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73화 (7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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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3 話 “15일째”

어쨌든 슬슬 나가볼까.

아무래도 결투 상점을 둘러본다고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한 거 같았다. 물론 20분이 넘지는 않았겠지만, 마을로 이동해서 약속 장소까지 걸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움직이는 편이 좋았다.

“대결 종료.”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합니다.]

파밧!-

그렇게 결투장에서 나와 다시 원래의 장소로 이동한 나는 아이템 창에서 귀환 스크롤을 꺼냈다. 그리고 이때만큼은 아이젠에게 고맙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일 아이젠이 귀환 스크롤을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마을까지 열심히 달려야 했을 테니 말이다.

‘후, 나도 저택을 구매하던가 해야지.’

저택이 얼마쯤 하려나.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파밧!-

“어?”

“누구지?”

“……?”

귀환 스크롤을 통해 저택에 도착해보니 의외로 많은 숫자의 길드원을 볼 수 있었다. 또 그 길드원 대부분이 며칠 전에 회의에서 봤던 얼굴이라는 것을 깨달은 난 잠깐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했다.

‘엠페러 길드는 바무트 교단 토벌에 참여하지 않았지? 그럼 거기에 관해 회의하려고 모인 건가?’

그런데 정작 중요한 아이젠의 모습만은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은 길드원을 다 모아두고 어디로 간 거야?’

의아하긴 했지만 굳이 물어볼 정도는 아니었다. 또 물어볼 정도로 친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조용히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까지 건네며 밖으로 나가려는 그때,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부길마님. 어디로 가시는 거죠?”

“예?”

“오늘 모여서 바무트 교단과 싸우기로 했잖아요.”

‘역시 그런 건가?’

예상했던 대로 여기에 모인 이유가 바무트 교단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던 거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참여해야 될 이유는 없었다.

“지금은 좀 바쁜 일이 있어서요.”

“바쁜 일이요?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길드와 관련된 일을…….”

“나중에 아이젠과 따로 이야기 할게요.”

계속 듣다가는 이야기만 길어질 게 뻔했다.

난 뭔가 말하는 그 길드원의 말을 끊으며 다시 밖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어느 누구도 날 붙잡지 않았다. 행여나 내가 저들과 비슷한 직책의 길드원이었다면 지금처럼 빠져나오는 것도 힘들 만큼의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했다.

‘아이젠은 이것까지 생각해서 부길마를 준 건가?’

부길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교적 내 행동은 자유로웠다.

만약에 내가 이런저런 길드 명령에 따라 길드 퀘스트. 혹은 회의에 억지로 참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거의 100% 짜증을 내며 길드를 탈퇴하지 않았을까? 그걸 생각하면 아이젠은 애초부터 부길마 직책을 줘서 사전에 방지한 듯했다.

‘어쨌거나 엠페러 길드도 참전하는군.’

반대로 난 어떻게 해야 될까.

교주와 싸웠던 걸 떠올리면 교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교황의 주변에는 몇백 명의 사제와 몬스터가 있다. 물론 나 혼자 싸우는 게 아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확실하게 이길 거란 자신이 없었다.

‘더군다나 죽어버린다면…….’

최악의 경우, 레어 방패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 그러니 교황과 싸우기 위해서는 죽지 않을 뭔가의 확신이 있어야만 했다.

아무튼 이런 고민은 약속 장소로 도착한 뒤에야 끝낼 수 있었다.

[친구 '유아' 님께서 접속하셨습니다.]

때마침 뜬 메시지 창.

그 내용을 읽은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둘러보니 이제 막 접속한 유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유아는 먼저 접속해 기다리고 있는 날 보더니 살짝 놀란 표정을 짓다 이내 내게 다가왔다.

“일찍 오셨네요.”

“마을까지 와야 되니 일찍 접속했어요.”

[친구 '시나' 님께서 접속하셨습니다.]

동시에 시나까지 접속했다는 메시지 창을 본 나는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갔다. 역시나 유아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시나가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고, 시나는 유아와 함께 있는 날 보더니 마찬가지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 오늘은 접속하셨네요.”

“뭐, 그렇죠.”

“어제 유아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아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온종일 쓰러졌는데 무슨 할 말이 떠오를까? 어쨌든 시나는 그런 날 보더니 이내 손을 내밀었다.

‘거래 신청?’

푸른색으로 빛나는 손을 보니 거래 신청이었다.

“던전에서 얻은 약초들로 물약을 만들었거든요. 받으세요.”

“그래요?”

받아보니 시나는 10여 개의 물약을 올려놓았다. 아마 라즈의 던전에서 획득한 약초들로 만든 물약인 듯싶다.

