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72화 (72/211)

00072  第 13 話  =========================================================================

第 13 話 “15일째”

[결투장 시스템 오픈!]

[내용:황혼에 결투장 시스템이 도입됩니다. 결투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또 결투장에서 승리할 때마다 승점이 올라가며, 이 승점으로는 결투장에서 판매하는 각종 장비나 소모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마지막으로 랭킹 시스템을 도입하여 월마다 상위 랭크의 플레이어에게는 칭호를 드리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진짜 결투장이 패치 됐네.”

다음날.

황혼에도 접속하지 않고 오랜만에 푹 쉬었던 나는 개운하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황혼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일어난 난 느긋하게 황혼 홈페이지로 들어갔고, 어제 누군가의 말대로 정말 결투장 패치가 적용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패치 상황은 결투장만 있는 게 아니었다.

[파트너 시스템이 추가됩니다.]

[내용:파트너 시스템이란, 서로 함께 황혼을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파트너 시스템에 등록된 플레이어와 파티를 맺어 사냥한다면 전투 경험치를 10% 더 획득하며, 현실 시간으로 하루에 한 번(6시 기준 초기화) 그 동료가 있는 위치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트너는 대부분의 퀘스트를 공유할 수 있으니 부디 마음에 맞는 파트너를 찾아 황혼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단, 파트너 시스템에 받을 수 있는 인원은 단 한 명으로 제한됩니다. 누군가가 다른 상대와 파트너를 맺고 있다면 그 대상은 절대 파트너로 지목할 수 없습니다.]

[이제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이 추가됩니다.]

[내용:저희가 제일 많이 받는 문의 중 하나가 바로 던전입니다. 대부분의 던전은 길드가 점령했다지만 그런 게임에서의 문제는 저희가 어떻게 해결해드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단순 명령어로 입장할 수 있는 새로운 던전. '어둠의 탑'을 만들었습니다.

어둠의 탑은 총 150층까지 구성된 던전입니다. 현실 시간으로 하루에 한 번 입장이 가능하며, 죽더라도 아무런 패널티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몬스터를 죽여도 얻을 수 있는 건 경험치밖에 없습니다.

단지 플레이어가 올라간 층수에 의해 보상이 주어질 뿐입니다. 좋은 보상을 원하신다면 보다 높은 층수를 노리시길 바랍니다.]

[스킬을 삭제하면 경험치를 얻게 됩니다.]

[내용:지금까지 생산 스킬을 제외한 다른 스킬은 삭제를 하더라도 그 어떠한 이득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원치 않은 스킬을 삭제 시, 소정의 경험치라도 얻을 수 있게 적용했습니다. 당연히 삭제하는 스킬의 레벨이 높을 경우에는 얻는 경험치의 양도 증가합니다.]

“호오.”

하나 같이 범상치 않은 패치들이다. 그중에서 파트너 시스템에 시선이 향한 나는 그 글의 내용을 유심히 바라봤다.

전투 경험치 10% 추가 획득.

파트너가 있는 위치로 이동.

퀘스트 공유.

이걸 잘만 이용한다면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도 엄청난 속도로 키워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예를 들어 친분이 있는 NPC에게 퀘스트를 받은 뒤, 파트너와 퀘스트를 공유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파트너는 NPC와 호감도를 올릴 필요도 없이 퀘스트를 받고 완료하는 셈이다.

거기다 보상까지 생각한다면 시작부터 엄청난 골드를 획득하는 것도 가능할지 몰랐다.

‘근데 누구와 파트너를 맺지?’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유아다. 다른 한 명을 더 고르자면 라즈 정도? 지금까지 황혼을 하고 있었음에도 떠오르는 친분이 두 명밖에 없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했지만, 파트너로 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니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어차피 내가 하자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만일 유아가 싫다고 하면 어쩔 건가? 유아는 시나와 파트너를 맺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걸 떠올리면 파트너는 너무 앞서나간 듯했다.

“그 다음에는…… 어둠의 탑?”

아쉽게도 어둠의 탑은 그렇게 흥미가 가지 않았다.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지만 그 외에 다른 부산물은 얻을 수 없다. 단지 올라간 층수에 따라 보상을 지급할 뿐이다. 내가 50층. 혹은 100층까지 올라가더라도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건 경험치 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명령어로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간단한 탓에 많은 플레이어가 이용할 것도 같았다.

“한 150층 돌파하면 유니크 아이템이라도 주려나.”

