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6 第 15 話 =========================================================================
第 15 話 “17일째”
우스트의 나뭇가지는 방패로 쳐냈지만 뿌리가 내 뒤쪽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두 번이나 당해보니 이 나무뿌리의 관통 확률은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오오오!”
‘우선 여기서 벗어나는 것만 생각하자.’
짜증나지만 여기서는 내가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되도록 빨리 벗어나는 편이 좋을 거라 판단한 난 나무뿌리부터 없애버리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언제 뻗었는지 모를 우스트의 나뭇가지가 내 발목을 휘감았다.
‘젠장!’
그리고 발목이 붙들린 채 하늘 높이 올라가는 내 몸.
“우아악!”
순식간에 올라가는 것이 중력 자체를 무시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또 내 의지와 관계없이 하늘 높이 올라간 내 몸은 이내 바닥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큭, 굳건한 방어!”
콰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230.]
데미지를 보아하니 심각한 상황은 아닌 거 같았다. 하지만 우스트는 다시 나를 들어 올리더니 한 번 더 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콰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226.]
‘이 개자식!’
두 번이나 나를 패대기치다니!
단 두 번의 공격으로 2500에 가까운 생명력을 소모한 난 어떻게든 우스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그 우스트는 곧장 자신의 입속으로 날 집어넣는 만행을 저질렀다.
“으아악!”
“루딘 님!”
마지막으로 레시아의 외침이 들린 것도 같았지만 이미 우스트의 입속으로 들어온 내 시야는 짙은 어둠만이 자리 잡았을 뿐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우스트의 입속으로 들어와도 죽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럼 날 왜 삼켰지?’
[죽음의 기운이 당신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초당 50의 생명력이 줄어듭니다.]
“어?”
뭐야? 설마 내 생명력으로 우스트가 회복한다는 말인가? 메시지 내용대로라면 내 남은 생명력이 우스트의 생명력으로 전환된다는 말 같았다.
“뭐 이런 개사기 스킬이…….”
중얼거리다 곧 고개를 젓는다. 시급한 건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난 죽을 가능성이 높았고, 죽는다면 레어 아이템까지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었다.
‘근데 어떻게 벗어나지?’
한가롭게 고민할 시간도 없었던 난 들고 있던 방패부터 휘둘렀다.
“방패 치기!”
쾅!-
[스킬 데미지! 1.]
“뭐?”
[죽음의 기운이 내부에서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미친. 아니, 출구. 출구는 어디 있지?”
분명 우스트의 입으로 들어왔으니 반대로 나가는 길도 있을 거라 생각한 나는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주위에 짜증을 토해냈다. 더군다나 지금 내 몸은 대략 한 걸음 정도 움직일 공간 속에 있었기에 당장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없다는 사실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씨발, 대체 어쩌란 말이야!”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지속시간?”
그러고 보니 내 생명력이 얼마나 남았지?
생명력을 확인해보니 7천 정도였다.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끝난 탓인지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고 있지만 남은 생명력을 계산해보면 2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 같았다.
“2분 만에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되다니…….”
2분. 2분…….
아니, 이젠 1분 좀 남았나? 1분 만에 어떻게…… 응?
“1분?”
잠깐 1분이라는 시간에 대해 중얼거린 난 하나의 스킬이 떠올랐고, 곧바로 그 스킬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카르젤의 카드봉인.”
팟-
동시에 내 손에 생겨난 카드를 바로 앞에다 붙인다.
[카드 봉인을 시도합니다.]
[방어력이 50% 감소합니다.]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웅웅-
‘어? 설마 진짜 되는 건가?’
놀랍게도 봉인이 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레이드 보스까지 봉인할 수 있는 스킬이었나? 참고로 봉인 시간은 1분이다. 이대로 1분만 기다린다면 그 결과가 나타날 듯했다.
그오오오오!!-
그 사이, 봉인 탓으로 우스트가 난동을 부리는지 주변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우스트의 내부로 들어온 내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이대로 몇십 초만 버티면 봉인에 대한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 난 안도와 초조. 그리고 기대가 섞인 심정으로 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만일 이 우스트가 봉인이 된다면…….
‘소환수 중에서 가장 강력한 녀석이지 않을까?’
비록 인원 제한이 있는 레이드 보스라 그런지 몰라도 우스트는 투루보다도 약한 느낌이었다. 만일 화련이 있었다면 진작에 잡았으리라 생각될 만큼 쉬운 보스였지만 그래도 나름 레이드의 이름을 달고 있으니 소환수 중에서 가장 강력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그렇게 기다리던 1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번쩍!-
‘됐다!’
