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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81화 (81/211)

00081  第 14 話  =========================================================================

第 14 話 “16일째”

콰앙!-

[전투 경험치 700 획득!]

“이젠 어디로 갈래요?”

“글쎄요.”

유아와 시나를 바라보니 나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규칙을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당연한가? 진작 찾을 정도로 쉬웠다면 어제 찾았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알아낸 것은 방마다 나오는 악어의 숫자가 다르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악어 숫자에서 뭔가를 발견해야 될 거 같은데…….

‘쯧, 이럴 때 직감이라도 발동되면 얼마나 좋아.’

답답한 마음 탓에 직감 생각이 간절했다.

“차라리 한 사람씩 방향을 정한 뒤, 가위바위보로 가는 게 어때요?”

“…….”

지금 그걸 해결책이라고 꺼내 놓은 걸까? 시나가 말한 방식대로 길을 가느니 차라리 내가 직감을 발동하는 편이 가능성이 더 높…….

‘……아니지?’

지금이라도 시도해볼까?

아무리 생각해도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 같았다. 만일 교주를 만나기 전에 발동됐던 미묘한 느낌의 직감을 다시 끄집어낼 수만 있다면 길을 찾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듯했다.

‘그래, 시도라도 해보자.’

또한 언제까지 이곳을 헤매고 있을 수 없었기에 난 정신을 집중해 직감을 사용했다.

“자자, 난 오른쪽. 유아 넌?”

“나? 음, 왼쪽으로 할게.”

유아의 대답까지 들은 시나는 대상을 바꿔 나를 바라봤다. 왠지 내게서 대답을 요구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지만 난 대답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직감을 발동시켰다.

빠직-

‘윽.’

계속해서 직감에 집중한 탓인지 일순간 내 머릿속에서 뭔가의 한계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전신에서는 기묘한 감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된 건가?’

가상인데도 느껴지는 고통을 무시한 채 오른쪽의 길을 바라보자 정체모를 불안감이 느껴졌고, 반대로 정면과 왼쪽 길은 청량한 기분이 느껴졌다.

설마 했던 직감이 발동된 것이다.

‘허, 이게 진짜 되다니.’

실제로 이게 성공할 줄은 몰랐기에 놀랍기도 그지없었다. 다만 머리가 아프다는 게 신경 쓰였지만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난 최대한 빨리 중심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 루딘 님?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길을 찾았어요.”

“길이요? 아니, 어떻게요?”

무시하며 제일 먼저 왼쪽으로 옮긴다. 거기에는 네 마리의 악어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교주 때와 마찬가지로 직감이 발동된 난 이전보다 훨씬 쉽게 처리했고, 그 뒤로는 오른쪽으로 향했다.

[전투 경험치 700 획득!]

그 오른쪽에서 다시 전투를 펼친 뒤, 정면에 있는 길로 들어서자…….

“여긴…….”

“지금까지와 다른 장소네요.”

그녀들의 말대로 지금까지와 다른 장소가 드러났다. 악어가 나왔던 곳보다 훨씬 더 넓고, 부서진 장식물도 간간히 보이는 장소. 그럼에도 내 시선을 붙잡은 곳은 중앙쯤에 놓인 어떤 물건이었다.

“아, 저기 보이는 게 짐가방 아닌가요?”

“와, 진짜 중심부로 오다니. 대체 어떻게 찾은 거예요?”

“악어 숫자를 계산해보니 한쪽 부분이 이상했거든요.”

당연하지만 거짓말이다. 솔직히 악어 숫자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 말을 믿은 유아와 시나는 존경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봤고, 난 그런 그녀들의 시선을 회피하며 입을 열었다.

“먼저 짐가방부터 챙겨요.”

“에, 예!”

[우두머리 약탈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두머리 약탈자?’

미처 짐가방을 챙기기도 전에 하나의 메시지가 생겨났다. 우두머리 약탈자라면 이곳 보스를 말하는 거겠지? 아무튼 갑작스런 메시지에 다들 전투를 준비했고, 그와 함께 천장에서는 몇 마리의 거대한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쿵!-

[우두머리 약탈자(BOSS)]

‘색깔이 좀 다르군.’

지금까지의 악어는 녹색을 띄고 있는 반면, 눈앞에 악어는 파란색을 띄고 있었다. 거기다 덩치도 기존 악어보다 컸는데, 대략 250cm 정도는 되는 거 같았다.

“크라라락!”

“아무래도…… 그냥 비켜줄 거 같지 않은데?”