[호수의 가호가 깃든 회복약] (Magic)

설명:호수에서만 자라는 각종 약초를 혼합해 만든 물약. 뛰어난 실력으로 만든 이 물약에는 약초의 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생명력 200 회복.

-마나력 200 회복.

-3분 간 수중에서 호흡 가능.

-1회용 소모품.

‘음.’

회복량은 지금까지 받았던 물약 중에서 제일 낮은 거 같았다. 생명력과 마나력이 200씩 회복. 다만 이 물약에는 3분 간 수중에서 호흡이 가능하다는 특수 옵션이 붙어 있었다.

‘근데 수중 호흡을 어디다 쓰지?’

차라리 라즈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만일 라즈가 이 물약을 사용한다면 그녀는 물속에 위치한 던전까지도 찾을 수 있었다. 거기다 물속은 다른 지역에 비해 플레이어 간의 경쟁도 덜하지 않겠는가? 그 말인즉슨, 던전을 찾을 확률이 좀 더 올라간다는 뜻이다.

“아, 맞다. 오늘 패치된 거 봤어?”

“응. 봤어.”

“넌 누구와 파트너 맺을 거야?”

뭔가 음흉하게 웃으며 묻는 시나. 그 시나의 물음에 유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또 그런 유아의 행동이 시나에게는 작은 상처를 남겼는지 그녀는 작게 투덜거렸다.

“친구인 나보다 남자를 우선시하다니.”

“아, 아니야!”

[친구 '라즈'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둘의 대화를 지켜보는 사이, 문득 라즈에게서 대화 요청이 왔다는 메시지가 생겨났다. 또 무슨 일로 연락하는 걸까? 같이 교황을 잡자는 헛소리만 하지 말라는 바람과 함께 대화를 수락했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아씨! 짜증나! 결투장에서 3번이나 졌어!

수락하자마자 튀어나오는 불만. 들어보니 지금까지 결투장에 있었던 모양이다.

‘대체 뭘 믿고 결투장에 들어간 거야?’

라즈의 전투 방식은 활을 쓰는 궁수 같은 거였다. 어떻게든 접근만 해버리면 그녀가 불리해지니 결투장이랑 어울리지 않았다.

세 번이나 진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만일 결투장에서 이기고 싶다면 상대의 접근을 막아줄 뭔가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소환 계열의 스킬이라도 있다면 그럭저럭 할 만하지 않을까?

-그보다 오늘 패치 봤지? 파트너는 구했어?

‘다짜고짜 파트너로 넘어가다니.’

뭔가 종잡을 수 없는 감정 변화라 생각하며 대답했다.

“아니, 아직.”

-그, 그래? 그럼 나랑 파트너 맺자. 응?

“…….”

설마 라즈 쪽에서 먼저 파트너를 맺자고 할 줄은 몰랐기에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그래도 라즈가 던전을 찾아 같이 사냥하면 10% 추가 경험치를 얻으니 생각보다 나쁜 편은 아닐지도 몰랐다.

“일단 생각 좀 해보고.”

-생각? 생각할 시간을 주면 내가 불리할 거 같은데…….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엠페러 길드는 아무런 소식도 없던데 바무트 교단을 포기한 거야?

“분위기를 보니 조만간 참여할 거 같긴 해. 근데 그걸 왜 물어봐?”

-그야…… 나도 몰래 참여하려고 그렇지. 혹시 알아? 내가 교황을 잡아서 레어 상자를 먹을 수도 있잖아.

‘꿈도 야무지군.’

한마디로 엠페러 길드가 공략할 때 몰래 끼어들어 교황을 공격한다는 소리다. 듣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녀의 실력으로는 수많은 사제를 뚫고 교황까지 도달할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았다.

또 만에 하나, 기적에 가까운 확률로 레어 상자를 얻었다고 쳐도 문제가 생긴다. 교황과 열심히 싸운 엠페러 길드 쪽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얌전히 빼앗기기만 하면 다행이지.

-넌 어떻게 할 거야?

“바무트 교단?”

-응. 네 실력이라면 확실히 도움이 되잖아. 그리고 같은 엠페러 길드 소속이기도 하니까.

“글쎄. 지금은 딱히 참여할 생각이 없어.”

라즈는 모르겠지만 이미 난 레어 상자를 획득했다. 그런 내 경우를 생각하면 차라리 교주를 찾아 돌아다니는 편이 더 좋다고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어제 인터넷에서 교주를 잡았다는 글이 나 이외에 없었기에 돌아다니는 교주도 없지 않을까 싶었다.

