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74화 (74/211)

00074  第 13 話  =========================================================================

第 13 話 “15일째”

확인해보니 현금 거래창에 올라온 골드 시세는 좀 떨어진 상태. 대충 10골드에 83만 원이었고, 12실버에 1만 원이었다. 간단하게 12골드에 100만 원이라는 뜻이다.

[현금 거래 아이템. '10골드'를 구매하셨습니다.]

[구매한 금액. 830,000원이 자동으로 출금됩니다.]

그렇게 총 166만 원을 지불해 20골드를 구매한 난 사람들이 팔고 있는 방어구 강화석을 구매했다. 문제는 사람들이 파는 방어구 강화석은 몇 개 없다는 정도? 딱 4개 밖에 구하지 못한 난 하는 수 없이 의뢰 길드에 위치한 명품관으로 향했다.

거기서 4골드 50실버씩 지불해 6개의 강화석을 구매.

사람들이 팔고 있는 방어구 강화석이 4골드 20실버였으니, 도합 43골드 80실버다. 거의 1골드 20실버를 아꼈다고 보면 된다.

“후, 후후후.”

아무리 교황을 잡기 위해서지만 내가 이런 돈을 소비할 필요가 있을까? 이쯤 되니 후회가 밀려오는 것도 당연한 일. 차라리 아이젠에게 20골드를 빌렸다면 모를까, 현금으로 20골드를 구매한 게 마음 아팠다.

그러나.

그 아픈 마음도 강화된 레어 방패를 보자마자 싹 사라지고 말았다.

[+10 피를 머금은 철벽 방패] (Rare)

설명:검붉은 색깔로 칠해진 방패. 지금껏 수많은 피를 묻혀온 이 방패는 세월이 지나 특유의 힘마저 깃들게 되었다. 만일 이 방패로 상대방을 타격한다면 그 상대에게 준 피해를 일부 흡수하여 주인의 생명력으로 돌려주게 될 것이다.

<근력(50+47), 민첩(20+28), 체력(50+43)>

<모든 속성 저항력 1%>

방어력:310(+190)  마법 방어력:232(+142)

내구력:180/180

*방패로 방어 시, 모든 데미지 150 감소.

*방패 계열 스킬 사용 시, 피해 데미지 7%를 생명력으로 전환.

*강화 옵션:대상을 죽일 시, 지구력 1.0 회복.

“아하하핫!”

결국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웃음.

장단하건데, 황혼 내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이라 확신할 수 있을 정도다. 죽일 때마다 지구력이 회복되다니! 이걸로 웬만한 적들은 지구력을 신경 쓰지 않고 없애버릴 수 있었다.

“상태 정보창!”

[이름:루딘]

[칭호:빛의 수호자]

[레벨:49]

[명성:279]

[길드:엠페러(Emperor)]

[생명력:9113/9113]

[마나력:3590/3590]

[지구력:100.0%]

[공격력:558] [마법 공격력:271]

[방어력:1284] [마법 방어력:1051]

[능력치]

근력(479) 지능(171) 민첩(249)

체력(342) 마력(270) 기술(41)

투지(10) 소환(50)

[습득한 스킬:16/30]

[동료 NPC:1명]

“좋아.”

아주 좋다. 교황이고 뭐고 다 때려잡을 수 있을 거 같다. 방패를 교체함으로써 민첩 또한 상승했으니 이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었다. 이전처럼 직감이 발동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 방패 하나만 있다면 어떻게든 해쳐갈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럼 가볼까.”

예상하건대 약속한 30분은 이미 지난 거 같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명품관에 왔다면 시간에 맞췄을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강화석을 팔고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시간을 소모한 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어쨌거나 지금 시간이 40분쯤 지나지 않았을까?

난 최대한 빨리 동쪽 성문으로 향했고, 이내 성문 밖에서 수천 명의 플레이어가 모여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설마 여기 있는 사람들이 엠페러 길드원인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긴 힘들지만 2천 명 정도 있는 듯했다. 난 그런 플레이어 사이로 지나가 아이젠을 찾기 시작했고, 아이젠은 이들이 서 있는 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루딘 님이시군요. 준비는 끝나셨습니까?”

“아, 응. 늦은 건 아니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늦긴 늦었습니다.”

“…….”

거참, 엄청나게 솔직하군.

혹시나 싶어 뒤를 돌아보니 꽤 많은 길드원이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머쓱해진다고 할까. 이럴 줄 알았으면 1시간을 부르는 건데 말이다.

“빠르게 준비한다고 했는데. 1시간 기다려달라고 할 걸 그랬나.”

“괜찮습니다. 이만 출발하도록 하죠.”

