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6 第 13 話 =========================================================================
第 13 話 “15일째”
[바무트 교황이 신의 권능으로 이뤄진 보호막을 사용합니다.]
[그의 권능의 원천은 바무트가 직접 하사한 사도의 힘을 빌린 것입니다.]
[권능의 매개체인 사도를 잡지 않는 한, 보호막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크크큭, 너희 같은 것들이 내 몸에 털끝하나 건드릴 수 있을 거 같으냐.”
“미친, 저 괴물부터 죽여!”
“우어웡!”
교황에게 달리던 길드원은 즉시 목표를 바꿔 사도에게 달렸다. 사도는 달려오는 길드원을 향해 무기를 든 네 개의 팔을 휘둘렀다. 단순히 휘둘렀을 뿐인데도 거기에 맞은 길드원은 제대로 버티지도 못한 채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바무트 신이시여! 당신의 권능을 이곳에 내려주소서!”
[바무트의 권능이 당신의 몸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관련 능력치 '투지'로 인해 미약하게나마 저항합니다.]
[10분마다 모든 능력치가 9% 하락합니다.]
‘이건 또 뭐야?’
모든 능력치 9% 하락.
여기서 투지가 권능에도 저항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딱히 중요하지는 않았다. 조금 떨어져 있는 나까지 이 메시지가 뜰 정도니 여기서 걸리지 않은 길드원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어? 어? 이건?”
“능력치 하락이라니!”
‘역시.’
예상대로 모든 길드원의 능력치가 하락된 모양이다. 그래도 공격을 멈추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사도만 잡으면 끝날 테니까. 그 뒤에는 교황밖에 남지 않았으니 길드원은 사도를 향해 공격이란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콰쾅!- 콰콰쾅!!-
“루딘 님. 저도 도우러 가보겠습니다.”
“아, 예.”
‘굳이 안 도와줘도 이기긴 할 텐데.’
저래 보여도 무려 몇백 명이 집중하고 있는 공격이다. 한 명당 데미지가 10씩 들어간다고 해도 몇 천에 해당되는 데미지가 들어가는 상황. 그러니 이기지 못할 리가 없다.
“우오오오오!”
파칙! 파칙!-
라고 생각하는 사이, 사도의 입에서는 범상치 않은 빛이 생겨났다. 누가 보더라도 위험할 듯한 그 빛은 어떻게 대처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레이저 광선마냥 길드원을 휩쓸었다.
콰콰콰콰쾅!!-
“크아아악!”
“아아악!”
이야~ 지금 몇 명이 죽은 거지?
바닥을 휩쓸며 지나간 일직선의 빛으로 대략 70~80명의 길드원이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저래서야 데미지가 어느 정도인지 추측도 하기 힘들다. 어차피 사도가 무슨 공격을 하든 버티는 길드원이 없었으니 지금과 같이 소모전으로 가는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콰아앙!-
“오, 쓰러진다!”
그리고 길드원의 숫자가 500명가량 남았을 때, 사도의 육중한 몸이 무너졌다.
쿠웅-
[바무트 교황과 이어졌던 신의 권능이 끊겼습니다.]
[일시적으로 바무트 교황의 보호막이 해제됩니다.]
‘일시적?’
사도가 쓰러진 게 아니었나? 왜 일시적이라는 말이 붙지?
“아싸! 보호막! 보호막이 사라졌다!”
“가서 부길마님도 데려와!”
“교황 자식, 죽여버리겠어!”
어쨌든 길드원의 공격이 교황에게로 이어진다. 이때까지 쌓아온 원한을 죄다 풀려는 듯이 교황을 향해 미친 듯이 공격하는 길드원. 교황 또한 자잘한 마법을 쓰며 어떻게든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부질없는 짓으로 느껴졌다.
확인해보니 교황은 투루만큼의 마법 능력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생명력은 엄청나게 많은지, 수백 명이 행하는 공격에도 교황은 쓰러지지 않았다.
콰앙!- 콰쾅!-
“크윽! 공격을 거둬라! 내가 누군지 아느냐!”
“저 새끼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몰라, 빨리 잡기나 해!”
“진짜 더럽게 안 쓰러지네!”
그런 길드원의 불만 속에서 언뜻 아이젠의 모습이 보였다. 선두에서 열심히 칼질하고 있는 플레이어 중에 아이젠의 모습도 섞여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은 듯했다.
“부길마님! 지금입니다! 교황을 공격하세요!”
‘아, 나도 공격해야지.’
덧붙여 교황은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타격한 수치에 따라 기여도가 쌓이니 공격하는 편이 옳았다. 물론 지금의 상황에서 공격한다고 해도 기여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지만 3위까지라면…….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702.]
‘응?’
