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71화 (71/211)

00071  第 12 話  =========================================================================

第 12 話 “14일째”

“으…윽…….”

아주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온 난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느꼈다. 무엇보다 물부터 마시고 싶었다. 지금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어떻게든 물을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런 내 몸에는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씨…발.”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갈증을 억지로 억누른 채 생각한다. 접속 종료 메시지가 떠서 접속을 종료했다. 그리고 캡슐 밖으로 나오자마자…….

‘쓰러진 건가?’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진 현기증이 내 기억의 마지막이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직감 때문에?’

솔직히 어제는 무리하게 접속한 거였다. 또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했던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전방에 뭔가 있을 거라 예측한 것도 그랬고, 교주와 싸울 때 자연스레 생겨난 직감도 그랬으니 말이다.

분명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지만 애써 무시했을 뿐이다.

‘그나저나 지금 몇 시지?’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시계는 4시를 넘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날이 밝았으니 새벽 4시일 리는 없다. 오후 4시라는 말인데, 그 말의 뜻은 하루 온종일 쓰러졌다는 뜻이다.

‘미쳤군.’

설마하니 직감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미약하게나마 힘이 들어가는 듯했다. 억지로 몸을 반쯤 일으키는데 성공한 난 기어서 냉장고까지 다가가 원하던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꿀꺽- 꿀꺽-

“후…….”

이젠 어떻게 하지?

황혼에 접속하고 싶진 않았다. 지금 내 몸 상태가 이런데 접속을 한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일까지 쉬어야 되나.”

아무래도 그러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았다. 결국 그런 식으로 할 일을 정한 난 황혼의 접속을 미루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바무트 교단은 어떻게 됐을까.’

하루가 지난 시점이니 어떤 결과라도 나왔을 거라 믿었다.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를 켠 나는 문득 책상 위에 올려진 휴대폰에서 빛이 깜빡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전화?

휴대폰을 켜보니 부재중 전화가 5통 정도 도착해 있었다. 번호를 보니 유아가 말해준 자신의 번호였다. 아마 내가 접속도 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아 이렇게 부재중 전화가 쌓인 듯싶었다.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되지?”

잠깐의 고민 끝에 '급한 일이 생겨서 나갔다. 그런데 미처 휴대폰을 들고 나가지 못했다.' 라는 식의 문자를 보냈다. 어차피 지금 시간대라면 황혼에 접속 중일 테니 나중에라도 볼 수 있게 문자로 보낸 것이다.

하지만.

♪~

문자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유아? 접속하고 있는 게 아니었나?’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바라본 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까지 받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화를 받자 게임 안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하지만 다급한 듯한 유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딘 님? 전화는 왜 안 받았어요?!

“아, 죄송해요. 핸드폰을 가져갔어야 했는데. 그……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죠?

“그, 그럼요. 무슨 일이 생겼다면 연락도 못 했겠죠.”

웬만하면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번만은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쓰러졌다. 일어나니 하루가 지나있더라. 이 말을 대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다행이네요. 전 무슨 일이 생긴 줄로만 알고.

“…….”

할 말이 없군.

어제 아침에 이어 오후에도 소식이 끊겼으니 유아의 입장에선 화낼 만도 했다. 아니, 오히려 지금보다 좀 더 화낼 거라 생각한 나로서는 지금 유아의 반응이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접속하실 건가요?

“아뇨, 오늘은 그냥 쉬려고요.”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내일 봬요.

“예. 아무튼 죄송해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유아는 살짝 밝아진 목소리로 대답하며 통화를 끊었다. 또 그런 유아의 대답으로 인해 내 마음이 한층 더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아.”

왠지 모를 한숨이 절로 나오는 듯했다.

어쨌든 유아와의 통화를 끝낸 나는 인터넷으로 눈을 돌렸다. 이러나저러나 황혼으로 돈을 벌고 있는 만큼 사소한 정보라도 놓치지 않는 편이 좋았다.

“바무트 교단은…… 실패?”

아직까지 교황을 잡지 못한 모양이었다. 당연한가? 교황이라면 교주보다 강할 테고, 수백 명의 사제와 수천 마리의 몬스터가 있다고 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길 전력이 아니었다.

[바무트 교단의 교황. 그 압도적인 무력에 절망하다.]

[내용:수백 명의 사제를 이끌고 나타나 플레이어를 경악시켰던 바무트 교황. 그 교황을 잡기 위해 수십 개의 길드가 도전했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밑에 영상은 혹시나 바무트 교단과의 전투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첨부한 겁니다.]

