도 없습니다. 또 신전으로 들어가면 능력치가 20% 하락되고, 문을 여는 버튼을 잘못 누르면 엉뚱한 곳으로 이동되거나 혹은 능력치가 다시 20% 하락됩니다.

그렇게 100%가 되면 캐릭 스스로 자살하죠.

행여나 무사히 사제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고 해도 깰 수 없습니다.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바무트 사도와 싸워야 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실패하면 바무트 교단이 슬금슬금 밖으로 기어 나와 토벌 퀘스트가 생겨나는 거 같습니다.

어쨌든 수많은 플레이어가 도전해 실패했고, 토벌 퀘스트까지 생겨난 바무트 신전을 2위로 정했습니다.]

‘……나 이거 깼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그냥 왕성으로 간 모양이다. 차라리 레이안과 같이 갔다면 성공한 플레이어도 있지 않았을까? 뭐, 덕분에 바무트 교단이 튀어나와 레어 검과 방패를 얻었으니 불만도 없었다.

그나저나 내가 2주 전에 깬 퀘스트가 2위에 올라올 정도라니.

‘순위를 너무 대충 정한 거 아냐?’

난 마지막으로 대망의 1위 퀘스트를 보았다.

[1위. 도박꾼 겐트의 부탁.]

[내용:하르페 제국에 위치한 로우튼이라는 도시에서 받을 수 있는 퀘스트입니다. 로우튼이라는 도시에 가면 길거리에 앉아 있는 거지 같은 NPC를 볼 수 있는데, 녀석에게서 퀘스트를 받는 거죠.

하지만 퀘스트를 받는 조건이 간단하면서도 어렵습니다. 일단 아이템 창에 100골드가 있어야 되며, 행운 능력치까지 필요하니까요. 그렇게 퀘스트를 받으면 겐트는 자기를 대신해 누군가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하고, 승낙하면 어디 이상한 곳에 가서 도박 승부를 펼치게 됩니다.

근데 말이 도박 승부지, 시작하면 황당하게도 행운 능력치에 보정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행운이 높을수록 좋은 패가 들어오고, 낮으면 나쁜 패가 들어오는 겁니다. 거기다 플레이어는 100골드 정도에서 시작하지만 상대방은 그 10배의 자금으로 시작합니다.

패배하면 그대로 100골드가 날아가는 거죠. 제가 알기로는 이 퀘스트에 도전한 사람이 6명 정도 있었지만 모두 실패해 돈만 날렸습니다. 행운에서도 밀리고, 자금에서도 밀리니 이길 수가 없는 거죠.

덧붙여 이 도박 퀘스트는 발생 조건도 까다롭고, 특별한 공략법도 없는 퀘스트이기에 대망의 1위로 선정했습니다.]

‘1위가 좀 이상한데?’

뭔가 엄청난 퀘스트가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고작 도박 퀘스트라니.

“지금…… 내가 90골드 좀 넘게 있나?”

레시아와 우스트 의뢰를 해결하면서 50골드를 획득했고, 그 뒤로 의뢰 길드에서 홀로 C랭크 의뢰를 해결한 난 90골드가 조금 넘는 금액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이 90골드도 엄청난 금액이다. 현금으로 따지면 600만 원을 넘어서는 금액이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도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100골드에는 조금 못 미쳤다.

물론 오늘 의뢰 길드로 간다면 100골드가 간신히 될 수 있겠지만…….

“아니, 내가 왜 이 퀘스트를 하려고 했지?”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하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되나? 어차피 행운 능력치도 없는 난 도박 퀘스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행운 능력치야 얻으려면 어떻게든 얻을 수 있지만.’

쓸데없는 생각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이 순위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던 나는 밑에 댓글을 읽어보았다.

[2위까지는 인정. 1위는 솔직히 아닌 거 같다.]

[1위 도박 퀘스트는 시작도 못하겠다. 100골드 어떻게 모으냐?]

[근데 저거 자금 10배라고 했지? 이기면 1천 골드 획득하나?]

[↑어? 그럴 수도 있겠다.]

[와, 이기면 1천 골드를 얻는다고? 그럼 현금으로 얼마야?]

[대략 7천만 원 정도? 웬만한 레어 가격을 뛰어넘는다.]

