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89화 (89/211)

00089  第 16 話  =========================================================================

第 16 話 “20일째”

“혹시 약초를 채집할 수 없는 경우도 있나요?”

“아마 없을 걸요? 대신 실패는 해요. 저도 3~4레벨까지는 절반 정도 실패했을 거예요.”

‘거의 도박이네.’

다행히도 스킬 랭크가 낮아도 채집은 가능한 거 같았다. 거기다 도박이라면 내 직감이 있으니 어찌 될 것도 같다고 생각한 그때, 옆에서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시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뭘 그리 고민해요. 해보고 실패하면 그때 포기하시면 되잖아요.”

“그럴듯하네요.”

사실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할 생각이었지만.

어쨌거나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시나와 파트너를 맺었고, 곧이어 퀘스트까지 공유 받을 수 있었다.

[파트너 '시나' 님이 진행 중인 의뢰를 공유합니다.]

[의뢰가 생겼습니다. '카콤의 저주를 해결하라.']

‘퀘스트 이름은 평범한데?’

[카콤의 저주를 해결하라.]

설명:독에 중독된 거라 생각했던 카콤의 증상. 하지만 해독약을 마셨음에도 그의 증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덕분에 독이 아니라 저주라고 확신한 치유사는 모든 저주에서 벗어나게 하는 신비의 꽃. 라시피어를 구해오거나 혹은 고위 신관을 데려오길 원하고 있다.

남은 시간:36시간(현실 시간 기준).

<퀘스트 완료:경험치 30,000. 아이템(장인의 영혼이 깃든 장갑)>

<퀘스트 실패:의뢰 소멸.>

“그러고 보니 아까 비슷한 아이템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예, 그랬죠.”

“괜찮다면 보여주세요.”

딱히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다. 난 아이템 창에서 망치를 꺼내 시나에게 보여주었고, 레어 망치를 확인한 시나는 꽤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와~ 엄청 좋네요.”

‘……그런가?’

내가 느끼기에는 별로 좋은 아이템도 아닌 거 같았지만, 제작에 모든 스킬을 투자한 시나가 괜찮다고 하니 뭔가 애매했다.

진짜 좋은 아이템인가?

물론 지금 중요한 건 이런 망치가 아니었다. 약초 채집 스킬을 어떻게 습득해야 될지 고민하던 난 대략 두 가지의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일단 도서관에서 구매하는 것과 현금 거래창에서 구매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도서관으로 가는 거야 간단하다. 귀환 스크롤을 써서 마을로 간 뒤에 다시 시나에게 이동하면 된다. 참고로 이 방법은 현금이 들지 않는 대신, F랭크 스킬밖에 배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대로 현금 거래창에서 구매한다면 E랭크. 더 나아가 D랭크까지도 습득할 수 있지만 현금을 지출해야만 했다.

‘어떻게 할까.’

지금 가지고 있는 광석 채집이랑 철괴 재련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그것과 똑같은 스킬을 돈 주고 배우기란 아깝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E랭크 스킬을 배운다면 채집에 성공할 확률이 올라갈지도 몰랐다.

‘그래, 레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투자 정도는 해야지.’

“현금 거래창 소환.”

파밧-

결정을 내린 난 현금 거래창을 소환해 약초와 관련된 스킬북을 찾기 시작했다.

“응?”

그리고 그 스킬북 가격이 꽤 싸다는 것에서 놀라고 말았다.

‘E랭크 정교한 약초 채집이 7만 원?’

예전에 도발 스킬을 습득한다고 110만 원을 쓴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싸다. 설마 생산 스킬이라 이렇게 싼 건가? 아무튼 E랭크라면 그럭저럭 적당하다고 판단한 난 그걸 구매해 습득했다.

[E랭크 스킬. '정교한 약초 채집'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을 습득함에 따라,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기술이 1 상승합니다.]

[띠링!~ 새로운 능력치 '집중'이 생겨났습니다. 집중은 채집과 생산에 관련된 능력입니다. 집중이 높아질수록 채집을 비롯한 생산 작업에 실패 확률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집중이 2 상승합니다.]

‘집중 능력치?’

설명을 읽어보니 집중은 실패 확률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이게 이번 채집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망토 효과로 22까지 올라갔으니 없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금 거래창으로 배우신 거예요?”

“예.”

“채집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해요.”

채집의 세계는 또 뭐야?

