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0 第 11 話 =========================================================================
第 11 話 “13일째”
“비켜!”
급한 대로 플레이어를 밀치며 달린다. 내게 밀쳐진 플레이어의 욕지거리가 들려왔지만 그런 것쯤이야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
저 교주만 잡을 수 있다면!
“크르르르!”
‘칫.’
물론 쉽지는 않다. 교주에게 달리자마자 두 마리의 바실리스크가 내게 붙었으니까. 민첩이 나보다 높은 바실리스크였기에 쉽게 따라 잡혔다.
동시에 내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끝마쳤다.
‘엘시크의 환영이동을 2번 사용할 수 있다. 그 2번으로 9번. 아니, 8번의 거신의 질주를 날린다면.’
가능하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난 스킬부터 사용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날아간 교주의 곁으로 이동한 난 따라붙은 바실리스크를 환영에게 맡긴 뒤, 곧장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177.]
“커헉!”
“미친놈! 교주를 어디까지 날리는 거야?!”
“빨리 쫓아가!”
다시 한 번 날아가는 교주. 이제 꺼리길 것도 없다. 내 거신의 질주를 맞고 날아간 교주를 향해 계속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덕분에 플레이어와 그 플레이어를 학살하던 바실리스크가 뒤에서 무더기로 쫓아왔지만 일정 거리가 되면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기에 날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마나력이 500 회복합니다.]
[마나력이 500 회복…….]
“크아아! 죽여버리겠다!”
화르륵!-
그때 마나 물약을 마신 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교주는 머리 위로 수십 개의 화염구를 띄워 내게 날렸다. 하지만 저런 화염구로 내 발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거신의 질주!”
팡!- 팡!-
제이어의 수호방패 효과.
화염구는 내 몸에 닿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1천에 가까운 내 마법 방어력보다 낮은 공격인 듯하다.
‘잘 됐군.’
그 사실을 깨달은 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교주와 부딪쳤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065.]
“크어억!”
그렇게 교주를 계속 쫓아가며 거신의 질주를 사용한다. 녀석에 마법 공격도 의미가 없다. 다만 바실리스크만 거슬릴 뿐이었는데, 그 바실리스크도 나와 같이 교주를 쫓는 플레이어에게 시선을 돌렸기에 안심하고 교주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콰아아앙!!-
“커허헉!”
또 정확히 9번의 거신의 질주로 날아간 교주는 결국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다 고개를 떨궜다.
“내, 내가 이딴 놈에게…….”
툭-
‘죽은 건가?’
[보스 몬스터 '바무트 교단의 주교'가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14,746 획득!]
[띠링!~ 5골드 42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레어 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바무트 교주의 단검'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바무트 교주의 로브'를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바무트 교단의 교주를 쓰러뜨렸습니다.]
[교주를 쓰러뜨린 업적으로 총 316의 공적치를 획득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오는 메시지 창.
그 메시지 창을 본 나는 그제야 교주를 쓰러뜨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레어 상자?
메시지 창을 읽어본 나는 레어 상자라는 단어에 깜짝 놀랐다. 교주를 잡아도 레어 상자를 주다니? 단검이랑 로브는 내게 필요도 없는 아이템이라 관심조차 없었지만 이 레어 상자만은 달랐다.
직감으로 내가 원하는 종류의 아이템을 고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뭘 얻지? 제일 잘 팔리는 검?’
물론 이와 별개로 경험치와 골드는 현재 파티를 맺고 있는 유아와 시나에게 골고루 분배된 듯했다. 아깝다면 아깝지만 시나에게 받은 물약을 떠올린 난 이걸로 보답 정도는 됐을 거라 믿었다.
“아자! 바실리스크가 약해졌다!”
“다 죽여! 망할 악어 새끼들!”
‘바실리스크가 안 사라졌나?’
슬쩍 보니 '지배된 바실리스크'에서 그냥 '바실리스크'로 변했다. 그래도 명칭이 사라져 능력치 3배 효과도 사라졌는지 바실리스크는 그대로 플레이어 손에 죽었고, 그 이외에 남은 사람들은 내게 다가왔다.
“우와, 결국 교주를 죽이다니.”
“님! 아이템 뭐 나왔어요? 아이템 좀 보여주시면 안 돼요?”
“무슨 등급이에요?”
뭐 구경난 게 있다고 몰려들까? 또 여기 있는 모든 플레이어가 교주를 공격했기 때문에 각각 나름대로 보상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거 엠페러 길드 문양 아냐?”
“어? 정말 그러네. 엠페러 길드다!”
