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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84화 (8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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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5 話 “17일째”

안내하는 레시아를 따라 한참을 따라가니 그녀는 로우튼을 벗어나 어디론가 계속 걷기 시작했다. 아마 빛을 잃은 숲으로 가는 거겠지? 다만 아무런 말도 없이 걷는 건 지루했던 터라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우스트는 어떤 보스죠?”

나무 형태의 보스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지만 너무 단편적인 정보였다.

“아, 미리 말하는 걸 깜빡했네요. 우스트는 6~7미터의 크기를 가진 거대한 나무에요. 기다란 가지를 손으로 사용하고, 두꺼운 뿌리를 다리처럼 사용해 움직이기도 해요.”

뿌리로 움직인다고?

“혹시 이동 속도는 빠른가요?”

“그렇게 빠르지는 않아요. 단순히 움직이는 속도로 따지면 꽤 느린 편이에요. 다만 가지를 이용한 공격 속도가 빨라요.”

쉽게 말해 이동 속도는 느리지만 공격 속도는 빠르다는 거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동 속도가 느리다면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안전하다는 말이었으니까.

“또 나무라 그런지 몰라도 불 속성 데미지가 1.5배로 적용이 돼요. 반대로 다른 속성은 데미지가 감소하는 듯하고요.”

“불 속성이라…….”

참고로 난 불 속성 스킬이 없다. 차라리 화련이 더 도움 되지 않을까? 하지만 내 거신의 질주도 2천이 넘는 데미지를 뽑아낼 수 있으니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보다 우스트와 싸워본 적이 있었군.’

방금 레시아의 말은 직접 싸워보지 않고선 알아낼 수 없는 정보였다. 아마도 그녀는 우스트와 싸웠고, 더불어 졌을 거라는 것까지 추측한 난 다시 레시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도 궁금한 거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응? 궁금한 거?

“예, 물어보세요.”

“바무트 교단과 싸우는 영상을 봤어요.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죠? 지구력의 한계가 있잖아요.”

‘별걸 다 궁금해 하는군.’

그 영상에 관해서는 레시아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궁금하게 여기고 있었다. 다만 내가 거기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은 탓에 죄다 추측으로 떠들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그중에는 정답도 있었다.

“적을 죽일 때마다 지구력을 회복하니까요.”

“정말 그런 게 있어요?”

“레어 아이템에 있더라고요.”

간단한 내 대답에 레시아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궁금증이 풀려 기뻐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어찌 됐든 계속 레시아를 따라 길을 걷던 나는 이내 나무가 울창한 숲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언니!”

“오셨어요?”

그와 함께 로즈 길드로 추측되는 길드원까지 보였다.

‘근데 전부 여자네?’

나와 레시아를 제외한 28명의 플레이어 모두가 여자였다. 황혼을 하면서 이렇게 여자들만 있는 광경은 난생 처음이었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분이 루딘 님이신가요?”

“다른 엠페러 길드 분들은 안 오셨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루딘 님.”

“아, 예.”

대충 끄덕이며 대답한 난 레시아에게 말했다.

“전원 여성분이시네요?”

“여자들로 이뤄진 길드니까요.”

“그래요?”

“예. 실은 다른 길드에 있을 때 남자에게서 말 못할 강요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게 싫어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사람들을 모아 지금의 길드를 만든 거예요. 여자들만 있는 길드라면 그런 강요도 없으니까요.”

들어보니 일부러 여자들의 길드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보다 길드원이 200명 정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 200명이 죄다 여자라고 생각하니 나름 대단하게 느껴졌다.

“말이 길어졌네요. 이제 가도록 해요.”

레시아는 그 말을 하며 우스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분위기는 활발하기 그지없었다.

“영상에서의 모습은 완전 멋졌어요.”

“사귀는 사람 있나요?”

“바무트 교단과 싸울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

지금 내가 놀러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시끌벅적하다. 너무 긴장해서 침묵이 감도는 분위기보다야 낫지만 이래서야 레이드 보스인 우스트를 이길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뭐, 200명 중에서 뽑은 인원이니 평균 정도는 하겠지.’

우스트를 잡기 위해 모인 인원이 평균조차 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난 주위에서 재잘재잘 물어오는 질문에 대충이나마 대답을 했고, 곧이어 길을 안내하는 레시아의 발이 멈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이에요.”

