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88화 (8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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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6 話 “20일째”

[엠페러 길드. 드디어 C랭크의 길드 퀘스트를 클리어하다!]

[C랭크로 진입한 엠페러 길드. C랭크에는 어떤 해택이 있는가?]

[바무트 교단에 이은 끊임없는 독주!]

“이야~ 결국 깼네.”

레시아를 도와주고 며칠이 지난 지금, 엠페러 길드에서 길드 퀘스트를 깼다는 소식이 여기저기 전해졌다. 참고로 이번 길드 퀘스트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감탄만 할 뿐이었다. 애당초 도와달라는 요청도 없는데다 굳이 찾아가서 도와줄 만큼 길드 생활에 충실한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또 엠페러 길드의 소식이 적힌 글 바로 밑에는 엊그제부터 화제가 된 글이 나열되어 있었다.

[대미궁 2층까지 공략 완료!]

[서서히 미궁으로 모여드는 플레이어. 과연 그 보상은?]

[미궁을 정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체 얼마일까?]

“대미궁도 시끌벅적하군.”

참고로 대미궁은 카르젠 왕국에서 활동하는 어떤 플레이어가 발견한 던전이었다. 정확한 명칭은 아즈리크의 방황하는 미궁. 더군다나 그 미궁을 발견한 플레이어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위치를 공개해버렸다.

더는 길드가 던전을 독점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공개한 그 플레이어의 여파로 길드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길드가 있는 사람들도 호기심에 한 번씩은 들어가 지금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던전이 되고 말았다.

다만 미궁의 안은 엄청나게 넓었고,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도 있었기에 그 규모에 놀란 사람들은 명칭을 줄여 대미궁이라 부르고 있었다.

“근데 이틀 만에 2층이 공략될 정도면 3층은 얼마나 걸린다는 거지?”

3층도 2~3일 걸리려나? 어쨌든 화제가 되는 던전이니 나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대미궁은 카르젠 왕국에 있었다.

한마디로 다른 나라에 있다는 건데, 그곳으로 이동하려면 비용만 10골드였다. 하지만 그 정도 돈을 쓰면서까지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난 그저 인터넷으로 보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보다 오늘도 퀘스트겠지?”

아마 레시아를 도와준 다음날이었나? 그때 시나는 자신이 무슨 퀘스트를 받았다면서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퀘스트야 별거 아닐 거라는 생각에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게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시나가 무슨 퀘스트를 받았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하나를 깨면 다음 장소로 가라고 하고, 다음 장소로 가면 뭘 가져오라는 식의 연계 퀘스트가 쭉 이어져 결국 어제까지 깨지 못한 퀘스트가 되어버렸다고 할까?

‘후, 접속이나 하자.’

오늘은 시나의 퀘스트가 깨지길 바라며 캡슐로 향했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음? 조금 빨리 접속했나?’

유아와 시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접속하기 전에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5분 정도 일찍 접속했을 거라 생각한 난 느긋하게 그녀들을 기다렸…….

[친구 '라즈'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라즈?”

또 같이 의뢰하자고 연락한 건가? 난 이틀 전에 의뢰를 같이 하자고 연락한 라즈를 떠올리며 대화에 수락했다. 덧붙여 이틀 전에는 시나의 퀘스트를 돕고 있었던 탓에 의뢰는 하지 못했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루딘! 나 무기 좀 만들어줘!

“무기?”

대화에 수락하자마자 들려오는 라즈의 목소리. 난 그 목소리에 담긴 내용을 파악하고는 의아하게 되물었다.

“무기라면 전에 만들어줬잖아.”

-그게, 그러니까…… 죽어서 떨어뜨렸어.

“…….”

관통 확률이 붙은 그 활을 떨어뜨리다니. 웬만한 활보다 비싸다고 자부하는 그걸 떨어뜨린 그녀에게 뭐라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안 돼?

그러던 사이, 아무런 말도 없는 내게 라즈는 풀이 죽은 듯이 물어왔다. 비록 게임 안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몸을 섞은 그녀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기가 힘들었던 나는 하는 수 없이 무기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재료만 준비해줘. 나중에 만들어줄 테니까.”

-정말? 고마워! 당장 준비할게!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대화를 종료한 난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느끼기에도 예전에 나와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였다면 철저하게 이득만을 요구했을 텐데.’