“은빛 테두리를 보니 부길드장이다.”
“이야~ 엠페러 길드에는 아이젠만 괴물인 줄 알았는데.”
“…….”
단 하나의 문양으로 내 소속과 직책까지 알아낸 플레이어. 난 그런 플레이어를 무시하며 유아에게 다가갔다. 유아도 어느 정도는 날 따라오고 있었는지 얼마 걷지도 않아 그녀에게 갈 수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좀 고생한 정도죠.”
대답하는 사이, 시나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루딘 님! 아이템 좀 보여주실 수 있어요?”
“어려울 건 없죠. 일단 여기서 벗어나고요.”
주변에서 지켜보는 시선이 너무 많다. 여기서 레어 상자를 꺼냈다간 인터넷에 무슨 글이 올라올지 몰랐다. 시나도 주변에서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는 걸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난 그녀들과 함께 이곳에서 벗어났다.
‘이러나저러나 인터넷에 글은 올라오겠지만.’
엠페러 길드의 부길드장. 홀로 바무트 교단의 교주를 잡다. 정도로 올라오지 않을까? 올라오는 거야 상관이 없다지만 그걸로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고 보니 날 찍은 새끼들도 있었지.’
거절했기에 모자이크 처리가 됐겠지만 그래도 영상 기록은 됐을 것이다. 또 모자이크가 된 사람이 엠페러의 부길드장이라는 걸 알면 내가 어떤 식으로 싸웠는지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이래저래 귀찮은 일은 어쩔 수 없이 생길 듯하다.
“그나저나 루딘 님이 그렇게 잘 싸우시는지 몰랐어요. 대체 그 빠른 공격은 어떻게 피하는 거예요?”
“……공격 패턴을 파악해서 미리 예측한 거죠.”
“가능한 일이에요?”
“가능하니까 했죠.”
“와!~”
감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나. 솔직히 찔리는 게 없지는 않다. 제멋대로 발동된 직감으로 만들어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만일 직감도 발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왜 저번처럼 못 싸우냐고 물어본다면 그땐 뭐라고 해야 될까?
‘하긴, 그땐 그때지.’
그나저나…….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아이템 창에서 획득한 것을 하나씩 확인해보기로 했다.
먼저 상자부터.
[레어 상자] (Rare)
설명:열어보기 전까지 어떤 물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 장비부터 시작해 물약. 레시피. 재료까지 뭐든 나올 수 있지만 그 등급은 레어(Rare)로 고정되어 있다.
-랜덤으로 레어급 물품을 획득.
설명은 예전에 얻은 매직 상자와 비슷했다. 다만 튀어나올 물품이 레어급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이건 얼마 정도 하려나.’
아직 레어 물품은 풀리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이 레어 상자도 상당한 값을 받을 수 있을 듯했다. 그렇다고 해도 3강까지 강화한 지팡이보다는 싸겠지만.
애초에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자와 3강까지 올린 지팡이는 그 정도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엇?! 저도 보여줘요!”
“보세요.”
내가 보기에는 별거 아닌 내용이었지만 정작 보는 시나의 입장에서는 좀 다른 모양이었다.
“우와!~ 이게 레어 상자구나. 유아, 너도 봐봐. 무조건 레어급 물품으로 나온대!”
“정말?”
“…….”
그렇게 유아까지 보여주고 나서야 다음 물품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단검과 로브였나?
[바무트 교주의 단검] (Magic)
설명:바무트 교단에서 교주만이 가질 수 있는 단검. 보기에는 화려한 단검처럼 보이지만 이 단검에는 바무트의 권능이 깃들어져 있다. 또한 이 단검에 깃든 권능은 같은 바무트 교단이 아니면 저항조차 할 수 없다.
<근력(5), 지능(30), 민첩(10)>
공격력:80 마법 공격력:100
내구력:100/100
*공격 시, 관통 데미지가 뜨면 전체 능력치의 2% 감소(중첩 가능).
[바무트 교주의 로브] (Magic)
설명:바무트 교단에서 교주만이 입을 수 있는 로브. 화려하면서도 권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다. 교단에서도 자격을 갖춘 자들만 입을 수 있기에 자체적으로 지닌 능력 또한 대단하다.
<지능(20), 마력(20)>
방어력:80 마법 방어력:85
내구력:100/100
*마물 계열 스킬 레벨 +1 적용.
‘어라?’
살펴보니 단검은 괜찮다. 관통 데미지가 뜨면 전체 능력치가 감소하다니? 이 능력만 보자면 내가 들고 있는 장검보다도 뛰어났다.
