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8 第 13 話 =========================================================================
第 13 話 “15일째”
세트 아이템? 더군다나 레어급의 세트 아이템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난 놀란 눈으로 다시 망토를 바라봤다.
‘모든 능력치 20에다 방어력 100이라…….’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도 안 되게 좋다. 망토라서 딱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내게 이 정도의 아이템은 분명 기대 이상이었던 것이다. 다만 아쉬운 거라면 이 망토에다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방어력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 따위 강화를 제외하더라도 이 망토는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설마하니 레어 세트가 나올 줄이야.”
감격하며 얼른 착용한다. 동시에 단검을 집어넣고 황제가 줬다는 레어 검으로 교체한 뒤, 내 능력치를 보았다.
[이름:루딘]
[칭호:빛의 수호자]
[레벨:50]
[명성:279]
[길드:엠페러(Emperor)]
[생명력:10036/10036]
[마나력:4300/4300]
[지구력:100.0%]
[공격력:761] [마법 공격력:272]
[방어력:1414] [마법 방어력:1181]
[능력치]
근력(551) 지능(162) 민첩(316)
체력(412) 마력(340) 기술(61)
투지(60) 소환(70)
[습득한 스킬:16/30]
[동료 NPC:1명]
“……드디어 넘겨버렸군.”
생명력 1만을.
이 정도라면 나 또한 보스 몬스터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 막말로 던전 끝에 보스 대신 앉아 있어도 될 정도다. 모든 게 만족스러운 수치지만 딱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습득 스킬 부분이었다.
“이걸 언제 30개 다 채우지.”
뭐, 언젠간 채우겠지.
따지고 보면 급할 게 없다. 지금처럼 황혼을 즐긴다면 자연스레 채워질 테니까. 난 그런 식으로 대충 넘어가고는 유아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길드와의 일이 끝났으니 다시 합류할 생각으로 말이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아, 루딘 님. 일은 다 끝나셨나요?
“예. 어디에요?”
-그게…… 지금 시나와 퀘스트 던전에 들어왔어요.
‘퀘스트 던전?’
퀘스트 던전이라면 내가 예전에 NPC 동료인 레이안을 얻었던 그 던전을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퀘스트 던전은 어떤 퀘스트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이었으니 무작정 따라 들어갈 수도 없었다.
“언제 끝나요?”
-모르겠어요. 길을 잃은 거 같긴 한데, 끝나는 대로 마을로 가서 연락드릴게요.
‘흐음.’
그러는 편이 좋으려나?
지금 내가 간다고 해도 유아가 있는 퀘스트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퀘스트를 받고 던전에 입장하더라도 내 개인 던전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유아가 직접 나오지 않는다면 만날 수 없었던 것이다.
“예, 그럼 되겠네요.”
-어떻게든 빨리 끝내도록 할게요.
생각보다 유아는 바빴는지 그 말을 남기며 대화를 종료했고, 덕분에 할 게 없어진 난 다른 할 일을 떠올렸다.
‘의뢰라도 할까?’
아님 제작? 혹은 스킬 수련이라도 하면 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친구 '라즈' 님에게 대화를 요청합니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한동안 고민한 나는 라즈에게 연락했다. 같이 결투장에 가자고 약속한 것도 있으니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지금 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응, 왜?
“할 일 없다면 같이 결투장이나 가자고 해서.”
-어? 정말?
“약속했으니까. 또 나중에 할 바에 지금 하는 편이 좋을 거 같기도 하고.”
-아싸!~ 잠시만 기다려. 아니, 거기 어기야? 내가 갈게.
“여기? 여긴…….”
무심결에 내가 있는 위치를 말해주니 라즈는 곧장 대화를 끊었다. 그렇게도 좋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하게 생각한 난 이내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도착한 라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후, 오래 기다렸어?”
“별로 기다리지도 않았어. 근데 왜 그리 급하게 와?”
