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5 第 13 話 =========================================================================
第 13 話 “15일째”
‘음.’
[지배된 리자드맨]
[지배된 오크 전사]
“크르르…….”
‘거신의 질주를 써도 튕겨나가지 않겠지?’
근력이 3배로 상승된 몬스터였으니 안 봐도 뻔했다.
“여기서 대기하면 될 거 같네요.”
“대기요? 그냥 대기만 하면 됩니까?”
“예. 대기하다 몬스터의 지배가 풀리면 바로 돌격하세요.”
“하지만 몬스터 지배는…….”
“제가 해결하죠.”
거기까지만 말한 난 앞으로 달렸다. 나 홀로 달리는 탓에 남은 플레이어들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또 달리자마자 수많은 몬스터의 시선이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지만, 정작 내 시선은 몬스터 뒤에 위치한 사제들에게 고정되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일순간 시야가 뒤흔들린다. 동시에 내 몸은 어느 샌가 사제들 근처로 이동되어 있었다. 은신까지 적용됐기에 아무도 모르는 상황.
거기서 난 내가 지닌 최고의 전력을 선보였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터져 나오는 새하얀 빛. 이전 같으면 지구력을 철저하게 계산하며 싸웠을 테지만 레어 방패를 강화한 지금은 달랐다.
마음껏 날뛰어주지!
“거신의 질주!”
콰콰콰쾅!!-
[스킬 데미지! 3,483.]
[스킬 데미지! 3,519.]
[생명력이…….]
크아아악!!
단 한 번의 공격.
그 공격으로 인해 수십 명의 사제들이 나가떨어지며 사라진다. 경험치와 공적치를 남기며 사라진 사제들. 그리고 27% 가량 줄었던 지구력이 최대치로 채워졌다.
“뭐, 뭐야? 방금 그건?”
“부길마님이다!”
와아아아!!-
문득 적진 한가운데 있는 날 보며 함성을 지르는 길드원이 보였다. 왜 함성을 지르는 거지? 의아하긴 했지만 신경 쓰고 있을 틈이 없었다. 사방에서 사제들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뭘 믿고 덤비는 거야?’
뭐, 용기만큼은 가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앙!! 콰콰쾅!!-
[스킬 데미지! 3,128.]
[생명력이…….]
사제들이 공격하기도 전에 최대한 몬스터가 없는 방향으로 거신의 질주를 사용한다. 간간히 내 거신의 질주 범위에서 벗어난 사제들이 마법으로 나를 공격하는 듯했지만 그들의 공격 따위는 내게 통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그럭저럭 숫자는 줄인 거 같은데…….’
단 두 번의 거신의 질주. 단지 그것만으로도 50~60명의 사제를 죽인 거 같았다. 한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보기엔 믿기 힘든 상황. 난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였다.
“몬스터를 내보내!”
“저놈을 죽여라!”
‘이제 슬슬 시작하는군.’
다시 거신의 질주로 사제들을 날리던 그때, 내게 모여드는 몬스터를 볼 수 있었다. 어차피 사제들만 죽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몬스터 정도야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범위였다.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버려라!”
“크어엉!”
정면에서 승부하면 이쪽이 불리하다. 때문에 난 몬스터가 없는 방향으로 위치를 바꿔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애초에 사제들은 사방에 깔린 상황.
어느 방향으로 가도 사제가 있다. 따라서 지금의 돌진도 몇 명의 사제들을 날려버리긴 했지만 상황은 그리 좋게 흘러가지가 않았다.
“크라라락!”
‘제길!’
엄청난 속도로 따라붙은 몬스터.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음에도 몬스터들은 손쉽게 나를 따라잡았다.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그 증거다. 동시에 내 등에서는 뭔가 묵직한 타격이 느껴졌다.
콰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88.]
“큭, 이 미친 자식들이!”
돌아보니 내게 붙은 몬스터의 숫자는 8~9마리.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기기 힘든 숫자다. 그걸 깨달은 난 재빨리 뒤쪽에 위치한 사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마나력이 부족합니다.]
[지구력이 두 배로…….]
마나력이 벌써 다 떨어졌는지 지구력 두 배로 소모된다는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물론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다. 지구력을 채울 수단이 바로 여기 있었으니까!
“거신의 질주!”
콰콰콰쾅!!-
[스킬 데미지…….]