문제는 그 150층을 돌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자세한 건 직접 탑으로 들어가야겠지만.

“마지막 패치는 의미가 없네.”

스킬 삭제.

아직도 배워야 될 스킬이 14개나 남은 내게는 의미가 없었다. 반대로 아이젠은 조금 억울할 것도 같았다. S랭크 스킬을 배우기 위해 스킬북을 펼치고 삭제한 횟수만 어마어마할 텐데, 그 경험치를 그대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젠의 성격상 신경도 안 쓸 가능성이 높지만.

“패치는 이게 끝인가?”

스킬 삭제 패치를 마지막으로 모든 패치를 둘러본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시간은 10시 40분. 약속 시간인 11시가 되려면 아직 남았지만 20분 정도는 미리 접속해도 나쁠 게 없었다.

‘그래, 접속해서 결투장이나 알아보자.’

결투장 정도면 20분으로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거 같았다. 난 그 생각을 하며 황혼에 접속을 시도했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팟!-

황혼에 접속한 난 이틀 전에 로그아웃을 했던 장소에 서 있었다. 다행히도 아이젠에게 받은 귀환 스크롤로 순식간에 마을로 갈 수 있으니 약속 시간에는 늦지 않을 듯했다.

[띠링!~ 황혼의 패치가 적용되었습니다.]

[적용된 패치에 따라 새로운 명령어가 생겼습니다.]

[결투장 입장.]

[파트너 신청.]

[파트너…….]

[어둠의 탑…….]

명령어는 의외로 많았다.

결투장 입장부터 시작해, 파트너에게 이동. 어둠의 탑 입장. 어둠의 탑 탈출. 등등이 있었는데, 그렇게 패치와 관련된 명령어를 한 번씩 읽어본 나는 제일 먼저 결투장부터 입장하기로 했다.

“결투장 입장.”

[결투장에 입장합니다. 원하시는 대결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개인전]

[단체전]

[실력전]

‘실력전은 뭐야?’

설마 스킬을 봉인하고 실력으로만 싸우는 건가? 실력전이라는 단어가 의아하긴 했지만, 지금은 기본적인 개인전부터 들어가 보기로 했다.

“개인전.”

[개인전을 선택하셨습니다.]

[대결 매치가 성사되었습니다.]

[3, 2, 1…….]

파밧!-

빛과 함께 이동된 장소는 어떤 건물 안이었다. 여긴 훈련소 같은데? 주변에 아무렇게나 배치된 목검 같은 걸 본 나는 이내 정면에 있는 상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잘 부탁합니다.”

“아, 예.”

상대는 가벼운 경갑 차림의 남자였다. 특이한 점은 무기가 쌍검이라는 정도다. 하지만 무기를 두 개 들면 그만큼 공격력이 올라가니 이상할 건 전혀 없었다.

‘공격력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인가?’

아님 공격 횟수로 밀어붙이는 타입일 수도 있다.

‘근데 왜 발이 움직이지 않지?’

이리저리 움직여봤지만 발은 무슨 접착제라도 붙인 듯이 떨어지지 않았다.

[상대방과 대결이 시작됩니다. 3, 2, 1…….]

[대결 시작.]

탓-

‘이런 거였군.’

동시에 떨어지는 발. 난 이제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파악하고는 내게 달려오는 플레이어를 주시했다. 어느 샌가 스킬까지 사용했는지 두 자루의 검에서는 푸른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웬만하면 길게 놀아주고 싶지만.’

얼굴도 모르는 상대로 놀아주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1,421.]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생명력이 99 회복됩니다.]

그래도 플레이어는 플레이어라는 걸까?

거신의 질주를 맞은 짧은 순간, 그는 검을 휘둘러 나를 공격하는 묘기를 보여줬다. 다만 내 방어력으로 인해 데미지가 들어오지 않았을 뿐. 더군다나 교주를 잡고 획득한 레어 방패의 힘으로 생명력까지 회복되었다.

“뭐, 뭐야?! 이건?!”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설명해줄 시간도 아깝다. 난 다시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고, 단지 그것만으로 상대방은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대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승점 10점을 획득하셨습니다.]

[대결을 계속하시고 싶으시다면 '대결 속행'을 외치시면 됩니다.]

[대결을 종료하시고 싶으시다면 '대결 종료'를 외치시면 됩니다.]

아직 시간은 넉넉하겠지?

“대결 속행.”

