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82화 (8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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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5 話 “17일째”

황혼에서 나와 코피를 흘린 것을 깨달은 난 고민 끝에 병원으로 향했다. 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까지 찾아갔지만 결과는 좀 황당하게도 아무렇지 않다는 거였다.

덧붙여 의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혹시 황혼이라는 게임 하세요?’

‘예? 예. 하긴 하죠.’

‘요즘 황혼 때문에 건강 문제로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많아졌거든요. 온종일 게임만 하는데 건강이 좋아지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앞으로는 끼니 좀 챙겨 드시고 운동도 하세요.’

간단하게 말해서 열심히 먹고 운동하라는 뜻이다. 그 말은 동네 꼬마도 하겠다고 생각한 난 아무런 소득도 없이 집으로 돌아와 쉬었고, 나름 푹 쉬었던 탓인지 그럭저럭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딸각-

‘그나저나 몸에 문제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매일 땀에 젖고, 온종일 쓰러진 적도 있으며, 이젠 코피까지 흘렸다. 그런데도 문제가 없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아님 간단한 감사만 받았기 때문일까?

어쨌든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이 없으니 당장 죽지는 않을 거라 판단한 난 황혼에서만 발동되는 내 직감에 대해 고민했다.

“직감이라…….”

아무래도 내 직감은 두 종류로 분류되는 거 같다.

하나는 결과를 알 수 있는 평상시의 직감.

다른 하나는 주변의 대한 모든 정보를 느낄 수 있는 직감.

굳이 분류하자면 이런 식으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건 내 예상이지만 두 번째 직감도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을 듯했다. 어제의 일로 어떻게 발동되는지 겪어봤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제해야지.’

아니, 자제는 둘째 치고 다시는 사용하지 말아야 된다. 사용할 때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데 왜 사용한단 말인가? 솔직히 지금 내 캐릭의 능력치를 생각하면 그런 직감은 사용할 일도 없어야 정상이었다.

딸각-

‘응?’

그렇게 직감에 대해 생각하던 사이, 문득 눈에 띄는 제목이 보였다.

[드디어 두 번째 S랭크 스킬이 등장하는가?]

‘두 번째 S랭크라고?’

나야 4개나 가진 S랭크 스킬이지만 공식적으로 공개한 사람은 아이젠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리고 내가 습득한 S랭크를 제외하고 다른 S랭크도 궁금했던 난 곧장 그 글을 클릭했다.

[내용:결투장에서 한참 놀고 있던 도중에 어떤 여자와 붙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유리했는데 그 여자가 어떤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순식간에 죽어버리더군요. 어쩌다 다시 결투장에서 만나 물어보니 S랭크 스킬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제발 보여 달라고 사정까지 했지만 보여주지 않더군요. 뭐, 어쨌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두 번째 S랭크 스킬이 등장한 거 같습니다.]

“…….”

할 말이 없다. 어떤 스킬인지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른다. 그저 S랭크라는 말에 이런 글을 적은 것이다. 이 정도면 낚시 글이라도 해도 될 정도였지만 밑에 댓글을 읽어보니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맞음. 나도 붙어봤는데 순식간에 죽어버림.]

[이거 카타르 든 여자 맞지? 나도 붙어봤다. 비록 졌지만.]

[뭐야? 위에 글들은? 그 여자는 결투장에만 사냐?]

[이긴 놈이 아무도 없네 ㅋㅋㅋ.]

[그 정도로 S랭크 스킬이 사기라는 거임.]

[ㅆㅍ. 결투장에서 승점 올려야 되는데.]

[↑실력전으로 가셈.]

‘반응을 보니 완전히 거짓말은 아닌 거 같은데…….’

뭔가 대단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한 듯하다. 문제는 내가 궁금하게 여기던 스킬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점이랄까? 그래도 결투장에 자주 가는 거 같으니 승점 작업을 하면 만날 가능성이 있을 것도 같았다.

‘결투장이나 가볼까.’

어차피 레어 상자를 생각하더라도 승점 3만점은 채워야 된다. 그걸 생각하면 하루 1~2시간이라도 결투장에 있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쯧, 짐가방도 처리해야 되는데.’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바라본 난 10시 40분 정도 됐다는 것을 확인하며 캡슐로 들어갔다. 오늘은 짐가방까지 생각해 유아와 따로 다녀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마을에는…… 가지 않아도 되겠지?’

오늘은 짐가방을 처리하고 결투장에서 승점을 올릴 생각이기 때문에 굳이 마을로 갈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혹시나 마을에 갈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귀환 스크롤이 있었기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은 난 대충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 가벤의 짐가방을 꺼냈다.

