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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68화 (6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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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1 話 “13일째”

“후, 늦어서 죄송해요.”

어제 S랭크 스킬 '제이어의 방어지배'를 습득한 나는 곧장 제작 스킬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 제작 스킬은 진짜 더러울 정도로 올리기 힘들었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몇백 개의 철괴를 포함해, 대장간과 플레이어가 파는 철괴까지 모조리 사들여 제작에 투자했지만, 올라간 제작 스킬 레벨은 고작 1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장검만 100자루 넘게 만들었고, 거기에 들어간 철괴 개수만 1,500개가 넘는다. 골드도 5골드가 넘게 날아갔는데 고작 13레벨이라니!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더군다나 어제 온종일 직감만 사용한 탓인지 나도 모르게 늦잠을 자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다.

지금도 겨우 접속한 거랄까?

아마 접속을 종료하자마자 바로 캡슐에서 뻗어버릴지도 몰랐다.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했어요.”

“하하…….”

설마 걱정까지 하다니.

빈말이겠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대상이 유아라서 그런 걸까? 어쨌든 유아를 제외하면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도 없는 듯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니.’

내가 일어난 시간은 11시 20분. 서로 접속하기로 한 시간이 11시라는 걸 생각하면 20분 늦은 시간이었다. 거기다 황혼의 시간 비율은 1:2였으니 체감상 그녀들이 기다린 시간은 40분쯤 되는 셈이다.

‘차라리 그냥 갔으면 편했을 텐데.’

유아와 시나가 그냥 가더라도 대화 요청을 통해 찾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일은 무슨. 늦잠 잔 게 분명하다니까.”

“그런가요?”

“……예. 피곤했거든요.”

굳이 거짓말을 하기 싫었던 난 솔직하게 대답했고, 그런 내 대답에 시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차라리 이렇게 하면 어떨까?”

“……?”

마침 시나는 자신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일이 생긴 것도 서로 연락이 되지 않아 그런 거잖아. 그러니 연락처라도 교환하는 게 어때?”

“연락처?”

“응. 그럼 오늘처럼 기다릴 필요가 없잖아. 네가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면 되니까.”

“그런 방법도 있구나! 루딘 님도 괜찮죠?”

“예? 에, 예. 괜찮은…… 방법이네요.”

일리는 있다. 오늘과 같이 접속이 늦는다면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볼 수 있었고, 혹시나 급한 일이 생긴다면 전화로 미리 연락할 수 있었으니 반대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근데 왜 이렇게 떨떠름하지?

뭔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유아를 걱정시킨 것과, 지금 기뻐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 나는 결국 지금의 기분을 덮어두기로 했다.

‘그래, 고작 연락처인데.’

납득하며 내 연락처를 알려준 나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무트 교단의 출현으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고 둘러본 거였는데, 역시나 상당수의 플레이어가 줄지어 성문 밖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바무트 교황을 잡으러 가는 거겠지?

‘엠페러 길드에서는 어떻게 하려나.’

얌전히 있을 녀석들이 아니다. 거기다 교황이 주는 보상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잡는 쪽으로 움직일 거 같았다.

‘반대로 난 어떻게 해야 될까.’

S랭크 스킬인 제이어의 방어지배를 얻었고, 칭호까지 획득해 누구보다 압도적인 방어력을 갖춘 나였다. 추가로 원하던 도발 스킬도 습득했으니 진정한 탱커로 각성한 거나 다름없었다.

여기서 내가 엠페러 길드를 도와 바무트 교단을 친다면…….

“루딘 님. 이만 갈까요?”

문득, 유아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예?”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요. 가요.”

“아…… 예.”

고개를 끄덕인다. 바무트 교단에 대해 생각한다고 유아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바무트 교단은 나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잠시나마 바무트 교단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기로 했다.

“그보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새로운 지역으로 가보려고요. 던전은 라즈 님 없이 저희끼리 갈 수는 없잖아요.”

‘라즈가 있어도 못 들어갈 텐데.’

던전을 팔았으니까. 아니, 그 던전도 엠페러 길드에게 팔았으니 잘하면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그 엠페러 길드의 부길드장이 아니던가? 그 부길드장의 권한으로 데려간다면 어찌 가능할 것도 같았다.

