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9 第 14 話 =========================================================================
第 14 話 “16일째”
어제 라즈와 한바탕 일을 치르고 난 뒤, 이어서 내가 한 일은 제작 스킬을 올리는 것이었다. 뭐, 결론만 말하자면 15레벨까지 찍었다. 그 15레벨을 찍기 위해 사용된 돈만 8골드였고, 총 152자루의 장검을 만들었지만 어찌 됐든 15레벨은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플레이어에게 장검을 팔아넘기며 하루를 끝냈다. 장검의 가격은 60실버. 레어 망토로 기술이 올라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격력이 140이 넘는 장검이 나와 60실버에 팔았는데, 놀랍게도 이 장검은 무려 36자루나 팔려나갔다.
덕분에 벌어들인 금액은 21골드 60실버.
남은 116자루의 장검은 현금 거래에 5만 원에 올렸으니 알아서 잘 팔려나갈 거라 믿었다. 단돈 5만원에 그 정도 공격력을 지닌 장검은 내가 알기로는 없었으니 말이다.
‘만일 기술 능력치를 더 올릴 수 있다면…….’
조금 더 높은 공격력의 무기를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기술 능력치를 올릴 방법은 많다. 등급이 높은 망치나 모루를 구해도 되고, 스킬을 배워도 되니까. 하지만 난 그보다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왠지 될 것도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나저나 게시판도 난리군.”
어제부터 거의 모든 글이 바무트 교단. 혹은 엠페러 길드였다. 난감하기 그지없다고 할까? 여기서 난감하다는 점은 내가 바무트 교단의 사제를 쓸어버렸기 때문이다.
[씨발, 저기서 사제를 쓸어버리고 있는 저 자식은 대체 누구냐?]
[와…… 혼자서 몇 명을 잡는 거야?]
[농담 아니라 진짜 400~500명은 잡은 거 같다.]
[나 저 사람 누군지 암. 엠페러 길드에 부길마임.]
[부길마? ㅆㅍ. 저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 길드도 바무트 교단 잡았다.]
[내가 볼 때, 토벌에 성공한 것도 저 사람 역할이 70~80%는 되는 거 같다.]
[부길마하니까 생각난다. 엠페러 길드의 부길마라면 바무트 교단의 교주를 잡았던 녀석 아니었냐?]
[맞음. 그때 영상에서 모자이크 된 사람임.]
[근데 저게 가능한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혼자서 몇백 명을 쓸어버린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마나력이랑 지구력이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뭐가가 있을지도 모르지.]
[한번 만나보고 싶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저렇게 싸울 수 있는지 궁금하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은 전에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늘 위에서 찍은 거였다. 같은 놈이 찍었겠지? 아무튼 그 영상은 내가 홀로 사제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대단하긴 하군.’
내가 지나갈 때마다 사제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가며 길이 만들어진다. 보고 있으니 모세의 기적이 따로 없다. 간혹 환영이동을 사용해 예상지 못한 위치에서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거기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이걸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일이 생길 거라면 어제 무기를 팔던 순간부터 생겼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없이 무기를 팔았던 어제를 생각하면 오늘도 딱히 무슨 일이 벌어질 거 같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슬슬 접속하자.
대충 시간이 됐다는 걸 확인한 난 캡슐로 향했다. 캡슐로 들어가면서 어제 무기를 팔던 도중에 연락이 온 유아의 말이 떠올랐다. 퀘스트 던전에서 죽었다고 했나? 간단하게 말해서 실패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는데 실패하다니. 결국 오늘 같이 가자는 말을 했으니 아마 퀘스트 던전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접속과 동시에 마을에서의 배경이 드러난다.
‘오늘이 금요일인가?’
슬쩍 둘러봐도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황혼을 시작한 플레이어가 늘어난 탓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며 유아를 기다리려던 찰나, 내 앞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수십 개의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루딘 님께서 경매에 올리신 아이템. '혼이 깃든 장검'이 50,000원에 팔리셨습니다.]
[수수료 20%를 제외한 금액. 40,000원이 자동으로 입금됩니다.]
[루딘 님께서 경매에 올리신 아이템. '혼이 깃든 장검'이…….]
‘이야~ 엄청나게 올라오네.’
이게 다 몇 개야?
기다리는 동안 세어보니 90개가 넘었다. 장검이 90개 넘게 팔렸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걸 돈으로 계산하면 3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이때까지 3천만 원? 그 정도 벌었나.’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을 보름 만에 벌어들였기에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또 그러던 사이, 황혼에 접속한 유아와 시나를 볼 수 있었다.