[친구 '유아' 님께서 접속하셨습니다.]

잠깐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무렵, 갑작스레 나타난 메시지와 함께 황혼에 접속한 유아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아에 이어 시나까지 접속한 것을 확인한 난 하던 생각을 멈추며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저 둘은 접속하기 전에 약속이라도 잡아놓나?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동시에 접속하는 그녀들을 의아하게 보고 있을 때, 접속한 시나는 평소와 전혀 다른 활기찬 목소리로 외쳤다.

“자, 오늘도 하루 힘내도록 해요!”

“응.”

“…….”

“루딘 님은 왜 아무 말도 없어요?”

“오늘 안에 끝낼 수 있죠?”

“예? 아하하…… 그, 그럼요.”

내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시나. 그 모습을 보아하니 시나 본인도 퀘스트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일단 갈까요? 먼저 카콤의 집으로 가요.”

‘카콤이라면 독에 중독된 그 녀석을 말하는 거로군.’

전에 시나가 했던 퀘스트가 독에 걸린 카콤을 해독시켜줄 물약을 만드는 거였다. 재료만 대충 구하고 접속을 종료했는데, 시나는 내가 없는 사이에 그 물약을 완성시킨 듯했다.

“약은 완성한 거야?”

“아침 7시에 접속해서 완성했지.”

‘흐음.’

뭔가 자랑스럽게 대답하는 시나였으나 전혀 자랑스럽지 않았다. 어쨌든 나와 유아는 앞장서서 걷는 시나를 따라 카콤의 집으로 향했다.

철커덕-

“저 왔어요.”

“음, 자네로군.”

카콤의 집으로 들어서자 다른 마을에서 손수 모셔온 치유사가 시나를 반겨줬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저 치유사를 데려오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닌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열불이 날 정도다.

“해독약은 어떻게 됐는가?”

“여기 만들어왔어요.”

시나가 건네준 물약을 받아 이리저리 살펴보던 치유사는 곧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색깔을 보니 내가 지시한 대로 만들었군. 잘했네.”

그리고는 침대에 누워 있는 카콤에게 해독약을 먹였다. 하지만 해독약을 먹은 카콤은 아무리 기다려도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응? 뭔가 잘못된 건가?’

지켜보던 시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치유사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역시…… 짐작했지만 독이 아니었어.”

짐작?

“독이 아니라뇨?”

“내가 개발한 특제 물약을 마시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독은 절대 아니야. 그런데도 독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아무래도 저주 같네.”

“저주요?”

‘미친, 그런 건 미리 말해주던가.’

독이라고 해서 여기저기 약초를 뜯어 약까지 만들어왔거늘 이제 와서 독이 아니라 저주라고 하면 어쩌자는 건가? 때문에 난 황당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치유사를 노려봤지만 퀘스트 대상이 아닌 내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저주라면 신관을 불러야 되나요?”

“그것도 좋지. 하지만 이건 보통 저주가 아닌 거 같네. 이런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고위 신관을 불러야 될 텐데, 그런 신관이 이런 시골까지 올지 의문이로군.”

“다른 방법은 없잖아요.”

“아니, 방법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네. 모든 저주에서 벗어나게 하는 신비의 꽃. 라시피어만 있다면 카콤의 저주도 없앨 수 있겠지.”

‘볼 것도 없이 그 꽃을 구하러 가야 되겠군.’

며칠 동안 퀘스트만 하다 보니 대충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거 같았다. 또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시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라시피어만 구해오면 되는 거예요?”

“그렇게만 되면 바랄 게 없겠지만 아마 힘들지 않겠나? 현재 라시피어는 공포의 상징이라 불리는 베크샤의 영역에 있네. 차라리 고위 신관을 데려오는 편이 더 쉬울지도 몰라.”

“…….”

시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시나를 보니 뭔가 읽고 있는 기색이 보였는데, 아마 퀘스트를 읽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퀘스트를 읽은 시나는 한숨을 내쉬며 치유사에게 말했다.

“제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게요.”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겠네. 혹시 모르니 라시피어가 있는 위치도 말해주지. 참고로 오래 기다릴 수는 없으니 서두르게나.”

“예.”

시나는 몸을 돌려 나와 유아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나가서 이야기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난 시나를 따라 밖으로 나왔고, 시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더니 퀘스트 내용을 말해줬다.

