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67화 (67/211)

00067  第 10 話  =========================================================================

第 10 話 “12일째”

……어지간히 급한 거 같군.

“대련 시작.”

[대련이 시작됩니다.]

파밧!-

“종합 버프!”

‘음?’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외치는 길드원의 스킬. 무슨 스킬인지 모르겠지만 길드원의 몸에는 각종 색깔의 보조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명령어를 하나로 통일했나?’

“바람 칼날!”

콰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72.]

‘호오?’

이전 대련과는 달랐다. 길드원은 나와 거리를 벌린 채 공격을 시도했고, 그 공격에 따라 초승달 모양의 빛이 내게 쏘아졌다.

‘접근전은 포기한 모양이군.’

내 쪽에서 접근해볼까?

생각하며 앞으로 달린다. 내가 달려오자마자 길드원은 옆으로 도망쳤고, 난 그 방향을 따라 계속 쫓아갔다.

하지만…….

‘은근히 빠른데?’

“바람 칼날!”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79.]

보조 효과의 힘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지금의 나보다 빨랐다. 녀석은 그 빠름을 무기로 계속 도망치며 바람 칼날을 날렸는데, 생명력이 아무리 높은 나라도 이런 공격을 계속해서 받을 수는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다른 스킬도 사용해주지!

“영혼 해방!”

[보유한 영혼이 전부 해방됩니다.]

지금까지 올린 영혼 해방은 5레벨. 데미지는 100. 저장되는 영혼의 숫자는 총 15. 따라서 1500의 데미지가 들어가는 스킬이다. 물론 영혼을 공격한다면 그대로 소멸되니 1500 데미지 전부 줄 수는 없겠지만 시선 정도는 분산될 거라 믿었다.

그오오오!-

어쨌든 내 몸에서는 15개의 반투명한 영혼이 튀어나와 길드원에게 쏘아졌고, 길드원은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영혼의 숫자를 보며 잠깐이지만 발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865.]

“으아아악!”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길드원도 그걸 깨달았는지 믿을 수 없다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고, 난 그 길드원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다시 거신의 질주로 부딪쳤다.

[대련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아싸~ 20골드.’

황혼을 하면서 이렇게 쉽게 돈을 번 건 처음이었다. 그 개고생을 하면서 네르타스를 잡았을 때는 고작 3골드 줬는데 말이다.

“…….”

그때 아무 말도 없이 좌절하던 길드원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말없이 거래를 걸어 10골드를 건네주더니 홀로 이 훈련소를 빠져나갔다.

‘나야 20골드를 얻었으니 상관없지만.’

녀석에게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이었다.

짝짝짝-

“모처럼 좋은 구경을 했습니다.”

문득, 누군가가 박수를 치며 칭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지금껏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젠이었다. 아무래도 부길드장을 걸고 하는 대결인 만큼, 녀석도 관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루딘 님의 실력을 의심하고 계신 분이 있습니까?”

“…….”

“…….”

그 물음에 대답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결정이 났군요. 그럼 지금부터 교황을 정찰하면서 다른 길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십시오.”

“단순히 살펴보기만 하면 되나요?”

“예. 교황이 압도적으로 공격당하고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는 이상 움직일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 길드가 어떻게 움직일지 보려는 건가?’

아니면 교황이 지닌 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내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대련장에 있던 길드원들은 한 명씩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역시 루딘 님에게 부길마 직책을 드린 제 판단은 틀리지 않았군요.”

“…….”

부길마라…….

잠깐 물끄러미 아이젠을 쳐다봤다. 왠지 모르게 녀석의 의도대로 움직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회의에서 내가 한 일이 뭐가 있는가? 결국 가만히 있다가 길드원과 마찰이 일어났고, 덩달아 원치 않은 대련까지 하고 말았다.

아이젠은 정말 이 상황을 몰랐을까?

‘길드원이 불만을 가질 거란 생각은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야 말로 확실히 물어보는 게 좋을지도 몰랐다.

“길드원에게 뭐라고 말한 거야?”

“루딘 님의 실력에는 부길마 자리가 적합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은 사람은 믿지 않더군요.”

“회의에 참여하라고 한 이유가 그거였군.”

“글쎄요.”

글쎄요? 이런 짜증나는 놈을 봤나.

“그러나 루딘 님에게 손해가 되는 행동은 아닐 겁니다. 제가 장담하죠.”

