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5 第 10 話 =========================================================================
第 10 話 “12일째”
“헤헤헤.”
‘그렇게 좋은가?’
난 옆에서 연신 웃고 있는 라즈를 보았다. 그녀가 웃고 있는 이유도 단순하다. 어제까지 던전 몬스터를 잡아 아이템을 획득했고, 오늘은 그 던전을 팔아 짭짤한 수입을 거뒀기 때문이다.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어인족 병사.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물고기에 손발이 달린 놈이었다. 손도 장식은 아니었는지 삼지창까지 들고 다니던 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떨어뜨리는 아이템도 삼지창밖에 없었다.
그 외에 몬스터로는 어인족 수호자. 어인족 주술사. 어인족 대장 등이 있었고, 다행히도 이들은 각종 무기와 더불어 장신구마저 떨어뜨렸다.
세트 아이템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웠지만.
“루딘~ 고마워~ 아, 우리 만날까? 내가 밥이라도 사줄게.”
“…….”
덧붙여 라즈가 내게 살갑게 구는 이유는 던전을 엠페러 길드에게 팔았기 때문이다. 원래는 다른 길드에게 연락이 왔었다.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거래는 취소되었고, 난 실망하는 라즈를 대신해 아이젠에게 연락을 취했다.
던전을 팔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살 생각이 없냐고.
그렇게 물어보니 아이젠은 던전에 관한 정보를 몇 개 묻더니 이내 흔쾌히 구매하겠다고 했다. 그것도 라즈가 팔려고 했던 원래의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말이다.
또 이런 던전에 관한 걸 제외하더라도 이틀간 라즈가 얻은 아이템은 상당한 숫자였다. 조금 전에 팔았던 던전과 아이템까지 합치면 대략 300만 원은 되지 않을까?
“왜 말이 없어~ 혹시 쑥스러워서 그래?”
“…….”
확실히 돈이 무섭긴 무섭군.
라즈가 이렇게까지 변할 줄이야.
어찌 됐든 이틀간의 던전 사냥은 내게도 이득이었다. 레벨은 49까지 올렸으며, 아이템도 라즈와 비슷한 수량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아이템을 전부 합치면 24개 정도?
다만 던전에서 얻은 무기와 장신구는 내 장비보다 좋지 못했다. 그나마 핏빛의 귀걸이보단 좋아서 그 하나만 교체했는데, 실제로 비교해보면 그리 큰 차이도 없었다.
[핏빛의 귀걸이] (Magic)
설명:핏빛 색깔로 물들어버린 귀걸이. 세월의 흐름과 자연의 마나가 섞여 만들어진 이 귀걸이에는 착용자의 마나를 올려주는 효능이 있다.
<지능(5), 마력(5)>
내구력:16/35
*마나력 50 상승.
[호수의 귀걸이] (Magic)
설명:호수처럼 푸른색을 띄고 있는 귀걸이. 호수의 마력이 그대로 담겨 있는 이 귀걸이에는 물 속성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능(8), 마력(11)>
내구력:40/40
*물 속성 2% 상승.
봤는가?
마나력이 고작 10 더 올라가는 수준이다. 물 속성력을 제외하면 그저 그런 수준의 아이템인 것이다. 그런데 라즈의 말로는 이런 속성 아이템이 희귀하다나? 현금으로도 팔릴 거라 했으니 전부 경매장에 넘기면 그럭저럭 괜찮은 수입을 거둘 수 있을지도 몰랐다.
“쳇, 재미없어.”
그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내 모습에 작게 투덜거린 라즈는 화제를 바꿔 말했다.
“이젠 뭐할 거야? 일행도 접속 안 했잖아?”
“글쎄.”
라즈의 말대로 오늘 유아와 시나는 접속하지 않았다. 약속이 있다나? 때문에 어제 저녁에 먼저 마을로 돌아가 버린 둘이었지만, 내가 볼 때는 사냥에 지쳐 도망갔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할 게 많네.’
당장 떠오르는 것만 4~5개가 된다. 그중에서 랜덤 스킬북과 제작 스킬 수련은 유아가 접속하지 않은 오늘 내로 끝내야 될 거 같았다. 물론 둘 다 간단하게 끝날 작업이 아닌 만큼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 나랑 같이 던전 찾으러 갈래?”
“던전?”
“응. 던전을 찾으면 다시 사냥할 수 있잖아.”
말은 쉽다. 던전이 그리 말처럼 쉽게 찾아진다면 승낙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인족 던전도 며칠이나 걸렸다는 사실이 떠오른 난 라즈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했다.
“아니, 이틀간 사냥했으니 됐어.”
그리고 던전 이야기가 나오니 하나 더 생각나는 게 있었다.
“왠지 도발 스킬도 필요할 거 같고.”
아마 이번 던전 사냥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도발 스킬의 필수성이 아닐까 싶다.
전에 엠페러 길드와 같이 의뢰를 했을 때에도 도발은 얻고 싶은 스킬이었는데, 이번 사냥으로 인해 그 생각은 더욱 더 확고해졌다.