순간 내 주변 모든 것이 빛으로 뒤덮인다. 우스트의 몸이 빛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내 손에 들린 카드로 빨려 들어갔고, 주변은 다시 메마른 공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봉인에 성공하셨습니다.]
‘하, 내가 레이드 보스를 봉인하다니.’
봉인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보니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지금이라면 나 혼자 투루까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와 함께 내 앞에는 새로운 메시지 창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파트너 공유 의뢰를 완료했습니다.]
[의뢰 경험치 100,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5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레이드가 끝났습니다. '귀환'이라는 명령어로 이 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의뢰 완료?’
우스트를 봉인의 형태로 없애서 그런지 몰라도 의뢰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생겨났다. 이것만은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의뢰 보상인 저택 때문이었으니 지금의 결과는 최상이라 불릴만했다.
“저기, 루딘 님?”
“음?”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레시아를 비롯한 모두가 영문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보스가 빛으로 변하더니 루딘 님 손으로 들어가던데.”
그녀들 중에서 레시아가 대표로 침착하게 말했지만 그 표정만큼은 당혹스럽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도 레시아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봉인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또 대충이나마 예상도 하고 있는 듯했다.
갑작스레 사라진 레이드 보스.
거기다 봉인을 한 탓에 경험치나 돈. 아이템과 같은 보상도 없었다. 레이드 보스가 사라진데다 그런 보상마저 일절 없다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지도 몰랐다.
“글쎄요. 그보다 의뢰를 완료해서 다행이에요.”
“아니, 의뢰보다는 보스가…….”
“어차피 의뢰를 완료하는 게 목표였잖아요. 실패하지 않은 게 어디에요.”
“…….”
정확하게 따지면 보스 공략을 도와달라고 했지, 의뢰를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봉인에 대해 설명하고 싶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런 식으로 말을 돌렸고, 이런 내 의도를 파악한 레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깝긴 아깝네.’
우스트를 봉인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까운 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준 데미지를 생각하면 기여도에서 1등을 차지했을 테니 말이다.
장담컨대 투루 때보다 더 많은 데미지를 줬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후, 뭔가 좀 허무하네요.”
그때 잠깐이나마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여주던 레시아는 곧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어쨌든 갈까요? 파드날 백작에게 가서 남은 보상도 받도록 해요.”
이후 소란스럽게 떠들던 로즈 길드원을 뒤로 한 채, 레시아와 함께 파드날 백작에게 향했다. 파드날 백작이 거주하는 저택 입구에는 경비병이 있었지만 퀘스트의 영향 탓인지 아무런 제지도 없이 들어갔고, 또 어렵지 않게 파드날 백작과 마주할 수 있었다.
“하하핫! 이야기는 들었네. 그 우스트를 처리할 줄이야. 정말 대단해!”
파드날 백작은 살짝 통통한 체격의 중년 남성이었다. 어디서 우스트를 없앴다는 정보를 입수했는지 오자마자 웃음을 터트리는 그를 보고 있을 때, 파드날 백작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렇군. 자네의 부탁대로 내 저택 중 하나를 주도록 하지. 전에 말했던 그 집으로 주겠네.”
“예, 감사합니다.”
레시아는 이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이야기를 끝냈는지 술술 풀리는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백작과 처음 만나는 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자네도 우스트를 처리했으니 뭔가 보상을 줘야겠군. 차별을 할 수 없으니 자네에게도 저택을 주겠네.”
“예.”
“흐음, 그런데 남은 집이 있었던가.”
‘어? 잠깐? 여기서 저택을 받으면 로우튼에 있는 집을 받는 건가?’
애초에 내가 활동하는 지역은 하르페 제국의 수도였다. 엠페러 길드도 거기에 있으니 로우튼의 위치한 집을 받으면 여러모로 곤란했다. 거기다 내가 저택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귀환 때문인데, 계속 로우튼으로 귀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재빨리 생각을 마친 난 다급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하르페 제국 수도에는 집이 없으십니까?”
“수도? 음, 그러고 보니 없지는 않군.”
‘오?’
하르페 제국 수도를 중얼거린 파드날 백작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희망적인 말을 했다.