-의외네. 너라면 참여할 줄 알았는데. 아, 심심하면 같이 결투장이나 가지 않을래? 너랑 같은 팀이면 승점 얻기도 쉬울 거 같거든.

‘쉽기야 쉽겠지.’

새삼스럽지만 지금 날 이길 수 있는 플레이어가 몇 명이나 있을까?

아이젠의 멸살검을 맞아도 버틸 거라 장담하는 나다. 그리고 4개의 S랭크 스킬을 지닌 내가 진다면 그건 상대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내가 멍청해서다.

“나중에 시간되면 같이 할게.”

-정말? 약속한 거다?

“응? 아, 그래.”

어째 말하다보니 이상한 약속 하나 잡은 거 같다. 그래도 단체전 또한 해보고 싶었기에 별로 문제는 없을 듯했다.

-그럼 또 연락할게.

[대화가 종료되었습니다.]

“라즈 님이세요?”

“예. 같이 결투장에 가자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 밖에 파트너를 맺자는 말과 바무트 교단과 관련된 말도 있었지만 굳이 꺼내진 않았다.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어?”

“왜 그러세요?”

“길드 마스터에게 연락이 와서요.”

‘왠지 불안한데.’

그와 별개로 오늘따라 은근히 날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2명) 약간의 짜증도 생겨났지만 이내 한숨과 함께 털어버리고는 아이젠과 대화를 시도했다.

-루딘 님. 오셨습니까?

“무슨 일인데?”

-교황의 토벌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대부분의 준비가 끝난 만큼, 루딘 님만 오신다면 바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굳이 내가 참여해야 될 이유는 없잖아?”

-예. 하지만 어제 교주와 싸우신 영상을 봤습니다. 루딘 님의 힘이 없다면 교황까지 뚫고 가기가 힘들겠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난 슬쩍 유아를 보았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가야 되다니. 하지만 유아는 그런 내게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다녀오세요.”

“예?”

지금 대화 내용을 들은 건가?

나와 아이젠의 대화에 맞춰 대답하는 유아를 바라보자, 유아는 자신의 생각을 꺼냈다.

“루딘 님과 함께 다니기로 했지만, 그게 제약은 아니잖아요. 저로 인해 루딘 님이 고민하실 필요는 없어요.”

“…….”

의외의 대답이었다.

덕분에 뭐라 대답도 하지 못한 난 나도 모르게 유아를 바라보았고, 유아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도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둘 다 뭐하는 거예요? 옆에서 보고 있으니 민망해 죽겠네.”

“시, 시나야!”

“에휴, 가기나 해요.”

당황하는 유아와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시나. 그런 그녀들을 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교황을 상대로 죽지 않을 확신.

괜히 나서다 죽기는 싫다. 그럴 바에 교황을 포기하는 편이 좋았다. 거기다 지금의 난 직감도 발동되지 않은 평상시의 모습이기 때문에 걱정이 더 해져만 갔다. 이런 내 사정을 모르는 유아와 시나는 서로 투닥거리며 싸우기 바빴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가 얼마나 들고 있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소지금을 확인해본다.

[28골드 68실버 27코퍼]

생각보다 많은 금액. 하지만 부족한 금액이기도 하다.

‘만일 레어 방패를 10강까지 맞춘다면…….’

일단 방어력은 기본적으로 올라간다. 거신의 질주 데미지가 올라간다는 말인데, 바꿔 말하면 채워지는 생명력 또한 늘어난다는 소리다. 거기에 방패에 붙은 능력치까지 올라가니 적잖은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아. 들려?”

-예. 들립니다.

그렇게 고민을 끝낸 난 아이젠에게 말했다.

“그…… 30분 뒤에 갈게.”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동쪽 성문에서 뵙죠.

아이젠은 별다른 질문을 없이 위치만 알려주고는 길드 채팅을 종료했다. 결국 나도 참가하게 되는군. 난 고개를 돌려 시나에게 뭐라고 구박하고 있는 유아에게 말했다.

“다녀올게요.”

“시나, 넌…… 예? 아, 다녀오세요.”

그래도 다녀오라는 유아와 손을 흔드는 시나의 모습을 본 나는 사람들이 모여 물품을 팔고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일단 사람들이 파는 강화석은 가격이 싸다. 때문에 사람들에게서 강화석을 구매하고, 부족한 개수는 명품관에 가서 채울 생각이었다.

그 전에…….

“현금 거래창 소환.”

파밧-

개인적으로 이러기는 싫지만 돈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현금 거래창을 열었다.

10여 개의 방어구 강화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대략 45골드가 필요했으니까. 사람들에게 구매한다고 쳐도 40골드 이상 필요했기에 현금 거래창에서 부족한 골드를 구매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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