‘어?’

문득 멀리서 바닥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게 약초라는 것을 깨달은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듬성듬성 반짝이는 약초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끔씩 약초가 모여 있는 장소가 있는데, 보시면 놀랄 거예요. 엄청 예쁘거든요.”

난 그런 시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긴 들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굳이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반짝이는 약초 대신 다른 걸 물어보았다.

“거리는 어느 정도 남았어요?”

“거리요? 한참 걸어야 돼요. 못해도 1시간 정도?”

‘1시간이나 걸어야 된다는 건가?’

생각해보면 퀘스트를 깨는 시간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닌 시간이 더 많았던 거 같았다. 이동 수단이라도 마련해야 되나? 황혼에서는 말을 포함해 각종 동물. 혹은 환수나 마물까지 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이동 수단이 존재했다.

“뭔가 타고 다닐 게 있다면 좋았을 텐데.”

이런 내 말을 들었는지 시나도 공감하듯이 말했다.

“그러게요. 아~ 걷기 싫어. 나도 영상에 나왔던 사람처럼 탑승용 소환수를 가지고 싶다.”

“아, 나도 봤어. 무슨 독수리를 타고 다니던데?”

“응. 만일 나도 탈 수 있다면 스킬 두세 개 정도는 포기할 수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왠지 나보다 인터넷을 더 열심히 뒤져보는 거 같다. 대체 집에서 뭐하는 걸까? 나처럼 게임만 하나? 접속하는 시간대를 추측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긴 했다.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들은 라시피어인지 뭔지 하는 꽃이 있는 숲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도착한 것까지는 좋긴 한데…….’

“어때? 찾았어?”

“아무것도 없어. 조금 더 안쪽으로 가야 될 거 같아.”

“안쪽으로? 하지만 길이 막혔잖아.”

“들어가는 길이 있지 않을까? 루딘 님도 찾아주세요.”

“예.”

대답을 하긴 했지만 유아의 말대로 길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에 길이 있다는 거지? 시나의 말을 들어보면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을 거라 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이럴 때 탐색 스킬이 있어야 되는데.’

랜덤 스킬북으로 탐색 스킬이나 나올 것이지.

며칠 전, 씨크랩트에게서 획득한 랜덤 스킬북으로 하나의 스킬을 습득한 난 그게 탐색 스킬이 아니라는 것에 불만을 터트렸다. 솔직히 탐색 스킬을 바라고 습득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아무튼 주변에는 길이 없고…….’

나무와 가시 덩굴로 길 자체가 없는 주위를 둘러본다. 시스템 문제로 이런 나무와 가시 덩굴은 어떻게 없앨 수도 없었으니 길이 따로 존재한다는 말인데,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고개를 올려보았다.

‘설마 위쪽인가?’

가시 덩굴은 위쪽 나무에도 이리저리 감겨져 있었다. 또 그 덩굴은 공교롭게도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 부분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뭐, 한번 가보면 알겠지.’

사실 투루가 있는 장소 같은 경우에는 나무 위로 이동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조건 길이 생겨야 투루가 있는 장소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걸 생각한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짓은 헛수고일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길을 발견하지 못한 난 나무를 감고 있는 가시 덩굴을 붙잡고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어? 루딘 님, 뭐하세요?”

“잠깐 보고 올게요.”

그 말을 남기며 계속해서 나무 위로 올라간다. 가시 덩굴은 끊어지지도 않았기에 어느 정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지만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0.]

실은 문제까지도 아니지만.

‘이거 관통 데미지로 들어오는 건가?’

가시 덩굴을 잡을 때마다 생명력이 10씩 빠져나간다. 그래도 워낙 많은 생명력을 보유한 나로서는 어렵지 않게 나무 위로 올라갔고, 이어 안쪽으로 가야 된다는 시나의 말대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오? 진짜 이렇게 오는 거였나?”

나무와 나무 사이로 이어진 가시 덩굴을 붙잡고 계속 이동한 나는 이내 엄청난 크기의 공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다 그 공터에는 사방이 반짝일 정도로 수많은 약초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곤란한데.”

저 모든 약초가 라시피어일 리가 없으니 아마 저기서 따로 찾아야 되지 않을까?

[친구 '시나' 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때마침 시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수락.”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루딘 님. 발견하셨어요?

“예. 제가 왔던 방법으로 오시면 될 거 같아요.”