‘꽤 공들였네.’

내용대로 밑에는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황혼 내에서 찍을 수 있는 영상 기록 시스템을 이용한 듯했다.

딸각-

‘뭐지? 이 시점은?’

영상의 시점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식이었다. 하늘을 나는 스킬을 사용한 뒤에 찍은 건가? 그리고 그 시점은 아래에 펼쳐진 전장 전체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줬다.

와아아아아-

거의 수천이 넘어가는 플레이어와의 격돌.

바무트 교단도 지지 않고 지배된 몬스터를 앞세워 플레이어를 상대했다. 영상이 너무 높은 곳에서 찍은 탓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첫 충돌은 플레이어가 확연히 밀린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역시 3배로 강화된 몬스터.

그렇다고 플레이어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바무트 교단의 몬스터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밀리는데.’

플레이어가 10명 이상 죽을 때, 몬스터는 1~2마리가 죽어나가고 있었다. 누가 봐도 플레이어가 불리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덤벼드는 모습이 인상적이긴 했다.

‘음?’

그때 뒤쪽에 위치한 플레이어가 우회하기 시작했다. 측면을 공격할 생각인가? 현재 50~60% 정도의 몬스터가 정면을 막아서고 있지만, 아직 대기 중인 몬스터를 생각하면 좋은 작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려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공격한다면 말이 다르다.

지켜보고 있으니 바무트 교단은 측면에서 공격해오는 플레이어를 막기 위해 몬스터를 보냈고, 그로 인해 반대편 측면의 방비가 약해졌다.

당연히 플레이어도 그걸 놓치지 않았다.

대략 100~200명 정도의 플레이어가 그곳을 향해 달렸다. 그 플레이어들은 나름 실력이 있는지 생각보다 엄청난 속도로 파고들었다.

‘대단한데.’

그 속도를 바탕으로 바무트 교단 사제에게 도달한 플레이어들은 그야말로 사제만 골라 죽였다. 물론 사제를 죽인다고 해서 지배된 몬스터가 사라지진 않는다. 지배만 풀릴 뿐이다.

뭐, 그 지배가 풀린다면 능력치 3배도 사라지니 효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밀린다.’

이미 정면에서의 전투는 가망이 없었다. 거긴 몬스터가 학살하듯이 플레이어를 잡아 죽이고 있었고, 측면의 플레이어도 그와 비슷한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사제들에게 파고든 플레이어는 어떤가?

파고들어 사제를 공격하는 행동은 좋았다. 결과도 좋다. 못해도 100명 이상의 사제를 죽였으니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 있는 사제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많았다.

수백 명의 사제와 간간히 섞여 있는 몬스터.

단지 그것만으로도 파고든 플레이어를 저지하기엔 충분했다.

“끝났네.”

영상은 플레이어가 후퇴하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못해도 1~2천 명은 죽지 않았을까? 죽음의 대한 패널티를 떠올리면 엄청난 손실이 일어난 셈이다.

‘그래도 그렇지, 교황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끝나다니.’

그만큼 바무트 교단이 세다는 건가?

머리를 긁적인다. 정작 중요한 교황의 힘을 보지 못했다는 게 찝찝했다. 이래서야 교황이 어느 정도의 무력을 가졌는지 알 수가 없다.

[내용:특이한 점은 황혼 최고의 길드인 엠페러 길드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마 다음 주자는 엠페러 길드가 되지 않을까요? 혹시나 엠페러 길드가 참여하게 된다면 작게나마 응원하겠습니다.]

‘아이젠은 참여하지 않았나?’

분명 회의를 할 때에는 잡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만일 이 영상에 엠페러 길드까지 참여했다면 결과는 충분히 바뀔 수도 있었다.

설마 내가 없다고 참여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

“…….”

너무 앞서나간 생각인가?

아무튼 간략하게나마 바무트 교단에 대해 알 수 있는 영상이었다. 난 거기서 만족하며 다른 글을 찾아봤다. 뭐, 대부분의 글이 바무트 교단에 대한 거라 색다른 정보는 찾기 힘들었다.

[강화석에 관한 팁.]

[내용:강화석으로 1강만 하세요. 그럼 강화 옵션이 생겨서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강화석 값이 비싸긴 하지만요.]