“그야 승점을 올릴 기회니까. 지금까지 계속 결투장에 있었는데, 승점이 100점도 안 돼.”
“10번도 못 이겼다는 소리네?”
“10번은 넘게 이겼을 걸? 그런데 지면 5점씩 깎여.”
‘아아, 그런 시스템이었군.’
이기면 승점 10점. 반대로 지면 5점이 깎이는 모양이다. 또 그런 경우라면 승점 3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레어 상자는 얻기가 힘들지도 몰랐다. 일단 승리 횟수가 패배 횟수보다 많아야 승점이 쌓일 테니 말이다.
“고생했겠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스트레스 받아서 미칠 뻔했다니까. 아무튼 파티부터 맺자.”
파티?
일단 파티를 맺는다. 그 뒤에 말을 들어보니 파티를 맺은 상태에서 결투장에 진입하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나와 라즈가 파티를 맺으면 결투장에서도 같은 팀으로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
“몇 대 몇으로 할래?”
“2:2로 해야지.”
“2:2? 알았어. 또 대표전과 협동전이 있는데 뭐하고 싶어?”
대표전과 협동전?
“무슨 차이야?”
“대표전은 한 명씩 나와 싸우는 거지. 네가 상대를 쓰러뜨리면 다음 상대가 올라오고, 그렇게 모든 상대를 쓰러뜨리면 이기는 거야. 반대로 협동전은 다 같이 올라와서 싸우는 거고.”
설명을 들어보니 딱히 고민할 것도 없었다.
“협동전으로 하자.”
“이유가 있어?”
“그쪽이 빨리 끝나니까.”
내 말에 라즈는 뭔가 감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결투장 입장. 단체전. 2:2. 그리고 협동전.”
[파티원 '라즈' 님이 결투장에 입장합니다. 같이 입장하시겠습니까?]
수락하니 곧바로 대결 매치가 시작되었다.
[대결 매치가 성사되었습니다.]
[3, 2, 1…….]
파밧!-
빛과 함께 이동된 장소. 난 내 옆에 서 있는 라즈를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상대방을 바라봤다. 일단 남자 둘인가? 보니까 전사와 마법사 같다. 비교적 조합이 좋은 멤버라 생각하는 사이,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어라? 남녀가 들어왔네.”
“애인이겠지.”
“이번 판은 절대로 이겨야겠군.”
‘뭘 멋대로 생각하고 난리야?’
[상대방과 대결이 시작됩니다. 3, 2, 1…….]
[대결 시작.]
‘일단 라즈의 실력부터 볼까.’
적당히 전사 계열의 플레이어를 상대하며 라즈를 주시한다. 라즈는 다른 플레이어를 향해 활을 쏘며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플레이어는 보호막과 각종 공격 마법을 펼치며 라즈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어딜 한눈파는 거냐!”
캉!-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뭐, 뭣?!”
한눈파는 것도 그럴만하니 하는 거지.
적당한 속도로 검을 휘두른다. 녀석은 이런 내 공격에도 기겁하면서 급히 피해냈고, 난 다시 느긋한 마음으로 상황을 살펴보았다.
“집중 사격!”
“큭, 야, 임마! 빨리 처리하고 저 여자 좀 어떻게 해봐!”
“시끄러! 모르면 다물고 있어!”
궁수와 마법사의 전투.
언뜻 보니 라즈가 유리한 상황 같긴 했다. 지속적으로 활을 쏘는 도중에 몇 발은 관통 데미지로 들어갔고, 거기다 상대보다 높은 민첩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날아온 마법들을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큭!”
그에 비해 마법사는 날아온 화살을 거의 피하지도 못했다. 거의 승부가 확정 났다고 생각하자마자 마법사는 라즈의 화살을 맞고 쓰러졌고, 그걸 확인한 난 이쯤에서 끝내기로 했다.
“방패 치기!”
콰앙!-
[스킬 데미지! 943.]