“어제 직감대로라면 레어가 뜨긴 뜰 텐데…….”

역시 뽑는 게 좋으려나?

레어 아이템도 몇 개 풀리지 않은 지금, 그 값어치를 생각하면 뽑는 편이 좋았다. 거기다 지금 시세로 1천만 원은 유지하고 있으니 포기하기도 아깝다고 생각한 나는 결국 직감을 사용해 레어 아이템을 뽑기로 했다.

‘그래, 뽑자. 죽기야 하겠어?’

동시에 난 가벤의 짐가방을 집었다.

[가벤의 짐가방을 사용하시겠습니까?]

“……!?”

한순간 식은땀이 절로 생길 정도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난 아무렇지도 않게 취소하고는 다시 짐가방을 집었다.

[가벤의 짐가방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이거 만만치 않겠는데?’

계속해서 시도한다. 대략 30번 정도 시도했지만 레어는 전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 쉽게 나오면 레어 아이템이 아니지. 왠지 모를 승부욕마저 생겨나려는 찰나, 뭔가 다른 종류의 메시지가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친구 '유아'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유아? 벌써 시간이 됐나?

“수락.”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루딘 님? 어디세요?

“마을 밖이에요. 따로 할 일이 생겼거든요.”

-그럼 오늘은 같이 못 다니겠네요.

“뭐, 그렇겠죠?”

-알겠어요. 혹시 괜찮다면 나중에라도 연락주세요.

“예.”

[대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유아와 대화도 끝났으니 이제 거리낄 것도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난 기필코 레어를 얻고야 말겠다는 다짐과 함께 짐가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해보자!

[띠링!~ '조잡한 단검'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가죽 투구'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원한이 깃든 장인의 망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피렌의 머리띠'를 획득하셨습니다!]

“후, 드디어 나왔다.”

한 2시간 정도 했나? 그 시간동안 계속해서 시도를 한 나는 겨우 레어 아이템을 뽑을 수 있었다. 설명에 낮은 확률이라 적혀 있어 나름 각오도 했지만 설마 2시간 내내 작업하게 될 줄은 몰랐던 나로서는 예상외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장인의 망치?”

조잡한 단검이나 가죽 투구가 레어 아이템일 리가 없다. 남은 건 원한이 깃든 장인의 망치인데, 그 망치를 확인하기도 전에 어떤 메시지 창이 내 앞에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신은 낮은 확률에 존재하는 희귀한 물품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런 당신에게는 분명 행운의 여신이 머무르고 있을 것입니다.]

[칭호 '행운이 깃든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장착하시겠습니까?]

“……아니, 장착하지 않는다.”

갑자기 뭔 칭호야?

칭호를 얻은 조건을 생각해보니 일반 아이템에서 레어 아이템까지 나오는 어떤 상자에서 레어급을 뽑아야 획득할 수 있는 칭호 같았다. 말 그대로 운이 좋아야만 획득할 수 있는 칭호라는 말이다.

‘그럼 그 칭호는 어떤 능력을 가졌을까.’

[행운이 깃든 자] (칭호)

설명:실로 낮은 확률을 뚫고 희귀한 물품을 획득했다!

-행운 100 상승.

‘어? 난 행운 없는데?’

행운 능력치가 없는 나로서는 전혀 쓸모가 없는 칭호였다. 능력치가 없으니 적용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행운 100 상승은 다른 플레이어에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행운이 올라가면 강화 확률도 올라간다고 했으니까.

‘나한테는 의미가 없지만.’

난 칭호에게서 눈을 떼며 다시 레어 아이템을 확인하기로 했다.

[원한이 깃든 장인의 망치] (Rare)

설명:보다 뛰어난 무기를 만들고 싶었던 장인의 망치. 누구보다 뛰어난 무기를 만들고 싶다는 장인의 집념은 세월이 지나 원한으로 변했고, 그 원한은 자신이 사용하던 망치로 깃들게 되었다. 하지만 망치에 깃든 원한은 순수하게 제작에 관한 것이기에 무기 제작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근력(20), 기술(30), 집중(30)>

<어둠 속성 1%>

공격력:10  마법 공격력:10

내구력:100/100

*제작 시, 모든 무기에 공격력 10% 증가.

*제작 시, 모든 무기에 내구력 10% 증가.

“……잘 된 건가?”