“아, 기다리고 계셨어요?”
“아뇨, 방금…….”
유아는 서슴없이 내게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어제 있었던 라즈의 영향 탓인가? 경계심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아주 잠깐 그녀를 탐하는 상상을 했지만 금세 떨쳐버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접속한 거예요.”
“그래요? 실은 시나와 통화한다고 조금 늦었거든요.”
“괜찮아요.”
그렇게 대답한 난 고개를 돌려 시나를 보았다. 시나는 왠지 모르게 지친 모습이었다.
“시나 님은 왜 저래요?”
“어제 던전을 돌아다닌다고 조금 지친 모양이에요.”
“그런 것보다 오늘도 가야 되잖아.”
유아의 대답에 시나는 힘없이 답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나를 포함해 다시 퀘스트 던전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힘이 빠졌는지 시나는 영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가지 말까요?”
“응? 아, 그럴까요? 솔직히 보상도 좋지 않았어요.”
순식간에 화색이 돌며 대답하는 시나. 그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가기 싫은 듯했다.
“어쩔 수 없죠. 그럼 시나 님은 제외하고 가요.”
“예.”
“응? 아니, 잠깐!”
결국 다수결에서 패배한 시나는 힘없이 따라왔다. 그러나 그런 모습도 잠시, 어느새 기운을 차린 시나는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오기 시작했다.
“아, 맞다. 영상 잘 봤어요. 엄청 잘 싸우시던데요?”
“기본이죠.”
“우와, 뻔뻔해. 근데 뭐 얻은 거 있어요? 이벤트 의뢰잖아요.”
“글쎄요. 기여도 1위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6위를 해서요. 또 마지막에 교황을 잡은 사람도 아이젠이라 전 별로 얻은 게 없어요.”
“아쉽네요. 누구보다도 활약했는데.”
이런 의견은 시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거기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근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화제를 바꿔 물어본다. 서쪽 성문을 지났으니 지금 가고 있는 방향에는 숲이 울창한 지역이 나온다. 대충 고블린이나 늑대가 나오는 숲이 이 서쪽 방향인 것이다.
참고로 서쪽 지역은 플레이어가 제일 많은 곳이기도 했기에 지나가는 길마다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이쪽 방향으로 한참 가다보면 '바르크'라는 도마뱀 몬스터가 있어요. 그 몬스터에게 가는 거예요.”
‘바르크?’
처음 듣는 몬스터다. 애초에 내가 주로 가던 방향은 동남쪽에 위치한 숲이었으니 서쪽에 있는 몬스터는 알 리가 없었다.
“던전에 가는 거 아니었어요?”
“바르크에게 나오는 의문의 쪽지를 구해야 되거든요. 뭐, 루딘 님이라면 쉽게 구할 거예요.”
“시나야. 우리도 구해야 되지 않아?”
“아, 어제 실패했었지. 그럼 총 3개 구해야겠네.”
그러면서 잘 나오지도 않는 아이템이라며 투덜거리는 시나였다. 유아도 그런 시나의 투덜거림을 들었는지 어색하게 웃더니 곧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제는 뭐하셨어요?”
“어제요? 결투장에 있었죠. 그 뒤로는…… 제작 스킬을 올렸고요.”
“설마 계속 마을에 계셨어요?”
“그렇긴 하죠.”
그때 유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신 때문에 마을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겸사겸사 기다린 것이기 때문에 그런 표정까지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제작 스킬을 올려야 되니 마을에 있었던 거예요. 그런 표정 짓지 마요.”
“예? 예.”
어쨌든 그런 식으로 대화하는 동안, 한참을 걸어가니 시나가 말한 바르크라는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멀리 있네.’
당연하지만 마을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몬스터가 강해진다. 그걸 생각하면 바르크는 꽤 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별다른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저런 도마뱀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는가?
“크르르…….”
‘음?’
왠지 도마뱀의 시선이 나를 쳐다보는 거 같았다. 선공 몬스터였나? 그 생각이 끝나자마자 도마뱀의 입에서는 길쭉한 혀가 튀어나와 나를 향해 공격했다.
탱!-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깜짝이야.’
들고 있던 방패를 이용해 막아낸다. 덩치는 사람 크기만 한 주제에 공격은 치졸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혀로 공격하는 속도만큼은 깜짝 놀랄 정도로 빨랐다는 게 인상적이긴 했지만.
