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85화 (8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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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5 話 “17일째”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힘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힘?’

심상치 않은 메시지와 함께 우스트를 보니, 쩍 벌린 입에서는 검은색 기류가 모여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왠지 위험할 거 같은데? 그래도 내가 있는 위치는 우스트의 옆이었으니 안심해도…….

“루딘 님! 시선을 돌려야 해요!”

“……시선이요?”

“저희들 중에 저 공격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말하는 의도는 좋다. 근데 나라고 버틸 수 있을까? 어쨌든 그 말을 외친 길드원은 자신이라도 막아보겠다는 심정인지 우스트에게 열심히 칼질을 했지만, 아쉽게도 우스트의 시선은 뒤쪽에 위치한 길드원을 향하고 있었다.

“흩어져! 피해를 최소로 줄여야 해!”

“한 명이라도 죽으면 안 돼요!”

“보호 마법을 걸어! 빗맞으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난리가 났군.’

어쨌든 다급하게 움직이는 로즈 길드원을 외면할 수 없었던 난 도발 스킬로 우스트의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도발의 외침!”

쾅!-

‘안 되나?’

“방패 치기!”

[스킬 데미지! 375.]

애당초 레이드 보스에게 도발이 먹힐 거란 생각 자체가 안일했던 거 같았다. 결국 난 소란스러운 뒤쪽을 내버려둔 채 길드원을 따라 사정없이 우스트를 공격했지만 우스트의 시선은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도발을 사용해볼까?’

처음 도발이 먹히지 않았으니 우스트의 지능이 나보다 높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로 별개로 C랭크의 내 도발은 낮은 확률로 걸리게 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암흑 광선을 사용합니다.]

다만 고민이 길었던 탓인지 내 앞에는 메시지 창이 생겨나고야 말았다.

암흑 광선?

“도발의 외침!”

쾅!-

‘역시 안 되는군.’

메시지 내용을 읽고 다시 도발을 사용했으나 이번에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뒤쪽의 인원들을 향해 꿋꿋이 시선을 고정시킨 우스트의 입에서는 이내 거대한 광선이 뻗어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쿠와와왁!!-

또한 뻗어나가는 검은 광선은 미칠 듯이 빨랐다. 현재 민첩이 300을 넘어선 내가 봐도 피하는 건 불가능이라 느껴질 정도였으니 다른 이들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할 듯했다.

“꺄아아악!”

몇 명 죽었지? 한 명?

미처 암흑 광선을 피하지 못한 한 명의 플레이어가 죽었다. 그나마 다들 흩어졌기에 한 명만 죽은 거지, 뭉쳐 있었다면 10명까지도 죽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의 영역에서 누군가가 죽었습니다.]

[죽은 누군가의 생명이 우스트의 힘으로 전환됩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서립니다.]

‘이 메시지는 뭐야?’

그오오오!-

그때 우스트의 몸에서는 검은색 빛이 일렁이더니 몸집이 커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죽으면 우스트에게 변화가 일어나는 건가? 아직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설명 좀 해줘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우스트는 누군가를 죽이면 힘과 생명력이 늘어나요.”

‘거참, 빨리도 말해주는군.’

그렇다고 해도 이리저리 흩어진 모습을 떠올리면 대비는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지금은 그저 한 명만 죽은 게 다행이라고 여겨야겠지? 거기에 대해 따지기엔 상황이 급박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메마른 뿌리를 소환합니다.]

“뒤로 물러나세요!”

“……쯧.”

공격이 끊어진 게 아쉽지만 나무뿌리가 생명력을 흡수한다고 했으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또 이렇게 보면 정말인지 공략하기 힘든 보스가 아닐 수 없다. 뿌리를 소환해 접근을 방해하고, 상대를 죽일 때마다 힘과 생명력이 늘어난다. 거기다 멋대로 폭발하는 녀석까지 나타나다니?

지금의 나처럼 접근해서 싸우는 사람에게는 불리하기 그지없는 보스인 것이다.

“재정비! 다시 뿌리를 공격해!”

“예! 다들 정신 차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소환되는 나무를 막아내는 것밖에 없나?

뿌리를 통해 생명력이 흡수되면 우스트를 회복시킬 수 있었으니 지금은 대기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화련도 데려오는 건데.’