스킬과 함께 날아가는 수십 명의 사제들. 난 몬스터가 오기 전에 연달아 거신의 질주를 펼치며 사제들을 쓰러뜨렸다. 부수적으로 경험치와 공적치가 쌓이긴 했지만 살펴볼 겨를조차 없었다.
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652.]
“엘시크의 환영이동!”
몬스터가 접근하면 환영을 남기며 이동한 뒤, 연달아 거신의 질주를 펼친다. 또한 그렇게 사용한 거신의 질주는 못해도 200명 이상의 사제를 없애버리고 있었다.
“이때다! 몬스터의 지배가 풀렸어!”
“뚫고 들어간다! 따라와!”
또한 엠페러 길드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대기하고 있던 별동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최초 벽을 세웠던 길드원들도 조금씩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전투가 시작된 지 몇 분조차 되지 않은 시간.
그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세는 엠페러 길드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부족해.’
아직 지배가 풀리지 않은 몬스터들도 많았다. 거기다 투입된 별동대도 사제들 사이에 간간히 섞여 있는 몬스터에게 죽어나갔다. 지배된 몬스터의 추측 공격력이 2천 이상이기에 길드원이 버티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민첩이 더 높은 것도 아니니.
‘후, 쉴 틈이 없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잠깐 사이에 몰려드는 몬스터. 그 몬스터를 본 나는 환영이동으로 사제들 사이로 들어가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위치를 잘 잡은 탓인지 한번 쓸 때마다 20~30명의 사제들이 사라진다.
또 사제를 잡으면 잡을수록 엠페러 길드의 진입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A랭크 스킬 '거신의 질주'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6, 민첩 6 증가합니다.]
[띠링!~ A랭크 스킬 '거신의 질주' 스킬 레벨이 한계에 도달하였습니다.]
[더는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없습니다.]
[스킬 레벨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 레벨을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15레벨?’
설마 여기서 15레벨을 찍게 되다니.
계속해서 거신의 질주를 쓴 탓인지 15레벨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이때부터는 거신의 질주를 아무리 사용해도 레벨이 올라가지 않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기에 무시하고 계속 사용했다.
콰아아앙!!-
거신의 질주를 몇 번이나 사용했을까?
와아아아아!!-
못해도 30번 이상 사용한 거 같다고 생각한 그때, 엠페러 길드의 우렁찬 함성이 들려왔다. 돌아보니 대부분의 몬스터를 처리하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길드원을 볼 수 있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길드원이 마구잡이로 섞인 상황에서는 지금처럼 날뛸 수 없었다. 같은 길드원끼리는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거신의 질주 효과로 날아갈 것은 분명했다. 괜히 길드원까지 날려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 여기까지만 해도 내 몫은 한 거겠지.’
몇백 명의 사제를 홀로 죽였으니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할 성과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빠졌고, 그런 날 발견한 길드원들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부길마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교황이 나타날 때 다시 부르겠습니다!”
“……?”
이것들이 왜 이래?
갑자기 나를 위하는 길드원의 태도를 보며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빠졌다.
하긴, 여기까지 와서 못 이긴다면 그게 병신이겠지.
대충 봐도 사제들의 숫자는 엠페러 길드보다 적었다. 대부분의 사제는 내가 처리했고, 지배가 풀린 몬스터는 그대로 엠페러 길드의 손에 쓰러졌다. 이제 남은 사제들의 숫자는 200명도 되지 않은 상태.
그에 비해 엠페러 길드원은 1천 명 이상 있었으니 거의 이긴 거나 마찬가지다. 이기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교황은 잡겠군.’
콰아앙!!- 콰콰쾅!!-
수없이 날아가는 화살과 마법.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이런 장관도 없었다. 어떻게 봐도 압도적으로 유리한 엠페러 길드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누군가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수고하셨습니다.”
“헤론 님?”
“정말인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전에 같이 의뢰를 할 때 탱커 역할을 맡았던 헤론이었다.
“여기 있어도 돼요?”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이긴 전투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고개를 끄덕인다. 헤론은 예전에도 내게 말을 붙이려고 했던 몇 안 되는 길드원 중 하나였다. 때문에 지금 내게 말을 거는 것도 의아하진 않았다.
콰아아앙!!-
‘응?’
저건 뭔 마법이지?