‘드디어 우스트와 싸우는군.’

도착한 정면에는 일직선으로 곱게 뻗은 길이 존재했고, 저 길을 지나야만 우스트를 만날 수 있을 듯했다.

“한 명씩 지나갈 때마다 길목이 점점 좁아지고, 30명이 다 들어가면 길목은 완전히 닫혀버려요.”

“동시에 들어가는 건…… 안 되겠네요.”

안쪽까지 들어가는 길이 10미터 정도에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넓이였기에 동시에 들어가는 건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한 명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통로 자체가 좁아지는 것을 목격한 나는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레이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후, 긴장되네.’

한층 더 좁아진 통로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니 숲이라 하기 무색할 만큼 풀포기 하나 없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쿵!-

동시에 완전히 닫혀버린 통로.

어차피 통로가 닫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그저 무덤덤하게 앞에 자리한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인가?’

앞에는 레시아가 설명했던 대로 높이 6~7미터 정도의 거대한 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짙은 회색을 띈 나무였는데, 그 나무 중앙 부분에는 눈, 코, 입 다 붙어 있어 마치 사람 얼굴처럼 느껴졌다.

[경고! 당신은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의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더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우스트는 당신을 포함해 여기에 있는 모든 인원을 먹잇감으로 인식했습니다.]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그오오오!-

“자, 이번에야 말로 성공해야 돼!”

“마법을 맡은 사람들은 뒤에서 대기해!”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로즈 길드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금 전에 재잘거리며 떠들었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민첩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나만 제대로 움직이면 된다는 뜻이다.

‘일단 탐색전부터 펼쳐볼까.’

우스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던 난 지구력을 최대한 아끼는 방향으로 싸울 생각을 하며 우스트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루딘 님에게도 버프 걸어줘!”

[플레이어 '물망초' 님께서 축복을 시전합니다.]

[근력, 민첩이 26 상승합니다.]

[플레이어 '카린' 님께서 보호의 갑옷을 시전합니다.]

[내구력 250을 지닌 보호막이 형성됩니다.]

[파티원…….]

‘호.’

몇 명의 로즈 길드원이 작정하고 보조 마법을 걸어주니 그럭저럭 괜찮은 효과가 나타났다. 어쨌든 보조 마법까지 받은 난 주저하지 않고 우스트를 향해 달렸고, 나와 마찬가지로 보조 마법을 받은 몇 명의 길드원 역시 우스트에게 달려들었다.

“그오오오!”

‘뻔한 공격!’

우스트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나를 보며 팔처럼 붙어 있는 메마른 가지를 내려쳤다. 하지만 그 공격 모션은 너무나도 컸다. 가지를 하늘 높이 들었다가 내려치는 그 행동을 보며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해낸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가지를 향해 검을 그었다.

[데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제길.”

아무리 레어 검이라 해도 평타로는 데미지를 줄 수 없는 건가?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메마른 뿌리를 소환합니다.]

“루딘 님! 뒤로 물러나세요!”

그때 옆에서 소리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즉각 뒤로 물러났다.

콰드드득!!-

‘저건 뭐지?’

그리고 우스트의 주변으로 대략 10여 개의 나무뿌리가 솟아올라 이리저리 꿈틀거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귀여운 장면은 절대 아니다. 덧붙여 저 나무뿌리에 접근하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가까이 가면 나무뿌리에게 찔려 생명력이 우스트에게 흡수돼요! 일단 피할 준비를 하세요!”

“피하라고요?”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줄기 포박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더 뒤로 물러나야 되나? 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우스트의 나뭇가지가 쭉 늘어나 내게 뻗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잡히면 그냥 끝나지는 않겠지?’

난 침착하게 뻗어오는 나뭇가지를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방패 치기!”

콰앙!-

[스킬 데미지! 296.]

이건 데미지가 들어가는군.

또한 나뭇가지의 공격 자체도 막아낸 거 같았다. 거기다 방패 치기로 데미지가 들어갈 정도면 예상했던 것보다 이 레이드가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리를 모두 없애!”

“화염 마법 발사!”

쾅!- 콰쾅!!-

‘음?’

잠시나마 우스트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뒤쪽에서는 대기하고 있던 길드원들이 각종 화염 마법을 사용해 뿌리를 없애고 있었다. 뭔가 필사적으로 뿌리를 없애는 걸 보니 뭔가가 있는 듯했다.