“씨발, 방어력이 대체 얼마야?!”
“좀 높아.”
쾅!-
[대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승점 20점을 획득하셨습니다.]
‘응? 20점?’
가볍게 상대를 쓰러뜨린 난 20점을 획득했다는 메시지를 보았다. 아무래도 2:2로 싸워 20점이 들어오는 거 같은데…….
‘그럼 여기서 지면 10점이 깎이나?’
물론 상관은 없다.
10점이 깎이든, 20점이 깎이든 질 생각 따위는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 될 수만 있다면 1:10으로 싸우고 싶다. 그럼 한 번 이길 때마다 100점씩 들어올 거 아닌가? 거기서 300번만 싸우면 3만 점이 된다.
“와, 진짜 간단하게 이기네.”
“이 정도쯤이야.”
예상했던 대로 손쉽게 이긴 탓인지, 라즈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덧붙여 이제부터는 승점 올리는 일만 남은 듯싶다.
“오늘 엄청 재미있었어!”
그 뒤로 라즈와 함께 승점을 올리는 작업을 계속했다. 대략 3시간 정도? 생각보다 오랫동안 있었지만 라즈에게는 지루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3시간 내내 이겼다는 것에 재미를 붙인 것일지도 몰랐다.
하긴, 지금껏 승패를 반복하다 3시간 내내 이겼으니 재미를 붙였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만.
“아, 루딘 넌 승점이 얼마야?”
“승점?”
그러고 보니 내 승점이…….
‘2520점인가?’
다르게 말하면 3시간 내내 125번을 이겼다는 뜻이다. 아직 승점 3만점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이 기세를 유지한다면 한 달 안에는 가능할 것도 같았다.
문제는 매일 오늘과 같이 결투장에 있어야 되겠지만 말이다.
“2520점.”
“2520점? 개인전도 했나보네.”
“딱 두 번 했어.”
“그러고 보니 바무트 교단 때문에 결투장에 갈 시간도 없었겠다. 이제부터는 뭐할 거야?”
“글쎄.”
의외로 결투장에서 승점을 올리고 있을 동안 유아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 정도로 어려운 퀘스트를 진행하는 건가? 유아가 했던 말을 떠올려보면 길을 잃은 거 같으니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던 그때.
“자, 잠깐. 저기 사람이 있잖아.”
“뭐 어때.”
근처에서 이쪽을 의식하는 대화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웬 남자가 여자를 끌어안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저게 무슨 짓이지? 라고 생각하며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남자는 여자에게 입을 맞추려는 행동을 취했고, 여자는 뭔가 머뭇거리더니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남자와 입을 맞췄다.
팟-
‘어?’
그리고 이내 그 둘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아, 저게 그거였군.’
성행위 시스템을 떠올린 난 저런 식으로 발동된다는 걸 깨닫고는 속으로 끄덕엿다. 사실 예전에 게시판에서 어떻게 발동하는지 읽은 기억이 떠오르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지라 생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와, 방금 그거 맞지? 실제로 처음 봐.”
뭐, 대답하는 라즈도 처음 보는 광경인 듯했다.
아무튼 라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만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한동안 사라진 남녀가 있던 곳을 바라보던 라즈는 살며시 내 팔을 끌어안았다.
“저기, 루딘.”
“……?”
“우리도 해볼래?”
문득,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라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갑자기 왜?”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너라면 싫지 않거든.”
“…….”
“왜? 넌 싫어?”
방금 전까지 결투장의 연승으로 기뻐하던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내심 바라는 듯한 눈빛으로 물어오는 라즈. 그런 그녀에게 향해 난 고개를 저었다. 싫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또 이런 내 대답에 라즈의 안색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보다 후회하지 않겠어?”
“뭐 어때. 실제로 하는 것도 아닌데.”
‘아, 그런가?’