그녀의 화염 폭풍이라면 저 꿈틀거리는 뿌리와 함께 우스트까지도 불태우지 않겠는가? 일단 저 나무뿌리만 해결하면 우스트 공략도 쉬워질 게 분명했지만 로즈 길드는 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콰쾅!- 콰아아앙!!-

‘그나저나 지구력까지 다 채워졌네.’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느리게나마 채워지던 지구력이 어느새 다 채워지고 말았다. 덧붙여 마나력도 다 채워졌으니 현재 내 상태는 최상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셈이다.

[메마른 뿌리가 죽음의 나무로 진화합니다.]

파밧!-

‘또 튀어나왔군.’

재정비를 한 로즈 길드원들은 어떻게든 뿌리를 없애기 위해 공격을 날렸지만 다시 네 마리의 죽음의 나무가 튀어나왔다.

“기기긱!”

‘네 마리라…….’

뭐, 거신의 질주로 잡으면 되니 문제야 없다. 솔직히 네 마리가 동시에 자폭 공격을 하더라도 1만이 넘어가는 내 생명력은 충분히 버틸 수 있으니 걱정조차 되지 않았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줄기 포박을 사용합니다.]

“응?”

달려드는 작은 나무들. 그리고 본체의 우스트는 양팔의 나뭇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근처에 있는 길드원에게 휘둘렀다.

설마 저런 공격에 당하지는 않겠지?

“꺄아악!”

“…….”

길드원은 몸을 움직여 나뭇가지를 피하려는 행동을 취했으나, 무슨 실수라도 한 건지 피하지를 못했다. 그렇게 줄기 포박이라는 공격에 당한 길드원은 나뭇가지에 몸이 감기더니 곧장 공중으로 높이 뜨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전방을 맡은 사람이 저거 하나 못 피해서 어쩌자는 거야?!

“루딘 님! 앞을 보세요!”

잠깐 나뭇가지에 묶여 하늘 높이 올라가는 플레이어를 보고 있을 때, 내 앞에는 두 마리의 나무토막이 접근했고, 그렇게 어느 정도 접근한 그것들은 나를 향해 뛰어올랐다.

“거신의 질주!”

콰쾅!- 콰아앙!!-

[스킬 데미지! 1,549.]

[스킬 데미지…….]

내게 달려드는 나무토막을 없애버리며 다시 우스트에게 돌진한다. 그와 동시에 우스트의 팔이 움직였고, 나뭇가지에 묶였던 길드원은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꺄아아악!”

콰아앙!!-

‘저건 좀 아프겠네.’

거의 10미터 이상 올라갔다가 전력으로 꽂힌 건가? 아니, 아픔보다는 무섭지 않았을까 싶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의 영역에서 누군가가…….]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서립니다.]

“…….”

벌써 두 명이나 죽었다. 어째 한 명씩 죽을 때마다 의욕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공격하면서 쌓은 데미지가 상당할 거라는 믿음 하나로 우스트를 공격하기로 했다.

“방패 치기!”

[스킬 데미지! 296.]

‘두 번째 직감까지 사용할까?’

사용하지 않기로 다짐한 두 번째 직감.

그걸 사용하면 우스트의 생명력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한 공격과 로즈 길드에서 한 공격이 있으니 생명력도 어느 정도 줄었을 것이고, 또 그 생명력이 적절한 수준이면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해 끝장내면 된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죽음의 숨결을 사용합니다.]

‘생각할 틈도 안 주다니.’

죽음의 숨결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우스트의 입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난 재빨리 옆으로 이동했다.

구아아악!-

내가 그렇게 옆으로 이동하자마자 우스트의 입에서는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근데 이 연기는 뭐지? 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길드원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독이에요! 닿으면 독에 걸리면서 민첩이 내려가요!”

‘그렇군.’

그리고 더는 이곳에 있을 수 없었다. 우스트가 조금씩 방향을 틀며 독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인데, 난 그 연기가 내게 닿기 전에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연기를 대처할 방법을 물어보았다.

“연기가 저런 식으로 둘러싸면 공격은 어떻게 해요?”

“화염 마법으로 태워버릴 수 있어요. 기다리고 있으시면 길드원이 없애줄 거예요.”

‘대체 레시아는 왜 나를 데려왔지?’

싸워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마 레시아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콰콰쾅!- 콰쾅!!-

“그오오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메마른 뿌리를 소환합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힘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언제 공격할 수 있을까.’

뒤에서 날아오는 불꽃이 우스트가 깔아놓은 독 연기를 태워버리긴 했으나 다음 메시지를 보니 안심하고 공격할 상황도 아니었다.