‘그래도 전부 없애는 건 힘들겠네.’

화염 마법을 난사하는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무뿌리는 세 개가 남아버렸다. 우스트 뒤에 위치한 뿌리까지 없애지 못한 탓이다.

[메마른 뿌리가 죽음의 나무로 진화합니다.]

파밧!-

‘죽음의 나무?’

문득 뿌리에서는 검은색 빛이 솟아나더니 자그마한 우스트로 변신했다. 크기는 150cm 정도? 내 키보다도 작은 그것들은 곧장 나와 내 근처에 위치한 길드원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기기긱!”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메마른 뿌리를 소환합니다.]

미친, 또 소환이라니.

더군다나 달려드는 작은 나무토막으로 당장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아니, 지금 달려오는 녀석은 세 마리밖에 안 되니 저 뿌리부터 어떻게 해볼까?

“근접하게 놔둬선 안 돼요!”

“……?”

순간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난 나무토막의 접근을 허용하고 말았고, 그 나무토막은 곧장 나를 향해 뛰어오르며 살벌하게 입을 벌렸다.

“방패 치기!”

콰앙!-

[스킬 데미지! 814.]

주저 없이 내게 뛰어오른 나무토막을 향해 방패를 후려쳤지만, 그와 동시에 나무토막의 몸이 폭발하는 광경이 보였다.

콰아아앙!!-

[보호의 갑옷이 충격을 대신해서 받습니다. -250.]

[보호의 갑옷이 부서졌습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28.]

‘뭐지? 충격을 받자마자 폭발하는 거였나?’

폭발도 폭발이지만 데미지도 만만치 않았다. 내가 이 정도 데미지를 받을 정도라면 다른 이들이 기겁하는 것도 이해가 될 정도로 말이다.

[관통하는 뿌리가 죽음의 나무로 진화합니다.]

로즈 길드원도 각자 나무뿌리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다섯 마리의 작은 우스트가 튀어나왔다.

‘저 나무토막 새끼들을 어떻게 하지?’

슬쩍 보니 다른 길드원들은 투척용 단검을 던지며 접근을 방해했다. 다만 투척용 단검에도 곧장 폭발하지 않는 걸 보니 일정 데미지를 줘야 되거나, 혹은 대상에게 접근해야만 폭발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지? 단번에 죽여야 되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난 없앨 방법부터 찾았다. 조금 전에는 내가 데미지를 주고 나서 1~2초 뒤에 폭발했으니 단번에 죽인다면 그 폭발까지 없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간단하지.’

난 내게 접근하는 두 마리의 우스트를 보며 스킬을 시전했다.

“기기긱!”

“거신의 질주!”

콰앙!- 콰콰쾅!!-

[스킬 데미지! 1,557.]

[스킬 데미지…….]

달려드는 두 마리의 우스트를 사방으로 튕겨내며 질주한다. 예상대로 단번에 죽은 우스트는 폭발하지 않으며 사라졌고, 난 거신의 질주를 시전한 그대로 우스트에게 부딪쳤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991.]

[생명력이 69 회복합니다.]

“그오오오!”

‘칫.’

공격을 성공시킨 것까지 좋았으나 데미지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역시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없으면 안 되는 건가? 문제는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쓰더라도 잡을 자신이 없다는 거였다.

“방패 치기!”

콰앙!-

[스킬 데미지! 292.]

하는 수 없이 방패 치기로 누적 데미지를 쌓기로 한 나는 우스트의 주위를 돌며 방패를 휘둘렀다. 방패 치기는 F랭크 스킬이라 아무리 사용해도 마나력과 지구력의 걱정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지구력은 신경 쓰였다.

마나력이야 초당 10씩 회복하는 반지의 힘으로 대처가 된다지만 지구력은 어쩔 수 없이 0.5%씩 깎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구력 7%를 사용해 1천의 데미지를 뽑는 거신의 질주보다 이쪽이 더 좋았다.

“그오, 그오오!”

“열 받나보네?”

다행스러운 건 우스트의 속도가 느리다는 정도?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공격은 빨랐지만 공격 모션이 컸던 탓에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또 우스트가 내게만 집중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로즈 길드는 이게 기회라고 여겼는지 재빨리 우스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콰콰쾅!!-

“그오오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힘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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