교황에게 달리며 거신의 질주까지 사용했지만 들어간 데미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아무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해제됐어도 2천 이상은 뜰 거라 예상한 나였기에 의외일 수밖에 없었지만, 딱히 상관없다고 판단한 난 단검으로 교주를 찔렀다.
‘능력치나 하락되라!’
푹! 푹! 푸욱!-
[관통 데미지! 522.]
[단검의 깃든 권능이 통하지 않습니다.]
[관통 데미지…….]
‘……권능이 통하지 않다니.’
뭐, 당연한가? 내 손에 들린 단검에는 바무트의 권능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내가 공격한 대상은 그 바무트를 섬기는 교황.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근데 거신의 질주보다 훨씬 좋은데?’
5번을 찌르니 2~3번은 관통 데미지가 뜬다. 지구력을 소모하지 않고 이 정도 데미지를 띄울 수 있다니? 여기서 관통 확률과 데미지를 올리는 스킬까지 있다면 더 많은 피해를 줬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아쉬운 바람일 뿐이기도 했다.
“이 자식은 생명력이 대체 얼마야?!”
“빨리 죽여! 또 보호막이 생겨나면 골치 아파!”
못해도 10만은 되는 거 같다. 아무튼 교황이 지닌 질리는 생명력으로 길드원이 조금씩 지쳐갈 때쯤 아이젠이 움직였다.
“멸살검.”
파밧!-
S랭크 스킬인 멸살검.
“오, 멸살검이다!”
“길마님! 끝내버리세요!”
저 멸살검의 데미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 몇 천 정도는 뜰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길드원의 기대어린 표정 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죽을 거 같지가 않았다.
촤악!-
“커허헉! 바, 바무트 신이시여!”
휘두르는 멸살검과 주저앉은 교황. 그럼에도 교황은 죽지 않았다. 대신 나를 비롯한 모두의 시야에는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바무트의 교황이 신의 권능으로 이뤄진 보호막을 사용합니다.]
‘젠장!’
설마 했지만 다시 보호막이 생겨나다니!
교황이 만들어낸 보호막은 접근했던 나를 포함한 모두를 뒤로 밀어냈다. 메시지 창의 내용대로라면 이 보호막은 강제로 부술 수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이, 쓰러졌던 바무트 사도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바무트 사도가 다시 몸을 일으킵니다.]
“뭐, 뭐야?!”
“제기랄! 또 잡아야 되다니!”
“우워어어엉!”
거센 포효와 함께 움직이는 바무트 사도. 꽤 심각한 상황이긴 했지만 물러서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금껏 교황에게 준 데미지를 생각하면 이대로 포기하기가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잡아! 이번 한 번만 잡으면 끝난다!”
“마지막이니 다들 힘내!”
“한 번이라도 잡았는데, 두 번을 못 잡겠냐!”
“…….”
교황의 생명력을 어떻게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의아하긴 했지만 효과는 있었다. 다들 힘내서 사도를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이런 상황에서 나만 뒤로 빠질 수는 없는 노릇. 난 힘차게 망치를 휘두르며 공격하는 사도의 뒤로 돌아가 스킬을 시전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거신의 질주!”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1,581.]
‘……1,500이면 방어력이 얼마란 뜻이지?’
사제들에게 3천 이상 뜬 거신의 질주 데미지가 사도에게는 1,500 정도로 떴다. 계산해보니 방어력이 대략 2천 정도는 되는 거 같다고 판단한 난 혹시나 싶어 단검을 찔러보았다.
푹! 푹! 푹!-
‘미치겠군.’
심지어 관통 데미지도 뜨지 않는다.
6~7번 정도 찔렀음에도 관통 데미지가 뜨지 않는 걸 확인한 난 이 사도의 가죽 관통 방어가 50p 이상 된다고 생각했다. 단검의 관통 확률이 50p였으니 관통 데미지가 뜨지 않는 건 그쪽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신의 질주를 연달아 사용해야 되나? 그건 좀 힘든데.’
방패에 있는 지구력 회복 옵션도 적을 죽여야만 발동이 된다. 사도를 상대로는 지구력 회복이 힘들다는 뜻인데, 거기에 남은 사제들과 몬스터도 없었으니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조차 되지 않았다.
“으악!”
“너무 붙지 말고 피해! 한 대라도 맞으면 뒈진단 말야!”
“쯧, 거신의 질주!”
하는 수 없이 지구력을 쓴 뒤, 뒤로 빠져서 회복하는 식으로 싸우자고 결정한 난 계속해서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고, 그로 인해 사도의 생명력은 상당할 정도로 깎여나갔다.
“우오오오오!”
“레이저다! 다들 피해!”