아이젠은 그 말을 남기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뒤쪽에 위치한 몇 명의 길드원들이 같은 길드원에게 소리치며 길을 인솔했다. 솔직히 수천 명의 인원을 데리고 움직이는 건 처음이었기에 내심 신기하기도 했다.

“근데 길마님도 너무하지 않아?”

“……?”

문득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왜?”

“우리가 늦었다고 해봐.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그런데 부길마는 늦어도 아무 말도 안 하잖아.”

“직책 때문이겠지. 부길마쯤 되는 위치에서 우리처럼 혼난다면 그것도 보기 좋지는 않잖아. 억울하면 네가 부길마 해.”

“아, 씨발. 나도 되고 싶었다고.”

“부길마 자리 걸고 한번 도전해보던가. 제크 형님도 도전하다가 왕창 깨졌다던데.”

“그때 대결? 솔직히 못 믿겠다. 제크 형님을 압도적으로 이겼다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제크 형님이 그 뒤로 던전에만 살고 있잖아. 사실이겠지 않겠어?”

“이번에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했지?”

“아마도. 웬만하면 같이 참가했으면 좋았을 텐데.”

‘제크가 내게 싸움을 걸었던 사람인가?’

어쨌거나 가만히 듣고 있으니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후, 근데 교황 자식. 잡을 수 있을까?”

“잡아야지. 인터넷 보니까 우리 길드에 대한 기대가 장난 아니더라.”

“못 잡으면 병신 된다는 말이네.”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어? 또 이번에는 부길마까지 데려가잖아. 지금껏 부길마를 데리고 뭐한 적이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길드 퀘스트 때도 부길마를 안 데려갔지?”

“그래. 그런데 지금은 몇천 명을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데려가잖아. 아마 실력이 대단하겠지.”

“대단은 무슨. 난 솔직히 이 길드에 부길마가 있는 줄도 몰랐다. 얼굴이라도 본 적 있어야지.”

“뭐, 나도 그래.”

“대체 어디서 사냥한 걸까? 필드에서 사냥했다면 생각보다 크기 힘들 텐데.”

……잠깐? 이거 일부러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인가?

바로 뒤에서 떠드니 들리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계속 떠드는 걸 보면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안중에만 없다면 상관하지 않겠지만 계속 나를 주제로 이야기한다는 게 신경 쓰였다.

‘이거, 괜히 온 건가?’

피 같은 돈 166만 원이나 써서 왔는데도 주변에서의 반응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차라리 유아와 같이 다닐 걸 그랬나보다. 그 편이 더 재미있었을 테니 말이다. 아님 라즈와 결투장에서 노는 것도…….

“당신들. 지금 부길마님 뒤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응?’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한 명의 여성 플레이어가 나를 향해 떠드는 둘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뭐랄까?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다. 몸매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붉은 로브와 루비를 박은 지팡이. 분명 마법사 복장임에도 불구하고 절로 눈이 가는 여자였다.

“아, 화련 님. 왜요?”

“당신들이 부길마님에게 하는 말이 기가 차서 그래요.”

“에이~ 뭐 어때요. 저희가 욕한 것도 아닌데.”

“할 말이 있다면 부길마님에게 직접 하지 그래요?”

“예예~ 알겠습니다.”

정작 나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이가 나서는군. 이걸 좋아해야 되는 건가?

어쨌든 화련이라 불린 여자는 말없이 둘을 바라보더니 이내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차라리 내가 나설 걸 그랬나? 괜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자, 옆에 있던 아이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라리 주의주시는 편이 어떻습니까?”

“응? 주의까지? 됐어.”

따지고 보면 자주 얼굴 볼 사이도 아니다.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괜히 나서는 것도 보기가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한 난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이길 자신은 있어? 어제 영상 보니 만만치 않겠던데?”

“확실히 길드 연합은 숫자도 많았죠. 괜찮습니다. 길드원의 수준으로 따지면 그렇게 큰 차이도 없을 겁니다.”

“……작전은?”

“앞에 사람들에게 벽을 세우게 한 뒤, 마법으로 공격할 생각입니다. 사제들만 쓰러진다면 지배된 몬스터도 약해질 테니까요.”

‘사거리가 될까?’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면서 어제 영상을 떠올린다. 어제 영상에는 몇백 마리의 몬스터가 돌진했기 때문에 사제까지 거리가 닿지 않았다. 아이젠 이 녀석도 그 영상을 봤을 텐데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나도 모르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난? 나도 벽이나 세울까?”

앞에서 막다가 생명력이 어느 정도 줄면 환영이동으로 빠져나가면 된다. 그럼 비교적 안전할 거란 생각에 그 말을 꺼냈지만 아이젠은 고개를 저었다.

“교주와 싸운 영상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루딘 님께서는 별동대를 이끌고 사제들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별동대?”

“예. 미리 선별했습니다.”

‘쩝.’