“선택은 두 가지에요. 라시피어인지 뭔지 하는 꽃을 가져오거나, 고위 신관을 데려와야 되죠. 루딘 님은 여기서 뭘 했으면 좋겠어요?”

“……뭐가 더 간단한데요?”

“아무래도 라시피어겠죠? 고위 신관은 보나마나 각종 부탁을 들어줘야 될 게 뻔하잖아요.”

역시 시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관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우리들이 부탁을 하려면 그에 맞는 대가를 내놓아야 될 것이다. 또 그 대가가 퀘스트로 갚아야 될 것이 분명했으니 시나의 말대로 꽃을 구하러 가는 편이 간단할지도 몰랐다.

“라시피어로 하죠.”

“예. 아, 내용을 보니 이게 마지막 퀘스트 같아요.”

“어? 정말로요?”

“이런 걸로 거짓말해서 뭐해요. 내용에 퀘스트를 실패하면 의뢰가 소멸한다고 적혀 있으니 아마 마지막이지 않을까요?”

‘진짜 마지막인가?’

만일 퀘스트에 실패하면 더는 이 퀘스트를 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시나의 퀘스트에서 소멸한다는 내용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상은 뭐죠?”

그러다 보니 보상이 궁금했다. 장작 3일 동안 이어진 퀘스트. 그 보상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그게 궁금했던 난 보상에 대해 물어보았고, 시나는 다시 퀘스트 내용을 보더니 그 보상에 대해 말해주었다.

“보상에는 장인의 영혼이 깃든 장갑을 준다고 적혀 있어요.”

‘장인의 영혼이 깃든 장갑?’

왠지 레어 아이템 같은 이름인데?

전에 가벤의 짐가방에서 내가 얻었던 레어 망치와 흡사한 이름의 보상을 들은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게 레어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나는 한 가지 더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아까 뭐라고 했지? 공포의 상징? 베크샤?’

이건 단순히 내 예상이지만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같았다. 단순히 꽃을 따오는 것으로 레어 아이템을 주는데 일반 보스가 있다? 레어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기엔 난이도가 너무 쉬웠다.

하지만 베크샤가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라면 말이 된다.

‘자칫 잘못하다간 베크샤와 싸울 수도 있겠는데.’

그래도 이번 퀘스트는 베크샤를 잡는 게 아니라 꽃을 따오는 퀘스트였으니 거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루딘 님? 무슨 생각하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시나 님.”

“예.”

“저랑 파트너 할래요?”

“에엣?”

내 말에 뭔가 오해가 있었는지 시나를 비롯해 유아까지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단순히 파트너를 하자고 한 건데 왜 이리 놀랄까? 하지만 시나의 입장에서는 좀 다른 모양이었다.

“아니, 일편단심인 유아가 있는데도 저를 노리시다니!”

일편단심?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침착하게 오해를 풀기로 했다.

“그게 아니라 그 장갑이 레어 아이템 같아서요.”

“레어 아이템이요?”

“예. 저도 비슷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든요.”

내가 획득한 레어 망치는 원한이 깃든 장인의 망치. 시나가 보상으로 얻는 것은 장인의 영혼이 깃든 장갑. 비슷해도 너무 비슷했다. 따라서 레어 아이템이라 확신하고 있는 나는 그렇게 말했고, 내 말을 들은 시나는 떨떠름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레어 아이템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걱정 마세요. 장갑만 받고 바로 해제할게요.”

“하지만 루딘 님은 약초 채집이 없잖아요?”

“아…….”

그런 문제가 있었다니.

지금 진행 중인 퀘스트가 꽃을 따오는 퀘스트인 만큼 약초 채집 스킬은 필수적이었다. 행여나 퀘스트니까 꽃이 보일 거라는 안일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시나를 따라다니면서 내 눈에 띈 약초는 단 한 개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공유해드려요?”

“아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보상이 레어 아이템이라는 말에 앞뒤 생각하지도 말했던 거 같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나마 괜찮은 방법이라면 현금 거래창에서 약초 채집 스킬을 구매해 습득하는 것이다. 다만 그런 식으로 습득한 F~E랭크 스킬 1레벨로 레어 보상이 걸려 있는 약초를 채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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