한참 싸우고 있는 도중, 갑작스레 눈에 띄는 마법이 나타났다. 커다란 회오리 형태의 불꽃. 그 불꽃은 주변을 휩쓸며 사제들을 없애버리고 있었다.
“화련 님의 스킬이군요.”
“화련 님이요?”
“예. A랭크인 화염 폭풍이라는 스킬입니다.”
‘저게 A랭크 마법인가?’
내 거신의 질주와는 확연히 다른 스킬이었다. 데미지만 충분하다면 나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역시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법만큼 좋은 것도 없는 듯했다.
그러던 그때.
바무트 교단과 싸우기 직전에 봤던 검은 물체가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먼 거리에 있어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줄어든 지금은 그 움직임이 똑똑히 보였다.
콰앙!-
“어?”
그 검은 물체는 자세를 낮추자마자 곧장 하늘 위로 뛰었다. 거의 10미터 이상 뛰어오른 그것은 정확히 엠페러 길드가 있는 위치로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미친.”
인상이 절로 찌푸릴 정도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괴물에게 짓밟힌 길드원은 그대로 즉사. 그래도 보다 가까워진 녀석으로 인해 어떻게 생긴 놈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우어어어어웡!”
소머리의 길쭉한 뿔. 길드원의 머리가 녀석의 허벅지에 닿고 있으니 못해도 5미터 이상의 크기를 가진 녀석이었다. 더군다나 놈은 자신의 몸 길이만한 팔을 네 개나 달고 있는 그런 기형적인 괴물이었다.
[바무트의 사도(BOSS)]
‘보스?’
“모두 비키거라! 어리석은 놈들!”
그리고 또 다른 메시지 창까지 생겨났다.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바무트 교단의 교황이 나타납니다.]
‘드디어 교황까지 나타난 건가?’
대충 봐도 누가 교황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화려한 왕관과 로브를 입고 있으며, 손에는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지팡이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간단하게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복장이었던 것이다.
“고작 이 적들도 이기지 못하다니! 그 죗값으로 전원 바무트 님의 품으로 돌아가거라!”
“예! 교황님!”
교황이 뭐라 떠들든 말든 엠페러 길드원들은 갑작스레 떨어진 사도를 향해 공격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남아 있던 100여 명의 사제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씨발, 이 소머리는 대체 뭐야?!”
“어? 저기 사제들이 달려온다!”
“막아! 이것들은 갑자기 왜 덤벼들고 지랄이야!”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길드원도 아니다. 길드원은 소머리의 사도를 상대하면서 접근하는 사제를 막기에 급급했다.
“죽여! 고작 사제들이야!”
“접근하게 두지 마!”
다가오는 사제들이 하나씩 쓰러진다. 각종 원거리 공격과 마법으로 이뤄진 공격. 그것도 꽤 많은 인원이 펼치고 있었기에 사제들의 접근은 쉽지 않았지만, 사도의 손에 들린 각종 무기를 휘두르며 공격하니 어떻게든 틈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 바무트 님을 위하여!”
그 사이, 엠페러 길드원에게 접근한 사제의 몸에서는 검은색을 띈 불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앙!!!-
그리고 폭발. 단순한 폭발이 아니다. 폭발의 반경은 거의 20~30미터를 집어삼켰고, 그 폭발에 휩쓸린 길드원 중에 살아남은 이는 없었다.
“뭐, 뭐야? 이 새끼들은!”
“자폭 공격이다!”
“절대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외치는 건 좋았지만 이미 사도의 공격과 폭발의 충격으로 잠깐이나마 공격의 흐름이 끊긴 길드원은 이후 몇 차례의 접근을 허용하고 말았다.
“제, 젠장! 접근한다!”
“보호막! 보호막 스킬을 써줘!”
콰아앙!!- 콰콰쾅!!!-
‘와.’
못해도 200~300명의 길드원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덕분에 모든 사제를 없앨 수 있었지만 아직도 사도가 남아 있었다.
‘이건 뭐, 마지막 발악도 아니고.’
바무트 사제의 자폭 공격으로 남은 길드원의 숫자는 800~900명. 그에 비해 상대는 사도와 교황. 이 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전력의 차이에서 힘을 얻은 엠페러 길드원들은 공격을 감행했다.
“죽여!”
“저 교황만 죽이면 끝난다!”
“없애버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바무트 교황은 손에 든 지팡이를 바닥에 찍었고, 그와 함께 보호막 같은 게 생겨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