[ㅆㅍ. 저 퀘스트 하나 해결하면 7천만 원이 들어온다고? 당장 한다.]

[이야~ 돈 많네.]

‘응? 7천만 원?’

어라? 내가 7천만 원을 벌면 어떻게 되지? 지금까지 열심히 아이템을 팔아 모은 돈이 3천이다. 여기서 7천을 더하면 1억. 그럼 내 통장에 3억에 해당하는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솔직히 2~3개월 정도는 걸릴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도박으로 단번에 모을 수 있다.

그러니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1천 골드. 아니, 현금으로 팔지 않더라도 이 돈이면 모든 아이템을 강화한다고 해도 다 쓰지 못할 정도의 돈이었다.

“이럴 게 아니라 100골드부터……가 아니지.”

지금껏 성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퀘스트다. 내가 도전한다고 해서 깰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괜한 100골드만 날릴 수도 있었다.

“아쉽지만 포기하자.”

어찌어찌 미련을 버린 난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혼에 접속을 시도했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그러고 보니 최근에 마을 밖을 벗어난 적이 없네.”

의뢰 길드에 가고 결투장에만 죽치고 있었으니 마을 밖을 벗어날 일이 없었다. 그래도 온종일 결투장에 있었던 보람은 있었다.

“결투장 승점 확인.”

[18,840점.]

‘이제 남은 점수가 11,000점 정도인가?’

아마 이틀? 그 정도만 고생한다면 3만 점을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라면 검푸른 수호자 세트를 6개 모아야 된다는 점이랄까? 한마디로 결투장 승점을 18만 점 모아야 된다는 뜻이다.

“……18만 점이라고 하니 엄청 멀게 느껴지네.”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아이젠?”

최근에 만나지는 않았지만 길드 퀘스트 이후로도 한창 바쁘다고 들은 아이젠이 연락하니 의아한 생각부터 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이긴 하군.’

전에 레시아를 소개시켜줬을 때 연락한 뒤로 처음이었으니 오랜만이긴 했다.

-루딘 님. 실례지만 뭐하고 계십니까?

이러나저러나 초대에 승낙하자 아이젠은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이제 막 접속했지만…… 의뢰 길드로 가보려고.”

-괜찮으시다면 동쪽 성문으로 나와 쭉 걸어오십시오.

“동쪽 성문? 거긴 왜?”

-꽤 재미있는 구경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거기다 루딘 님에게 드릴 것도 있으니 와주셨으면 합니다.

“……?”

[길드 채팅을 종료합니다.]

‘내게 줄 거는 또 뭐야?’

물어보고 싶어도 이미 길드 채팅은 종료된 뒤였다.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이젠이 말했던 대로 동쪽 성문으로 가봐야 될 거 같았다.

“흐음.”

뭐, 가보도록 할까.

동쪽 성문이라면 그리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었다. 그러니 금방 끝날 거라 생각한 난 의뢰 길드가 아닌 동쪽 성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웅성~ 웅성~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네.’

동쪽 성문으로 나와 어느 정도 걸어간 나는 왠지 모르게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시나 이 사람들 전부 엠페러 길드원인가 생각했지만 문양이 없는 걸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즉, 엠페러 길드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까지 모였다는 뜻이다.

“뭐야? 여기 무슨 일이 있어서 사람들이 모인 거야?”

“나도 몰라. 보니까 엠페러 길드원이 우르르 모여 있던데?”

“그래? 여기서 뭐라도 하는 건가?”

근처의 대화를 들어보니 모인 사람들도 이유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더 안쪽으로 걸어간 난 엠페러 길드원이 있는 근처에서 다시 한 번 어떤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드디어 만드는 건가?”

“와, 황혼 최초지?”

“당연하지. 진짜 엠페러 길드에 가입하길 잘한 거 같아.”

“나도. 황혼 하는 사람들에게 엠페러 길드원이라 말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니까.”

“지금은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 못하는 길드잖아.”

“C랭크로 올라서 1천 명 더 받을 수 있다며?”

“더 받을 수 있으면 뭐해? 대기자가 얼마나 많은데.”

‘엠페러 길드원인가?’

대화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엠페러 길드원 같았다. 또 저들은 여기서 뭐하려는 건지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다가가 물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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