“방향을 보고 그 사람에게 보호 마법을 걸어!”

‘또 한 명이 죽으려나?’

암흑 광선을 쏘면 최소 한 명은 죽을 듯했다. 광선이 워낙 크고 빠른 탓에 피하기가 힘들었던 탓이다. 또 이쪽이 죽으면 전력은 약해지는 반면, 우스트는 좀 더 강해지지 않겠는가? 이대로 가다가는 나무뿌리만 없애다 끝나버릴 수도 있었다.

‘하긴, 지금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지만.’

내가 볼 때는 인원 문제가 아니다. 실력과 상성 문제인 거 같았다. 현재 로즈 길드에서는 눈에 띌만한 실력자가 없었고, 난 뿌리와 독 연기에 막혀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뭔가 대책이라도 세워야겠는데.’

그냥 덤벼들어? 최악인 지금의 상황에서도 희망이 있다면 방패 치기에도 데미지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여기서 내가 제이어의 수호방패까지 쓰면 엄청난 데미지를 뽑아내지 않겠는가?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암흑 광선을 사용합니다.]

쿠와와왁!!-

[메마른 뿌리가 죽음의 나무로 진화합니다.]

결국 암흑 광선은 한쪽 멀리 위치한 플레이어에게 쏘아졌고, 우스트의 주변으로는 작은 우스트가 튀어나왔다. 대충 8마리인가? 그 중 4마리는 내게 달려들었고, 나머지는 각각 다른 길드원에게 달려들었다.

‘일단 지금이 공격할 기회니 최대한 데미지를 줘보자.’

이대로 공략하다간 로즈 길드의 인원만 줄어들 뿐이다. 그렇게 판단한 난 달려오는 작은 우스트와 더불어 모조리 쓸어버리기로 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거신의 질주!”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쾅!- 콰쾅!-

[스킬 데미지! 3,257.]

[스킬 데미지…….]

달린다. 다가오는 네 마리의 작은 우스트를 모조리 튕겨내며 본체까지 도달한 난 그대로 부딪쳤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760.]

“그오오오!”

“방패 치기!”

[스킬 데미지! 1,592.]

‘좋아.’

원래 방패 치기는 내 방어력과 방패 방어력을 더한 수치로 데미지가 계산된다. 지금 이 데미지가 뜨는 이유도 칭호와 레어 방패를 10강까지 강화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방패 치기가 이런 데미지가 뜬다면 망설일 것도 없었다.

“방패 치기! 방패 치기! 방패 치기!”

[스킬 데미지! 1,601.]

[스킬 데미지…….]

‘잘하면 기여도 1위도 하겠는데?’

“그오오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메마른 뿌리를 소환합니다.]

“루딘 님!”

“알고 있어!”

몇 명이 죽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에는 10개가 조금 넘는 뿌리가 솟아올랐다. 그러나 여기서 벗어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촤아아악!-

“방패 치기!”

콰앙!-

먼저 꿈틀거리다 내게 쭉 뻗어오는 나무뿌리를 후려친다. 데미지가 2천이 넘게 뜨며 나무뿌리는 힘없이 축 늘어졌지만 아직도 많은 뿌리들이 날 노리고 있었다.

“회전 치기!”

촤악!-

[스킬 데미지! 227.]

‘젠장.’

멋지게 한 바퀴 돌며 뿌리를 공격했으나 데미지를 확인하고는 다시 방패를 휘둘렀다. 하지만 사방에서 뻗어오는 나무뿌리를 나 혼자서 어떻게 한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던 거 같았다.

푸욱!-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00.]

[메마른 뿌리가 초당 30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큭, 방패 치기!”

역시 무리였나?

흡수되는 생명력의 수치는 예상외로 적었다. 그러나 그 숫자가 10여 개가 되면 말이 달라진다. 흡수되는 생명력은 제외하더라도 도합 5천의 데미지가 들어오니 나라도 위험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줄기 포박을 사용합니다.]

‘하필이면 이럴 때.’

로즈 길드원들도 각종 마법을 날리며 뿌리를 태우거나 우스트를 공격하고 있었지만 그 우스트의 나뭇가지는 내게로 뻗어왔다.

“방패 치기!”

[스킬 데미지! 1,599.]

푸욱!-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00.]

[메마른 뿌리가 초당 30의 생명력을…….]

‘이 미친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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