“하지만 그 집은 보답으로 주기가 민망하군. 예전에 일이 있어 몇 달간 수도에 머물렀던 적이 있네. 그때 하인들을 머물게 하려고 구매한 집인지라 자네가 가지기에는 너무 손해이지 않겠나?”
‘하인들이 머물었던 집?’
상관없다. 하인들이 머물었던 몬스터가 머물었던 그곳의 집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런 이유는 중요하지도 않았다.
“괜찮습니다.”
확고한 내 대답을 들은 파드날 백작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승낙했다.
“하는 수 없군. 잠시만 기다리게.”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한 백작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위치한 서랍을 뒤지더니 곧 두 장의 종이를 꺼내왔다.
“받게나. 이건 그 저택에 대한 문서네.”
‘문서? 집문서를 말하는 건가?’
이러나저러나 문서를 받으니 내 앞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당신 소유의 집을 마련하셨습니다.]
[새로운 명령어 '가택 정보창'이 생겼습니다. 이 명령어로 당신의 집에 대한 상세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보상으로 귀환 스크롤 1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아무튼 다시 한 번 말하지. 수고했네.”
그 말을 끝으로 파드날 백작은 어서 가보라는 듯이 손짓을 했고, 나와 레시아는 아무런 말없이 파드날 백작의 저택에서 벗어났다. 나야 그 백작과 호감도가 없으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레시아까지 나와 비슷한 취급을 당할 줄은 몰랐기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시아는 호감도를 쌓지 않았나?’
그러나 난 한 가지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아님 전에 우스트 공략을 실패해서 호감도가 깎였을 수도 있겠군.’
지금이야 레이드에 성공해 저택을 받았다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백작과의 호감도가 50 하락되니 그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다 끝났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루딘 님.”
“뭘요. 저도 보상을 바라고 한 건데요.”
“역시 그렇죠? 그럼 감사할 필요가 없겠네요.”
“…….”
“후훗, 농담이에요. 그보다 전 저택으로 가야 될 거 같은데, 루딘 님은 어쩌실 건가요?”
“저도 집을 봐야죠.”
“예. 그럼 수고하셨어요.”
그 말을 끝으로 레시아는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아마 저택으로 가는 거겠지? 어쨌거나 오늘은 얻은 게 많은 날이었다. 레어 망치와 신발. 그리고 봉인한 우스트와 저택까지.
‘설마하니 황혼에서 내 집 마련을 하게 될 줄이야.’
새삼스레 묘한 기분을 느끼며 아이템 창에서 새로 얻은 귀환 스크롤을 찢었다. 아이젠이 준 귀환 스크롤도 있지만 이 스크롤은 아이젠이 호출할 때 쓰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파밧!-
‘이제부터 여기가 내 집…… 응?’
새하얀 빛과 이동한 난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은 싸늘한 집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나마 집이 적당한 크기라는 게 다행이랄까?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아무것도 없네?”
농담이 아니라 집 내부는 완전 텅 비어있었다. 아이젠의 집이 이것저것 화려한 가구들로 배치된 반면, 내 집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거의 창고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였다.
집을 얻어 들뜬 기분이 한순간 가라앉은 건 착각이 아닐지도 몰랐다.
“가구는 내가 구매해야 되는 건가?”
의아하게 생각한 나는 곧 새로 생긴 명령어인 집 정보를 살펴보기로 했다.
“가택 정보창.”
[가택 정보를 열람합니다.]
가택 정보창을 열어보니 소유자가 나라는 글자와 함께 평수. 그리고 침실의 위치 설정 등등이 있었지만 밑으로 보이는 웬 상점이 눈에 띄었다.
아마 여기 이 상점에서 가구를 구매해 배치해야 되는 거 같았다.
‘테이블부터 볼까.’
테이블을 보니 황당하게도 옵션까지 적혀 있었다.
[나무 식탁:요리를 먹을 경우, 요리 효과 1% 상승.]
(가격 10실버)
“…….”
혹시 몰라 밑으로 쭉 내려보았다.
[왕실 고급 테이블:요리를 먹을 경우, 요리 효과 10% 상승.]
(가격 6골드 50실버)
‘이런 식이었군.’
그리고 맨 위에는 귀환 스크롤을 10실버에 팔고 있었다. 그렇게 대충이나마 이 시스템에 대해 파악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적당한 가격의 가구들로 꾸미기 시작했다.
‘후, 설마 이곳에서 인테리어 게임을 하게 될 줄이야.’
왠지 모를 한숨이 새어나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