덧붙여 다들 한 번은 사도와 싸워봤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공격해올지 숙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전보다는 사상자가 훨씬 줄어든 상태에서 공략하고 있었지만 마냥 좋은 상황만은 아니었다.
콰콰콰쾅!!-
“젠장, 지구력이 부족해!”
“뒤에 가서 쉬고 와! 근데 몇 명이 빠진 거야?”
사도를 쓰러뜨리고, 교황을 공격하고, 다시 사도와 싸운다. 마나력과 지구력이 버틸 리가 없다. 그래서인지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지구력을 채우기 위해 뒤로 빠졌고, 남은 인원들은 억지로 사도를 붙잡아주고 있었다.
“멸살검!”
‘응? 멸살검?’
사도의 레이저 공격이 끝나자마자 아이젠은 자신의 S랭크 스킬인 멸살검을 시전하며 달렸다.
‘설마 능력치 하락을 노리는 건가?’
아이젠의 멸살검은 상대의 능력을 하락시킨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으니 그런 식으로 유리하게 이끌고 가려는 의도이지 않을까?
촤악!-
“우워어어엉!”
어찌 됐든 아이젠이 휘두른 황금색의 빛은 사도의 몸을 관통했고, 그 멸살검을 맞은 사도는 괴로움의 몸부림쳤다.
동시에 사도의 움직임이 보다 느려진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니 멸살검도 괜찮은데.’
지금처럼 많은 인원이 동원된다면 말이다. 홀로 쓰기엔 좋지 않은 스킬이지만 지금과 같이 많은 인원이 붙잡아두고 있다면 디버프 개념으로도 쓸만한 스킬 같았다.
[모든 능력치가 9% 하락합니다.]
‘아, 미친.’
벌써 10분이 지났나?
이로써 모든 능력치는 18% 하락됐다. 바무트 사도가 멸살검으로 능력치가 하락된 만큼, 나와 엠페러 길드원도 능력치가 하락됐기에 누가 더 유리하다고 할 게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우워엉!”
“부길마님! 피하세요!”
‘응?’
잠깐 메시지 창을 보던 사이, 어느새 내 쪽으로 시선이 고정된 바무트 사도는 곧장 망치를 휘둘렀다. 거대한 덩치에 걸맞은 커다란 망치. 그 망치를 보자마자 난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어올렸다.
콰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926.]
“큭!”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 버티지 못할 데미지가 뜬다. 어떻게든 바무트 사도의 공격을 피하려고 애를 쓴 이유가 드러난 셈이다.
반대로 바무트 사도의 공격을 버틴 내 모습에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지금 바무트 사도의 공격을 막아낸 거야?”
“대체 방어력이 얼마야.”
“씨발, 떠들지 말고 부길마님에게 회복이나 해!”
“에, 예!”
[플레이어 '동동주' 님께서 치유의 빛을 시전합니다.]
[생명력이…….]
[플레이…….]
떨어졌던 생명력이 순식간에 차오른다. 수십 명이 회복을 해준 탓일까? 불과 2~3초 만에 모든 생명력을 회복한 난 다시 휘두르는 사도의 공격을 보며 침착하게 피해냈다.
콰아앙!!-
“부길마님! 시선 좀 붙잡아주세요!”
저게 미쳤나?
하지만 방금 데미지를 보면 못해도 3대 정도 버틸 수 있으니 어렵지는 않았다. 회복이 느려지면 환영이동으로 빠져나가면 되고 말이다. 거기까지 계산을 끝낸 나는 결국 물러서지 않고 사도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시선만 붙잡으면 된다라…….’
그럼 새로 배운 스킬이나 써볼까?
생각난 김에 난 며칠 전에 배웠던 스킬을 사용했다.
“도발의 외침!”
콰콱!-
붉은 기류가 흩날리며 사도에게 닿는다. 근데 걸린 건가? 아직 도발의 외침이 1레벨인지라 사도가 걸렸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우웡.”
‘응?’
“아악! 사도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다들 뒤로 피해!”
“…….”
걸리지 않았군. 그 말은 사도의 지능이 나보다 높다는 뜻이다. 저딴 소머리보다 내가 지능이 낮다니. 아무튼 내가 계속 피하는 탓에 사도의 시선은 뒤쪽 길드원에게 향했고, 길드원들은 뒤로 후퇴하며 계속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멸살검!”
‘또 멸살검인가?’
탈진 시간이 얼마더라? 30초?
그 30초란 시간이 지났는지 아이젠은 다시 멸살검을 시전해 사도의 몸을 베었다.
촤악!-
“우워어어엉!!”
‘어?’
쿠웅!-
[바무트 교황과 이어졌던 신의 권능이 끊겼습니다.]
[일시적으로 바무트 교황의 보호막이 해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