새삼스레 이곳이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라즈에게 입을 맞췄다. 거의 본능이 섞인 행동이기도 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이곳에서의 라즈는 매력 있는 여자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게임답지 않게 라즈의 숨결과 입술을 직접적으로 느낀 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생겨난 메시지 창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상대방이 접촉을 허락했습니다.]
[성행위 시스템이 발동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잠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자 쪽에서 먼저 수락해야 내게도 이런 메시지가 뜨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 메시지를 읽은 난 입을 열어 말했다.
“수락.”
[특정 장소로 이동합니다.]
팟-
“헤에~ 이런 곳이구나.”
‘여긴 어디야?’
라즈와 함께 들어온 특정 장소라는 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초리했다. 창문도 없는 좁은 방. 있는 거라고는 침대밖에 없다. 뭐 이런 삭막한 공간이 다 있지? 동시에 입고 있던 복장도 처음 접속했을 당시에 입었던 기본 옷이라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거추장스럽게 갑옷을 입고 들어오는 것보다 낫지만.’
그래도 기본 옷이라니? 낡아빠진 옷은 너무하지 않은가?
“루딘.”
‘아.’
나도 모르게 이곳을 살펴보는 사이, 어느 정도 달아오른 얼굴로 내 품에 안겨 있는 라즈를 보았다. 그와 함께 단 둘이서 이곳에 온 의미를 깨달은 난 라즈를 향해 다시 입을 맞췄다.
“으음, 쪽.”
마찬가지로 라즈 또한 내게 호응하며 끌어안는다. 그러는 와중에 살짝 떨고 있는 그녀의 몸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라즈의 떨림까지도 즐기며 천천히 그녀를 침대 위에 눕힌 뒤, 그 위에다 몸을 실었다.
“후아, 루딘.”
“응?”
“아니, 그냥 불러보고 싶었어.”
싱겁기는.
난 침대에 눕힌 라즈의 머리를 살짝 뒤로 넘긴 뒤, 목, 쇄골을 지나 가슴을 어루만졌다. 비록 옷 위로 만지는 감촉이지만 탄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은 무엇보다 기분 좋게 해줬다.
뭐, 그렇다고 해도 직접 만지는 것에 비할 수 없다고 느낀 난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직접 라즈의 가슴을 주물렀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맨살의 감촉과 부드러운 가슴.
한손으로 쥐어도 조금 남을 정도의 크기를 지닌 라즈의 가슴을 주무르고, 혹은 젖꼭지를 꼬집어 나 나름대로 즐기는 동안 그녀의 입에서는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아아.”
그렇게 어느 정도 라즈의 가슴을 즐긴 난 서서히 밑으로 손을 옮겨갔다. 하지만 손은 그녀의 복부를 지나기도 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 거긴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알았어.”
왜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난 다급하게 말하는 라즈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향을 바꿔 상의를 위로 벗겼다.
슥-
조금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내게 몸을 맡긴 라즈로 인해 상의는 쉽게 벗길 수 있었다. 덕분에 손으로 느꼈던 가슴을 지금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했고, 라즈는 이런 내 시선이 부끄러운지 자신의 가슴을 가렸지만 이내 슬그머니 치웠다.
“으, 왠지 부끄럽다.”
“괜찮아.”
그래도 본인 스스로 손을 치운 게 어딘가? 난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하의까지 벗겨냈다. 다만 하의를 벗길 때에도 미약한 저항을 느낀 나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가 뭐지?
“그만할까?”
“아, 아니. 그러지 않아도 돼.”
그 말을 들은 난 다시 하의를 벗겼다. 이번만큼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심지어 벗기기 쉽도록 허리까지 들어준 라즈의 도움으로 간단하게 하의를 벗긴 나는 곧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라즈의 나신을 볼 수 있었다.
붉게 물든 얼굴과 어쩌지 못하는 손. 살틈을 감추기 위해 살짝 꼰 허벅지까지 감상한 난 라즈와 마찬가지로 입고 있던 옷을 벗으며 그녀의 몸을 껴안았다.