“왜? 실력을 보여줘서?”

“그렇습니다. 사실 이번에 모인 사람들은 길드 내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신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갔다는 것은 속으로 루딘 님을 인정했다는 뜻이죠.”

아이젠의 말대로 확실히 손해가 아니었다.

이득인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내가 부길마가 돼서 일어난 일이잖아?”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부길마는 보통 길드에 많은 공헌을 한 사람이 되는 거 아냐?”

길드에 대해 모르는 나조차 드는 생각이다. 하나 아이젠은 고개를 저으며 내 의견을 부정했다.

“이미 말한 적이 있을 겁니다. 이 게임은 던전 쟁탈이 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누가 더 도움이 될까요? 길드에 공헌을 많이 한 사람? 아닙니다. 실력이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 도움될 겁니다.”

“……그야 그렇겠지.”

지금 아이젠이 말하는 건 전쟁 개념이다. 전쟁에서는 실력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실력은 누구보다도 많은 공헌을 하겠죠. 전 그때를 대비해 루딘 님에게 부길마 자리를 드린 겁니다.”

‘한마디로 전쟁에서 활약하라고 부길마 자리를 줬다는 거군.’

이러나저러나 이야기는 원점이었다. 던전 쟁탈과 관련된 내용은 아이젠과 만난 첫째 날에 나눴던 이야기였으니까.

“질문은 그걸로 끝입니까?”

질문?

딱히 떠오르는 질문은 없지만 그래도 하나 더 떠오르는 게 있었다.

“아, 맞다. 귀환 스크롤. 그건 어디서 구해? 오늘 늦은 것도 귀환 스크롤이 없어서 그랬거든.”

“그렇군요.”

내 말을 들은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거래를 신청했다. 그 거래를 받으니 이내 10여 장의 귀환 스크롤이 올라온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난 그런 귀환 스크롤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 녀석은 어디서 구하는지 가르쳐달라니까 왜 주고 난리야?’

“황혼에서 귀환 스크롤을 얻기 위해서는 저택을 구매해야 됩니다. 마을이 아닌 저택으로 귀환하는 거니까요. 만일 루딘 님도 귀환 스크롤을 얻고 싶으시다면 저택을 구매하셔야 될 겁니다.”

“……그래?”

귀환 스크롤이 저택으로 귀환하는 거였나? 아이젠의 설명을 들은 난 떨떠름하게 되물었다.

‘어쩐지 사람들이 귀환 스크롤을 안 쓰더라.’

사용조건이 저택을 구매한 사람에 한해서니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해가 갔다. 모르긴 몰라도 아이젠의 저택도 1~2골드로 구매할 수 있진 않을 듯하니 지금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귀환 스크롤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시간이 꽤 지체된 거 같군요.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응? 아, 응.”

더는 붙잡을 생각도 없다. 난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손짓을 했고, 아이젠은 곧장 훈련소를 벗어났다. 다른 이들은 진작에 떠났으니 남은 엠페러 길드원은 나 혼자인 셈이다.

‘후, 스킬북 작업이나 할까.’

부디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 생각을 하며 훈련소로 나온 난 인적이 드문 장소를 찾고는 아이템 창에서 랜덤 스킬북을 꺼냈다.

[스킬북을 펼치겠습니까? 펼치면 자동으로 스킬이 습득됩니다.]

‘그나저나…….’

S랭크 스킬이 나올까?

분명 S랭크 스킬은 좋다. 마나력과 지구력 소모가 상당하지만 그만한 가치를 하는 건 분명했다. 문제는 오늘 하루를 투자해도 S랭크 스킬이 나올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건데, 그걸 생각하면 적당한 A랭크 스킬을 배우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을지 몰랐다.

‘뭐, 이번 접속 시간만 도전해보자.’

접속 종료 메시지가 뜰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면 적당히 A랭크로 만족할 생각이었다. 제작 스킬에도 신경을 써야 되니 말이다.

[스킬북을 펼치겠습니까? 펼치면 자동으로 스킬이 습득됩니다.]

‘오!’

몇 시간 지났을까? 한참이나 랜덤 스킬북과 씨름하던 난 드디어 원하는 감각이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원하는 감각이란 S랭크 스킬. 여기서 책을 펼치면 S랭크 스킬이 나온다는 뜻이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 뜰 줄이야.’