“시나, 뒤로 물러나.”

“말하지 않아도 뒤로 가 있을 거야!”

그렇게 외친 시나의 손은 물약을 쥐고 있었다. 투척용으로 꺼냈나? 시나의 스킬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는 저 물약을 던져 명중시키면 타인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뒤로 빠진다고 해도 준비는 하는군.’

어쨌거나 이쪽도 준비해볼까.

“와요!”

“크라락!”

우두머리 약탈자는 지금까지 봤던 악어와는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반응하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기에 난 방패를 들어 녀석의 공격을 막아냈고, 그에 따른 데미지도 함께 입었다.

카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06.]

“……!?”

‘데미지가 들어오다니.’

더군다나 숫자가 세 마리나 되었다. 한 마리의 공격을 막아내니 다른 녀석도 기다렸다는 듯이 도끼질을 휘둘렀고, 이번만큼은 방패로 막아내지 못했다.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351.]

이 자식들이!

“도발의 외침!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1,303.]

[생명력이 91 회복됩니다.]

데미지가 들어오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내 생명력은 1만이 넘어가는데 버티지 못한다면 그거야 말로 말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세 마리를 상대할 지구력이 되는지 의문이었다.

지잉-

“큭.”

순간, 머리가 한층 더 지끈거리며 정보가 입력되었다. 덕분에 잠깐 공격을 멈추긴 했지만 거신의 질주를 맞은 악어의 생명력은 알아낼 수 있었다.

‘5번?’

내 직감의 의하면 거신의 질주를 5번 써야 죽일 수 있을 거 같았다. 즉, 한 마리당 6번의 거신의 질주를 사용해야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물약 투척!”

쨍그랑-

[생명력이 550 회복합니다.]

그 사이, 시나는 자신의 물약을 던져 내 생명력을 회복시켜 주었다. 추가로 잔소리까지 들려오긴 했지만.

“갑자기 왜 그렇게 얻어맞는 거예요?!”

“…….”

“파파팍! 하고 해치우세요!”

확실히 시나 말대로 빨리 해치우는 게 좋다. 세 마리가 달려들어 도끼질을 하니 생명력도 엄청난 속도로 깎여나갔기 때문이다. 그나마 도발로 모두를 끌어들인 것이 다행이랄까? 옆에서 유아가 안심하고 공격하고 있으니 어떻게는 한 마리는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았고, 나는 남은 두 마리만 처리하면 이 전투도 끝낼 수 있을 듯했다.

‘어찌 됐든 최대한 빨리 끝내자.’

또 생명력 문제만이 아니라 지금 내 머릿속에는 악어에 대한 움직임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덧붙여 교주와의 전투 뒤에 온종일 쓰러졌던 기억마저 떠오른 난 최대한 빨리 정리하기로 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거신의 질주!”

콰앙!- 콰콰쾅!!-

[스킬 데미지! 2,870.]

[스킬 데미지…….]

죽지도, 튕겨나가지도 않는다. 난 휘두르는 악어의 도끼를 뒤로 물러서며 피해내고는 다시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부서진 신전의 보스 '우두머리 약탈자'가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2,100 획득!]

[띠링!~ 1골드 50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어떻게 한 마리를 처리한 난 남은 악어들도 마저 끝냈다. 우두머리 약탈자라는 악어도 내 거신의 질주 세 번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전투는 아니었다.

[전투 경험치 2,100 획득!]

[띠링!~ 1골드 50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후.”

마음만 먹으니 금방 끝나는군.

생명력을 확인해보니 의외로 넉넉하게 남아 있었다. 아마 거신의 질주로 생명력이 회복된 영향이 컸던 거 같기도 했다.

‘그나저나 대충 4골드 정도 벌었나?’

한 마리에 1골드 50실버. 총 세 마리를 잡았으니 합치면 4골드 50실버나 되었다. 그리고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끝나자마자 또 다른 메시지 창이 올라왔다.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띠링!~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10, 체력 10 증가합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까지 오르다니.

뭐, 이 수호방패와 별개로 올라간 스킬은 이것저것 많았다. 그걸 생각하면 이 던전에서의 사냥도 손해는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보스에게서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수고하셨어요.”

“유아 님도 수고하셨어요.”

“아니에요.”

조용히 고개를 젓는 유아. 따지고 보면 어제 유아가 여기까지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유아 혼자서 보스 세 마리를 어떻게 이기겠는가? 그래도 여긴 5인 던전이라 했으니 인원만 잘 구성한다면 유아 수준에서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도 있을 듯했다.