‘혹시나 던전에 가고 싶어한다면 생각해봐야지.’

이런 내 생각과는 별개로 유아와 시나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왠지 사람들이 많은 거 같지 않아?”

“아마 바무트 교단 때문일 걸? 오늘 인터넷을 보니 난리도 아니었어. 학교나 회사를 쉬는 사람들도 있었다니까.”

“바무트라면 그 토벌 의뢰?”

“응. 보상도 엄청나잖아. 레어 상자 3개라니. 아~ 나도 레어 상자 가지고 싶다.”

누가 가지고 싶지 않을까. 정작 나도 가지고 싶은데.

어쨌든 가만히 듣고 있으니 알아서 잘 놀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대화에 억지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던 나로서는 묵묵히 길을 걸었다.

‘그나저나 피곤해서 그런가?’

뭔가 기분이 묘하다.

정확히는 황혼에 접속할 때부터 뭔가 묘한 기분이 자꾸 내 신경을 자극시켰다. 그렇다고 나쁜 기분도 아니었기에 뭐라 어떻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애매한 상황.

덧붙여 이대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 뭔가 나올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직감과는 다른 종류의 기분인지라 애써 무시했지만.

“루딘 님은 바무트 교단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예? 뭐, 잡을 수 있다면 좋죠.”

자그마치 레어 보상이다. 잡을 수 있다면 잡는 게 좋았다.

그때.

콰쾅!-

“제기랄! 뭐가 저리 강해?!”

“절대 못 잡겠는데?”

“공적치나 먹어보려고 했더니.”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폭발 소리와 함께 몇 명의 플레이어가 이쪽 방향으로 다가오며 짜증을 토해냈다. 공적치라는 단어가 나온 걸 보니 바무트 교단과 관계가 있는 듯했다.

“저 앞에 뭔가 있나 봐요.”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음을 재촉한다. 그렇게 5분쯤 걸어가니 수십 명의 플레이어가 이리저리 어지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런 플레이어의 중심에는 바무트 교단의 사제가 있었다.

‘……진짜 뭔가 있다니.’

우연……이려나?

복잡해진 마음을 애써 무시한 난 플레이어와 싸우고 있는 사제의 머리 위에 적힌 글을 읽어보았다.

[바무트 교단 교주(BOSS)]

“보스?”

보스라면 교황……은 아니군.

다시 한 번 읽어보니 교황이 아니라 교주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교주가 플레이어를 상대로 압도적인 전투를 펼치고 있다는 건 놀라울 따름이었다.

“크하하핫! 약해빠졌구나! 얌전히 바무트 님의 제물이 되어라!”

또한 교주의 주변에는 네 명의 사제가 있었고, 근처에는 악어 같이 생긴 몬스터 다섯 마리가 플레이어를 학살하고 있었다. 사람 덩치보다 월등히 큰 악어의 공격으로 인해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배된 바실리스크]

‘처음 보는 몬스터인가?’

황혼에서는 처음보지만 다른 온라인에서도 보지 못한 건 아니다. 다만 황혼에서의 바실리스크는 처음이었으니 어떤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뿐이다.

“루딘 님. 돌아서 갈까요?”

“아뇨, 이왕 만났으니 붙어봐야죠.”

모처럼 만난 적이다. 복잡한 기분은 접어두더라도 어제 습득한 스킬로 인해 자신감이 충만한 난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어디 실력 좀 볼까?!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804.]

‘음?’

방어력이 상당하다. 칭호로 인해 거신의 질주 데미지가 상승했는데도 이런 데미지라면 기본 방어력 자체가 뛰어난 모양이었다.

휘익!-

“……!?”

바실리스크 방어력에 잠깐 놀란 사이, 바실리스크는 그 육중한 덩치를 한 바퀴 돌려 꼬리로 날 후려쳤다. 애초에 바무트 교단에게 지배된 몬스터는 능력치가 3배로 올라간다. 그 말은 민첩도 3배 올라간다는 뜻인데, 따라서 휘두르는 바실리스크의 꼬리 공격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134.]

“큭, 이건…….”

‘잡으라고 만든 몬스터가 아니군.’