[대결 매치가 성사되었습니다.]

[3, 2, 1…….]

이미 내가 대결하는 장소에 들어왔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은 원래의 위치로 이동되었다. 장소 이동이 아닌 위치 이동. 그리고 그런 내 앞에는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여자네.’

로브를 입고 있는 걸 보니 마법사 같다. 당연하게도 나로서는 전사 계열보다 마법사 계열이 더 상대하기가 쉬웠다. 마법사의 민첩으로는 내 거신의 질주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상대방과 대결이 시작됩니다. 3, 2…….]

“저기, 죄송한데 5초만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응?”

뜬금없이 무슨 소리지? 5초만 기다려달라니?

[대결 시작.]

“일제 소환!”

파밧!-

외침과 동시에 각종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살펴보니 곰과 늑대를 비롯해 오크, 해골, 심지어 정령까지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소환사였나?’

어제 온종일 게시판을 둘러봤던 나는 어렵지 않게 소환사에 대해 떠올릴 수 있었다.

황혼에서의 소환사는…… 그냥 소환 스킬로 도배한 사람을 뜻한다.

낮은 랭크의 소환수는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각종 소환 계열을 습득해 부족한 화력을 메꾸기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는 그런 사람들을 소환사라 불렸다.

당연하지만 효율은 좋지 않다.

공격력 50짜리 소환수가 10마리 있으면 뭐하겠는가? 방어력 100짜리 몬스터에게 이길 수 없는데. 차라리 새벽의 여명 마스터처럼 진짜 강한 소환수 한 마리와 회복, 보조 계열로 가는 게 여러모로 좋았다.

“단체 축복! 자, 이제 시작하죠.”

“거신의 질주.”

콰콰콰콱!!-

휘몰아치는 붉은 폭풍. 이때까지 기다려준 나는 주저 없이 플레이어에게 달렸다. 플레이어는 생각보다 빠른 내 움직임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1,590.]

[스킬 데미지…….]

[대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승점 10점을 획득하셨습니다.]

‘이걸로 20점인가?’

뭐랄까? 계속 대결만 하면 랭킹 1위도 가능할 거 같았다. 레어 방패까지 맞춘 거신의 질주. 대체 누가 날 이길 것인가? 다만 계속 결투장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고 보니 상점도 있었지?’

상점 명령어가…….

“결투 상점 소환.”

팟-

명령어와 함께 거대한 창이 생겨난다. 크기가 현금 거래창과 비슷할 정도다. 또 결투 상점에는 생각보다 많은 물품들이 존재했는데, 이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승점이 필요로 했다.

“어? 강화석도 파네?”

근데 지금까지 봤던 강화석과는 좀 다른 모양이었다.

[빛나는 무기 강화석] (Magic)

설명:신비한 힘이 보다 많이 잠재된 돌멩이. 무기를 한층 더 강화시키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잠재된 힘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최대 10번까지 적용할 수 있지만, 실패하는 순간 그 무기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성공 확률 소폭 상승.

-1회용 소모품.

(승점 2,500점)

“2,500이면…….”

내가 250번 이겨야 된다는 말이네?

의외로 간단할지도 몰랐다. 거신의 질주 1~2방이면 대부분 나가떨어졌으니 250번도 오늘 하루만 투자하면 충분히 올릴 수 있는 횟수다.

다만 그렇게 올린 승점으로 이런 강화석을 구매하긴 싫었다.

그냥 강화석으로도 강화할 수 있는 내가 굳이 이런 강화석까지 쓸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강화석에서 눈을 뗀 나는 다른 물품으로 눈을 돌렸다.

“다른 게 어디 없나.”

한참을 찾아보니 엄청난 게 있긴 있었다.

[레어 상자] (Rare)

설명:열어보기 전까지 어떤 물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 장비부터 시작해 물약. 레시피. 재료까지 뭐든 나올 수 있지만 그 등급은 레어(Rare)로 고정되어 있다.

-랜덤으로 레어급 물품을 획득.

(승점 30,000점)

“허, 이런 식으로 레어 아이템을 풀다니.”

쉽지는 않다. 승점 3만점. 그러니까 3천 번을 이겨야 레어 상자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하루에 300번씩 이겨도 10일이 걸리는 점수. 불가능하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다소 힘든 일인 건 분명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겠군.’

단순히 결투만으로 레어 상자를 비롯한 각종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누가 하지 않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승점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듯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