“일단 짐가방부터 챙기죠.”

“예.”

그렇게 유아와 함께 짐가방을 챙긴 난 새로운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가벤의 짐가방을 획득하셨습니다.]

[의뢰 경험치 30,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고대의 유적(부서진 신전)에서 벗어나실 수 있습니다. 던전 밖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대충 끝난 거 같군.’

짐가방도 챙겼으니 이제 밖으로 나가는 일만 남았다. 그 전에 난 가벤의 짐가방을 살펴보기로 했다. 분명 설명에는 물건 하나를 제외한 아이템들은 내가 가져도 된다고 했는데…….

[가벤의 짐가방] (Magic)

설명:유명한 모험가인 가벤의 짐가방. 안에는 지금껏 가벤이 대륙을 돌아다니며 모아둔 각종 물건들이 들어있다. 어떤 물건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운이 좋다면 낮은 확률로 희귀한 물건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랜덤으로 세 가지 물품 획득.

-피렌의 머리띠 획득.

-1회용 소모품.

‘응? 낮은 확률로 희귀한 물건이 나온다고?’

읽어보니 피렌의 머리띠는 가벤의 딸에게 전해줘야 할 아이템 같았다. 어쨌든 내 직감을 사용하면 희귀한 물건이라는 것도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대박일 거란 느낌이 들었다.

‘근데 희귀한 물건이라면 레어 아이템을 말하는 거겠지?’

“루딘 님?”

“예?”

“짐가방 보고 무슨 생각하세요?”

“그냥 어떤 아이템인지 봤어요.”

내 말에 유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했다.

“이제 나가도록 해요. 시나가 계속 나가자고 보채요.”

“내, 내가 언제!”

마치 난 그런 적 없다는 듯이 외치는 시나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은 난 이만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던전 밖으로 이동합니다.]

파밧!-

퀘스트 던전에서 나오니 아직도 많은 플레이어가 자리에 앉아 죽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체 여기에 뭐가 있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걸까? 보스와 짐가방을 제외하면 악어밖에 없는 던전이었기에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은 광경이었다.

경험치를 얻으려면 어둠의 탑으로 들어갈 것이지.

“엇?! 몇 시간 전에 들어갔던 사람이다!”

“설마 유적을 클리어 했다는 건가?”

“거긴 길이 복잡해서 클리어가 쉽지 않을 텐데.”

던전에서 나타난 나와 유아들을 보며 주변에 플레이어가 수군거렸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이곳을 벗어났고, 그런 나를 따라 유아와 시나는 조용히 쫓아왔다.

그나저나 이젠 뭐하지? 피렌에게 가야 되나?

‘뭐, 마을로 가는 김에 찾아가면 되겠지.’

응? 아닌가?

피렌에게 머리띠를 전해주려면 가방을 열어야만 했다. 가방에 레어 아이템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열 수는 없었다. 적어도 레어급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돌려야만 했다.

‘레어급이라…… 근데 이 가방에서 레어급이 뜨긴 뜰까?’

지잉-

“큭.”

“루딘 님?”

“왜 그래요?”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끈거리는 두통.

가벤의 짐가방과 레어 아이템을 연관 지어 생각하니 직감은 멋대로 그 결과에 대해 말해주었다.

‘나오긴 나오는군.’

아니, 그것보다 지금 내 상태가 위험한 거 같았다. 계속해서 직감이 발동되고 있으니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거기에 문득 겁이 난 나는 되도록 침착하게 유아에게 말했다.

“유아 님. 전 이만 접속 좀 종료할게요.”

“에? 왜요?”

“아,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요.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그만둬야 될 거 같아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은가? 때문에 급한 일이라고 말한 나를 향해 유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듯이 답해줬다.

“급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죠. 내일 봬요.”

“예. 아, 시나 님도 수고하세요.”

“알았어요.”

시나에게까지 인사한 난 급히 접속을 종료했다.

“접속 종료.”

[접속을 종료합니다.]

[다시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후우.”

황혼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오니 역시나 땀으로 흠뻑 젖은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직감이라고는 그때 길 찾을 때 밖에 쓰지 않았는데 이런 꼴이라니. 한숨을 내쉬는 동안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낀 난 나도 모르게 손으로 입 주변을 닦았다.

“……미친.”

입 주변을 닦은 내 손에는 붉디붉은 피가 묻은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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