-정말요? 곧 갈게요.

찾았다는 말에 시나는 곧장 대답하고는 대화를 끝냈다. 쉽게 찾은 거 같아 다행이지만 치유사의 말을 되새겨보면 저 공터가 베크샤의 영역일 확률이 높았다.

‘베크샤는 우스트에게 맡기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라시피어를 어떻게 찾아야 될지 의문이었다.

“꺄악! 생명력이 계속 빠지잖아!”

“회복하면서 가면 돼. 내가 해줄게.”

‘회복까지 받을 데미지가 아닌데.’

아님 체력 능력치가 없나? 체력 능력치가 없다면 생명력이 낮을 수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되면 비명을 지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체력 능력치는 거의 전투 스킬을 배워야 가질 수 있는 거였으니 말이다.

“후, 다 왔다. 그래도 루딘 님 덕분에 쉽게 찾았네요. 고마워요.”

“뭘요. 다만 지금부터는 조심해서 가도록 해요.”

“조심이요?”

“저기가 베크샤의 영역일 확률이 높아요.”

“아.”

그렇게 나무를 타고 쭉 지나온 우리들은 다시 가시 덩굴에 의지해 공터로 내려왔다. 내려오니 한층 더 빛나는 약초들로 인해 바닥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시나는 그런 공터를 바라보다 놀란 듯이 말했다.

“와~ 여기 약초가 엄청나게 많네요.”

“라시피어인지 뭔지 찾을 수 있겠어요?”

“대부분의 약초는 기억하고 있으니…… 처음 보는 약초를 위주로 찾는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띠링!~ '공포의 상징 베크샤'가 침입자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경고! 베크샤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조차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루딘 님! 이건…….”

‘역시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인가.’

투루 때와 비슷한 메시지 내용을 확인한 나는 짐작대로 레이드용 보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나와 같이 투루 레이드를 뛰어본 유아도 이 메시지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그보다 내가 먼저 시나를 향해 외쳤다.

“빨리 라시피어부터 찾아요!”

“에, 예.”

“그리고 유아 님은 혹시 모르니 시나 님과 같이 있으세요.”

“하지만 루딘 님은…….”

“저도 싸울 생각 없어요.”

[베크샤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납니다.]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공포의 상징 베크샤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콰아앙!-

‘나무 위?’

“어, 어? 레, 레이드?!”

“크르르르…….”

순간, 맞은편에 있는 나무 위에서 뭔가가 뛰어내렸다. 저 녀석이 베크샤인가? 확인해보니 그냥 곰이었다. 다만 그 크기가 엄청났다. 네 발로 서 있는데도 높이가 3~4미터는 되는 거 같았다. 만일 두 발로 딛고 일어선다면 우스트보다 클지도 몰랐다.

‘저 녀석도 나 따윈 한입에 씹어 삼킬 정도는 되겠군.’

“칭호 교체. 영혼의 계약.”

[칭호 '영혼의 계약'으로 교체합니다. 남은 교체 횟수 2번.]

동시에 아이템 창에서 우스트 카드를 꺼낸다. 우스트도 같은 레이드 보스였으니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뭐해요? 빨리 가요.”

“에, 예! 알았어요.”

쿠어어어엉!!-

“큭!”

유아와 시나에게 말하는 사이, 베크샤는 이쪽을 향해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일순간 귀가 멍해질 정도로 엄청난 소리였다.

[공포의 상징 베크샤가 포식자의 위협을 사용합니다.]

[압도적인 레벨입니다. 결코 저항할 수 없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하락합니다.]

이런 미친!

‘지금까지 레이드 보스들은 이런 게 없었는데.’

생각과 함께 나 역시 움직였다.

“소환!”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를 소환합니다.]

[소환수의 레벨이 6 상승합니다.]

[관련 능력치 소환(56)이 보정됩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의 모든 능력치가 28. 생명력과 마나력이 280씩 추가됩니다.]

그오오오오!!-

능력치가 줄어든 탓에 80의 소환 능력치가 56으로 줄어들었지만 영혼의 계약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문제는 없다. 다만 능력치가 확 내려가 버린 탓에 온몸이 무거워진 느낌이라 그게 거슬릴 뿐이다.

“쿠어어엉!!”

나타난 베크샤와 소환된 우스트.

서로 다른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가 노려보는 것도 잠시, 베크샤는 크게 포효하며 우스트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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