“우, 아으.”
이전과는 달리 맨살끼리 붙은 탓인지 그녀는 아주 살짝 놀란 듯싶었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이었다.
“루딘, 키스해줘.”
애원하는 라즈를 향해 말없이 입을 가져갔다. 또 라즈의 입안을 탐하며 조금 전에 가지 못했던 곳으로 다시 손을 옮겼고, 이번만큼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닿은 그녀의 살틈은 예상외로 젖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나와 키스하던 라즈는 잠깐 얼굴을 떨어뜨렸다.
“오해하지 마. 그, 여기 올 때부터 이런 상태였어.”
‘이런 상태? 그러고 보니 나도…….’
지금까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떠올려보면 나 역시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물건이 커진 상태였던 거 같았다. 시스템 때문인가? 따지고 보면 그거밖에 없었다. 또 이런 나와 라즈의 상태를 생각하면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이걸 배려라고 해야 될지, 참견이라고 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해 같은 건 안 해.”
“정말?”
“거짓말 할 이유가 없잖아.”
어쨌거나 서로간의 준비는 애초부터 끝난 듯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난 라즈의 다리를 벌려 그 살틈으로 내 물건을 밀어 넣었다.
쯔쯕-
“아, 으, 아아!”
‘큭.’
교성을 지르는 라즈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신음을 흘릴 뻔했다.
그 정도로 라즈의 안이 좋았기 때문이다. 미끌거리는 질 안의 주름과 따뜻한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으며, 적당할 정도로 꽉 조여오는 그녀의 안은 실로 엄청난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나로서는 한순간 이성이 날아갈 정도였다.
“루, 루딘…… 아흑!”
결국 라즈가 주는 쾌락을 이기지 못한 난 격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움직일수록 끝없이 밀려오는 쾌락. 그럼에도 부족하다고 느낀 난 내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 아. 아아! 루딘! 너무 좋아! 아앙!”
그리고 라즈도 나와 비슷한 쾌감을 느끼는 듯하다. 서로간의 쾌감이 느껴지도록 해놓은 걸까? 어찌 됐든 난 잔뜩 흐트러진 상태에서 신음을 흘리는 라즈의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다 이내 상체를 숙여 입술을 겹쳤다.
“아! 아앙! 루, 루딘…… 읍!”
쭈웁, 으응…… 추웁.
지금까지의 키스와는 다르게 라즈 쪽에서도 적극적이다. 난 내 입안으로 파고 들어오는 라즈의 혀를 느끼며 계속해서 허리를 찔렀고, 이내 입술을 떼자마자 라즈는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아흑! 루딘! 나 이제…….”
“알았어.”
나 역시 밀려오는 사정감을 느끼고는 점차 속도를 더했다.
“아, 아! 아아아앙!”
곧이어 라즈는 짙은 신음과 함께 바들바들 떠는 것이 느껴졌고, 나도 밀려오는 사정감을 참지 않으며 토해냈지만 그 느낌만 있을 뿐, 실제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것도 가상이라 그런가? 하지만 지금 이 행위만큼은 정말인지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하아, 하아, 이, 이런 거였구나.”
나 또한 거칠게 숨을 내쉬며 라즈와 겹치듯이 누웠다. 라즈는 그런 나를 꼭 껴안으며 지친 숨을 골랐고, 난 살과 살끼리 밀착되어 느껴지는 라즈의 체온에 내심 놀라고는 곧 몸을 일으켰다.
‘이거 위험하겠는데.’
지금까지 인터넷 게시판에는 성행위와 관련된 글이 끊이질 않았다. 대부분 무시하고 있었기에 모르고 있었지만 한번 겪어본 지금의 나로서는 여기에 빠질 거 같은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루딘, 무슨 생각해?”
“응? 아, 그냥 이것저것.”
“……칫.”
얼버무린 내 대답에 라즈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라즈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더 이상 뭘 해주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