이유를 말하자면 도발이 없으니 전투가 거의 난전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나 혼자라면 상관없겠지만 파티를 맺은 상황에서 난전이 펼쳐지니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닐 수 없었다.
적들이 흩어져버리니 거신의 질주도 몇 번 더 사용해야 했고, 라즈의 지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난 그 문제를 레이안과 리자드맨을 소환해 숫자로 밀어붙이는 식으로 해결했다.
“도발? 하긴, 도발이 있었다면 사냥은 훨씬 편해졌을 텐데. 아, 이번에 얻은 아이템을 현금으로 팔고, 그 돈으로 구매하는 건 어때?”
‘음?’
……그럴까?
투루의 지팡이가 최종적으로 낙찰 받은 가격은 2,300만 원. 여기서 수수료를 제외하면 총 1,840만 원이 내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내가 벌어들인 돈을 합치면 2천만 원이 훌쩍 넘어갔으니 도발 스킬북 하나쯤은 구매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긴, 효율성을 생각하면 S랭크보다 C~D랭크가 낫지.’
만일 S랭크 도발 스킬을 배우면 뭐하겠는가? 10번도 사용하지 못할 게 뻔한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적당히 낮은 랭크의 스킬을 습득하는 것이 좋을지도 몰랐다.
“현금 거래창 소환.”
그리고 C~D랭크 정도는 현금 거래창에도 있을 거 같았다.
‘도발 스킬이…….’
검색해서 찾아보니 대략 40권 정도 있었다. 대부분이 E랭크의 도발이지만 잘 찾아보니 D랭크도 두 권. 마지막으로 C랭크의 도발 스킬도 한 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근데 무슨 가격이 이 따위야?’
D랭크는 50~60만 원. C랭크는 110만 원에 올려놓았다. 경매가 아닌 일반으로 올렸기에 딱 이 가격에 구매해야 되는 것이다.
“내가 너무 싸게 팔았나?”
“무슨 소리야?”
“아니, 아무것도 아냐.”
지금껏 팔아넘긴 스킬북을 떠올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구매해야 되나? 마음 같아서는 C랭크를 구매하고 싶다. 하지만 C랭크 스킬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팔리지 않았다는 것은 다른 이가 봐도 비싼 가격이라는 뜻이다.
‘후, 그래. 1,800만 원이나 벌었으니까.’
이 정도 지출이야 감수할 수 있겠지.
[현금 거래 아이템. 'C랭크 스킬북'을 구매하시겠습니까?]
“구매한다.”
[현금 거래 아이템. 'C랭크 스킬북'을 구매하셨습니다.]
[구매한 금액. 1,100,000원이 자동으로 출금됩니다.]
“응?”
생각했던 것보다 간단하게 끝났다고 할까? 현금을 이용한 거래치고는 너무 쉽게 이뤄진 듯한 느낌이었다.
온라인으로 할 때는 문자를 주고받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에 비해 여기 황혼은 현금 거래가 너무 간단했다. 아마도 통장에 남은 잔액은 신경도 쓰지 않고 지르는 사람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말이다.
‘뭐, 나하고는 관계없나.’
난 그 이상으로 벌어들이고 있으니.
아무튼 스킬북을 구매했으니 남은 건 습득뿐이다. 난 아이템 창을 열어 스킬북을 꺼내 곧장 스킬을 습득했고,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라즈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행동 빠르네?”
“망설일 이유도 없으니까.”
[C랭크 스킬. '도발의 외침'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을 습득함에 따라,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지능이 3 상승합니다.]
[체력이 3 상승합니다.]
‘……도발의 외침?’
뭔가 익숙한 단어다. 생각해보니 엠페러 길드의 헤론이 사용하던 스킬이었다. 그럼 헤론도 C랭크의 도발을 습득하고 있었던 건가?
“상세 정보. 도발의 외침.”
[C랭크 도발의 외침 효과] (LV1)
-도발 반경 5M.
-지능의 +20 효과로 도발.
-도발 수치 이하의 지능을 가진 적은 100% 도발.
-그 이외에 적은 10% 확률로 도발.
-10초간 방어력 20 상승.
-10초간 마법 방어력 20 상승.
*사용 시, 마나력 소모 5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3%.
“어?”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 내 지능이 얼마였더라? 확인해보니 141이다. 여기서 +20을 한다고 해도 161. 즉, 몬스터의 지능이 161 이상이라면 내 도발은 먹히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미친, 무슨 도발이 지능 영향을 받아?’
그래도 헤론은 그 고대 마수를 상대로 잘만 도발했었다. 그걸 생각하면 몬스터의 지능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닐지도 몰랐다.
순간.
[바무트 교단이 이 대륙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무트 교단의 지배를 받은 몬스터는 능력치가 3배로 증가합니다.]
[바무트 교단은 교황을 없애기 전까지 계속 나타납니다.]