“이제 저 도마뱀한테 쪽지가 나오길 빌어야 되나.”
“금방 나올 거야.”
“내 기억이 맞으면 어제도 2시간은 싸웠을 걸?”
‘2시간?’
그녀들의 대화에 쓴웃음을 지으며 도마뱀에게 달렸다.
“방패 치기.”
칭호 빛의 수호자와 10강까지 강화된 레어 방패. 그 두 개의 조합으로 F랭크 방패 치기는 랭크에 맞지 않은 데미지를 보여줬다.
쾅!-
[스킬 데미지! 1,274.]
[전투 경험치 280 획득.]
‘생명력이 1200 이하였군.’
역시나 약한 몬스터였다. 아님 내가 너무 강해진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 정도 몬스터라면 굳이 집중해서 싸울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그냥 산책하듯이 돌아다녀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에? 방금 한 방에 끝내신 거예요?”
“예.”
“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감탄은 그만하고 빨리 쪽지나 구해봐요.”
난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나를 내버려둔 채, 주변에 있는 바르크를 찾아보았다.
“방패 치기!”
콰앙!-
[스킬 데미지! 1,265.]
[전투 경험치 280 획득.]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의문의 쪽지'를 획득하셨습니다.]
‘드디어 나왔군.’
생각보다 빨리 나온 편이랄까? 1시간 만에 세 개의 쪽지 전부 구했으니 빨리 구한 편이 맞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쪽지가 있는 사람은 중복으로 쪽지를 얻을 수 없었기에 각각 하나의 쪽지를 얻을 수 있었다.
“드디어 다 구했네요.”
“예.”
내가 마지막으로 쪽지를 얻은 만큼, 유아와 시나는 이미 쪽지를 가진 상태였다. 이제 내가 이 쪽지를 읽어 퀘스트가 만들어지면 그때 다 같이 던전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어디보자…….
난 의문의 쪽지라는 것을 펼쳤다.
[내 이름은 가벤. 이름난 모험가다. 나는 발견되지 않은 유적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이 헛되지 않게 고대의 유적으로 추측되는 한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적을 찾아냈다는 흥분감에 곧장 탐색을 시작한 난 생각했던 것보다 강력한 유적의 수호자들로 인해 극심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흐음.’
유적의 수호자? 아마 유아는 뭔지 알 거 같았다.
[어떻게든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유적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내 소중한 짐가방을 유적 중심부에다 떨어뜨리고 말았다. 거기다 함정까지 걸려 마을에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 아마 내 목숨은 이 숲 주변을 돌아다니는 바르크에게 끝나겠지. 때문에 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남긴다. 부디 내 짐가방에 있는 물건 하나를 내 딸에게 전해주길 바란다. 그 이외에 물건들은 그대가 가진다고 해도 좋다. 부디 부탁…….]
[NPC 의뢰가 생겨났습니다.]
쪽지에 있는 글을 다 읽으니 퀘스트가 생겨나는 것이 보였다. 이제 유적이라는 곳에서 짐가방을 찾아야 되나? 난 생겨난 퀘스트 내용을 살펴봤다.
[가벤의 짐가방을 찾아 피렌에게 전해주어라.]
설명:바라던 유적을 찾았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 가벤. 가벤의 유언대로 짐가방을 찾아 그 안에 들어 있는 하나의 물건을 피렌에게 전해주세요.
<퀘스트 수락:고대의 유적(부서진 신전)의 위치 표시.>
<퀘스트 거절:의문의 쪽지 삭제.>
<퀘스트 완료:경험치 30,000. 가벤의 짐가방.>
<퀘스트 실패:고대의 유적(부서진 신전)의 위치 삭제.>
“퀘스트는 생겼어요?”
“예. 이제 유적으로 가도 될 거 같아요.”
난 그렇게 대답하며 생겨난 퀘스트를 수락했다.
[의뢰를 받았습니다. '가벤의 짐가방을 찾아 피렌에게 전해주어라.]
[지도에 특정 위치가 표시됩니다. '지도 확인'이라는 명령어로 그 위치를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지도 확인.”
메시지 창에 따라 지도를 확인해보니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걸어간다면 20~30분 걸리지 않을까? 하지만 황혼에서 이 정도 거리는 가까운 편이었다.
“가요.”
“예.”
지금까지 바르크를 잡았던 게 지겨웠는지 내심 기뻐하는 유아였다. 유아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지겹기는 했지만 올라가는 스킬 레벨을 보며 그럭저럭 참아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