칭호와는 달리 전혀 쓸모없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아니, 차라리 쓸모없는 아이템이 나왔다면 현금으로 팔아버렸을 텐데 이건 현금으로 팔아넘기기도 애매한 아이템이었다.

“제작 스킬이 있으니 나쁜 아이템은 아닌데.”

뭔가 좀 아쉬웠다. 이 망치로 무기를 제작한다고 해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레어 장검의 공격력을 뛰어넘기가 힘들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기를 만들어 팔 때는 도움이 되겠지.’

어쩌면 그게 더 이득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무기를 팔아 얻은 수익이 만만치 않았으니 말이다. 난 그 부분에서 만족하기로 하며 슬슬 결투장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결투장 입…….”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정말인지 적절한 순간에 연락하는군.

한숨을 내쉬며 결투장 입장을 뒤로 미룬 나는 아이젠이 요청한 길드 채팅에 수락했다.

-안녕하십니까. 루딘 님.

“딱히 안녕은 못한데…… 무슨 일이야?”

-실은 다른 길드에서 퀘스트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거절하긴 했지만 루딘 님만큼은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는 탓에 이런 식으로 연락을 하게 됐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이지?’

거절하면 그걸로 끝이지, 왜 나를 만나게 해달라는 걸까? 잠깐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거기서 왜 내 이름이 나와?”

-루딘 님의 도움을 받고 싶은 거겠죠. 어쩌시겠습니까? 싫으시다면 제가 대신 말하겠습니다.

“그야…….”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난 거절할 생각으로 입을 열려던 찰나, 다시 아이젠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이 말만은 꼭 전해달라더군요. 도와주기만 하면 레어 아이템과 따로 원하는 조건까지 들어준다고.

“응?”

레어 아이템까지?

지금도 몇 개 풀리지 않은 레어 아이템을 준다고 하니 제일 먼저 의문이 생겨났다. 대체 무슨 부탁이기에 레어 아이템까지 준다는 걸까? 그게 궁금했던 나는 잠깐 생각을 달리했다.

“혹시 뭘 도와줘야 되는지 알아?”

-글쎄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면 저택에서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니 오신다면 바로 만나실 수 있겠죠.

“저택?”

-예. 그리고 이야기는 대충 다 전한 거 같으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응.”

[길드 채팅을 종료합니다.]

“…….”

꽤 바쁜 모양이군.

그나저나 채팅을 종료하고 보니 내가 저택에 가는 걸로 결정이 된 느낌이었다. 뭐지? 뭔가 황당하기는 했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의 얼굴도 궁금했기에 일단 가보기로 했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파밧!-

귀환 스크롤로 간단하게 아이젠의 저택에 도착한 나는 한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플레이어를 볼 수 있었다. 저 플레이어인가? 플레이어는 귀환 스크롤로 도착한 나를 보더니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루딘 님 맞으시죠? 만나서 반가워요.”

“아, 예.”

의외로 플레이어는 여성이었다. 살펴보니 늘씬한 몸매와 함께 딱 봐도 미인이라 불릴만한 여자였지만 여기서야 예쁘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다만 살짝 처진 눈매 탓인지 전체적으로 착한 이미지라는 인식이 강하게 들었다.

“로즈 길드에 레시아라고 해요.”

“음, 루딘이에요.”

“죄송하지만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애초에 내가 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앉았던 테이블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고, 레시아라 소개한 그녀도 원래 자리로 앉아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데요?”

“저희 길드에서 진행 중인 어떤 퀘스트가 있어요. 그런데 그 퀘스트 마지막에는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만 해서 엠페러 길드의…… 아니, 루딘 님의 도움을 받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어요.”

‘보스 몬스터를 잡아달라는 건가?’

웬만한 보스 몬스터는 내가 처리할 수 있을 듯했다. 예를 들어 네르타스 정도의 보스라면 간단하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엄청날 만큼 차이가 벌어졌으니 수호방패를 쓰지 않고도 잡을 수 있을 듯했다.

‘근데 보스 몬스터를 잡아달라는 것도 이상한데.’

로즈 길드라고 했나? 그 길드에도 인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엠페러 길드까지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거기서 위화감을 느낀 난 주저하지 않고 질문했다.

“그 길드에는 인원이 없나요?”

“있어요. 200명 정도. 하지만 그 보스는 제한 인원이 있어요.”

“몇 명인데요?”

“총 30명이요. 그 이상은 들어갈 수가 없어요.”

30명? 아니, 30명이라도 이상하다. 보통 보스를 잡는데 30명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난 계속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레시아를 보았고, 그런 내 눈빛에 레시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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