고작 몇 시간 만에 S랭크 스킬의 감각을 느낀 난 곧장 책을 펼쳤다.

[S랭크 스킬. '제이어의 방어지배'를 습득하셨습니다.]

‘어? 제이어?’

제이어라면 내가 습득한 스킬 중 하나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근데 이건 수호방패가 아니라 방어지배라는 스킬이었다.

대체 뭐지?

[스킬을 습득함에 따라,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근력이 5 상승합니다.]

[체력이 5 상승합니다.]

[띠링!~ 새로운 능력치 '투지'가 생겨났습니다. 투지는 전투를 포기하지 않는 굳센 마음입니다. 투지가 높아질수록 몸에 해로운 모든 상태 이상에 저항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투지가 10 상승합니다.]

메시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신은 고대의 전설 중 하나. 제이어의 기술을 모두 습득하셨습니다. 살아생전 오로지 제이어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기술.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았던 그의 기술을 모두 습득한 당신은 이제부터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갈 자격을 갖췄습니다.]

[칭호 '빛의 수호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장착하시겠습니까?]

‘칭호?’

칭호는 칭호인데, 메시지에 적힌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로 얻은 칭호를 확인해보았다.

[빛의 수호자] (칭호)

설명:잊혀진 고대의 전설. 제이어의 모든 기술을 습득했다!

-생명력 +3000 추가.

-추가 생명력 +30% 증가.

-물리&마법 방어력 +300 추가.

-추가 물리&마법 방어력 +30% 증가.

“와…….”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확인해보니 수호의 방패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능력이었다. 방어력만 300 증가라니? 내가 입고 있는 푸른 돌 장비가 세트 효과까지 합쳐 330의 방어력이 올랐다.

근데 이건 칭호 하나만으로 300의 방어력이 증가하는 것이다.

거기다 30% 증가라면?

“장착한다.”

난 칭호를 수호의 방패에서 빛의 수호자로 교체한 뒤, 바뀐 능력치를 확인했다.

[이름:루딘]

[칭호:빛의 수호자]

[레벨:49]

[명성:279]

[길드:엠페러(Emperor)]

[생명력:8190/8190]

[마나력:3590/3590]

[지구력:100.0%]

[공격력:524] [마법 공격력:167]

[방어력:946] [마법 방어력:847]

[능력치]

근력(407) 지능(141) 민첩(198)

체력(271) 마력(270) 기술(32)

투지(10) 소환(50)

[습득한 스킬:16/30]

[동료 NPC:1명]

“허.”

한순간에 생명력이 8천을 넘겨버렸다. 이런 생명력이라면 아이젠의 멸살검을 정면에서 맞아도 죽지 않을 정도지 않을까? 녀석의 멸살검 데미지가 얼마나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8천은 되지 않을 거라 믿었다.

또한 방어력도 미친 듯이 올라간 상태.

방어력의 상승은 내 거신의 질주 데미지로도 이어진다. 그것까지 생각하면 지금의 난 어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것이다.

“상세 정보. 제이어의 방어지배.”

[S랭크 제이어의 방어지배 효과] (LV1)

-방패 착용 시, 방어력 30 증가.

-방패 착용 시, 마법 방어력 30 증가.

-방패로 방어 시, 관통 방어 확률 3p 증가.

-방패 관련 스킬 효과 2% 상승.

-방패 계열 스킬의 지구력 소모 0.1 감소.

“어라?”

뭔가 심하게 간단하다. S랭크 스킬인데 왜 이거 밖에 없지? 자세히 바라보니 마나력이나 지구력 소모가 없었다.

그게 없다는 의미는…….

“스킬 사용. 제이어의 방어지배.”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역시 패시브 스킬인가?

오히려 좋다. F랭크인 기초 방패 수련보다 훨씬 좋다. 참고로 9레벨까지 올린 기초 방패 수련은 이런 능력치를 지녔다.

[F랭크 기초 방패 수련 효과] (LV9)

-방패 착용 시, 방어력 16→18 증가.

-방패 착용 시, 마법 방어력 8→9 증가.

S랭크와 F랭크의 차이. 기초 방패 수련을 30레벨까지 찍는다고 해도 방어력은 고작 60 올라갔다. 그에 비해 S랭크인 제이어의 방어지배는 1레벨에 방어력 30. 비교할 수조차 없다.

어쨌든.

‘이 정도면 해볼 만하겠군.’

난 바무트 교황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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