[토벌 의뢰가 생겨납니다.]
뜬금없는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바무트 교단?’
“뭐야? 토벌 의뢰? 루딘, 나 토벌 의뢰라는 게 생겼어.”
“나도.”
난 의뢰 내용을 확인하는데 여념이 없는 라즈를 내버려두며 메시지 내용을 읽었다. 바무트 교단은 거의 일주일 전에 내가 한 의뢰에서 적으로 만난 무리들이다.
‘분명 그때 퀘스트 실패 내용이…….’
세상에 일부 등장한다고 했었나?
[세상에 나타난 바무트 교단을 토벌하라.]
설명:세상에 일부 등장한 바무트 교단이 조금씩 모여 드디어 완전한 세력을 갖췄습니다. 세력을 갖춘 그들의 목적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하르페 제국에서는 바무트 교단을 토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 하르페 제국을 도와 바무트 교단을 토벌하십시오.
<의뢰 완료 조건:바무트 교황을 처치.>
<의뢰 완료 보상:레어 상자 3개.>
<획득한 공적치에 따른 추가 보상 지급.>
‘보상 하나는 좋군.’
레어 상자 3개라니? 이런 보상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또 이 보상은 옆에 라즈에게도 적잖은 흥분을 일으킨 모양이다.
“레어 상자 3개?! 루, 루딘. 우리 이거 하자. 같이 교황을 잡는 거야!”
“고작 둘이서?”
“어째서 둘이야? 네 일행도 있잖아.”
그럼 네 명이겠군. 아, 시나는 전투에 도움이 안 되니 세 명인가?
‘세 명이서 교황을 잡을 수 있을까?’
이건 내 예상인데, 교황은 투루와 마찬가지로 레이드용 보스 같았다. 그리고 레이드용 보스라면 세 명이서 잡을 수 없다. 당장 투루의 경우를 생각하더라도 세 명이서 잡는 건 미친 짓이었으니 말이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토벌 의뢰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의뢰를 받았으니 어쩌겠는가? 교황을 잡기 위해 수많은 플레이어가 달려들 테고, 나 또한 그들과 함께 교황을 공격하기만 하면 된다.
레어 상자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이 녀석은 왜 이때 연락하는 거지?
왠지 모를 불안감마저 느껴졌지만 일단 대화는 나눠보기로 했다.
-루딘 님. 실례지만 지금 어디십니까?
“마을로 가고 있는 중. 근데 왜?”
-바무트 교단에 대한 회의를 할 생각입니다. 괜찮다면 참여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회의? 그보다 너 지금 던전에 있잖아?”
-귀환 스크롤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마을이죠.
“아, 그래?”
인생 참 편하게 사는군. 근데 그 귀환 스크롤은 어디서 구매하는 거지? 라즈도 사용하지 않는 걸 보면 평범하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닌 듯했다.
“지금까지 회의는 없었던 걸로 아는데…….”
-있었습니다. 루딘 님만 빠졌을 뿐이지. 하지만 슬슬 참여하실 때도 된 거 같아 연락드렸습니다.
‘음.’
뭔가 애매한 문제 같았다. 지금의 난 엠페러 길드의 부길드장. 그 위치를 생각한다면 회의는 참여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부길드장도 내가 원해서 얻은 것도 아니었고, 또 길드가 주는 해택은 지금껏 받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굳이 참여해야 될 이유가 없었다.
없었지만.
‘어쩔 수 없나.’
오늘 던전에 관한 일로 아이젠의 도움을 받은 만큼, 이번만은 회의라는 것에 참여해야 될 듯싶었다.
“곧 갈게. 그 저택으로 가면 되지?”
-예. 기다리겠습니다.
[길드 채팅을 종료합니다.]
“누구야?”
“아이젠. 잠시 길드 아지트로 와달라네.”
한숨을 내쉰다. 오늘은 유아와 시나가 없었으니 어떻게든 랜덤 스킬북이나 제작 스킬 작업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웬 거지 같은 바무트 교단이 튀어나와서 일이 꼬여버린 것이다.
“엠페러 길드에는 아지트도 있어?”
“무슨 저택 하나 있더라고.”
“저택? 황혼에서 저택을 구매하려면 최소 몇십 골드는 줘야 될 텐데.”
“워낙에 돈이 많은 녀석이니까.”
뭐였더라? 랜덤 스킬북을 구매하는데 8억을 썼다고 했나? 지금 8억을 골드로 사들인다면 무려 8천 골드다.
내가 가진 돈도 8골드 밖에 없거늘.
“역시 엠페러는 다르구나.”
“돈이 최고인 거지.”
“그래도 아쉽다. 너랑 같이 의뢰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투로 말하는 라즈. 나랑 의뢰를 하고 싶은 건지, 아님 레어 아이템을 얻고 싶은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둘 다 포함했을 가능성이 제일 높을 거 같지만.
어쨌든 마을로 도착한 난 라즈와 헤어진 뒤, 길드 아지트로 향했다.