지금 900을 넘긴 내 방어력을 생각하면 첫날에 싸웠던 투루보다도 공격력이 높았다. 거기다 그 정도로 공격력이 높은 바실리스크가 다섯 마리. 여기 있는 수십 명의 플레이어가 밀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파티원 '유아' 님께서 생명의 회복을 시전합니다.]

[생명력이 260 회복합니다.]

‘그렇다면 교주를 공략해야 된다는 뜻인가?’

엎친 데 겹친 격으로 교주는 네 명의 사제가 만들어놓은 무슨 결계 같은 보호막에 숨어 있는 중. 공격은 바실리스크에게 맡기고, 본인은 보호막 안에서 안전하게 숨은 저 모습은 나로서도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왼쪽?’

자세를 낮춘다. 거의 본능과도 같은 움직임. 난 내 직감이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자세를 낮췄고, 그런 내 위에는 기습과도 같이 튀어나온 바실리스크의 주둥이가 보였다.

콰득!-

‘뭐지? 이건 직감인가?’

전투 중에 직감이 발동된 건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첫날 투루와 싸웠을 때도 발동되었고, 네르타스와 싸웠을 때도 발동이 되었으니 이번이 세 번째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직감은 발동됐다는 인식도 없이 자연스레 나타났다.

언제부터 직감을 사용했는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런 인식.

거기서 뭔지 모를 위화감을 느낀 난 다시 몸을 돌려 공격해오는 바실리스크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뿐만 아니라 두 마리를 상대로 어떻게 해볼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콰쾅!!- 콰앙!-

“크르르…….”

다행스럽게도 바실리스크는 나를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의 공격을 받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기에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좀 힘들겠는데.”

교주가 이 정도면 교황은 대체 어떻게 공략해야 된다는 걸까?

일단 바실리스크의 공격력이 너무 높았다. 때문에 플레이어들도 접근전을 펼치지 않고 원거리에서 바실리스크를 공격하다 물러나는 형태로 싸우고 있었는데, 그런 방법으로 싸워도 몇 명씩 죽어나가고 있었다.

바실리스크의 이동 속도도 상상 이상으로 빨랐기에 벌어진 일인 듯싶다.

‘직감이 발동되고 있는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바실리스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목표는 보호막 안에 있는 교주다. 그걸 생각하면 공략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 판단한 나는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했다.

“크악!”

“저걸 어떻게 잡으라고 만든 몬스터야!”

“젠장! 죽으면 피해가 만만치 않은데.”

그나저나 터무니없이 밀리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플레이어들은 바실리스크 한 마리도 감당하지 못했다. 내가 보기엔 저 바실리스크만 해도 웬만한 보스보다 강하다. 거기다 다섯 마리나 있으니 플레이어가 교주를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어때요? 가능할 거 같아요?”

“글쎄요. 애매해요.”

“안 되면 포기하고 가요.”

시나의 말대로 포기하면 된다. 그럼 속편하고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무작정 포기하기엔 어제 획득한 스킬과 칭호가 아까웠다.

“그럴 수는 없죠.”

탓!-

그 대답을 끝으로 교주를 향해 달린다. 어느새 교주의 근처에는 한 마리의 바실리스크가 돌아다녔다. 즉, 저 한 마리만 해결하면 교주의 공략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약한 녀석이 또 덤벼드는군. 처리해라!”

‘온다.’

동시에 직감으로 인한 바실리스크의 행동 정보도 머릿속에 들어왔다.

휙-

먼저 내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꼬리 공격을 피한다. 직감으로 미리 움직여 피해냈지만 그 꼬리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내 머리카락을 스쳤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면 맞고 옆으로 나가떨어질 정도의 공격.

물론 못 피할 정도는 아니다.

눈으로 보고 피하는 것과 미리 예측해서 피하는 건 그 정도로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렇게 꼬리 공격을 피한 난 검을 바닥으로 뻗은 뒤, 이젠 입을 쫙 벌리며 날아드는 바실리스크의 턱을 들어 올려 반대편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쿠웅!-

[데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역시 이런 걸로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군.’

뭐, 상관은 없다. 이로써 교주를 공격할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얻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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