[직접적인 전투를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내용:가끔씩 보면 직접 싸우는 걸 싫어하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여자들이고요. 어쨌든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한 가지 좋은 방법을 말해드리겠습니다. 싸우는 게 싫으면 소환으로 가십시오. 의외로 황혼은 소환 종류가 많습니다. 대충 환수, 정령, 마물, 죽음. 이 정도의 종류가 있는데, 이 모든 소환을 다 배워서 대신 싸우게 하면 됩니다. 소환의 장점은 혼자서도 사냥이 가능하다는 점이니까요.]

[던전에서 사냥할 수 있는 방법.]

[내용:바로 퀘스트 던전입니다. NPC 의뢰를 진행하다보면 특정 던전에 들어가는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던전에서 사냥하세요. 아마 길드에 가입하지 않고 던전을 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겁니다.]

[장비를 제외한 능력치 상승 아이템이 있습니다.]

[내용: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입니다. 그림이나 조각과 같은 아이템이 아이템 창(물품 보관창)에 있다면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일종의 부적과 같은 개념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런 아이템은 중복 적용이 안 됩니다. 그림 10장을 들고 있어도 적용 되는 건 1장이라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그림 1장. 조각 1개. 이런 식으로 들고 있어도 적용은 단 1개만 됩니다.]

“그림?”

황혼에 그림을 그리는 스킬도 있었나? 생각해보니 첫날 도서관에서 봤던 스킬북 중에 기초 스케치라는 스킬북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때는 뭐 이런 쓰레기 같은 스킬이 다 있냐고 했는데, 이런 능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능력치가 올라간다면 들고 있어도 괜찮긴 한데.”

이전까지 별 내용도 없었던 걸 보면 아마 능력치가 미미하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밑에 댓글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인벤 1칸을 포기하고 능력치 1~2 정도 올리는 기적의 스킬.]

[농담 ㄴㄴ. 진짜 제대로 된 작품은 5 정도 올라감.]

[능력치 5 정도 올라간다면 인벤 1칸 정도는 포기할 수 있다.]

[능력치 말고 다른 건 안 올라감?]

[애초에 그림 그리거나 조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음.]

[저거 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그림 2장, 3장도 중복 적용할 수 있음.]

역시나 능력치가 미미하게 올라가는 듯했다. 물론 그걸 감안하더라도 구매할 가치는 충분했다. 비싸지만 않다면 말이다.

‘죄다 쓸모없는 정보인 줄 알았는데.’

모처럼 하나 건진 기분이었다.

살짝이나마 기분이 좋아진 난 이 기세를 몰아 다른 정보를 찾았다. 어차피 오늘 하루는 게임 접속도 포기했으니 느긋하게 볼 수 있다. 이전처럼 1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각종 퀘스트의 성지! 왕성!]

[내용:퀘스트를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지 말고 왕성으로 오십시오. 먼저 제작 계열 스킬로 특정 NPC에게 인정만 받으면 왕성으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일주일마다 퀘스트가 나오죠. 이게 보상이 쏠쏠합니다. 또 왕성에는 기존의 만날 수 없는 인물들도 많은데, 그 인물들과 친해진다면 심심할 때마다 퀘스트를 던져줍니다. 왕성이라는 장소에서 계속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죠.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다들 힘들게 돌아다니지 마시고 왕성으로 오세요.]

‘왕성의 보상이 괜찮은 모양이네.’

왕성이라면 나도 입장할 수 있었다. 혼이 깃든 창을 만들어 데론에게 인정을 받았으니까. 따라서 원한다면 언제든지 왕성에 들어가는 게 가능했지만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가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가볼까.’

왕성으로 가면 무기 제작과 관련된 퀘스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내 제작은 C랭크의 13레벨.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닌 만큼 왕성에서도 곤란한 일을 겪지 않을 거라 믿었다.

딸각-

[내일 패치 내용 예상.]

[내용:아시다시피 내일 패치가 진행됩니다. 공지에도 적혀 있죠. 근데 무슨 패치를 진행하는지 모릅니다. 여기서 제가 황혼 직원과 아는 사이기도 해서 몰래 물어봤습니다. 물어보니 '결투장' 시스템이 생긴다더군요. 그러니 내일 패치는 결투장 패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외의 내용이다.

결투장이라니?

황혼에서도 비슷한 게 있었다. 훈련장으로 가서 서로 싸울 수 있는 대련 시스템. 혹은 필드에서 무작정 상대를 죽일 수 있는 PK(Player Killing) 시스템이 그런 종류이기도 했다.

‘낚시인가?’

어찌 됐든 내일이 되면 알 수 있을 거리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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