‘이걸로 바꿔야 되나?’
그에 비해 로브는 현금으로 팔아버리는 게 좋을 듯했다. 단순히 방어력만 보자면 내가 입고 있는 돌 갑옷 상의보다도 조금 더 높다. 하지만 로브는 상의와 하의가 합쳐진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방어력이 낮다고 볼 수 있었다.
마법 방어력은 좀 뛰어나지만.
“음.”
잠깐 고민한 나는 결국 무기만 바꾸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내 주요 공격 기술은 거신의 질주다. 무기는 거의 보조 형태로만 이용했기에 능력치를 감소시키는 단검이 훨씬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탓이기도 했다.
‘근력과 체력은 좀 떨어지지만 상관이야 없지.’
이제 남은 건 레어 상자인가?
레어 상자는 고민이 좀 됐다. 뭘 뽑아야 될까? 레어 상자를 꺼내 만지작거리는 나는 고민 끝에 방패를 얻기로 했다. 일단 방어력이 올라가야 내 데미지가 올라가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한 것이다.
‘방패라…… 방패 나와라…….’
“응? 뭐하는 거예요?”
직감을 통해 방패를 나오길 빌던 내게 시나가 의아하게 물어왔다. 여기서 직감으로 방패가 나올 때까지 돌려보고 있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난 시나도 납득할 정도로 간단한 대답을 내놨다.
“아, 이걸 팔아야 될지, 열어야 될지 고민 중이었어요.”
“하긴, 레어 상자니까요. 못해도 1천만은 할 텐데.”
“1천만에 드려요?”
“됐어요. 제가 그런 돈이 어딨어요.”
뭐, 나도 줄 생각은 없다.
그러다 내 직감에 방패가 나올 거라는 신호가 걸려들었다. 난 상자에서 방패가 나온다는 걸 확인하고는 곧장 레어 상자를 열었다.
[띠링!~ '피를 머금은 철벽 방패'를 획득하셨습니다.]
확실히 방패다.
‘능력치는 어떨까.’
[피를 머금은 철벽 방패] (Rare)
설명:검붉은 색깔로 칠해진 방패. 지금껏 수많은 피를 묻혀온 이 방패는 세월이 지나 특유의 힘마저 깃들게 되었다. 만일 이 방패로 상대방을 타격한다면 그 상대에게 준 피해를 일부 흡수하여 주인의 생명력으로 돌려주게 될 것이다.
<근력(50), 민첩(20), 체력(50)>
<모든 속성 저항력 1%>
방어력:120 마법 방어력:90
내구력:180/180
*방패로 방어 시, 모든 데미지 150 감소.
*방패 계열 스킬 사용 시, 피해 데미지 7%를 생명력으로 전환.
“호.”
지금 기존에 내가 쓰던 방패는 네르타스를 잡고 획득한 것이다. 나름 괜찮은 방패임이 틀림없지만 지금 나온 이 레어 방패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 정도로 좋은 방패라는 뜻이다.
‘만일 여기다 강화석으로 10강까지 만든다면…….’
무려 레어 방패다. 이런 방패하면 거금을 들여서라도 강화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난 만족스럽게 방패를 바꿔 장착했다.
“어? 설마 레어 상자를 여신 거예요?”
“예. 방패가 나오더라고요.”
“방패…… 아쉽네요. 무기가 나왔으면 더 비싸게 팔렸을 텐데.”
“괜찮아요. 제가 쓰면 되니까.”
어쨌거나 단검과 방패를 낀 나는 지금의 내 능력치를 확인해보았다.
[이름:루딘]
[칭호:빛의 수호자]
[레벨:49]
[명성:279]
[길드:엠페러(Emperor)]
[생명력:8554/8554]
[마나력:3590/3590]
[지구력:18.9%]
[공격력:511] [마법 공격력:271]
[방어력:1037] [마법 방어력:867]
[능력치]
근력(432) 지능(171) 민첩(221)
체력(299) 마력(270) 기술(41)
투지(10) 소환(50)
[습득한 스킬:16/30]
[동료 NPC:1명]
‘만족스럽군.’
교체된 레어 방패로 방어력이 1천을 넘겼다. 지금 황혼에서 방어력 1천을 넘긴 사람이 있을까? 물론 스킬을 마구잡이로 사용한다면 1천을 넘을 수도 있다. 나만 하더라도 방어가 올라가는 스킬이 몇 개 있으니까.
대략…… 6개 정도 되나?
뭐, 덕분에 접속할 때부터 느껴진 묘한 기분은 어느 샌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