위험한 일을 시키는군.

자칫 잘못하다가는 사제들에게 둘러싸여 죽을 수도 있는 일이다. 엘시크의 환영이동과 레어 방패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만, 어디 세상일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겠는가?

죽을 거 같으면 나 혼자서라도 도망가던가 해야지.

그리고 대략 1시간 정도 걸어가니 바무트 교단이 위치한 평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

콰쾅!- 콰아아앙!!-

“누군가 먼저 싸우고 있군요.”

“끼어들게?”

“그럴 필요는 없죠. 저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뭔 자신감이 이리 넘쳐흐르지?

하지만 멋대로 끼어들다간 좋지 않을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막말로 우리가 다 잡았는데 엠페러 길드가 끼어들어 교황을 잡지 못했다. 이러면 나중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못 이기겠군.

한참을 싸웠는지 플레이어의 숫자는 2~300명밖에 없었다. 반대로 사제들의 숫자는 최소 700~800명. 거의 죽지 않았다는 소리다. 여기에다 몬스터까지 합친다면 이미 진 거나 다름없었다.

‘응? 저건 뭐지?’

그때 난 저 멀리 위치한 검은 물체를 바라봤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몬스터 같았다. 난생 처음 보는 몬스터랄까? 그 몬스터를 의아하게 바라볼 때쯤, 바무트 교단과 싸우던 플레이어는 슬슬 후퇴하기 시작했다.

“어? 저기 엠페러 길드다!”

“우와! 엠페러 길드가 왔어!”

“이제 교황 잡히는 건가?”

또 이곳을 보자마자 놀라는 플레이어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엠페러 길드라고 교황을 잡을 거란 저 대책 없는 기대는 뭐지? 아무튼 슬슬 엠페러 길드의 차례가 된 듯했다.

“루딘 님. 일단 별동대에 참여할 인원을 따로 불러드리겠습니다.”

“아, 응.”

몇 명쯤 될까? 그 별동대라는 건.

아무튼 아이젠은 다른 누군가를 불러 뭔가 말하기 시작했는데, 아마 나를 포함한 별동대를 따로 빼내라는 지시 같았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로우 님.”

“예. 전원 들어라! 오늘 지금 이곳에서 바무트 교단을 쓰러뜨린다!”

와아아아아!!-

‘잘도 떠드는군.’

물끄러미 바라본다. 다들 사기가 충만한 게 곧장 싸울 기세다. 그러든 말든 상관없다고 느낀 난 다시 바무트 교단에게 시선을 돌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영상에서 봤던 것보다 벽이 두꺼운데? 충분히 뚫을 수는 있겠지만.’

환영이동을 사용하면 몬스터의 벽을 뚫는 건 문제도 아니다. 그렇게 벽을 뚫은 뒤, 사제를 중심으로 공격한다면 분명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1조! 앞으로 나가 벽을 세운다!”

“예!”

“2조와 3조는 후방 지원!”

“빨리빨리 움직여!”

앞으로 나선 이들은 대략 600~700명쯤? 선두에는 방패를 든 길드원이 위치했고, 뒤에는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고작 몇 분 만에 완성된 대열이었다.

“자, 준비됐나?! 준비됐으면 뛰어 이 새끼들아!”

와아아아아!!!-

그 외침에 먼저 대열을 맞춘 몇백 명의 플레이어가 달려나간다. 당연히 앞에는 방패를 든 플레이어가 있었고, 뒤에는 마법사와 사제가 뒤따른다. 또 대열을 맞추지 않은 몇백 명의 플레이어는 다른 쪽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부길드장님.”

“음?”

나도 모르게 공격하는 길드원을 바라보던 사이, 내 뒤에는 100명 조금 넘는 길드원을 볼 수 있었다. 별동대인가? 특이한 건 대부분 단검을 들고 있다는 거였다. 확실히 단검은 관통 확률이 높아 데미지 주기엔 적합하지만 죄다 단검을 들고 있으니 뭔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 상관없나.’

애초에 내 무기도 단검이니.

“언제 들어가실 예정입니까?”

“글쎄요.”

다시 둘러봐도 외각에는 몬스터밖에 없었다. 사제들을 죽이려면 몬스터부터 뚫어야 된다는 뜻이다. 나야 상관없다지만 이들에게는 그게 쉽겠는가? 3배로 강력해진 몬스터가 우글거리는데.

괜히 나 따라 들어와 전멸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나마 왼쪽 부분이 약하군.’

저곳이라면 몬스터의 지배가 풀리자마자 뚫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가죠.”

“예!”

길드원을 이끌고 비교적 약해보이는 왼쪽으로 향한다. 일정 거리에 도달하자마자 지배된 몬스터가 이쪽을 노려보기 시작했지만 무작정 덤벼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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